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19)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19화(19/125)
“그리고 네가 소환한 그것 말이다. 나도 그런 종류의 알이 태어난 걸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구나. 알 자체가 성물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신수가 태어나는 건지 말이다.”
루드브리드 유디아의 장황한 설명에 버니는 후훗. 웃더니 가슴을 쭉 내밀며 말했다.
“흐겸룡이 태어나여.”
“…흐겸룡…….”
루드브리드 유디아는 조금 흐려진 눈으로 아이가 손에 든 메추리알에서 달걀 크기가 된 달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반짝반짝한 버니의 눈동자를 보던 루드브리드는 조용히 펜과 종이를 들었다.
[신물: 흐겸룡의 알]루드브리드는 살짝 죽은 눈으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글자를 적고 서류와 펜을 멀찍이 밀어놓곤 입을 열었다.
“과자나 먹으련? 주스도 가져다주마.”
루드브리드 유디아가 슬쩍 말을 건넨 순간, 버니가 흐흥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버니, 애기 아니라 가자도 주스도 안 머거여. 기찬지 않은 훈륭한 어른.”
훌륭하게 함정 수사를 벗어난 버니가 뺨을 씰룩거리며 대답했다.
꿀꺽.
물론 솔솔 풍기는 달콤한 냄새에 침은 꼴딱꼴딱 삼켰지만 말이다. 그 뻔한 제스처를 놓칠 루드브리드 유디아가 아니었다.
“그럼 포장해 줄 테니 가져가련?”
슬쩍 입을 연 루드브리드의 말에 버니가 잠시 멈칫했다. 아이의 시선이 루드브리드 유디아가 들고 있는 접시에 닿았다.
“그뿐이야? 저번엔 앞에 놓인 과자 허락 없이 바로 먹었다고 엄청나게 혼났대.”
버니는 고민했다.
‘바로 앞에서 안 먹으니까 괜찮겠지?’
버니는 방에 가서 먹을 거니까!
10초도 되지 않아 생각을 마친 버니가 손을 쭉 내밀며 해죽 웃었다.
“넹!”
바로 먹는 거 아니니까 안전!
왕왕 괜찮아!
루드브리드 유디아는 한참이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더니 집사를 불러 명령했다.
“펠, 이것들 한 바구니 채워서 들려 보내.”
“네, 주인님.”
시험의 저택에서 시험을 치르는 아이에게는 비품으로 주어지는 것 외에 절대로 아무것도 주지 않는 루디브리드 유디아의 불문율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 * *
최근 루드브리드 공작령의 커다란 시장에는 주변을 떠들썩하게 하는 명물이 있었다.
무려 ‘고구마 꿀절임’이라고 하는 놀랍고도 획기적이며 대단히 저렴한 간식이었다.
오죽 유명해졌으면 근처 시장 상인들은 하나씩 다 입에 넣어 봤을 정도였다.
아주아주 귀여운 아이가 판매하는, 그런데 맛도 있는 간식? 솔직한 말로 먹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버니가 매일 아침 고구마를 통통통 잘라 그릇에 모아 가면, 막내 요리사 루카가 그것을 튀긴 다음, 모아 간 소스를 절여서 볶아 묻혀 주었다.
그러면 버니는 그걸 그릇에 담아 앨런과 함께 판매한 뒤, 쏠쏠하게 벌어 집으로 돌아왔다.
바스락바스락.
늦은 밤, 베개를 이불 속에 넣어 더미를 만들어 둔 버니가 슬쩍 방을 나와 공작가 정원에 몰래 숨어들었다. 등에 토끼 가방을 멘 버니는 좌우로 고개를 휘휘 젓곤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버니가 가져다 파는 ‘고구마 꿀 절임’.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재료라면 고구마와 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료는 모두 버니가 손수 공수해 오는 것들이었다.
고구마는 늘 시장에서 공수해 오고, 근처에 꿀을 만드는 벌이 없으면 꿀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루리엘에게 배운 대로 나무의 수액을 뽑아냈다.
다행히 시험의 저택 근처에 있는 정원에는 루리엘이 알려 줬던 수액을 뽑을 수 있는 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버니는 가져온 빈 통을 나무 근처에 내려 두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작은 손을 두꺼운 나무 위에 올린 뒤 눈을 감았다.
“나무야, 쪼끔만 가져가께.”
버니의 손에서 아주 작은 빛이 퍼져 나가더니, 그대로 나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퐁퐁이 마법!”
퐁퐁이 마법은 루리엘이 알려 준 마법 중 하나였다.
손에 닿아 있는 물체에서 물을 끌어와 손에서 퐁퐁 솟아나게 하는 마법이다.
나무에서 빠져나온 수액이 버니의 손에서 퐁퐁 샘솟기 시작했다.
“흐흥.”
버니가 웃으며 손에서 솟아나는 수액을 통에 쪼르르 담기 시작했다. 하나를 담고, 또 하나를 담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담자 무려 세 통이 완성됐다.
“이제 쪼끔만 더 하께. 미아내.”
루리엘이 말하길 이 물은 나무가 쑥쑥 크기 위한 영양분이기 때문에 많이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 나무에서 퐁퐁이 마법으로 딱 세 번까지만 가능하다고.
이제 쓸 수 있는 나무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슬슬 모은 돈으로 새 돈벌이를 찾을 때가 되기는 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버니가 야무지게 뚜껑을 닫은 병을 토끼 가방에 집어넣은 뒤, 자리에서 폴짝 뛰어 일어난 순간이었다.
“안녀엉, 따님.”
“흐앙!”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살금살금 행동하던 버니가 화들짝 놀라 펄쩍 뛰며 휘청거렸다.
“이런, 위험하잖니……?”
뻗어 온 길고 단단한 팔이 버니를 조심스레 붙잡아 바로 세워 줬다.
딸꾹! 딸꾹!
“공자님……?”
버니의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늦은 시간에 안 자고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나른함을 담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귓가를 두드렸다. 버니는 꼴깍 침을 삼키며 눈치를 슬쩍 살폈다.
‘마법 쓰는 거 비밀이랬는데……!’
어떡하지?
버니가 떨리는 시선으로 키리엘에게 말했다. 키리엘의 눈이 둥글게 휘어졌다.
“자, 잠이가 안 아서 산책해써여!”
“산책?”
“넹!”
키리엘은 한참이나 말없이 버니를 바라보았다. 버니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목울대 역시 연신 꼴깍꼴깍 움직여 댔다.
이윽고 키리엘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키리엘은 별다른 걸 묻지 않았다. 버니의 표정이 살짝 안도로 젖어 들었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다음부턴 안 돼.”
“넹! 다음부턴 안 해여!”
버니가 힘차게 대답했다. 키리엘은 피식 웃더니 아이의 머리를 두어 차례 쓰담쓰담 했다.
‘대답 잘하면 다들 좋아해!’
칭찬을 받은 버니의 뺨이 살짝 발그레 상기됐다.
“데려다줄게. 방으로 가자.”
“버니 혼자서두 잘해여!”
“내가 데려다주고 싶은데 싫어?”
키리엘의 질문에 버니가 멈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쪼아여!”
“이리 와.”
키리엘이 버니의 손을 잡고 느긋하게 길을 거닐었다. 이윽고 시험의 저택에 돌아와 버니의 방문 앞에 도착한 키리엘이 버니의 손을 놓았다.
‘역시 아무것도 못 봤나 봐.’
버니가 휴휴, 한숨을 내쉬고 냉큼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살짝 열린 문틈으로 몸을 비집어 넣는 순간이었다.
“버니.”
“넹?”
키리엘 유디아가 여느 때처럼 나른한 낯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법, 쓸 줄 아니?”
콰르르릉!
번쩍!
여느 때처럼 오늘도 버니의 주변엔 천둥과 번개가 쳤다.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떨리는 시선의 버니가 입술을 뻐끔뻐끔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 아녀……? 버, 버니 퐁퐁이 마법 가튼 거 몰르는데여……?”
키리엘 유디아의 입술이 슬쩍 휘어졌다. 버니는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며 꼴깍 긴장을 삼켰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애처로웠다.
“그래, 내가 잘못 봤나 보네. 얼른 들어가서 자렴.”
“네, 네엡! 안냥히 오세여!”
오늘도 이상한 인사를 건넨 버니는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폴짝 뛰어 문까지 잠갔다.
키리엘 유디아는 버니가 들어간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유디아 가문의 사람은 마법을 쓸 수 없다. 반대로 마법사는 신성력을 쓸 수 없다. 두 가지 힘은 양립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유디아 공작가의 소환식에 사용되는 선택의 구슬은 유디아 공작가의 피를 이은 자가 신성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니 신성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법은 쓸 수 없는 게 옳다.
하지만 버니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역사상 딱 한 명을 제외하곤 불가능했던 일이다.
“뭘까.”
눈을 가늘게 뜬 키리엘 유디아가 턱을 문지르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