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36)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36화(36/125)
* * *
색색거리며 잠을 자던 버니가 돌연 눈을 번쩍 떴다.
깜빡깜빡.
작은 눈이 연신 깜박이더니 이윽고 둥글게 휘어졌다.
‘지끈지끈 안 하고 뜨끈뜨끈도 안 해.’
자그마한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연신 문지르며 매만지던 버니가 폴짝 몸을 일으켜 앉았다.
“버니, 부활.”
주먹을 꼭 쥔 버니가 샐쭉 웃으며 좌우로 고개를 돌린 때였다.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
침대에 불편하게 앉아 엎드린 소년이 눈에 띈 탓이었다. 앨런이었다.
버니의 입가가 흐물흐물하게 풀어졌다. 버니는 작은 손을 뻗어 앨런의 머리에 톡 올렸다.
움찔.
버니의 손길에 어깨를 떤 앨런이 천천히 눈을 떴다.
“쪼은 아침. 애런.”
“너……!”
버니의 목소리에 벌떡 고개를 든 앨런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버니에게 달려들어 버니를 확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애, 애런? 숨 막…….”
“너… 너. 너 죽는 줄 알았어. 왜 혼자 간 거야! 나중에 같이 가자고 했잖아. 아니, 아니… 이게 아니라…….”
버럭 소리를 지른 앨런이 횡설수설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을 본 버니가 찹! 작은 손으로 앨런의 뺨을 때렸다.
살짝 얼얼한 감각에 앨런이 눈을 크게 뜨며 버니를 봤다.
앨런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미안. 미안해. 나도 같이 갔어야 했는데……. 네가 그런 위험하고 죽을지도 모르는 병에 걸릴 줄 알았다면…….”
버니 완전 건강인데.
앨런의 말에 버니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네가 마기를 흡수해서 정화하는 종류의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어.”
버니 신성력 없는데.
“심지어 타고난 신성력의 격이 높아서 외부 신성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줄은……”
그건 버니 마족이니까…….
“내 동생이 엄청나게 세지만 병약한 인간인 줄은 몰랐어…….”
버니 마족…….
“황태자도 아파 보여서 치료해 준 거지? 네 몸을 희생해서… 마기를 받아들이고 정화한 거야.”
자신을 끌어안은 앨런의 말에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어려운 말이 잔뜩이라 이해한 게 반, 이해하지 못한 게 반 정도였다.
‘버니, 잠깐 자고 일어났더니 뭔가 엄청난 사람 되어 있어.’
버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앨런의 품에 안긴 채 생각했다.
루리엘이 그랬다. 버니는 특별한 아가 마족이라서 마기에 너무 노출이 되면 안 된다고.
루리엘과 헤어지는 이유도 그래서라고 했다. 어른이 되면 무척 강해지겠지만, 지금은 아기라서 안 된다고 말이다.
“버니 갠차나.”
버니가 짧은 팔로 앨런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앨런의 눈이 훅 커졌다.
“괜찮지 않아. 이 멍청이가……. 이틀이나 안 일어나서 걱정했다고.”
“아니, 정말 갠찬…….”
왜냐하면 버니는 아가 마족이지만, 일단 마족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마기를 알아서 소화할 거라고 했다.
다만, 그때까지 엄청나게 지끈지끈하고 뜨끈뜨끈해서 힘이 없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빨리 안 지끈지끈해졌어.’
예전에는 일주일도 더 넘게 지끈지끈해서 너무 슬펐는데 말이다.
‘버니, 어쩌면 성장했을지도.’
새하얀 빛에 맞아도 가루가 되지 않았으니까, 분명히 엄청나게 성장한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일주일이 아니라 이틀 만에 눈을 뜬 거다.
“아, 아, 아버지도 너 많이 걱정했어.”
“…웅? 아버지?”
“……응.”
어딘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듬거리며 내뱉은 말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애런, 아빠 생겨써?! 우아아… 킹왕짱이다. 추카해!”
화악 밝아진 얼굴로 축하를 건네는 버니의 말에 앨런이 눈을 크게 떴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
“뭐? 네 아버지기도 하잖아. 그, 고, 공자님…….”
“공자님……? 버니 보호자.”
“공자님이 공자님이라고 부르지 말래. 남 같다고…….”
앨런이 뺨을 붉게 물들인 채 말했다.
툭.
앨런의 머리에 누군가의 커다란 손이 내려앉았고, 버니와 앨런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아! 공자님! 안냥하세여!”
“안녕. 너도 슬슬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건 관둬. 공자님, 공자님 불러 대는 건 겁 없는 내 부관과 주변 인간들로 충분하니까 말이야.”
나른하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려왔다.
키리엘은 언제나 무표정하지만 목소리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버니는 그 특유의 나른하고 느긋한 음색을 좋아했다.
“자식놈들에게까지 듣고 싶진 않아.”
키리엘의 말에 버니가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툭 기울였다.
“버니가 공자님, 아빠라고 부르면 조아여?”
돌직구를 던지는 버니의 말에 키리엘이 멈칫하더니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버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버니의 짱 쎈 아빠에여?”
“내가 좀 세긴 하지.”
“버니 공자까 아가씨?”
“그렇지.”
“막 쪼꼬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버니에게 주어라, 해여?”
루리엘이 얘기해 줬던 동화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에게도 짱 센 아빠가 있으면 해 보고 싶었던 목록을 열심히 읊조리는 버니의 모습에 키리엘이 나직하게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앨런을 달랑 들어 무릎에 앉히더니, 버니도 반대편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앨런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확 달아올랐고, 버니의 뺨은 기쁜 듯 발그레 상기되었다.
“그런 걸 원했어? 내 딸이 원하면 해 줘야지.”
키리엘의 말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버니, 애교애교 작전 성공?!
훗.
‘역시 버니, 완전 천재.’
불가능한 게 없는 천하무적의 대마왕.
조아, 합격.
“아빠!”
결론을 내린 버니가 키리엘에게 덥석 매달려 그를 끌어안았다.
폴짝 뛰어 제 목에 팔을 휘감아 매달리는 버니의 활짝 웃는 얼굴에 키리엘의 눈이 살짝 커졌다.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
가슴 안쪽에서부터 무언가 꽉 차오르는 듯한, 속을 메우는 것 같은 충만함에 키리엘은 말없이 제 품에 안긴 아이를 보았다.
두 아이의 온기가 여과 없이 제게 전해져 오는 것은 키리엘을 기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했다.
“나는?!”
앨런이 돌연 소리쳤다.
버니가 바라보자, 소년이 말을 덧붙였다.
“나도 오, 오라버니라든가 오빠라든가…….”
시뻘건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앨런을 본 버니의 머리 위로 전구가 번뜩였다.
오라버니? 오빠?
주인공이 무슨 짓을 해도 주인공을 둥기둥기 해 주는 오빠?
‘버니, 앨런한텐 애교애교 작전 안 했는데 함락시켰어?’
버니 너무 천재라서 조금 곤란해.
‘이러다 버니, 아가 마족일 때 인간계 정복하면 어떡하지?’
버니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 * *
시험의 저택 한쪽.
품에 무언가를 한가득 안아 들고 앨런과 함께 버니가 뽀짝뽀작 걸어 나타나자, 시험의 저택 로비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쓱 돌아갔다.
버니가 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땀을 닦는 시늉을 하더니 적당히 자리를 잡고 이내 작은 돗자리를 깔기 시작했다.
앨런이 옆에서 버니를 도와 뭔가를 내려놓고 산처럼 쌓기 시작하더니, 이내 두툼한 종이 뭉치를 돌돌 감아 버니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윽고 버니가 고개를 들고 종이 뭉치로 탁탁 바닥을 두드렸다.
“자 나리면 날마다 오는 맛또리가 아님미다!! 두리 먹다 하나가 쥬거도 모르는 졸마탱 간식. 오늘만 단던 열 깨!!”
“삐익! 삐익!”
빨간 뱁새도 버니의 어깨 위에서 파닥파닥 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관 근처에서 의미 없이 서성거리고 있던 아이들이 달려와서 줄을 섰다.
“나! 나 먹을래! 2개!”
“나도! 난 3개! 하녀랑 기사도 하나씩 줄 거야!”
“야, 너네 줄 제대로 서. 밀치지 말고. 그러다 ‘내 동생’ 다치게 할 생각이냐?”
앨런이 옆에 서서 엉망이 되어가는 줄을 바라보며 서슬 퍼런 목소리로 소리치자, 아이들이 멈칫하더니 짜증 난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앨런의 안내에 따라서 순순히 줄을 제대로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