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62화(61/125)
버니는 아빠의 품이 좋았다.
비록 진짜 아빠는 아니고, 마족을 엄청 엄청 싫어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고, 대마왕이 되면 아빠랑 마구마구 싸워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 천천히 어른이 되렴. 버니가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면 외로워질 것 같으니까.”
등을 토닥거리는 손길에 버니가 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디 갈 땐 혼자 다니지 말고 꼭 누구랑 같이 다녀야 해.”
“네엥.”
순순한 대답에 키리엘은 어쩐지 불안한 표정으로 버니를 슬쩍 보았다.
“버니가 특별한 불사조를 뽑은 특별한 아이라서…….”
버니의 귀가 쫑긋쫑긋 움직이며 콧대가 불룩 높아졌다.
흐흥.
콧김을 푹 내뿜는 버니의 얼굴이 이보다 만족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나쁜 사람들이 잡아갈 수 있으니까 혼자 다니면 안 돼.”
훗.
키리엘의 염려 섞인 말에 버니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엄지를 척 내밀더니 키리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버니 왕 세서 나뿐 사람한텐 짱짱이니까 갠차나여.”
“버니가 아무리 왕 세도 세상엔 왕왕 센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조심하라는 말이야. 잡히면 평생 좁은 감옥에 갇혀서 딱딱한 빵만 먹으면서 불사조랑 같이 계속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딱딱한 빵은 시러여.”
“딱딱한 빵뿐이겠니. 쪼꼬도 없고 쪼꼬 쿠키도 없을 테지. 냄새나는 방에 갇혀서 계속, 계속 일만 하는 거야.”
“…꾸링내두 시릉데…….”
“그러니까 어디 다닐 땐 아빠가 아니더라도 꼭 누군가를 데리고 가도록 해.”
겨드랑이에 손을 밀어 넣어 허공으로 버니를 달랑 들어 올린 키리엘이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짐짓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네엥…….”
힝. 쿨쩍.
코를 훔친 버니가 살짝 풀죽은 낯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혹시나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무시하고 생김새를 잘 기억해 뒀다가 나한테 와서 얘기하렴.”
“넹.”
키리엘이 작게 웃으며 버니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버니의 입가가 살짝 풀어졌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별채에서 같이 지낼 테니 그렇게 알고.”
“이사여?”
“그래. 일전에 말했잖니. 다른 곳에서 셋이서만 살자고. 어쩌다 넷이 되긴 했지만…….”
“버니 일뜽 해서 집 생겼는데여?”
버니가 주머니에 잘 챙겨 둔 열쇠를 냉큼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
키리엘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차례 눈을 깜빡이더니 덤덤한 낯으로 열쇠를 가져가 제 주머니에 넣었다.
“흐잉?! 버니 열새!!”
“아가는 혼자 못 살아.”
우르르 쾅쾅!
번쩍!
오늘도 머리 위에서 치는 천둥 번개에 버니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러고는 억울하다는 듯 주먹을 꼭 쥐곤 입을 열었다.
“버니, 아가 아닝데여?!”
“따님은 아직 왕왕 작잖니. 혼자 사는 건 왕왕 커진 후에 가능해.”
키리엘의 말에 버니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할 말은 너무 많은데 버니가 보기에도 자신은 아직 왕왕 작았다. 아빠만큼 크지도 않고, 앨런이나 칼바드보다도 훨씬 작았으니까.
“버니, 동립…….”
“독립은 버니가 왕왕 커진 다음에 돈이 엄청나게 많아지면 할 수 있는 거고.”
아직 쪼끄만 버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사리가 힘이 드러여…….”
사해생할도 힘이 들었는데, 세상사리두 힘이 든다며 버니가 그 작은 입으로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키리엘은 황당한 낯으로 버니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 등을 두어 번 토닥거렸다.
“왕왕 커질 때까지 옆에 있어 주마. 그러니까 어른은 천천히 되렴.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 데도 가지 않을 테니까.”
키리엘의 말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버니가 키리엘의 옷자락을 꽉 붙잡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팍 묻었다.
“아빠.”
“그래.”
“마족이는 다 시러여?”
버니의 말에 키리엘이 멈칫했다.
일전에도 한 번 버니는 이런 질문을 그에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몇 번이고 멈칫하길 반복했다.
그렇다.
그 말이 당연한데, 어쩐지 목구멍 밖으로 그 말이 쉬이 터져 나가지 않았다.
아이의 천진한 얼굴이 시야에 꽉 들어찼다.
“…글쎄. 잘 모르겠구나.”
한참 만에 튀어나온 키리엘의 대답에 버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왜 그런 걸 묻니? 혹시…….”
입술을 달싹이던 키리엘이 말끝을 흐렸다.
혹시, 질문을 했다가 답을 들었을 때 그게 원하는 방향이 아니면?
그럼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지?
끝내 키리엘은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얼굴을 가슴에 파묻은 채 조용하기에 침울해졌거나 울기라도 하는 줄 알았던 아이는, 방에 도착하자 또 언제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활짝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심장을 갉작거리는 거슬림에 키리엘의 미간이 좁아졌다.
* * *
직계 회의.
때때로 유디아 공작가는 직계들을 전부 소집할 때가 있었다.
그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한 사람이 그냥 결정하기엔 사안이 큰 경우일 때 말이다.
보통은 큰 문제가 생기기 전이나 마족과 연관된 경우 열리는 회의였고, 웬만한 경우 전원 참석하는 것이 필수였다.
물론, 지금껏 키리엘 유디아는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었지만… 최근 묘하게 그의 참석률이 부쩍 늘어났다.
“요즘 회의 너무 많이 열리는 거 아니에요? 아빠.”
그러잖아도 성녀로서 이곳저곳 차출되어 나가는 일이 많은 살라메 유디아가 피곤한 낯으로 말했다. 눈 밑이 퀭한 것이 다크서클이 상당히 짙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말이라고는……. 나도 너희 징글징글한 얼굴 덜 보고 살고 싶구나.”
“이전 회의 열린 지 한 달밖에 안 된 걸로 기억합니다만.”
키리엘의 말에 루드브리드의 미간이 대번에 구겨졌다.
한숨을 내쉰 그가 손을 휘휘 저었다.
“넌 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한 게야? 클라인.”
오늘따라 답지 않게 팔짱을 낀 채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하고 있는 제 아들에 루드브리드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타박했다.
클라인이 힐긋 그를 보더니 허리를 바로 세우곤 천천히 팔짱을 풀었다.
클라인의 시선이 잠시 키리엘에게 닿았다. 그 시선에 키리엘이 나른한 낯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클라인의 말에 루드브리드가 묘한 낯으로 키리엘과 클라인을 한 번씩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고대 엘프, 불사조, 황실에서 온 버니의 약혼 혼담, 그리고… 디오스 그 녀석에 대한 얘기도 할 게 많다.”
“…아니, 뭔가 주제에 어긋난 거 올라와 있지 않아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살라메 유디아가 눈을 끔뻑이며 황당한 낯으로 반문했다.
다른 건 이해할 수 있다. 전부 그들을 소환할 만큼 복잡한 안건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 사이에 들어간 ‘버니의 약혼 혼담’은 너무 뜬금없었다.
“황성에서 혼담 들어온 거면 좋은 거 아니에요? 그러잖아도 황실에서 계속 그런 뉘앙스 풍겼었고요.”
“그 애는 아직 너무 어려.”
“동감입니다. 아직 결혼이나 약혼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니죠.”
루드브리드의 말에 회의 중에는 늘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키리엘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살라메 유디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키리엘을 보다가 클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빠, 아버지랑 막내가 문제가 있으면 오빠가 말려야지. 뭘 한 거야?”
평소라면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살라메의 말에 대꾸를 해 줬을 클라인이 조용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들 하시고 빨리 끝내시죠.”
“오빠는 또 왜 그래? 얘랑 뭔 일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