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6)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67화(66/125)
“환태자 전하?”
누구지, 그게?
‘환태자… 환태자…….’
늘 인간 대빵이라고만 생각했던 탓에 한 박자 늦게 반짝거리던 황금빛 머리카락을 떠올린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버니. 버니랑 내가 어른이 되면 결혼하는 건 어때?”
“겨론이가 머야?”
“버니랑 나랑 평생 사이좋고 행복하게 같이 지내는 거야. 옆에서. 싸우지도 않고, 침대에서 같이 자고, 손도 잡고, 같이 의논도 하고.”
“펴, 평생 싸우구 손잡아?!”
미래의 인간 대빵이!
버니랑 겨론한 버니 부하!
버니 거!
그제야 전부 떠올린 버니가 활짝 웃었다.
“대빵이!”
“네?”
“미래의 대빵이랑 버니랑 겨론이 해써여.”
“예?”
“네?!”
해사하게 웃은 버니가 내뱉은 말에 쩌적,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곧이어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안녕, 버니.”
“안냐… 앗. 안녕, 노엘!”
버니가 레본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들어오자, 활짝 웃은 로엘이 성큼성큼 걸어와 버니의 손을 꼭 맞잡았다.
“왜 와써?”
“유디아 공작가 직계가 전부 출정을 나갔다기에…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왔어.”
그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넣기만 하면 버니에게 전달되기는커녕, 중간에 키리엘 유디아가 전부 잘라 버렸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마음이 급해서 너무 가볍게 결혼이니 뭐니 하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했다.
‘조금 더 신중해야 했는데…….’
덕분에 헤어진 이후로 한 번을 만나러 오지 못했다. 오늘 소식을 듣자마자 연통을 넣기는커녕 곧장 식사만 하고 황성을 뛰어나온 이유도 이것이었다.
“보고 싶었어.”
로엘의 말에 버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보고 싶었다고? 왜지?
버니의 눈이 가늘어졌다. 로엘은 버니의 비밀을 알고 있는 미래의 인간 대빵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왜?”
“그야 버니가 좋으니까?”
“노엘 버니 조아?”
“응.”
“버니한테 흐물흐물이야?”
“흐물흐물……? 으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흐물흐물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속으로 생각한 로엘이 예쁘게 웃었다. 아무튼 뉘앙스상 자기를 많이 좋아하냐는 의미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니가 의기양양한 낯으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혹시 초콜릿 좋아해? 지금 제국 수도에서 유명한 초콜릿을 사 왔는데…….”
로엘이 잘 포장된 상자를 내밀자,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거 팡팡 쪼꼬!”
“어? 맞아. 그런 이름이더라고. 아는구나.”
“웅. 버니 이미 처음 나온 날에 일뜽으루 사서 냠냠이 끝.”
“이런…….”
버니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들은 로엘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괜히 사 왔네.’
쓸데없는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한 로엘이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뒤쪽에 서 있던 시종이 로엘이 가져온 초콜릿을 가져갔다.
“버려.”
“잉? 왜 버려? 팡팡이 쪼꼬 마시써.”
“그래? 버니가 안 먹으면 굳이 의미 없어서. 단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심드렁한 낯으로 말한 로엘이 버니의 손을 잡아 응접실 소파에 앉히더니, 그 옆에 털썩 앉았다. 손은 여전히 잡은 채였다.
“그나저나 버니는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소원이 있다거나. 생일이었다고 들어서… 선물을 해 주고 싶어.”
‘버니 인간계 탐나.’
하지만, 말하면 나쁜 대마왕이라는 거 밝혀질 테니까 안 돼.
생각을 마친 버니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가지고 싶은 건 별로 없었다.
루리엘이 보고 싶다거나, 엄마나 아빠가 보고 싶다거나 이런 소원들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훌륭한 어른이 되어 가는 기특한 버니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버니는 손을 잡은 채 서글서글한 낯으로 웃고 있는 로엘을 슬쩍 보았다.
“긍데 왜 와써?”
“버니 보고 싶어서 왔다니까? 버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우움… 웅.”
약점 잡고 있는 미래의 인간 대빵이?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쿵!
버니의 차가운 대답에 로엘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버니를 보았다.
여태 어떤 삶을 살았던가. 모두가 소년을 우러러보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기만 하는 삶이었다.
병이 완전히 씻은 듯 나은 후에 사람들은 소년에게 들러붙기 바빴다. 뭐라도 하나 더 얻어 내기 위해서.
그전에는 얼굴 한번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놈들이 말이다.
“그… 그렇구나.”
로엘이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물론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지만, 대놓고 보고 싶지 않다고 들으니 살짝 충격이 컸다.
“아! 그러고 보니 곧 키리엘 공자의 생일이지 않던가? 선물은 결정했어?”
“생일? 아빠 탄생한 날?”
로엘의 말에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버니의 반짝거리는 분홍색 눈동자에 로엘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하긴, 키리엘 공자가 생일을 챙긴단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확률이 높긴 하겠지만.”
곰곰이 이야기를 듣던 버니가 고개를 기울였다.
“마싯는 거 안 머거?”
“아마도.”
“왜?”
“키리엘 공자가 태어난 날이, 키리엘 공자의 어머니가… 으음. 근데 어린애한테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올해 9살, 로엘이 작게 중얼거렸다.
“버니 아기 아냐.”
뚱한 낯으로 버니가 말했다.
로엘이 멈칫하더니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버니는 아기가 아니야. 아무튼 키리엘 공자가 태어난 날에 키리엘 공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든. 그래서 생일을 챙긴 적이 없다고 들었어.”
“…아빠 아가 때두?”
버니의 질문에 로엘이 멈칫했다.
조금 당황한 듯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린 로엘이 기대감에 찬 버니의 눈을 보곤 “큼.” 작은 침음과 함께 슬쩍 입을 열었다.
“글쎄……. 내가 그렇게 어릴 땐 없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아가 때는 많이 추카받아야 하는 건데…….”
한 번도 축하를 받지 못했다니, 조금 슬픈 일이었다.
생각에 잠겨 입술을 새 부리처럼 쭉 내민 버니가 주먹을 꼭 쥐었다.
“응. 이번에는 버니가 추카추카 해 줄래.”
버니가 아주 멋지구 엄청난 선물을 준비해서 추카추카를 해 준다면, 분명히 아빠도 다시 생일을 좋아하게 될 게 분명했다.
맛있는 쪼꼬 먹으면 아빠도 좋아할 거야.
‘흠. 하지만 그 쪼꼬 이제 못 사.’
그리고 아빠가 쪼꼬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버니, 결씸해써!”
버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 위에 우뚝 서서 말하자, 로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결심?”
“버니, 아빠 생일 추카추카 해. 내일 몰래 깜짝이야 선물 사러 가.”
버니가 당당하게 가슴을 쭉 내밀었다.
왜냐하면 1등을 한 버니는 이제 돈도 많았기 때문이다.
‘루리가 알려 준 최고의 비법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되지.’
할아버지가 버니에게 준 팔찌에는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고 아빠가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깜짝 선물 사러 갈 거야? 내일?”
“웅.”
고개를 끄덕인 버니의 말에 로엘이 냉큼 입을 열었다. 지금이 아니면 버니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론 느낀 탓이다.
“어디로? 제국 수도에 큰 가게가 있는데 같이 갈래? 내가 안내할게.”
“움…….”
버니가 팔짱을 끼곤 로엘을 바라봤다.
“앞으로 어디 갈 땐 혼자 다니지 말고 꼭 누구랑 같이 다녀야 해. 누가 말 걸면 무시하고.”
“버니가 특별한 불사조를 뽑은 특별한 아이라서… 나쁜 사람들이 잡아갈 수 있으니까 혼자 다니면 안 돼.”
“잡히면 평생 좁은 감옥에 갇혀서 딱딱한 빵만 먹으면서 불사조랑 같이 계속 이용당할 수 있으니까.”
“쪼꼬도 없고 쪼꼬 쿠키도 없을 테지. 냄새나는 방에 갇혀서 계속, 계속 일만 하는 거야.”
“그러니까 어디 다닐 땐 아빠가 아니더라도 꼭 누군가를 데리고 가도록 해.”
키리엘의 당부의 말을 떠올린 버니가 훗, 웃었다.
‘버니, 아빠 말 잘 듣는 기특한 어린이.’
그리 생각하며 버니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쪼아. 내일 가자!”
버니의 허락에 로엘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드디어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럼 내일 내가 데리러 올게. 괜찮지?”
“웅. 버니 깜짝이야 선물 몰래 사니까 쉿 하구 가.”
“알겠어, 내가 그럼 여기에 올 테니까 같이 몰래 빠져나갈까?”
“웅!”
작게 속닥거리는 로엘의 말에 버니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척하면 짝 하고 알아 주는 것이 아주 흡족했던 탓이다.
“버니, 아빠 모 조아하는지 알아 오께.”
주먹을 꽉 쥐고 포부를 내뱉은 버니가 히죽 웃었다.
하지만 버니는 몰랐다. ‘누군가를 데리고 가라’는 말이 최소한 어른을 데리고 가라는 말이었음을 말이다.
‘버니, 깜짝이야 선물 사서 아빠 점수 왕창. 흐물흐물해. 나중에도 버니 안 싫어하게.’
‘버니한테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야.’
평균 나이 7세.
두 어린이의 동상이몽이 시작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