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37)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37화(37/125)
버니가 시험의 저택 현관의 구석진 곳에서 좌판을 깔고 음식을 판 지도 벌써 열흘째였다.
그리고 그사이 한 번 소란이 일었었다.
엉망이 되어 가는 줄에 정신없어 보이는 버니를 도와주고자 줄을 통제하는 앨런에게 누가 재수 없는 짐승 새끼라고 소리쳤다가, 버니에게 구매 불가 통보를 받은 것이다.
“너한테 안 파라.”
“뭐? 왜?! 돈도 있다고!”
“애런, 버니 오빠. 나뿐 말 못댄 말 하는 입이 새까만 쓰레기 안 바다여.”
“그딴 게 어딨어! 쟤가 짐승인 건 사실이잖아. 애초에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고……!”
덩치가 두세 배는 더 큰 소년의 말에 버니가 뭐라고 했던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코웃음을 치더니 어깨를 으쓱이곤 고개를 휙 돌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 몬생겨서 시러. 몬생긴 거 인간 아냐. 애런 잘생겨써.”
“하아?! 너 뚫린 입이면 단 줄 알아?!”
“너두 버니 오빠 인간 아니라며. 너두 몬생겨서 인간 아냐. 꺼뎌. 몬생긴 대지. 버니 예뿌고 잘생긴 것만 볼 거야.”
“지는 뭐 얼마나 예쁘게 생겼다고! 너도 터진 반죽처럼 개못생겼거든?!”
“웅. 버니 킹왕짱 귀여. 너 얼굴 개폭망.”
시험의 저택 내에서도 순위가 20위쯤 되는, 버니보다도 훨씬 더 큰 녀석이 어휘도 어순도 심지어 발음조차 완벽하지 못한 버니에게 탈탈 털려 패배하는 것을 보곤, 아무도 앨런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됐다.
뒤에서 욕을 하면 모를까, 대놓고는 입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뒤로 앨런은 버니를 ‘내 동생’, ‘내 동생’이라 불러 대며 한층 더 어깨를 쭉 펴고 목소리를 높였고 말이다.
과보호를 넘어선 엄청난 과보호였다.
“한 사람당 최대 3개까지만이야. 사람이 늘어나서 어쩔 수 없어.”
앨런의 말에 여기저기서 불평이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도 아예 못 먹게 되는 것보단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게 더 나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버니가 파는 ‘뱅글뱅글 감자’는 정말 엄청나게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 이틀 정도 팔았던 ‘고구마 꿀 절임’은 이미 먹어 본 아이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였고 말이다.
오죽하면 버니와 그렇게 크게 싸웠던 소년이 뱅글뱅글 감자가 자꾸만 생각나서 사과해야 하나 싶어서 끙끙 앓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그뿐이랴.
종종 메뉴가 바뀐다는 소문도 있어서, 매일매일 오후 5시쯤 되면 현관에서 의미 없이 서성거리는 아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뱅글뱅글 감자는 긴 나무 꼬챙이에 감자를 둥글둥글하고 얇게 깎아서 한 줄로 주르륵 꽂아 튀긴 뒤, 설탕이나 달콤한 옥수수 가루를 뿌려서 먹는 음식이었다.
‘루리가 알려 준 비장의 음식이지.’
감자를 둥글둥글 끊기지 않게 써는 법은 루리엘에게 배웠다.
버니는 하나만 보면 열을 깨우치는 천재 중의 천재니까!
버니는 눈이 좋았다. 한 번 본 건 금세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루리엘이 몇 번이고 만드는 걸 봤던 요리도 천재다.
물론 불은 어린 아가가 사용하면 레드 드래곤이 나오니 아무래도 혼자서 쓸 수 없지만 말이다.
한 차례 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뒤 버니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저도 하나만 주시겠습니까? 아가씨.”
“제씨!”
“여기 10 로스트죠?”
“네엥!”
버니가 뱅글뱅글 감자를 하나 쥐고 제시에게 내밀었다.
짤랑짤랑 가득 찬 동전 바구니를 보며 버니가 히히 웃었다. 이제 겨우 세 개 남았다.
‘버니 거 하구, 멜리사 거 하구, 앨런 거 하구…….’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무려 장사를 시작한 지 40분이나 된 탓에 버니는 무척 피곤했다.
흐아암.
하품을 한 버니가 눈두덩을 비비며 슬슬 가자고 하려는 때였다.
“안녕, 사촌 동생님. 나도 세 개만 줄래?”
“네엥.”
또다시 찾아온 손님에 버니가 대답하며 고개를 갸웃한 때였다.
“사촌 동생?”
“응. 너희가 이번에 작은아버지가 입양한 방계 애들이지?”
가무잡잡한 피부에 은빛 머리카락, 푸른색 눈동자.
척 보기에도 덩치도 키도 큰 소년이었다. 앨런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컸다는 말이다.
“인사하고 싶어서 왔어. 맛있는 걸 판다는 소문도 자자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멍청하게 보여서 좀 신기하긴 하네.”
“잉?”
뱅글뱅글 감자를 건네준 버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방금 잘못 들었나?
버니가 귀를 벅벅 문질렀다.
바사삭.
버니가 건넨 감자를 한 입 베어 문 소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오, 생각보다 맛있네. 수준 떨어지는 음식일 줄 알았는데 의외야. 아, 반가워. 나는 칼바드 유디아. 성기사단장 클라인 유디아의 아들이야. 너희랑은 사촌지간이 되는 거지.”
버니가 눈을 끔뻑거렸다.
묘하게 저 말에 기분이 나쁜 이유는 무엇일까?
버니가 심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자 앨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가 여기까진 왜 왔어? 괜한 소리 하지 말고 꺼져.”
“가문에서 기르는 짐승이 말도 하네? 솔직히 네가 입양될 줄은 몰랐는데… 숙부께서도 특이하시지. 그보다 많이 컸네. 눈도 제대로 바라보고. 순위전 때 처맞은 걸론 교육이 덜 됐나.”
시종일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인데,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뾰족뾰족 가시가 돋아 있는 것 같다.
“말했잖아, 그냥 얼굴 보러 왔다고. 우리 막내 사촌 동생도 보고 싶었고.”
허리를 숙인 소년, 칼바드가 버니의 머리카락을 슥슥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버니의 눈썹이 삐쭉삐쭉 위로 솟았다.
‘버니, 얘 싫어.’
“그나저나 사생아라서 이런 구질구질한 음식을 파는 건가? 어울리긴 하네. 바닥에 주저앉아서 물건 파는 게. 아무튼… 신수 소환식도 끝났으니 조만간 순위 결정전인데 그때 나오겠네?”
순위 결정전?
버니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버니는 물끄러미 칼바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앨런의 옷자락을 쭉쭉 당겼다.
“왜? 버니.”
앨런이 딱딱하게 굳은 버니를 보더니, 무릎까지 꿇을 기세로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추고는 활짝 웃으며 물었다.
그에 칼바드가 멈칫했다.
‘뭐야, 얜. 맨날 강한 척하면서 고개 숙이고 다니던 놈이…….’
언제 이렇게 만면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 웃을 수 있게 된 거지.
주먹을 꽉 쥔 칼바드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더니 피식 웃었다.
“이제 갈래. 버니 인간어 곤부 시간.”
“그래! 가자. 아빠한테 갈 거야?”
“움. 아니, 버니 방.”
“그래, 데려다줄게.”
웃는 얼굴로 시종이라도 된 것처럼 버니 대신 짐 정리를 전부 한 앨런이 버니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너 사람을 무시하는 거야?”
“웅.”
짧게 대답한 버니가 손가락을 좌우로 쯧. 쯧. 쯧. 흔들어 보였다.
“버니, 나뿐 말 하는 바부랑 대화 안 해. 어른이니까!”
훗.
얄밉게도 웃어 보인 버니가 휙 몸을 돌렸다.
그 뒤를 후다닥 쫓아가 작은 손을 맞잡는 앨런을 본 칼바드의 얼굴이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