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53)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54화(53/125)
“버니!”
“애런!”
식사는 늘 키리엘의 방에서 함께하고는 했다.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앨런이 버니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너무 늦어서 걱정했잖아.”
“웅, 쪼꼬 나눠 줘써.”
“아, 그걸 계속 나눠 주고 다닌 거야? 아까 나 수업 끝났을 때부터?!”
앨런이 입을 떡 벌렸다.
그 말인즉 벌써 몇 시간째 계속 돌아다녔다는 뜻이 아닌가.
앨런은 물론이고, 키리엘도 놀란 듯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계속 말인가?”
“넹.”
키리엘이 버니를 다른 의자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의자에 앉혀 주며 입을 열었다.
“버니, 왜 갑자기 말도 없이 초콜릿을 사러 다녀온 거지?”
“버니가 일 번으로 먹구 시펐던 쪼꼬에여.”
“아빠랑 같이 가지 그랬니. 개인적으로 용돈을 준 적은 없는데 돈은 어디서 났고?”
“버니 돈 잘 번다여.”
오늘도 콧대가 솟은 버니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키리엘이 작은 한숨과 함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그걸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 축하해 달라고 했잖아. 뭘 축하해 달라고 한 거야?”
호기심이 동했는지 앨런이 물었다.
버니는 눈앞에 있는 음식들을 열심히 시선으로 훑더니, 잘 잘린 고기를 포크로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우웅. 버니 탄생한 날.”
“…뭐?”
“뭐라고?”
“네?”
앨런과 키리엘은 물론,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레본까지 동시에 반문했다.
“넌 또 왜 여기에 있어?”
“시키신 일을 다 해서 보고 차원에서 왔습니다. 저도 퇴근해야죠. 그보다 버니 아가씨, 오늘 생일이셨습니까?”
“아니잉, 탄생한 날!”
“그게 그러니까 탄생한… 그러니까 오늘 세상에 처음 태어나셔서 숨을 쉬셨다는 말씀입니까?”
“네엥.”
고개를 끄덕인 버니가 입에 고기를 넣고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부들부들한 고기가 사르르 녹아 입안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공작가 아가씨 최고.’
고아원에선 씹어도 씹어도 씹히지 않는 고기만 나왔었는데.
“버니가 뿅 하고 나타난 날이니까 버니가 먹구 시픈 선물 주면서 추카받는 날이래써여.”
“…….”
“버니는 추카받을 날이 쪼끔이래써여. 이제 다음까지만 추카래여.”
루리엘이 말했다.
버니는 특별한 아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어려울 거라고.
하지만 루리엘이 사랑했고, 훌륭한 어른이 되어 대마왕이 되면 많은 마족들이 좋아해 줄 거라고 했다.
‘버니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이 아니라서…….
우물우물 고기를 씹던 버니가 포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잠깐, 생일이라는 건 왜 얘기하지 않은 거니? 버니.”
“잉? 방금 말해써여.”
“아니, 왜 초콜릿을 줄 때 생일이니까 축하해 달라고 하지 않은 건지 묻는 거란다.”
키리엘의 설명에 버니의 고개가 재차 기울어졌다. 왜냐하면 축하는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버니 추카받아써여! 애런두, 아빠두, 레봉두 버니 쓰담쓰담 추카추카 해 줬는데.”
키리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앨런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생일… 그러니까 너한테 줄 선물도 준비 못 했는데……!”
“갠차나.”
에헤잉.
그것도 모르냐는 듯 버니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자, 세 사람의 얼굴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앨런의 얼굴은 일그러지기까지 했을 정도다.
“버니 탄생일 별루 중요 아니니까.”
활짝 웃은 버니가 내뱉은 말에 키리엘은 심장이 조이는 것 같은 지끈거리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제 심장께를 꾹 눌렀다.
침묵이 내려앉은 식탁엔 오래도록 버니가 식기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따님.”
“네에.”
“순위 결정전이 끝나면 선물을 준비하마. 제대로 된 생일 파티도. 그러니까… 오늘 축하는 취소다.”
버니의 생일 발언 이후 침묵에 잠겨 있던 식탁에 키리엘이 툭 말을 던졌다.
물론, 어려운 키리엘의 말을 대충 스르륵 흘려 넘긴 버니의 귀에 들어온 것은 ‘축하 취소’라는 단어밖에 없었다.
버니가 경악하며 입을 떡 벌렸다.
“버니, 추카 취소?!”
“그래, 나중에 제대로 축하해 줄 테니까 오늘 축하는 없었던 거야. 일단 바쁘니 먼저 가 보마.”
“잠깐, 나도! 나도 네 생일 제대로 준비할 거니까 축하 취소야!!”
경악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키리엘이 자리를 피하자, 앨런도 펄쩍 뛰며 소리치곤 방을 뛰쳐나가 버렸다.
타다다닥.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에 버니가 울상인 낯으로 손을 뻗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레본이 다가와 버니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돌린 버니가 애처롭게 떨리는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레봉두……?”
“아뇨. 저는 비겁하게 축하 취소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한 건 사실 버니 아가씨의 탄신일 축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쪼꼬를 받은 쪼꼬 기념일이었죠.”
“쪼꼬 기념……?”
“탄신일은 며칠 뒤에 한 번 더 성대하게 축하해 드리겠습니다.”
레본의 말에 버니가 철퍼덕 테이블에 얼굴을 묻었다.
“일단 방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여기가 식당인 줄 알고 자기 방에서 도망쳐 나간 상사분께서 밖을 더 서성이시기 전에요.”
“…먹튀야?”
루리엘이 그랬다. 받기만 하고 주지도 않고 도망가는 사람을 먹튀라고 한다고.
“네? 먹튀가 뭔가요?”
“아빠랑 애런… 먹튀여써…….”
한숨을 푹 내쉰 버니는 축 늘어진 채 레본의 품에 안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탁.
방으로 돌아온 버니가 일기장을 펼치자, 새하얀 종이 위가 일렁거리며 검고 꼬불거리는 글씨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신 축하드려요, 아기님!
“루리이이…….”
버니가 검은 토끼 인형, 토토를 끌어안은 채 울상을 지었다.
축하 취소라니!
먹튀라니!
이런 억울한 일이 세상에 존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해생할이는 더러버…….”
아빠랑 앨런만큼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배신을 당한 것이다.
“삐익.”
“흐겸룡…….”
또 다른 팔로 흑염룡을 끌어안은 채 엎드린 버니가 한숨을 쉬며 세상의 부조리함과 더러움과 비겁함에 한탄했다.
아가의 뒤통수도 치는 사회생활이란!
세상의 더러움을 몸소 깨우친 버니는 엎드린 채 축하한다는 말이 크게 적힌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히히 웃었다.
우리 아기님께서 벌써 5살이 되셨네요. 선물도 주고 축하랑 칭찬도 많이 받으셨나요? 아기님이 8살이 되셨을 때 공작가에 새로운 아이가 올 테니까 아기님이 축하를 받으실 수 있는 건 내년까지예요. 그러니까 많이 많이 받아 두세요.
“추카 취소당해써…….”
다시 생각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억울함에 버니가 작게 중얼거렸다. 심지어 빼앗긴 팡팡 쪼꼬도 다시 돌려받지 못했다.
‘밥 먹고 돌려준다고 했었는데…….’
거짓말이었다!
‘버니… 쪼꼬도 못 먹은 불행한 어린이.’
대마왕이 되는 과정이 이렇게 험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새로 오는 아이는 인간이니까 인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주변이 조금 아기님께 관심이 없어져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기님이 어른이 됐다는 증거니까요! 말씀드렸죠? 어른은 혼자서도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존재라고요.
“네엥.”
사각사각.
종이 위로 슬금슬금 떠오르는 글씨를 따라 버니의 눈이 열심히 움직였다.
‘루리 천재.’
루리엘은 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아는 것처럼 글을 적고 있었다. 그것이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버니는 엎드린 채 연신 다리를 동동 굴렀다.
애교애교 작전은 잘되어 가고 계신가요? 알려드리는 정보도 열심히 건네주고 계시죠?
“네엥.”
투자 정보는 특히나 여러 사람들에게 말해 두세요! 아기님의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하니까요. 나중에 외로워지지 않게요.
“움움.”
버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루리엘의 말은 옳았으니까. 분명히 루리엘의 말대로만 한다면, 늘 좋은 결과만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려요, 아기님!! 내년에도 축하해 드릴게요!! 꼭 그때도 수첩을 열어 주세요!!
“넹!”
더 이상 글씨가 생겨나지 않는 것을 보며, 버니는 수첩을 다시 닫아 주섬주섬 토토의 배 속에 쏙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