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5)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5화(15/125)
“이건… 삶아 먹는 거 아닌가요? 이걸 기름에 튀기시려고요?”
루카가 의아하게 물었다.
게다가 듬성듬성 썰린 것이 보기에 조금 그랬다. 그러나 당당한 버니는 흐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엥. 그리구 이건 쪼려 주세여.”
“아, 네. 이건 뭔가요? 물인 것 같은데…….”
“비뻡이에여.”
“네에…….”
머리를 긁적인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작고 어리다고 해도 버니는 이 집안의 아가씨였고, 그는 고용된 고용인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버니는 완성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루카의 옆에 딱 달라붙어 그에게 하나하나 지시를 내렸다.
* * *
“하아? 대체 이 시간에 어딜 가자는 거야.”
상급반 수업이 끝나자마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니에게 납치 아닌 납치를 당한 앨런이 불만스럽게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그마한 손과 맞잡은 손은 빼지 않았다.
“애런.”
시장으로 걸어가던 버니가 어딘가 안타까운 눈으로 앨런을 보았다.
앨런이 움찔하며 멈칫했다.
“공자님한테 잘 보여야지.”
“내가 왜……!”
“어른이는 귀차는 아이 시러해. 기특하구 귀엽꾸 특별이한 아이 조아해. 버니, 아직 특별이 아니니까… 공자님한테 용똔 줘야 대! 어른이 돈 마는 아이 조아해!”
“애초에 넌 왜 그렇게 어른을 필요로 하는 건데? 어른이 되고 싶으면 굳이 보호자 따윈 없어도……!”
“안 대.”
버니는 앨런의 손을 꼭 잡은 채 앞으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9살인 앨런보다도 훨씬 보폭이 작고 속도가 느렸다.
“안 되긴 뭐가…….”
“어린이는 혼자 이쓰면 외로어.”
어딘가 조금 가라앉은 듯한 버니의 목소리에 앨런이 의아한 표정으로 버니를 보았다.
버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시장의 초입에 좌판을 깔기 시작…….
“…좌판?”
어디서 났는지 천으로 된 돗자리를 펴더니 그 위에 도시락처럼 포장해 온 것을 툭툭툭 올려 두었다.
작은 종이봉투 한 뭉치까지 꺼내더니 스케치북 하나를 삼각형으로 만들어 세워 두는 게 아닌가.
“자, 잠깐! 뭘 하는 거야?”
당황한 앨런이 뒤늦게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버니가 한쪽 입꼬리만 비스듬하게 올려 피식 웃었다.
훗.
“애런은 아직 애기구나? 어른이 대는 첫 번째 계단. 밥갑 벌기야.”
“…뭐?”
“버니 하는 거 보구 담에는 가치하자. 공자님이 조아할 꺼야.”
칭찬!
쓰담쓰담!
퐁퐁 샘솟는 상상의 나래 속에서 헤엄치던 버니가 종이 뭉치를 둘둘 만 것 같은 막대를 바닥에 탁탁 두드렸다.
“자 나리면 날마다 오는 맛또리가 아님미다!! 두리 먹다 하나가 쥬거도 모르는 졸마탱 간식. 오늘만 단던 다서 깨!!”
훗.
‘버니에겐 사실 숨겨진 능력이가 있지.’
그것은 무려!
‘버니, 한 번 본 행동은 뭐든지 따라 할 수 있는 천재.’
그리고 버니는 무려 3년간, 루리엘의 훌륭한 판매 기술을 옆에서 직접 목도한 수제자였다.
예전에 루리가 그랬다.
‘풍월이가 3년이면 서당이… 어…….’
풍월이도 삼년이도 서당이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버니 머찐 서당이.
“거기 가눈 머찐 언니잉! 요고 하나 머거 바여! 마시써여!”
“어머, 애들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엄마 심부름?”
“네엥!”
심부름도 아니고 엄마도 없었지만, 버니는 힘차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부모님이 없다고 하면 모두가 외면하기 때문이었다.
방싯방싯 잘도 웃는 버니의 힘찬 대답에 길을 가던 여자가 버니의 좌판 앞에 살짝 쪼그려 앉았다.
보자기에 싸 온 모양인지, 그릇 안에는 듬성듬성 썰려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게 뭐니? 처음 보는 음식인데.”
“흐흥. 버니 특제 쏘스 뿌린 고구마 저리미에여!”
“고구마……? 그 퍽퍽하고 맛없는… 그거? 어…….”
잘게 떨리는 여자의 시선에 본능처럼 손을 뻗은 버니가 냉큼 나무 포크에 고구마를 찍어 내밀었다.
“마시써여! 자자, 요고 하나만 드셔 보시구웅!”
반짝반짝.
버니의 눈이 무해하게 반짝였다.
“끄응!”
차마 그 눈빛을 이기지 못한 여자가 눈을 질끈 감고 버니가 내민 포크를 잡아 냉큼 입에 넣었다.
이윽고 질끈 감았던 여자의 눈이 확 뜨이더니 곧 동그래졌다.
“…와아, 맛있잖아?”
흐흥.
버니의 콧대가 냉큼 올라갔다.
루리, 천재!
“지금이라면 단돈 다서 깨!”
“500 로스트 말하는 거지? 하나 줄래?”
“넹!!”
힘차게 대답한 버니가 작은 종이봉투를 벌리고 어린이용 집게를 들었다.
집중하느라 입이 툭 튀어나온 버니를 보며 여자가 제 입을 조심스레 가렸다.
“안냥히 오세여!!”
“으응, 안녕.”
버니는 방싯방싯 웃으며 팔을 붕붕 흔들어 주다가 여자가 사라지자 히죽 웃었다.
“버니, 부자 대.”
버니가 시장을 함락시키는 것도 머지않은 일이었다.
* * *
짤랑짤랑.
쏟아지는 동전에 버니의 입꼬리가 들썩거렸다. 오늘로 장사 5일째.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버니는 부자가 되었다.
흐흥.
코끼리의 배에 동전을 가득 채워 주고도, 버니의 앙증맞은 손을 세 번이나 꽉 채울 정도로 동전이 남았다.
그래서 오늘 버니는 남은 돈을 한 움큼 들고 가서 드디어 글자 책을 살 수 있었다.
자고로 훌륭한 어린이는 혼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어린이.
마족어를 아는 버니는 조금 더 천재가 되기 위해서 인간의 언어도 마스터 하기로 했다.
“근데 요곤 어떠케 해야 대지?”
버니가 침대에 곱게 올려 둔 메추리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알은 따뜻하게 품어 줘야 한다는데…….
‘버니 너무 바빠…….’
아침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음식을 만들어서 늦은 오후쯤 물건을 팔러 시장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사해생할이는 힘들구나…….”
가끔 아침에 나가서 밤에 들어왔던 루리엘을 떠올린 버니가 자그마한 주먹으로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야, 뭐 해.”
“애런!”
“뭐 하는데 노크 소리도 못 들어.”
방문을 열고 들어온 앨런이 불만스럽게 말하자, 버니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쭛쭛 짧은 혀를 차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앨런이 울컥한 듯 입매를 한 차례 움찔 떨었다.
“오늘 공자님한테 가 꺼야. 용똔 주는 날이거등.”
“용돈……? 뭔 용돈?”
“요고! 애런두 가치 가자. 버니랑 가치 벌었으니까 이거 애런 거기두 해!”
버니의 말에 앨런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용돈을 받으러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용돈을 주는 날이라는 건 또 뭔지 모르겠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버니가 작은 손으로 그의 손을 쭉쭉 잡아당겼다.
방싯방싯 웃는 얼굴에 저도 모르게 슬쩍 뺨을 붉힌 앨런이 통통한 버니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버니가 멈칫하더니 씨익 웃었다.
“흐흥. 버니 기엽지.”
“누, 누, 누가 귀엽대?! 이 못난……!”
시무룩.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버니의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그에 파드득 떤 앨런이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차마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한 소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곤 버니의 손을 휙 붙잡더니 잡아당겼다.
“공자님한테 간댔지? 가자! 특별히 데려다줄게.”
입술을 우물거리던 앨런이 버니의 손을 잡곤 성큼성큼 앞장섰다.
앨런은 공작가에서 오래 생활한 만큼 길을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다. 버니의 손을 잡고 금세 본 저택에 도착한 앨런이 멈칫했다.
웅장하고 새하얀 건물에 절로 기가 죽은 탓이다.
“…….”
앨런이 꿀꺽 침을 삼켰다.
“쟤 반인반수라며? 그거 그냥 짐승 아니야……?”
“보름달 뜨는 밤이면 완전히 짐승이 된대.”
“으으, 징그러워. 그러다 병균 옮는 거 아니야? 야생동물이잖아.”
“그보다는 난폭한 괴물이 된대. 사람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어.”
“유디아의 수치지. 왜 죽지 않고 태어나선……. 오죽 끔찍했으면 부모도 쟤 버리고 도망갔잖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에 앨런이 어깨를 잘게 떨었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고 쑥덕거리는 것 같았다. 창백하게 질린 낯의 앨런이 천천히 고개를 떨군 순간이었다.
쭉쭉.
붙잡고 있던 작은 손이 그를 잡아당겼다. 앨런은 흠칫 어깨를 떨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내렸다.
버니의 고요한 눈동자가 앨런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방긋 웃는 얼굴과 함께 휘어졌다.
“갠차나. 버니 이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