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28)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28화(28/125)
“우음. 더, 덩전은 머잔아 우리의 터를 삼킬 거다. 누군가 이거슬 발견하는 자가 이따면 부디… 우리를 살려다오. 우리는 지금부터 기픈 곳에서 기픈 잠에 빠질 거시다. 이 수정이 길을 발키니 때가 되어 봉인을 푸러 주오.”
버니의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 섞인 언사가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엘프란다.
고대 엘프!
존재조차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았으나 그들이 남긴 문명이 어찌나 대단한지, 그 흔적이나 기록물만 봐도 경악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전부가 어느 날 갑자기 단숨에 사라졌다고 한다.
기록물에 그렇게만 남았을 뿐이기에 곳곳에 종종 남아 있는 유물이나 고대 엘프의 흔적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전설처럼 남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고대에 존재했다는 흔적만 존재할 뿐, 실제 고대 엘프는 누구 하나 찾아낼 수가 없었다.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존재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봉인을 여는 자는… 어떤 더러움에도 물들지 안는 가장 전결한 영혼을 가졌으나 가장 기픈 어둠에 발을 디딘 자. 그자야말로 세계의 구언자이찌니…….”
버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허어… 저게 진짜라면 놀랍군요.”
“이대로 고대 엘프의 유적이나 그들이 잠든 곳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이 유디아 공작가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게 아닐지요.”
속닥거리는 소리였지만, 버니는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족의 오감은 뛰어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거나 아주 작은 소리도 선명하게 듣곤 했다.
특히나 마족은 밤눈이 좋아서 어둠 속에서도 마치 낮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보는 게 특징이었다.
훗. 모두 버니의 능력에 경악한 모양이군.
어깨가 불룩 샘솟은 버니는 눈치를 슥 살폈다. 슬슬 칭찬을 해 줄 때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쓰담쓰담!
‘언제 해 줄까?’
몸을 들썩거리며 슬쩍 키리엘을 올려다보니 키리엘의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공자님?”
당황한 버니가 목을 살짝 움츠리며 키리엘을 불렀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키리엘이 표정을 풀며 시선을 내렸다.
“버니 자래써여……?”
“아, 그래.”
키리엘이 손을 뻗어 버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제야 버니의 얼굴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수정에서는 계속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버니가 그들에게 알려 준 저 말이 끝나고 나면…….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그 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은 살려 달라는 말뿐이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에 버니가 키리엘의 옷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조금 무서…….’
버니가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키리엘이 수정을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 두곤 버니의 등을 천천히 도닥거렸다.
포근포근했다.
‘루리 보구 싶다.’
루리도 항상 버니를 품에 안아서 이렇게 도닥도닥 해 주곤 했었는데 말이다.
한숨을 포옥 내쉰 버니가 키리엘의 가슴팍에 얼굴을 푹 묻었다.
“왜, 피곤해?”
“네엥.”
“그럼 자.”
“하지마안… 버니 어른이…….”
후아암.
작게 중얼거리며 꾸벅꾸벅 졸면서 연신 하품하는 버니를 내려다보는 키리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툭.
기어코 꾸벅거리던 작은 머리통이 떨어져 키리엘의 가슴팍에 파묻혔다.
그는 말없이 버니의 등을 도닥거리며 자세를 바꿨다. 아이가 조금 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색색거리는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키리엘은 조용히 아이의 머리통을 쓸어내렸다.
“허어… 저게 진짜라면 놀랍군요.”
“이대로 고대 엘프의 유적이나 그들이 잠든 곳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이 유디아 공작가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게 아닐지요.”
키리엘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 말에서 자신이라도 떠올렸나.
여기서 또 표정 관리를 못 해서 애를 신경 쓰게 할 건 또 뭐란 말인가.
‘애를… 괜히 키우겠다고 했나.’
다시 한번 말을 곱씹은 키리엘이 헛웃음을 흘렸다.
사람과 교류하는 게 짜증스러웠다. 바라는 것만 많고 누군가의 희생만을 바라는 인간들. 그렇게 사라진 제 형과 영웅이라는 이름 아래에 그렇게 될 예정이었던 자신.
처음 아이를 곁에 두기로 한 건 마족의 기운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일부러 제게 접근하려는 목적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고.
부관인 레본에게 전부 맡겨 뒀으면 편했을 텐데.
새근새근.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묘했다.
잘 웃고 잘 우는 어린애이면서 의외로 잡초처럼 강하다.
솔직한 말로 키리엘의 얼굴은 썩 상냥하다고 할 수 없었다.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은 대게 굳어 버리곤 했으니까.
수려하게 생겼다고 한들,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한 얼굴을 좋아하는 아이는 없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니는 그에게도, 험악하기 짝이 없는 제 아버지에게도, 그리고 자신을 내치는 앨런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손을 뻗는다.
활짝 웃는다. 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실상 보육원에서 자라, 개인 하녀나 호위 기사도 없어서 저 혼자 씻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인데.
칭찬 한 번, 관심 한 번이 고픈 아이.
그것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서슴없다.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이겠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누군가의 애정을 받고자 하는 것에.
“흠. 그래서 뭐 어쩔 겁니까? 공작 각하.”
성기사단장, 클라인의 말에 루드브리드가 팔짱을 낀 채 잠시 고민했다.
“일단…….”
아이의 말은 신빙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엘프는 완전히 그 모습을 감췄다. 정말로 마법처럼 사라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서식처가 정말로 던전화 되어 버려서 스스로 봉인하거나 아니면 던전 아래 어딘가에 갇힌 거라면?
아이의 상상이라기에는 다소 구체적이었던 터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클라인, 살라메. 둘 중 하나가 이 돌을 들고 이 돌이 있었다는 곳에 가서 수색을 해라. 나는 황제를 만나야겠어.”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큰 발견이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서 태어날 신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새로운 폭풍이 되리라.
“일단 아이는…….”
“전 이만 가 보죠.”
루드브리드의 말을 끊으며 키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루드브리드에게 향해 있던 시선이 모두 키리엘에게 향했다.
“그리고 앞으론 귀찮으니, 마족이 나타난 게 아니라면 굳이 부르지 마십시오.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고.”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제가 할 일도 없잖습니까. 저주에 걸린 듯한 기묘한 수정이 발견됐다고 해서, 마족의 것인가 싶어서 온 것뿐이니까요.”
“키리엘! 넌 대체 언제까지……!”
키리엘 유디아가 무심하고 차가운 낯으로 루드브리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 딸 잡니다. 소리 좀 죽이시죠.”
“딸은 무슨! 그 같잖은 소리를 아직도 하는구나! 여자랑 결혼이나 하고 말을 해라! 애초에 넌 누굴 돌볼 수 있는 놈이 아니다. 그 아이에게 보호자가 필요하다면 내가 돌봐 줄 녀석들을 알아볼 테니 너는……!”
“아버지는 누굴 돌볼 수 있는 사람이셨고요? 제가 양육권을 포기하면… 이 어린애를 또 영웅이니 대단한 능력을 가졌느니 떠들어 대다 등 떠밀어 사지로 내몰아 형처럼 죽이시겠군요?”
키리엘 유디아의 날 선 말에 좌중이 싸늘해졌다.
키리엘이 내뱉은 패륜적인 언사에 루드브리드 유디아가 딱딱하게 굳더니, 대번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놈……!”
“가 보죠.”
그가 휙 몸을 돌렸다.
“양육권은 개뿔이! 네놈한테도 양육권은 없다, 이 몹쓸 새끼야!”
루드브리드가 씩씩거리며 소리쳤으나, 키리엘은 코웃음을 치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