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2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22화(121/125)
“헉, 그러면 14살이 되면 버니 왕 큰 대마왕 돼?!”
…이번 미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아기님은 아기님의 손으로 키리엘 유디아를 죽이시게 돼요.
“…버니가 아빠 죽여?”
네. 그런… 그런 미래도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아기님이 위험한 도박을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지만…….”
그러니까 도리어 더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중에 아빠가 큰 충격을 받고 버니를 죽이려고 하지 않게, 버니가 버니 입으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어려워…….’
루리엘이 하는 말은 늘 어렵고, 결정도 쉽지 않았다. 버니는 죽고 싶지도 않고, 죽이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나 아빠라면 더욱더.
새로운 빙의자도 나타난 지금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더더욱이요. 왜냐하면 빙의자는… 그러니까 마녀는, 저처럼 미래를 알고 있거든요.
루리엘의 말에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동그랗게 벌어진 입술이 달싹거린다.
“헉! 마녀도 루리처럼 미래를 알아?!”
버니가 눈을 반짝거리며 냉큼 물었다.
네. 그리고 보아하니 마녀는 여주, 아니 호뭉이를 선택한 거 같아요. 그러니 호뭉이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죠.
“그게 뭐야……?”
…조금 복잡한 일이 있어요. 마녀는 호뭉이가 행복해져야만 소원이 이뤄지거든요. 저에게 아기님이 있듯, 마녀에겐 호뭉이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호뭉이보다 아기님이 더 행복해지셨으면 해요.
“루리도 소원이 있어?”
루리엘도 빙의자라는 말을 떠올린 버니가 물었다.
네.
수첩은 단호하게도 글자를 하나를 수첩에 딱 띄웠다.
“근데, 루리 조금 이상해.”
버니는 한참이나 수첩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고 말았다.
‘꼭 대화하는 거 같아.’
팔짱을 끼고 있던 버니가 이윽고 입을 떡 벌리곤 “헉!” 하고 큰 소리를 내더니,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한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자신이 한 생각이 너무나도 놀라웠던 버니가 목소리를 잔뜩 죽인 채 수첩에 바짝 입술을 가져다 댔다.
남이 듣는 것이 저어된다는 듯.
그리하여 거의 수첩에 코를 박은 듯한 꼴이 되어서야 버니는 입을 열었다.
“혹시 루리, 수첩이 아니야? 사실 멀리서 버니 지켜보면서 말하고 있어?”
버니의 질문에 수첩은 잠시 아무런 글씨도 내보이지 않았다. 버니의 고개가 막 기울어질 때였다.
설마요, 지켜보고 있지 않아요. 그냥 마술로 아기님께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뿐이죠. 왜냐하면 이 루리엘! 왕 큰 천재 어른 마족이니까요!!
옛날 그 시절처럼 퍽 발랄함이 느껴지는 글씨에 버니가 얼굴을 화악 붉히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근데 루리.”
버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마저 입을 열었다.
“꼭 그건 호뭉이랑 버니 중 한 명만 행복해져야 해?”
버니의 질문에 수첩은 말이 없었다.
버니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수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렸다. 상대가 말이 없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버니는 발을 동동거렸다.
기다려도 글씨가 떠오르지 않자, 버니는 품에 끌어안은 토토랑 마곰이와 함께 침대 위를 데구루루 굴렀다.
그럼에도 어째 바뀌는 건 없었다.
눈이 가물가물했지만, 버니는 눈두덩을 벅벅 문질러 가며 다시 수첩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다행히 버니의 고개가 한 번 꾸벅 떨구어지는 순간, 글씨가 떠올랐다.
모르겠어요, 거기까진… 제가 아는 영역이 아니에요. 하지만, 동화책 속 주인공은 늘 한 명이니까요.
버니의 고개가 설핏 기울어졌다.
“버니도 버니가 주인공인 줄 알았던 세상이 사실 호뭉이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게 조금… 아니, 엄청… 으음, 사실 조금 왕 크게 놀랐는데, 어…….”
버니는 생각을 정리하듯 말끝을 살짝 흐리더니 “으으음!” 작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근데 루리, 옛날에 루리가 그랬어. 여긴 동화책이 아니고, 그러니까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그러니까 호뭉이랑 버니랑 둘이 같이 주인공을 하면 돼!”
행복해져야만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둘 다 행복해지면 된다!
버니가 생각하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버니, 지금부터 행복의 큐피드가 되겠어.”
사랑의 큐피드는 끝났다.
이제 버니는 행복의 큐피드가 될 것이다.
버니가 훗, 웃음을 터뜨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큐피드는 없어요, 아기님.
루리엘의 말에 버니가 흐물텅 무너져 내리며 흐잉, 울먹였다.
버니가 뚱한 낯으로 입술을 툭 내밀었다.
그래도… 궁금해지네요. 아기님이 만드실 행복한 세상도, 아기님이 주인공이 되신 세상도요.
수첩에 적힌 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버니가 가만히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버니 있으니까 완전 가능.”
버니가 엄지를 척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혼자서 힘들어하지 마. 버니 이제 어른의 계단을 오른 어린이가 되었으니까 왕 큰 도움 돼.”
버니의 말이 끝났지만, 수첩에는 한동안 아무런 글씨도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수첩에 짧은 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믿을게요. 아기님.
글씨를 읽은 버니의 얼굴이 활짝 폈다.
* * *
다음 날 아침.
버니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키리엘 유디아가 있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피요?”
어깨에는 꾸벅꾸벅 조는 불사조를 올리고, 품에는 마곰이를 끌어안고, 등에는 토끼 가방까지 멘 채 대단히 비장한 표정으로 문을 연 버니는 키리엘 유디아가 막 셔츠를 몸에 걸치는 모습에 멈칫했다.
“아빠 몸 상처투성이.”
뜬금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버니가 내뱉은 신랄한 평가에, 셔츠의 단추를 끼우고 있던 키리엘 유디아가 피식 웃었다.
“갑자기 들어와서?”
“누가 아빠 아프게 했어여?”
“한창 전쟁 중에 다친 거야. 지금은 흉터만 남은 거고. 아프지도 않고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렴.”
불사조를 한쪽 소파에 내려 두고 도도도 달려간 버니가 키리엘의 다리에 덥석 매달렸다.
셔츠의 단추를 다 잠근 키리엘이 허리를 숙여 버니를 달랑 들어 품에 안았다.
“이런 이른 새벽부터 웬일이니? 식사 시간은 아직 조금 남았는데.”
한동안 보지 못했던 풀리고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축축하게 젖은 어깨자락을 비롯해 여기저기 엉망진창인 꼴을 보아하니 오늘도 시녀를 부르지 않고 저 혼자 씻고 나온 모양이었다.
“아빠.”
“응?”
“버니가 엄청나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여.”
심각하고 심란한 버니의 표정을 물끄러미 보던 키리엘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뭔데? 또 무슨 사고라도 쳤니?”
“아니영.”
“아니면 방계 중 누구에게 돌이라도 던지거나 마법을 써서 골렸니?”
“아녀!”
“혹시 또 몰래 나갔다 온 건 아니겠지?”
“아니에여!!”
“좋아, 신메뉴 개발해서 또 시장에 팔러 나갔다거나?”
“아빠! 버니 이제 어른이구 돈도 많아서 이제 그건 잘 안 해여!”
염려하는 것들이 전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키리엘 유디아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무슨 비밀이니?”
“버니의 출생에 관한 비밀!”
“출생?”
“넹.”
버니가 주먹을 꼭 쥐고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키리엘 유디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부모에 관한 조사에 진전이 없었지.’
마치 부모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방계에 그들이 모르는 죽은 인원은 없었다.
그 말은 버니가 완전히 유디아 공작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방계였을 확률이 높다는 건데…….
‘아버지가 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