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27)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27화(27/125)
“언어 같기도 하고 저주 같기도 하고…….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목소리를 많이 들은 언어학자는 미쳐 버렸다고도 합니다.”
“이게 어디에 있었다고 했지?”
루드브리드가 심각한 낯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보고에 따르면 던전의 가장 깊은 지하 안쪽에 있었다고 합니다.”
가신이 대답했다.
이 세계에는 몬스터가 서식하는 소굴 같은 곳이 있었다. 그곳을 그들은 편의상 ‘던전’이라고 불렀다. 언제 생겨났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주 오래된 고대부터 존재했고, 그곳에는 때때로 보물이나 귀한 성물 같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제국은 던전을 토벌하고는 했다.
왜냐하면, 던전은 말 그대로 마물의 소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번식을 하고 또 그렇게 자란 마물들이 인간계를 습격하곤 했으니까.
그것들을 그대로 두면 마물은 끝없이 증식하고 늘어나기 때문에, 던전은 발견되는 즉시 토벌 대상으로 지정되곤 했다.
물론 그렇게 던전을 없애고 없애도, 또다시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생겨나 마물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말이다.
<우, 우리는 갇혔, 다……. 살려, 다, 오……. 나, 나는 127대 엘프 족자… 르데…토…….>
말이 죽죽 늘어졌다.
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더듬더듬 들리는 목소리는 작기는 했지만, 확실히 버니의 귀에 쏙쏙 꽂혔다.
“루리이, 고대엘푸어 어려…….”
“맞아요. 어렵죠? 하지만 이건 언젠가의 아기님을 위해서 배우셔야 해요. 나중에 꼭 도움이 될 테니까……. 언젠가 이걸 알아들을 수 있는 때가 오면 꼭 말씀해 주세요. 그때가 바로 아기님이 나서실 차례예요!”
헉.
지금! 버니 알아들어!
버니가 나설 차례!
“엣헴.”
버니가 작게 소리를 내곤 어깨를 쭉 내밀었다. 그러나 아이의 작은 소리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엣헴.”
다시 한번 소리를 냈지만, 놀라울 만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던 버니는 시무룩한 낯을 했다가 곧 주먹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
“살려 달래여!”
버니를 품에 안은 채 무심한 낯으로 고개를 돌린 채 나른하게 늘어져 있던 키리엘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버니에게 우수수 쏟아졌다.
버니가 슬쩍 움츠러들며 키리엘에게 조금 더 들러붙었다.
그러자 키리엘이 단단한 팔로 버니를 조금 더 단단히 안아 주었다. 버니의 입가가 흐물흐물 풀어졌다.
‘이거 조은 신호! 루리가 말한 그링이 나이트!’
역시 버니는 천재.
“지금 저 말을 알아들은 거냐!”
굳어 있던 루드브리드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내지르자, 버니가 펄쩍 뛰었다.
키리엘이 미간을 좁혔다.
“제가 애 놀란다고 말했습니다만.”
“…….”
키리엘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들은 루드브리드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버니의 얼굴이 바짝 굳은 탓이다.
“크흠. 미, 미안하구나. 놀라서……. 크흠.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거냐?”
“네엥…….”
버니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고 하는데? 말해 봐.”
클라인 유디아의 말에 버니가 눈을 깜빡이곤 고개를 갸웃했다.
“살려 달래여. 우리는… 갇혔다… 살려다, 오? 나는 127대 엘푸 족자 르데…토?”
버니가 계속 반복되는 말을 열심히 따라서 내뱉었다.
버니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그들의 눈이 조금씩 커지더니 이윽고 ‘엘프’라는 한마디에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엘프?”
“고대 엘프 말입니까?!”
“이미 역사에서 지워져 사라진 지 오래된 종족이 아닙니까!”
“어느 날 갑자기 멸족해서 대륙에서 그 자취를 대부분 감춘 전설의 종족……. 그게 실존했다는 겁니까?”
“아니, 이걸 이 아이가…….”
“대단한 거 아닙니까.”
“아니, 그럼 이 언어가 고대에 쓰였다는 그 엘프들의 언어라는 겁니까…….”
여기저기서 허! 허! 하며 헛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버니는 제게 쏟아지는 시선에 흐흥, 콧김을 훅 뿜었다.
역시 버니 엄청나게 대단해.
“근데 고대 엘프들의 언어를 이 아이가 어떻게…….”
“…그렇군요.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고…….”
“아니, 하지만 고대 엘프라는 걸 이 아이가 아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닙니까.”
실상 놀라웠으나 동시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에, 가신들의 놀라움에 젖어 있던 눈에 조금씩 의구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버니는 그 감정을 예민하게 감지하곤 눈을 번쩍 떴다.
헉. 이대로라면 버니 거짓말쟁이 취급당해?
“혹시 이걸 어떻게 알아들으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버니 아가씨.”
신관 옷을 입은 가신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버니가 우뚝 굳었다.
‘솔직하게는 말 못 해.’
훗.
머리를 굴리던 버니가 싱긋 웃었다.
“버니, 사실 돌의 목소리를 듣찌여.”
“…예?”
“돌이 어떻게 말을 한답니까?”
“돌이라니, 거짓말일 것 같은데……. 일단 생물도 아니잖습니까.”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버니의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갔다.
아무도 안 믿어.
“사…….”
“사……?”
“사실 달걀이가 알려 줘써여! 찌이잉! 하구 막 머릿속이 번쩍번쩍! 쿵쾅쿵쾅!”
버니가 급히 제 방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흑염룡
—버니의 생각이다—
을 떠올리며 말했다.
“오오……!”
“역시. 소환한 신수의 알 덕분이었군요.”
“하긴… 일전에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셨었죠. 그 신수의 알이 정말로 귀한 것인 모양입니다.”
버니가 한 두 가지 예언이 실제로도 맞아떨어진 탓에, 최근 유디아 공작가에서는 작은 정보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내부의 관심이 시험의 저택에 쏠리고 있다는 것은 눈치가 있는 자들이라면 알고 있는 일이었다.
물론, 아직 어린아이인 터라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직계들의 명령에 더해, 신수의 알이 아직 부화하지 않았다는 불확실한 요소로 인해서 다들 쉬쉬하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는 쉬이 움직이지 않던 키리엘 유디아가 직접 모던 상회까지 발걸음을 해서 뭔가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업에 꽤 큰 금액을 투자했는데, 그 주가가 한창 올라가고 있기도 하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었고 말이다.
다만 그게 버니가 도움을 준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긴가민가한 상황이었고.
“흐음… 그 메추리알이 말이지.”
“달걀이에여.”
클라인의 말에 버니가 냉큼 반론했다.
똘똘하게 반문하는 아이의 말에 클라인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러냐?”
그는 턱을 문지르며 피식 웃더니 옆에 앉은 키리엘의 무릎에 앉아 있는 버니의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기특하네. 진짜면 대단한 거 아닙니까, 아버지. 무려 고대 엘프어를 해독한 거니까요. 유적 하나 제대로 남지 않아 미궁에 싸여 있던 수많은 고문서나 유적들의 해독에도 진전이 있겠죠.”
“그래서 그게 전부니? 조카님.”
부드러운 미소를 띤 살라메 유디아의 말에 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음…….”
버니가 바동거리며 테이블 위에 반쯤 상체를 걸치더니, 손을 뻗어 냉큼 수정을 손에 쥐며 그걸 제 귀에 바짝 가져다 댔다.
“우리, 들의 영역은 씨앗이가 심어 가서… 어, 커져서… 덩전이가 되어 가구 이따. 우리의 터에 미궁이 자란다.”
지직, 지지직.
시끄러운 소리가 자꾸 섞여 들었다.
심각한 낯을 한 버니가 미간을 잔뜩 좁혔다. 게다가 수정을 계속 들고 있으려니 무거워서 팔이 뚝뚝 떨어졌다.
키리엘이 수정을 받아 대신 귀에 대 주었다.
“이렇게 하면 될까?”
“넹! 감삼미당.”
버니가 꾸벅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가 테이블에 이마를 콩 박았다.
“아야!” 작은 소리를 낸 버니가 앙증맞은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쓱쓱 문질렀다.
이윽고 수정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버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