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26)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26화(26/125)
“딸 전용 하녀랑 기사를 붙여 줘야겠네.”
“…헉. 공자까 아가씨처럼여?”
“……?”
반짝!
눈을 빛내는 버니의 말에 키리엘이 의아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우아… 버니 공자까 아가씨……?”
공작가 아가씨는 맞지.
그가 입양하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절차는 아직 여럿 남았지만.
키리엘은 생각하면서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일단… 조금 더 잘까? 오후에 회의가 있거든.”
“해이?”
“모여서 귀찮은 걸 하는 거야. 뭔가 던전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나 뭐라나…… 하아.”
버니의 머리를 뽀송하게 말려 준 키리엘 유디아가 버니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버니 바닥에서 자두 대는데…….”
“날 쓰레기로 만들지 말아 주렴.”
“쓰레기……?”
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자신이 어른스럽게 자리를 비켜 주고 바닥에서 자는 게 쓰레기가 되는 일일까?
그가 팔을 뻗어 팔베개까지 해 주자 버니의 눈이 동그란 것을 넘어서 땡그래졌다.
“토닥토닥……?”
“아… 그래.”
멈칫한 키리엘이 어설프게 손을 뻗어 버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버니의 눈이 확 커졌다가 이윽고 바르르 떨리며 기쁨에 젖어 들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기님. 좋은 꿈 꾸시고요.”
“루리두!!”
“꺅! 우리 아기님이 있는데 당연히 엄청 행복한 꿈을 꾸죠!”
“버니 이쓰면 루리 행보캐?”
“네! 아기님은 만능 치트키라 이 루리엘, 힘들다가도 아기님만 품에 안고 자면 악몽도 안 꾸고 아주 행복한 꿈만 꾼답니다!”
“만눙 칫키?”
오랜만에 생각난 기억에 버니는 눈을 질끈 감으며 키리엘의 품을 슬금슬금 파고들어 히죽 웃었다.
“역시 버니 만능 치킨.”
“……?”
키리엘이 또다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버니를 의아한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아이를 돌본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불면증인 탓에 어째서인지 한 번 깨면 다시 잠드는 게 힘들었던 때와는 달리.
키리엘은 제 품을 꼬물꼬물 파고드는 아이의 존재에 오히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족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인가?’
지금은 또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마족은 피부가 아주 차갑고 서늘하다는 특징이 있으니, 조금 미지근하지만 따끈따끈한 아이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생각하던 키리엘의 숨소리도 이윽고 고르게 번졌다.
* * *
“…회의에 애는 왜 데리고 와?”
“제가 좋아서 한 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함께 간다는 걸 어쩌겠습니까.”
그가 대답하곤 느리게 눈동자를 굴렸다.
‘묘하게 책 읽는 것 같긴 했지만.’
저건 실제로 버니가 한 말이었다.
“버니, 공자님이 너무 조아서 공자님 가는 곳에 다 가구 시퍼여. 왜냐하면 떠러지기 싫기 때문이에여. 공자님 없으면 버니 엄청 슬퍼여.”
“…….”
왜냐하면 루리엘이 수첩에서 말하길, 보호자를 잘 길들이기 위해서는 보호자에게 매일매일 좋아한다고 말해 주고 어디든 쫓아다니면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허어, 넌 내 눈이 뭐 옹이구멍인 줄 아느냐? 어디 감히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려? 잘리고 싶으냐? 애초에 네가 언제부터 애들을 챙겼다고…….”
루드브리드의 사나운 언사에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경악한 버니와 정면에서 눈이 마주친 루드브리드가 아차 싶은 낯으로 입을 닫았다.
그러나 버니는 놓치지 않았다.
“…할부지, 모땐 말.”
“아니, 이건 그게 아니라…….”
“그래. 저런 못된 말 하는 늙은이는 상대하는 게 아니란다, 딸.”
“키리엘!”
버니의 몸이 파드득 떨렸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짝 긴장한 채 키리엘의 옷자락을 붙잡은 버니가 목을 바짝 움츠렸다.
‘화났나?’
인간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하거나 꺼지라고 하거나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한다.
루리엘도 버니도 많이 당했어.
‘버니 또 쫓겨나……?’
얼른 사과해야만…….
쿵. 쿵. 쿵.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에 버니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저……!”
버니가 얼른 사과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시끄러운 소리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키리엘은 제 몫으로 마련된 자리에 툭 성의 없이 앉더니 버니를 무릎에 앉혔다.
“애 귀청 떨어지겠습니다.”
미간을 찡그린 키리엘의 말에 루드브리드가 굳다 못해 공포에 질린 듯한 버니의 표정을 보곤 급히 얼굴을 풀었다.
“큼. 너한테 한 말은 아니란다, 버니. 아무튼… 왔으니 어쩔 수 없지만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
“네엥…….”
눈을 도르륵 굴린 버니가 루드브리드의 다감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켁, 뭐 합니까……? 어울리지도 않게.”
번쩍번쩍한 은빛 갑옷을 입은, 어두운 피부를 한 근육질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징그럽다는 표정으로 루드브리드를 흘겨보았다.
그러곤 키리엘과 버니를 한 번씩 보더니 버니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 일전에 파닥거리며 인사하던 메추리알 꼬맹이.”
“메추리 아니구 흐겸룡 달걀이에여.”
“흐겸룡? 그건 또 뭐야. 아무튼 막냉이가 널 입양하기로 했으면 난 네 삼촌이 되는 거겠네.”
“삼촌?”
“오냐, 앞으론 삼촌이라고 불러라.”
은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의 남자가 호쾌한 낯으로 낄낄 웃으며 버니의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커다란 손이 거칠게 버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멀어졌다.
“그나저나 아버지도 막냉이랑 싸우는 것 좀 관두십쇼. 빨리빨리 보고 결론 내고 헤어지자고요. 성기사단장이랑 성녀를 이렇게 심심하면 불러 대는 사람은 아버지 빼곤 없을 겁니다.”
유디아 공작가의 직계 핏줄.
성직자 집안 출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호전적인 성격에, 호쾌하고 털털하며, 잔혹한 성정을 가진… 현 유디아 공작가의 장남, 클라인 유디아.
그는 제1 성기사단 단장을 맡고 있으며, 마물 토벌을 취미 생활로 삼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루드브리드의 오른쪽 자리에 앉으며 팔짱을 끼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버지가 오죽 답답했으면 우릴 불렀겠어. 오빠도 정말 싸움에 미친 것 같다니까.”
새하얀 옷을 입은, 은빛으로 찰랑거리는 긴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와 거대하고 둥근 원탁에 앉았다. 루드브리드의 왼쪽 옆자리였다.
살라메 유디아.
제국의 하나뿐인 성녀라 일컬어지는 가장 순수하고 정결한 신성력을 가진, 대단히 돈과 명예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여자였다.
그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후 밖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기다란 테이블을 꽉 채웠다.
‘…전부 새하얀 옷!’
버니… 들키면 가루 돼.
좌우로 휙휙 고개를 돌리던 버니가 바짝 긴장한 채 조금 더 키리엘에게로 몸을 바투 붙였다.
키리엘이 힐긋 아이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저 마족의 기운이 신경 쓰여서 곁에 두기로 한 것뿐인데… 아이는 의외로 붙임성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토벌된 던전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물건이 발견됐다고요?”
“그래. 하지만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저주일 수도 있으므로 이쪽에서 일단 맡기로 했다.”
“그래서 뭔가요? 그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물건이라는 게.”
살라메 유디아의 말에 가신 중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의 중앙에 무언가를 올리더니 황금빛으로 빛나는 글씨가 잔뜩 쓰인 천 조각에 둘둘 싸여 있는 것을 펼쳤다.
주먹만 한 수정처럼 보이는 물건에선 아주 작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έτυμοςδήμοςάνατομήπάθοςμίσοςκύριοςάμαρτία”
정말로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마치 심연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것만 같은 소리에 그들이 미간을 찡그린 순간이었다.
<사, 사, 살…려… 줘…….>
버니의 귀가 쫑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