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4)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65화(64/125)
“그게 대체 뭔 소립니까? 죽은 형한테 무슨 딸이 있어요? 형이 실종된 지가 언젠데. 뭐 시체랑 침대를 뒹굴었답니까?”
“페가수스가 찾아냈다. 유디아의 핏줄은 일단 확실하다.”
“…하?”
클라인 유디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팔짱을 낀 그가 인상을 찡그린 채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얘기라서 불신이 샘솟았는데, 신수가 특정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어진 탓이다.
신수는 기본적으로 신성한 신의 생명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조건에 맞춰 찾아내는 것이 틀렸을 리 없단 말이다.
루드브리드도 클라인 유디아의 불신과 답답함을 느꼈는지, 말없이 거칠게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듣자 하니 이제 여섯 살쯤 됐다는구나. 마침 그놈이 실종된 것도 그즈음이었지.”
“그러니까 실종되기 전에 직전에 만나던 여자가 있었을 거란 말입니까? 그 성격에?”
“그 성격이니까. 초대 가주가 사용했던 성검, ‘오르하토르’를 뽑은 이후 끝없이 떠밀리지 않았냐. 사람이 그리웠을 수도 있지.”
루드브리드의 말에 클라인 유디아가 얼굴을 와그작 구겼다.
“그걸 대체 어떻게 발견한 겁니까? 애초에 왜 지금 나타난 건데요.”
“모르지. 너무 멀리 있었을 수도 있다. 최근 페가수스가 감지하고 내게 알려 왔으니까. 얼굴은 확실히… 그놈과 닮아 있더구나.”
루드브리드가 어딘가 그리운 낯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키리엘 유디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큰형의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겁니까?”
“그래.”
“그런데 데리고 오지 않고 뭐 하는 겁니까?”
키리엘 유디아가 굳은 낯으로 물었다.
그 말에 루드브리드가 멈칫했다. 잔잔하게 느껴지는 분노에서 여전히 키리엘 유디아의 안에 디오스 유디아가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데려올 생각이긴 하다만, 갑자기 공작가의 일원이라 하니 당황한 모양인지 그쪽에서 거부하고 있다.”
“아이만 있습니까?”
“아니, 어미도 있더구나. 내 생각대로 실종 전에 잠시 만나던 여자인 모양이야. 그놈이 남긴 편지도 발견됐고.”
루드브리드가 내뱉은 말에 키리엘 유디아의 눈이 다시금 훅 커졌다.
유해조차 남지 않았다. 시체의 조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마왕성에 마지막에 침입했던 것이 키리엘 유디아인 만큼,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그를 가장 허탈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가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은, 마왕이 죽고 가루가 된 뒤 떨어진 펜던트 하나였다.
유디아 공작가의 문양이 세공된 은빛 펜던트. 오래전, 키리엘이 그의 형에게 선물한 펜던트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은 사진이 있었다. 눈조차 뜨지 못한 아주아주 작은 갓난아기의 사진.
그때는 그게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나중에는 혹시나 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수소문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아이가 방계가 아니라 진짜 형의 아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페가수스가 방계인지 직계인지까지는 구분하지 못하잖습니까.”
“그냥 그 애가 어렸을 때와 생긴 게 너무 똑같아. 너도 보면 알 거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미에게 들었을 때 상대 남자의 인상착의가 그놈과 비슷하기도 했고. 물론 제대로 된 검사를 해 보기 전까진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지나지 않지. 그러니 자세한 건 와서 검사해 보면 될 일이다.”
“…확실히, 형에게 아이가 있기는 했습니다.”
침묵하고 있던 키리엘이 돌연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키리엘에게 쏟아졌다.
“잠깐, 큰오빠한테 아이가 있었다고? 진짜?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니?”
“그래. 예전에 마왕을 쓰러뜨리고 형의 펜던트를 주웠었는데 그 안에 갓난아기의 사진이 있었어. 눈도 뜨지 못한 사진이었지만 큰형과 같은 물빛 머리카락이었고.”
키리엘의 말에 루드브리드가 입을 떡 벌렸다.
키리엘이 펜던트를 발견했다는 것도 처음 들었는데, 그 안에 아이 사진이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던 탓이다.
“있었다고? 근데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
“그땐 생각지도 못했고……. 나중에 ‘백영’을 이용해서 조사했었는데 그때는 마땅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백영이 발견하지 못했다고?”
가만히 듣던 클라인 유디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반문하자, 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백영도 못 찾았던 게 이제 와서 발견된 것도 신기하군.”
백영(白影).
말 그대로 하얀 그림자를 뜻하며, 유디아 공작가에서 오래도록 일한 은밀한 특수 부대였다.
무의미한 살생이 허가되지 않는 유디아 공작가에서 유의미한 살생을 위한 조직.
새하얀 빛 아래 짙게 진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는 그들은 대부분 조용히 움직이며 정보 수집을 하는 데 특화된 이들이었다.
유디아 공작가에 존재하는 가문의 일원이 누구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독립된 기관.
가주를 섬기는 게 아니라 한 세대에 한 명, 유디아 공작가의 직계 중 한 명을 주인으로 선택하는 특수한 기관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 백영이 정한 주인은 키리엘이다.
그들은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없고, 임무 수행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아무렇지 않게 바친다.
백영은 단원을 선별하는 것도 오로지 백영의 수장 손을 통해서만 이뤄지곤 했다. 유디아 공작가가 고용주기는 하나, 그들의 인선에 손을 댈 수는 없다는 말이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기에, 유디아 공작가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거나 배신자가 생겨도 믿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한 번 정한 주인이 죽을 때까지는 절대 배신하지 않기에 더더욱.
“그래서 그 아이가 진짜 형의 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백영은 성검을 뽑은 장남도 아니고, 전투에 나가기만 하면 연전연승을 거두는 차남도 아닌 막내를 선택했다.
모두가 마족의 저주를 받았다고 쉬쉬하며 멀리하던 어린 소년을.
“그래서 데리고 오겠다고요?”
“어쨌든 유디아의 피를 이었다. 디오스 녀석의 아이인지 아닌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방계도 아니고 직계의 아이면 그냥 둘 수도 없으니, 누가 거두긴 해야 할 텐데요.”
살라메의 말에 루드브리드는 눈을 가늘게 뜨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장남의 아이를 맡길 만한 사람이 한 명밖에 떠오르지 않은 탓이다.
“아이가 오겠다고 하면 네가 맡겠느냐, 키리엘.”
장남인 디오스를 그렇게나 잘 따랐으니까 부족함 없이 잘 키우겠지 싶어서였다.
특히나… 최근 두 아이를 입양한 뒤로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루드브리드의 말에 키리엘은 멈칫하면서도 침묵했다.
“…….”
실상 평소였다면 분명히 가볍게 수긍했을 일이다. 아니, 오히려 제가 입양하겠다고 먼저 나섰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애만 넷?’
키리엘이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버니 한 명을 돌보는 것이 아이 셋을 돌보는 것만큼 버거웠으니까 말이다.
“아빠… 선택바찌 못한 남자.”
문득 떠오른 기억에 키리엘이 멈칫했다.
애초에 선택받지 못한 남자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애만 넷이라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게다가 한 명을 또 맡게 된다면 체감상 아이 여섯을 돌보는 것과 같은 피로감을 느낄 텐데,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애만 셋이라 고민 좀 해 보겠습니다.”
한참의 침묵 끝에 키리엘이 그렇게 대답하자, 루드브리드의 표정이 묘해졌다.
“셋? 버니와 앨런은 알겠지만, 또 누굴 입양했는데?!”
“글쎄요.”
키리엘이 나른하게 읊조리며 클라인을 느긋하게 시선으로 훑었다.
“조카 하나가 제 아빠 싫다고 의절한 채 별채에 들어왔습니다.”
“시비 터냐?”
“어른이 되어서도 애새끼처럼 구니까 주변에 남아나는 사람이 없는 거야, 형.”
키리엘의 말에 클라인 유디아가 울컥한 듯 뺨을 한 차례 씰룩거리더니 사나운 낯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한테 그리 매도당해도 네놈한테는 듣고 싶지 않다! 너만큼 외따로 노는 놈이 또 어딨다고!”
“결국, 형 아들도 나한테 왔잖아……? 내가 애들한테 인기 만점인 줄은 몰랐지만.”
“하?”
“얼마나 애를 핍박했는지 칭찬 한 번에 얼굴이 시뻘게져서 어쩔 줄 모르던데.”
당혹스러운 클라인 유디아의 표정을 본 키리엘이 피식 웃더니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은 아버지가 너무 엄하다고 불평불만을 다 늘어놓더니… 똑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네? 아무튼 전 시간이 다 돼서 가 보겠습니다.”
탁.
무표정한 낯으로 폭탄을 던진 키리엘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이윽고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