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2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21화(21/125)
“대체… 둘 다 괜찮니?”
평소와는 다르게 늘어지지 않는 말투로 말을 내뱉은 키리엘 유디아가 황당함을 숨기지 못한 채 물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키리엘의 모습에 버니가 잘게 떨리는 시선으로 천천히 경비대원을 바라보았다. 배신감에 넘실거리는 눈빛이었다.
“거진말쟁이…….”
불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버니의 시선에 경비대원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척 보기에도 귀족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멀끔한 낯의 남자와 배신감 넘치는 버니의 눈,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껏 커진 앨런의 눈을 한 차례씩 훑어보던 경비대원이 당황한 낯을 숨기지 못한 채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혹시 누구십니까?”
“내 아이들이 폐를 끼쳤어. 아이들이 놀란 것 같으니, 나머지는 내 부관과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어.”
나른하게 통보한 키리엘 유디아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뒤쪽에 있던 하얀 제복을 입은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키리엘 유디아 공자님의 보좌, 레본입니다. 저랑 대화 나누시죠.”
“유, 유디아 공……. 공작가요? 그럼 저 애드, 아니 저 아이분들은…….”
경비대원이 입을 떡 벌렸다.
심지어 키리엘 유디아?
어린 나이에 마족과의 전쟁에 참전해서 수많은 마족을 소멸시켰다는 그 신에게 선택받은 불세출의 천재?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으름의 천사?
유디아 공작가 직계 중에 유일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 나태함에 공작조차 포기했다는 그 괴물?
“일단 상황부터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버니가 앉았던 자리에 대신 앉은 부관, 레본이 경비대원에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 버니에게 행했던 언사를 떠올린 경비대원이 조금 파리해진 낯으로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았다.
* * *
“…….”
공작가의 마차에 올라탄 버니와 앨런이 힐끔 키리엘의 눈치를 살폈다. 팔짱을 끼고 있던 키리엘이 버니와 앨런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둘 다 어디 다친 데나 아픈 곳은 없고……?”
“네엥…….”
고개를 푹 숙인 버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기어들어 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앨런은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님. 버, 버니 안 기차나여……. 아저씨가 말 안 한다구 약속했는데…… 거진말한 거에여……. 버니가 벌금 낼 수 이써여……. 노예 안 대여……. 허엉……. 돈두 다시 버러여. 용돈두 주는 거 돼여…….”
버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말했다.
“아니, 돈이 없으면 나가야지. 어딜 자꾸 있겠다는 거야? 가뜩이나 세상도 흉흉한데 연고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것들을 받아 줬더니 뻔뻔하게 어디 감히……. 아무튼 돈 없으면 이 집엔 못 있으니까 꺼져!”
“이번 달은 이것밖에 없어서 그래요. 다음 달엔 제대로 낼 테니까 이번만 좀 봐주세요. 알잖아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대로 장사도 못 한 거요.”
“그거야 니들 사정이지. 어휴, 애 딸린 미혼모 불쌍해서 받아 줬더니.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 달에도 돈 없으면 나가야 할 줄 알아!”
“네, 감사합니다. 다음 달엔 이번 달에 못 드린 것까지 드릴게요.”
“쯧, 맨날 머리에 두건 쓰고 있는 게 여간 수상한데 봐주는 건 줄 알아. 알지? 이 근방 마족이랑 연관 있는 거 같으면 전부 잡아가고 있는 거.”
“아, 마족은 무슨. 일전에 봤잖아요. 머리에 뿔이 아니라 그냥 징그러운 흉터 있는 거. 그거 보이기 싫어서 쓰는 건데요.”
돈이 있어야 집에 있을 수 있어.
돈이 없으면 쫓겨나.
쫓겨나면 왕 큰 대마왕도 못 되고, 루리도 다시는 못 만나.
“루리… 갠차나……?”
“아, 돈을 안 줘서 그래요. 이 집에 있으려면 돈을 줘야 하거든요. 숨어드는 것도 어려운데, 여긴 힘이 아니라 돈이 전부라 어렵네요.”
“돈? 용똔?”
“음, 네. 용돈 같은 거예요. 인간들은 돈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돈이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아무튼 아기님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인간들이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욕씬쟁이…….”
“맞아요! 인간들은 욕심쟁이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아기님이 어른이 되셔서 마왕님이 되시면 저희는 또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버니, 앙 킁 대마앙!”
“맞아요! 왕 큰 대마왕! 그러니까 제 이야기랑 해드리는 동화 이야기 잘 들으시고, 나중에 이 루리엘이 없어도 꼭 잘하셔야 해요. 아셨죠?”
“웅! 루리, 뿔두 도라와?”
“…물론이죠. 말했죠? 저희는 머잖아 잠시 헤어지겠지만, 아기님이 훌륭한 어른이 되시면 루리엘이 어디에 갔는지도 다 아실 수 있게 될 거예요.”
루리엘을 떠올린 버니가 주먹을 꼭 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버니… 아직 쫓겨나면 안 돼.’
여기서 무사히 어른이 되어야 다시 루리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이, 이번 달은 이거바께 엄는데, 다음 달에는 더 내께여. 한 번만 바주세여…….”
버니가 아까 벌금으로 내기 위해서 경비대원에게 내밀었던 것을 주섬주섬 꺼내 키리엘 유디아의 무릎에 올려 두곤 작은 손을 곱게 모으며 말했다.
키리엘 유디아가 조금 굳은 낯으로 버니를 바라봤다. 앨런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헉, 돈이 너무 적나……?’
버니가 바짝 굳은 채 돌을 들어 올리며 재차 입을 열었다.
“채고급 선려썩이에여. 요거 사느라 돈을 거의 써서 쪼끔바께 업서여……. 달걀이가 배가 고푸대서……”
“…성력석? 이게?”
키리엘이 눈을 가늘게 뜨곤 돌덩어리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버니를 보았다.
버니가 바짝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긴 침묵 끝에 키리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버니.”
“네엥…….”
“이 돌은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 한 번 검사해 보고 다시 돌려줘도 될까……?”
살짝 늘어지는 말끝에서 분노나 짜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슬쩍 눈치를 살핀 버니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넹…….”
눈꼬리가 축 늘어진 버니를 보던 앨런이 슬쩍 손을 꽉 붙잡아 줬다.
“…공자님. 이제는 버니 시러져써여? 귀차나여……?”
할 말을 고르고 있던 키리엘 유디아가 재차 멈칫했다.
기실 어디 키리엘 유디아가 말을 고르는 사람이던가.
그러나 귀가 있었으면 분명히 축 늘어졌을 게 분명했을 버니의 기죽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없는 말도 골라야 할 것 같다는 충동이 들어 침묵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이 대단한 오해를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이.
“내 딸은…….”
한참 만에 키리엘 유디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쫓겨날 거야.’
버니가 눈을 질끈 감은 순간이었다.
툭, 커다란 손이 작은 머리통 위에 얹혔다.
“참 귀엽네.”
“넹……?”
아프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 말에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잔뜩 기죽어 있던 버니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진 몰라도 혼내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단지 내 아드님과 따님이 왜 거기서 그러고 있었는지는 솔직하게 말해 주면 좋겠는데…….”
“도, 돈… 벌려구여…….”
고개를 숙인 채 손을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키리엘 유디아가 마차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불쑥 숙여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왜?”
“버니 흐겸룡 소환 못 해써여…….”
어른은 특별한 아이를 좋아하잖아. 귀찮지 않고 도움이 되고 시끄럽지 않은 특별한 아이.
그러니까…….
“돈 이써야 기특하구, 어, 돈 이써야… 집에 이쓸 수 이써여……. 버니 안 기찬구 기특한 아이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인간의 언어가 썩 익숙하지 않은데 더해 당황한 탓에 평소보다 더 발음이 뭉개졌는지 횡설수설하던 버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러니까… 안 버리면 안 대여……? 허가쯩 필요한 줄 몰라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