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0)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61화(60/125)
“…….”
뭔가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의 버니가 당당한 낯으로 루드브리드를 바라봤다. 그에 루드브리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힐긋 펠을 보았다.
펠이 눈치껏 입술을 달싹여 ‘인사말’ 하고 눈치를 주자 그제야 루드브리드가 입을 열었다.
“아.”
루드브리드가 작은 탄식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항상 제대로 인사를 건넨 적이 없었음을 떠올린 것이다.
“크흠. 언제 이렇게 똘똘해졌느냐. 역시 내 손녀, 훌륭하구나.”
루드브리드가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여러 차례 헛기침을 한 끝에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소소한 일로 칭찬하는 일이 무척이나 낯설었던 탓이다. 오죽하면 이 나이에 목덜미까지 뜨끈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에 버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 크흠. 글자도 벌써 뗐다고 들었는데 맞느냐?”
루드브리드의 말에 버니의 얼굴이 한층 더 확 밝아졌다.
버니가 히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넹! 버니 완벽 마스터!”
“그래, 훌륭하구나. 일단 여기 와서 간식 먹으렴.”
“버니 애기 아니라 안 머거여.”
“음…….”
분명히 비슷한 일이 일전에도 있었던 것을 떠올린 루드브리드가 턱을 문질렀다.
“애기 아니어도 먹는단다. 봐, 할아비도 먹잖니.”
과자를 가져가 한입에 넣는 루드브리드의 모습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버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버니 안 혼내여?”
“혼내? 내가 왜 혼을 내느냐.”
“꾸키 허락 업씨 머그면 혼낸대여. 왕창 소문나써여.”
두 팔을 쭉쭉 뻗어 가며 큰 원을 그리더니 내뱉은 버니의 말에 루드브리드가 멈칫했다.
“왕창…….”
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루드브리드는 제 입가를 두어 차례 문지르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소문이 났다는 건지는 알겠다.
‘허락도 없이 과자를 먹는 놈을 크게 혼낸 적이 있었지.’
이게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어쩐지 저번에도 비슷하게 과자를 먹질 않더니…….’
이런 이유였다면 대충 이해가 됐다.
생각해 보면, 사실 그렇게 혼을 낼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버니가 유독 어리고 작아서 그렇지 다른 아이들도 아직 한참 어린아이들이니, 어쩌면 먹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
“이번엔 허락했으니 먹어도 된단다. 혼 안 내마.”
루드브리드의 말에 버니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러더니 냉큼 시선을 내려 가지각색 종류별로 있는 간식들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감삼미다.”
꾸벅 고개를 숙인 버니가 초콜릿이 가득 박힌 쿠키를 가져가 입에 쏙 넣었다.
루드브리드의 입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손을 뻗은 그가 버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순위가 결정됐단다. 네게 알려 주려고 불렀지.”
“순이!!”
버니가 눈을 반짝 빛냈다.
아이의 입가와 손가락에 묻은 부스러기를 손수건으로 닦아 주며 루드브리드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펠이 무언가가 가득 담긴 은쟁반을 가지고 오더니 테이블에 내려 두었다.
은쟁반 위에는 은색으로 된 작은 팔찌와 주먹만 한 커다란 성력석, 그리고 열쇠가 올려져 있었다.
“1등에게 주어지는 돈이 담긴 계좌와 부상으로 주어지는 성력석, 그리고 상위권만 사용할 수 있는 저택의 열쇠란다.”
버니가 고개를 툭 기울였다.
“일뜽이여?”
“그래.”
“……일뜽?”
“오냐.”
“진짜 버니 일뜽이에여?”
“그렇단다.”
툭, 데구루루.
버니의 손에 들려 있던 과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버니가 입을 떡 벌렸다.
“불사조로 훌륭하게 앨런을 살리지 않았느냐. 크흠. 순위 결정전은 신수와 그것을 다루는 주인이 얼마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니 네가 1위란다.”
“버니 일뜽!!!”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버니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동 굴렀다.
‘버니가 1등!’
역시 왕 큰 버니!
루드브리드가 버니의 손목에 팔찌를 채워 주었다. 커다란 팔찌가 버니의 손목에 맞게 쏙 줄어들었다.
“이건 은행이나 물건을 살 때 가맹점에선 돈이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팔찌란다. 실제 돈은 신성 은행에서 찾을 수 있고.”
팔찌를 채워 준 루드브리드의 설명에 버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으냉이랑 가맹이가 지푸라기로 만든 팔찌?’
근데 지푸라기 팔찌에서 돈을 찾을 수 있어?
버니의 눈이 반짝 빛났다.
“돈 나오는 팔찌에여?”
“…비슷하지?”
장황한 설명이 한 줄로 응축되자, 루드브리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
버니가 마저 쿠키를 삼키곤 소파에서 뛰어내린 때였다.
“삑!”
버니의 어깨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흑염룡, 아니, 불사조가 날아올라 버니가 받은 성력석 위에 턱 내려앉았다.
“흐겸룡?”
버니의 부름에 불사조가 “삑!” 울음을 터뜨리며 짧고 작은 날개를 쫙 펼치더니 성력석을 냉큼 끌어안았다.
그러자 성력석이 새하얀 빛을 뿜어내더니 곧 새하얀 빛의 가루가 되어 불사조의 몸에 스며들었다.
화르륵.
이윽고 불사조의 몸에 불이 붙더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겸료오오옹!!”
불타서 사라지기 시작한 불사조의 모습에 당황한 버니가 급히 손을 뻗은 때였다.
“피요?”
화르륵, 타오르던 불꽃 속에서 당근색의 부리가 툭 튀어나오더니 이윽고 불사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뚠뚠……?”
뱁새에 비해 한없이 오동통해져 좀 더 새의 형상을 갖춘 모습으로.
푸드덕.
날아오른 불사조가 언제나처럼 버니의 머리에 톡 내려와 둥지를 틀고 앉았다.
묵직.
버니의 고개가 앞으로 푹 숙여졌다.
“…무거.”
“피욧?!”
불사조가 충격받은 눈으로 버니를 바라봤다.
* * *
“안녕, 따님. 면담은 잘 끝났니?”
무거운 불사조를 머리에 얹는 대신 품에 끌어안은 버니가 막 응접실을 나서 키리엘에게 달려가려고 할 때였다. 응접실에서 나오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빠?”
“응.”
“왜 여기써여?”
“우리 따님 마중 나왔지.”
한쪽 무릎을 꿇은 키리엘이 버니를 달랑 품에 안아 들며 대답했다.
눈을 반짝인 버니가 활짝 웃으며 냉큼 입을 열었다.
“아빠, 버니 일뜽! 일뜽이여! 일뜽이에여!”
“정말?”
“네! 할부지가여 버니가 일뜽이래여. 버니가 어, 엄청 쎄진 안았는데 막 애런 살려서여. 엄청나게 일뜽이래여.”
버니가 엄지를 척 내밀며 말했다. 잔뜩 신이 나서 품에 안긴 채로도 연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무척 기쁜 모양이었다.
품에 안긴 채 재잘재잘 떠드는 목소리가 짜증이 나기는커녕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새가… 좀 커졌구나?”
“넹. 성력석을 머겄는데여. 왕 커졌어요. 나중에는 왕왕 커져서 버니 등에 태워여!”
“그래. 왕왕 커지면 가능하겠구나. 상당한 크기였으니까.”
어제 불사조가 발견된 이후로 저택은 묘하게 시끄러웠다. 슬쩍 버니에게 접근하려는 이들도 여럿 있었던 터라 계속 호위를 딸려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본 저택에 들어올 수 있는 이들은 한정되어 있고, 이 저택 안은 전부 루드브리드 유디아의 감시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딱히 불온한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선 따로 사람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밖은 달랐다.
직계는 물론이고 하물며 방계나 사용인들조차 전설인 줄만 알았던 불사조의 등장과 불사조가 살려 낸 앨런에게 관심이 가득했다.
불사조.
말 그대로 죽지 않는 새.
불에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성스러운 생명체.
죽지만 않는다면 어떤 상처도 치료할 수 있고,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 가장 대단하다고 일컬어지는 신이 빚어낸 가장 위대한 생명체.
많은 이들이 버니에게 매달릴 것이다.
죽음을 원하지 않는 이들은 많을 테니까.
죽지만 않는다면 끝없는 생명을 주는 불사조. 그 깃털만 가지고 있어도 영생을 준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문마저 흔하게 퍼져 있었다.
“아빠, 버니 일뜽이니까 이제 왕왕 커요?”
“아니, 아직 아기라 왕왕 작지. 불사조도 아직 작잖니.”
“…흐잉. 버니 언제 왕 커요?”
“밥 잘 먹고 편식 안 하고 잘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쑥쑥 자라서 아빠만큼 커지면 그땐 왕왕 큰 거겠지.”
버니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키리엘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버니가 입술을 비죽 내밀면서 이제는 익숙하게 그의 어깨에 뺨을 툭 기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넹.”
“왜?”
그야, 얼른 왕 큰 대마왕이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왕 큰 대마왕 되면 아빠랑은 안녕해야 해. 앨런이랑도, 할아버지도, 펠도.’
다시는 이렇게 토닥토닥이나 쓰담쓰담을 해 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버니는 왕 큰 대마왕이 돼서 루리를 찾고, 여기저기 흩어진 마족들을 모아서 다시 왕국을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만…….
“쪼끔 느리게 왕 커두 댈지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