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24)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24화(24/125)
버니가 주먹을 꽉 쥐더니 입을 열었다.
“아냐!! 버니 딴딴보거든?! 공자님이 딴딴보래써!!”
버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으하하하!!” 하고 땅이 꺼질 것처럼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땅딸보래. 으하하하!!”
“뭐야, 공자님도 결국 너 장난으로 가지고 노시나 본데? 하긴, 누가 너 같은 걸 진짜로 양녀로 받아들이겠어. 무려 영웅 키리엘 님이신데!!”
“따, 딴딴보는 작고 기여운 거야…….”
“아니거든? 땅딸보는 콩알만큼 작아서 못생겼다는 뜻이야, 바보야!”
버니를 둘러싼 아이들이 으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버니, 속아써?!’
쿵!
충격의 벽돌이 머리 위를 퍽 때리고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버니, 빠른 배신 당했어…….’
입을 떡 벌린 버니가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돌연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더니 가방의 토끼 귀를 꽉 붙잡고 눈에 힘을 줬다.
“뭐, 뭘 노려봐?! 못생긴 게!”
“…….”
토끼 귀를 붙잡은 버니가 음산한 낯으로 분홍빛 눈동자를 번뜩이곤 고개를 퍼뜩 들어 올렸다.
‘루리가 괴롭히는 애한테 하라는 말 있었어. 인간어로 뭐라고 하더라?’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개….
개…….
“아기님, 잊지 마세요. 길 가다 아기님을 괴롭히는 말하는 개를 만나면요. 일단 토끼 귀를 잡고 외치세요.”
번쩍!
머릿속에 전구가 떠올랐다.
기억을 떠올린 버니가 한 손에 쥔 토끼 가방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아이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이 개태끼야!!”
인간의 언어로 완벽하게는 번역하지 못한 버니의 울분에 찬 외침에 토끼 가방이 한 차례 음울한 빛을 뿜었다.
동시에 버니가 쥔 토끼 가방이 아이들에게 마구잡이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나쁜 새끼들 예쁘게 처바르는 마법의 주문이랍니다.”
버니가 히죽 웃었다.
‘루리 역시 천재.’
루리엘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뭐든 다 해결이다.
“악! 악! 아악! 악!”
“악! 이게 머, 악!”
“아파악! 악! 아악!”
버니가 절제 없이 휘두르는 토끼 가방이 아이들을 챱, 챱, 챱, 소리가 나도록 찰지게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손을 뻗었지만, 어째서인지 토끼 가방엔 도통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붙잡아 보려고 해도 마치 허공에서 미끄러지듯 손에서 멀어졌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버니에게도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흐, 흐아아아앙!!”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버니도 슬쩍 뒤로 물러나 다시 가방을 멨다.
아이들의 대성통곡에 여기저기서 사용인들이 몰려들더니, 이윽고 누가 전했는지 아이들의 부모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 누가 이렇게……! 아이고, 괜찮니? 내 새끼. 어떡해. 얼굴 부은 것 봐.”
“아이고 내 귀한 자식을 누가 이렇게 개 패듯 패 놨을까!”
엉엉 우는 아이들이 제 부모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버니가 뒷걸음질을 치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순간이었다.
“아니, 얘!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걔네가 먼저 버니 개롭혀써.”
“뭐? 우리 애가 얼마나 순한데……! 그런 짓 안 한다. 애초에 너처럼 들개같이 험악한 애한테 우리 가녀리고 연약한 애가 뭘 했겠니?”
가녀리고 연약……?
버니가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눈에 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닝데, 버니보다 퉁퉁인데…….”
“뭐?! 이게 뚫린 입이라고! 아니, 아무리 배운 게 없어서 교양도 없고, 고아원에서 굴러먹다 온 출신도 모를 애새끼라지만, 이렇게 경우도 없이 사람을 때리고 말을 함부로 해!!”
언성을 높이는 아이들의 부모에 버니가 움찔 어깨를 떨곤 입을 꾹 다물었다.
“하여튼 부모도 없고 출신도 없는 것들은 상대하는 게 아닌데……. 짐승 새끼랑 어울릴 때부터 알아봤지.”
“버니두 엄마 아빠 이써.”
“됐고, 당장 우리 애들한테 고개 숙여 사과해라!”
부모의 품에 안긴 아이들이 하나같이 발간 눈으로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울컥한 버니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시러. 버니 잘못 안 해써.”
“사과해! 아니면 경비 부를까? 감옥 가고 싶어?!”
감옥 이야기에 버니가 멈칫했다.
‘감옥은 안 되는데…….’
버니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뚝뚝 떨어지는 눈동자에 설움이 가득했다.
왕 큰 대마왕이 되려면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 해.
훌륭한 어른 되려면 이 집에 있어야 해.
이 집에 있으려면 감옥에 가선 안 된다. 하지만, 사과하기는 싫었다.
“어서! 일 크게 만들고 싶어? 네가 잘못했잖아!”
버니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억울하지만, 여기선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루리엘은 말했다. 가끔 불합리한 일도 있다고. 너무 싫은데 해야 하는 일도 있다고.
‘지금이 그때인 걸까?’
하지만…….
“이 모습을 보면 키리엘 공자님께서도 크게 실망하실 거다.”
덜컹.
버니의 눈이 확 커지더니, 이윽고 울먹거리는 얼굴로 입술을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재…, 재… 재송함…….”
버니는 나쁜 거 없는데.
“재밌네. 언제부터 내 대변인이 이렇게 많아진 걸까? 이 집안에서…….”
그때였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버니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응? 누가 실망하고 누가 뭘 한다고……? 내가 만만해 보이긴 한 모양이야.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걸 보니까…….”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버니의 허리가 달랑 붙잡히더니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눈을 동그랗게 뜬 버니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키리엘 유디아가 서늘한 낯을 한 채로 고개를 슬쩍 기울이고 있었다.
“고, 공자님……. 아니, 이건 저 아이가 폭력적으로 저희 아이들을 때려서……. 보십시오! 벌써 멍이 올라오고 있잖습니까!”
그들이 제 아이들을 앞으로 쭉 내보이며 말했다.
“따님, 쟤들이 먼저 괴롭혔지……?”
안 봐도 뻔하다는 말에 버니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네엥……. 몬생겨때여……. 막 버니 푹푹 밀치구… 딴딴보가 작구 몬생긴 거래여……. 공자님 거짓말쟁이…….”
“…….”
버니의 탓하는 목소리에 키리엘 유디아가 슬쩍 눈동자를 굴리더니 싱그러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거짓말 아닌데. 내 딸은 귀여운 땅딸본데. 누가 그래?”
“쟤네여…….”
버니가 뚱함을 숨기지 못한 채 입술을 비죽거리며 대답했다.
키리엘 유디아가 낮게 웃으며 버니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렇구나. 그럼 혼내 줘야겠네. 전원 추방하면 되겠군.”
키리엘의 말이 느긋하게 이어짐과 동시에 부모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사과할 쪽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떻지?”
직계의 권한은 강력하다.
특히나 그가 누구인가. 지금이야 한량으로 취급되고 있다곤 해도, 성마 전쟁의 영웅이다.
그에 비해 방계는 솔직한 말로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공작가의 주인인 공작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방계를 미련 없이 잘라 내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말이다.
“아니면 내 딸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천칭 앞에서 증명할 수 있는 자는 앞으로 나오도록. 사실임이 판명되면 내가 직접 사죄하지.”
천칭.
현 성녀 살라메 유디아가 10세의 나이에 소환한 성물로서, 선악을 판별하는 천칭이었다.
그녀의 앞에선 누구도 거짓을 말할 수 없다.
털썩.
잘게 눈을 떤 부모 중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연이어 아이들과 함께 부모들이 고개를 숙인다.
“죄, 죄송합니다.”
선악이 판별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