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30)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30화(30/125)
* * *
삑.
삐익.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에 버니가 침대 위를 데구루루 굴렀다.
눈두덩을 작은 주먹으로 북북 문지른 버니가 하품을 하며 비몽사몽 몸을 일으켰다.
삐익!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침대에 앉은 채 이쪽으로 흔들, 저쪽으로 흔들거리던 버니가 삐익! 또다시 들려온 소리에 가물가물한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꾸링내 버니 방…….’
며칠 전까지 번쩍번쩍 짱 넓은 키리엘의 방에 있었다가 돌아온 버니는 줄어든 생활공간을 가자미눈으로 슬쩍 바라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버니 공부해…….”
순위 올려서 완전 좋은 방 얻어.
삐이이익!
다시 들려온 소리에 버니가 고개를 툭 돌린 순간이었다.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흑염룡이 있어야 할 커다란 알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어? 흐겸룡…….”
흐겸룡 알 없어?!
산산조각? 밤에 도둑 들어써?!
“안 대!”
당황한 버니가 폴짝 뛰어내려 급히 커다란 알이 깨진 잔해 사이로 발을 들인 때였다.
삑!
산산조각 난 껍질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버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열심히 알 껍질을 뒤적거렸다.
포옹!
껍질들 사이에서 무언가 작고 복슬복슬한 것이 똑 모습을 드러냈다.
“흐겸…룡……?”
—이 아니라, 새……?
‘버니 흐겸룡…….’
안 새까매. 왼팔에 깃들지도 않았어.
“너 요기서 태어나써?”
“뺙!”
작은 몸집에서 나온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렁찬 소리침에 버니의 몸이 푸시식 녹아 흐물흐물해졌다.
바닥에 풀썩 엎드린 버니가 입술을 툭 내밀었다.
“흐겸룡이 아냐…….”
새빨갛다.
예전에 봤던 뱁새, 라고 부르는 생명체를 꼭 빼닮았다.
근데 새빨갰다. 뱁새는 새하얬는데 말이다.
머리 위에는 뭔가 앞머리처럼 깃털 두 개가 위로 쭉 뻗어 있고 노란색과 빨간색이 뒤섞인, 버니의 손바닥만 한 뱁새의 몸체만큼이나 긴 꼬리가 길게 늘어져서 살랑거리고 있다.
“왕 안 커…….”
왕 쪼끄매.
버니의 손바닥만큼 작았다.
“버니 망해써…….”
푸시식.
식어 버린 버니가 한숨을 폭 내쉬며 뱁새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서툴게 문질렀다.
“루리 거진말쟁이…….”
흐겸룡도 아니다.
하나두 안 대단해. 버니 완전 평범이 대써…….
‘까망이로 색칠하면?’
마침 버니는 까만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있었다.
‘아냐, 아야해.’
잠시 상상해 본 버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축 늘어졌다.
훌쩍.
코를 훔친 버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버니에게는 최강 무적의 루리엘과의 비밀 수첩도 있으니까.
‘루리 수첩, 어제두 버니한테 새 정보를 알려 줬지.’
오늘도 이걸 공자님에게 용돈과 함께 전달할 예정이었다.
버니가 두 손을 곱게 모아서 내밀자, 빨간 뱁새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버니의 손바닥에 톡, 하고 올라탔다.
루리엘의 수첩은 매일매일 이야기가 바뀐다.
어떤 날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새로운 정보를 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이런저런 얘기를 해 줄 때도 있었다.
한숨을 내쉰 버니는 오늘도 작은 다리를 쭉 뻗어 창문을 열고, 이불의 네 귀퉁이를 팡팡 잡아당겨 이불 정리를 끝냈다.
‘오늘은 새로 돈 버는 날!’
루리엘은 말했다.
버니는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만능… 엘터…이먼트인가가 되어야 한다고.
절대로 보호자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못난 아기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버니, 작지만 왕 큰 엘리먼트.’
훗.
코웃음을 친 버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도 버니는 밥값을 하는 훌륭한 어린이였다.
‘글자두 무려 3개나 외웠지.’
57개나 되는 문자 중에 무려 3개나 외운 것이다.
열심히 하면 분명히 머잖아 인간의 언어까지 마스터한 완전 천재 버니가 될 것이 분명했다.
“요기 가만히 이써.”
인형들 사이에 새를 내려 두고 히죽히죽 웃은 버니가 옷을 훌렁훌렁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버니가 도도도 달려가 욕실 문에 대롱 매달려 문을 열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에 버니가 욕실 문손잡이에 매달린 채 덜컥 굳었다.
“누구세여?”
제시인가? 아니면 로뎅이?
폴짝 뛰어내린 버니가 다시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하나하나 주워 입기 시작했다.
“앗, 키리엘 공자님의 명령으로 오늘부터 버니 아가씨를 도와드리러 온 하녀, 멜리사라고 해요. 혹시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넹! 잠깐만여!”
원피스를 바닥에 던지고 잘 편 다음 그 아래에 엎드린다. 그러고는 치마 아랫단을 들추고 작은 머리통을 쑤셔 넣은 뒤, 애벌레처럼 꾸물꾸물 움직여 머리를 구멍 밖으로 쏙 빼낸다.
그다음은 간단하다. 구멍을 찾아 양팔을 뿅! 빼내기만 하면 되니까.
“휴.”
바닥을 굴러다니는 팬티가 보였다.
버니는 그것을 툭툭 밀어 대충 침대 밑에 밀어 넣은 뒤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푸른 눈동자를 가진 예쁜 여자였다.
다갈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버니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췄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부터 버니 아가씨의 시중을 들게 된 멜리사에요!”
“앗, 안냥하세여. 저어는, 4살 버니임미다.”
“허억, 세상 미쳤네요. 레본 부관님 앞에서 드러누워서 떼를 쓰길 잘했어요. 하긴, 레본 부관님은 이런 나태한 상사의 부관 관두고 호위 기사에 지원하겠다고 하셨다가 키리엘 공자님께 이거 될 뻔하셨지만요.”
멜리사가 손날을 세워 제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이며 피식 웃었다.
버니의 고개가 살포시 기울어졌다.
이거?
헉. 목이 잘리는 건가?!
‘공자님… 역씨 피두 눈물두 없는 짱 쎈 아빠…….’
하지만, 내 아이에게만은 따뜻하지.
문득 떠오른 루리엘의 수첩에서 본 내용에 두근두근하던 심장이 포르르 가라앉는다.
버니가 눈을 깜빡이다가 입매를 살짝 굳히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냐, 버니 지금은 완벽 인간! 아무도 버니 왕 큰 대마왕 될 거라는 거 몰라.’
그러니까 아직 안심!
“아가씨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오늘은 조금 느지막이 왔는데…….”
멜리사는 시선을 굴려 빠르게 방 안을 훑었다.
열린 창문, 서툴게 정리된 이불, 침대 아래로 빼꼼 튀어나온 정체 모를 천 자락, 먼지투성이의 바닥과 구겨지고 더러워진 옷, 막 열린 듯한 욕실 문까지 한 번에 눈에 담은 멜리사가 해맑게 웃었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일찍 찾아뵐게요! 씻을 준비 하고 계셨나요?”
“헉……. 어떠케 아라써여? 메리사 대마법싸?”
“설마요. 저 마법에 재능이라곤 요만큼도 없어요.”
멜리사가 그렇게 말하며 버니를 달랑 들어 올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이 무게, 이 촉감. 이걸 공자님만 느끼셨다니 너무 불공평하네요. 일단 씻으실까요?”
“버니 혼자두 씻어여.”
“우와, 하지만 이제 아가씨가 되셨으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가씨!
버니의 눈이 반짝였다. 드디어 버니도 공작가 아가씨의 자리에 오른 게 분명했다.
“공자님은여?”
버니, 흑염룡 알에서 빨간 새가 태어났다고 말해야 하는데.
‘…근데 실망하면 어떡하지?’
버니가 열심히 말하고 다녀서 모두 흑염룡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텐데…….
‘실망하면 싫어…….’
버니가 손을 들어 코밑을 쓱쓱 문질렀다.
하는 수 없지.
‘…철저하게 숨긴다.’
아니면 저 빨간 털을 새까맣게 칠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가 흐겸룡이라고 속일 수 있을 테니까.
“공자님은, 방에 계실걸요? 웬일로 신전에 안 처박… 아니, 안 계시네요.”
다정하게 웃은 멜리사가 버니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할부지는여?”
“공작 각하께서는 오늘 황제 폐하를 뵈러 황성에 가셨어요.”
“황성! 인간 대빵이 있는 데!”
“오구, 맞아요! 폐하가 계시는 곳이랍니다.”
왕 커진 대마왕이 된 버니의 적!
버니가 물 빵야빵야로 쓰러뜨려야 한다.
“자, 일단 여기 들어가셔 손 만세 해 보실까요?”
“네엥.”
만세.
두 팔을 쭉 들어 올린 버니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자, 물 떨어져요~”
적을 쓰러뜨리기 전에 복복복복을 먼저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