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4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41화(41/125)
버니가 고개를 돌렸다.
“아빠.”
“위험하니까 아빠가 올려 줄게. 가만히 앉아 있으렴.”
“네엥.”
순식간에 겨드랑이가 붙잡혀 들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의자에 앉혀졌다.
아래에서 볼 땐 몰랐는데 뭔가 의자에 잔뜩 놓여 있었다. 앉으니 버니도 키리엘과 비슷한 높이가 되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했단다.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편히 말하렴.”
“넹.”
버니의 대답에 황제가 부드럽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하녀와 시종들이 나타나더니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음식을 가득 채워 주기 시작했다.
“우아…….”
고기와 디저트를 비롯해서 화려하게 생긴 빵까지 음식들이 가득했다.
공작가에서 아빠랑 먹는 식사는 꽤 조촐했었는데, 여긴 상다리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났다. 심지어 한쪽에는 초콜릿 분수까지 있었다.
‘버니… 역시 아빠 바꿔?’
아니, 하지만 인간 대빵은 미래의 버니 적이니까.
‘하는 수 없지.’
고민 끝에 버니는 황제를 아빠로 삼는 걸 포기했다.
“내 아들을 구해 줘서 고맙구나. 무슨 말로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초대를 했단다.”
버니가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꿀처럼 다정하게 반짝였지만, 버니는 물끄러미 눈을 깜빡이며 그걸 바라보았다.
‘가짜 웃음.’
버니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버니는 따뜻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었다.
루리엘과 함께하는 내내 버니는 많은 인간을 보았다. 그들에겐 모두 각자 다른 온도가 있었다.
‘아빠는 따뜻. 미래의 대빵도 따뜻.’
천천히 시선을 옮겨 가며 생각하던 버니가 다시 황제를 보았다.
‘인간 대빵… 미지근.’
버니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다정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버니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어쩌다 우리 아들을 돕게 된 거니? 버니.”
황제의 말에 키리엘의 미간이 설핏 좁아졌다.
또 저 뱀 같은 인간이 호기심을 가지고 버니를 캐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탓이다.
“아가 대빵이 주그면 아빠 대빵이, 엄마 대빵이 슬퍼여. 혼자는 슬푸니까.”
손을 뻗은 버니가 하나둘 올라오고 있는 음식들 사이에서 달콤해 보이는 초코칩이 콕콕 박힌 쿠키를 쏙 집으며 말했다.
황제의 눈이 순간 커졌다. 키리엘이 손을 뻗어 초코칩 쿠키를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으잉?!”
“쿠키는 밥 먹고 먹어.”
“…힝.”
버니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비죽였다.
키리엘은 단호하게 쿠키를 다시 내려 두었다.
“내 아들이 죽을 것 같았니?”
“열 밤 자면 주거쓸지두…….”
버니의 말에 황태자, 로엘의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실제로도 그는 몇 번이고 그 죽음이라는 것을 문턱에서 느꼈으니까 말이다.
‘저 애가 아니었으면 난 이미…….’
꿀꺽.
바짝 긴장한 로엘이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실제로도 이미 심장도 먹히고, 마기가 머리까지 침식하기 직전이었다. 마기가 전신을 집어삼키면 인간은 살 수 없다.
버니는 올라오는 음식들을 보며 발을 동동 굴리며 생각했다.
“그랬구나. 네게 아주 큰 빚을 졌구나.”
황제의 말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빚!’
빚이 있으면 버니, 황제를 쫓아다닐 수 있다. 빚이 있는 사람은 쫓겨 다니는 게 당연하니까. 원하면 뭐든지 줘야 하는 것이 빚이었다.
“킬킬킬. 인간 대빵! 빚을 진 버니에게 인간계를 내놓거라!!”
“흑흑. 이럴 순 없어. 인간계를 이렇게 뺏길 순 없단 말이다! 이 빚만 없었다면……!!”
버니의 상상 속에서 황제가 무릎을 털썩 꿇고 인간계를 가져다 바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상상하는 버니의 입술이 히죽히죽 올라갔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한참 상상 속에 푹 빠져 있던 버니가 순간 들린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곤 고개를 휙 돌렸다.
‘찌릿찌릿.’
마족은 악의에 예민하다. 특히나 어린 마족은 더욱 예민했고 말이다.
악의.
그것은 마족에게 있어서 양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인간의 악의란 마족에게 있어서는 달콤한 식량과도 같다. 마족은 악의가 피어나는 인간을 찾아내 그를 타락시켜 그 영혼을 씹어 삼키는 계약을 맺고는 했으니까.
계약을 맺지 않아도 악의를 가진 인간은 쉽게 파고들 수 있어서 마족이 특히 좋아했다.
타인의 악의에 예민하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을 금세 탐지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버니의 눈이 순간 세로로 쭉 찢어졌다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본 사람은 버니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맞은편에 앉아서 버니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소년뿐이었다.
“일단 공을 치하하는 건 이따 하고 식사부터 들지. 맛있게 먹으렴, 버니.”
황제가 식기를 드는 순간이었다.
버니가 손을 들어 짧은 검지로 황제가 손에 쥔 식기를 가리켰다.
자른 고기를 입에 넣으려던 황제가 멈칫했다.
“아빠, 저거 나뿐 거.”
“뭐?”
버니의 말에 키리엘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삐익!”
버니의 의지를 느끼기라도 한 듯 노란 병아리 가방에서 뽕! 튀어나온 붉은 뱁새가 파닥파닥 날아올라 그대로 황제가 손에 쥐고 있는 포크를 작은 몸으로 몸통 박치기를 해 툭 쳐서 떨어뜨렸다.
툭.
데구루루.
포크가 떨어…….
“앙 대, 내 흐겸료오오옹!!”
-지는 대신 흐겸룡이 떨어졌다?!
버니는 황제가 단단하게 쥔 포크와 부딪친 뒤 테이블 위에 나동그라진 뱁새를 보곤 “흐엥!” 소리를 내지르며 양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버둥거렸다.
툭.
커다란 손이 앞으로 쭉 뻗어가더니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는 빨간 뱁새를 주워 버니의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버니 흐겸룡…….”
커다란 손이 버니의 머리 위에 놓였다.
고개를 든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키리엘의 눈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던 탓이다.
키리엘의 푸른 눈동자가 식탁 위를 쓱 훑는다.
“식기에 독이 묻어 있습니다.”
“아빠, 눈 파랑이여.”
버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에서 스르륵 색이 빠지는가 싶더니, 곧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황제가 식기를 내려 두곤 미간을 찡그리며 손가락을 까딱했다.
“새로 준비하겠습니다.”
시종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화려하게 차려졌던 식사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깥에서부터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독살이라니 무슨…….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여기에 계속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저는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주방에서 나간 적이 없다고요!!”
쾅!
온실로 끌려 들어온 남자는 요리복을 입은 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에 버니가 목을 움츠리며 키리엘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았다.
“폐하.”
“이런, 미안하군. 열이 받아서 아이 생각을 하지 못했네. 버니, 괜찮다면 다른 데 가 있겠느냐?”
“…….”
키리엘의 옷자락을 꽉 붙잡은 버니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빠랑 이쓸래여…….”
버니의 말에 키리엘의 눈이 살짝 커졌다. 키리엘은 입가에 미미하게 호선을 그리더니 아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버니의 시선이 무릎을 꿇고 있는 요리사에게 향했다.
그때였다. 돌연 버니가 요리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얘, 나뿐 인간 아니에여.”
“아니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니?”
“찌릿찌릿 안 해여. 나뿐 인간 찌릿찌릿해.”
아이의 말에 키리엘이 미묘한 낯으로 요리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