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8)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69화(68/125)
* * *
“자, 이쪽으로 가자. 버니.”
아침 일찍부터 찾아왔던 황태자, 로엘은 버니의 손을 잡고 공작저를 탐방하는 것처럼 굴다가 곧 인적이 드문 방으로 쏙 들어가 무언가를 꺼냈다.
“짠.”
반짝거리는 새파란 돌멩이였다.
“모야?”
성력석과 별다른 것 없는 돌멩이에 버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이거? 마법이 담긴 돌이야. 황성 보물 창고에 있는 거 몰래 가져왔어. 방에서든, 집에서든, 화장실에서든, 어디에서든 이 돌만 있으면 원하는 곳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어. 엄청나지?”
“우아아아……!”
버니의 반응에 로엘이 으쓱해졌다.
이걸 이용하면 버니가 바라는 대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로엘도 그걸 알고 창고에까지 숨어들어 아바마마 몰래 가져온 것이었다.
버니의 눈이 반짝 빛나자, 로엘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의기양양한 낯으로 어깨에 힘을 빡 주었다.
“이거면 안 들키고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시장 가고 싶댔지?”
“웅. 앗, 긍데 잠깐. 흐겸룡은 놓구 가야 대.”
혹시 모를 나쁜 사람, 버니 흐겸룡 노려. 흐겸룡이 있으면 버니가 버니인 줄 금방 눈치채겠지.
아빠가 조심 조심 왕왕 조심 하라고 했으니까 버니, 왕 착하게 두고 가.
이러면 버니가 사실은 흐겸룡이라는 이름을 가진 불사조를 가지고 있는 버니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훗.
‘버니 왕왕 큰 완전 천재.’
그러니까 두고 가야 한다.
버니가 여기까지 생각할 줄 아무도 모르겠지.
“피요옷?!”
“요기 이써야 대.”
버니는 불사조가 춥지 않도록 수건에 감싸 푹신한 소파 위에 톡 올려 두곤 후다닥 달려갔다.
동시에 로엘이 이동용 마석을 사용했다.
“피요오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불사조가 버니가 돌돌 감아 준 수건 더미에서 벗어나 급히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올라 버니에게 달려들었으나, 파앗! 새파란 빛과 함께 이미 두 사람은 시원스럽게 모습을 감춘 후였다.
“피요……?”
착지할 곳을 잃고 바닥을 나뒹군 불사조의 눈동자에 허망함이 차올랐다.
* * *
버니와 앨런이 키리엘 유디아를 위한 깜짝이야 선물을 사기 위해 비밀 외출을 감행하기 하루 전.
버니는 만반의 준비를 하기 위해 오늘도 루리엘의 비밀 수첩을 펼쳤다.
안녕하세요, 아기님! 키리엘 유디아에게 줄 선물을 알아보러 오셨군요!
“루리, 사실은 버니 어디서 보구 이써?”
루리엘의 비밀 수첩을 딱 펼치자마자 쓰이기 시작한 글자에 버니가 퍽 심각한 낯으로 진지하게 물었다. 물론, 비밀 수첩은 반응해 주지 않았지만.
버니가 팔랑팔랑 종이를 넘겼다.
키리엘 유디아는 생일을 잘 챙기지 않아요. 키리엘 유디아가 태어난 날과 키리엘 유디아의 엄마가 죽은 날이 똑같거든요.
침대에 엎드린 채 발을 동동 구르던 버니가 멈칫했다.
“…….”
아가랑 엄마랑 헤어지면 슬퍼.
아가 아빠일 때 엄마랑 헤어진 거지?
‘버니는 눈물 났는데…….’
훌쩍, 코를 훔친 버니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페이지를 휙휙 넘겼다.
아빠를 행복하게 해야지!
‘그러려면 선물, 선물.’
버니는 작은 수첩의 뒷부분에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글씨를 마저 눈에 담았다.
키리엘 유디아의 엄마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한마디로 현명한데 장난기가 많은 짓궂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가끔 자신의 물건이나 선물을 어딘가에 숨겨 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찾아 보라고 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 해요.
“버니보다 더 장난꾸러기.”
그런데 개중에 딱 하나,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한 게 있어요. 그걸 선물로 주면 분명히 좋아할 거예요. 엄마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제국 수도에 있는 골동품 가게인데 주소는…….
글씨를 꼼꼼하게 읽은 버니가 머릿속에 글자를 꾹꾹 눌러 저장했다.
무려 가게 이름이 인간의 언어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골똥품?”
천재 버니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간의 언어가 서툰 버니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다.
골? 똥?! 품?
아는 단어가 하나밖에 없었던 버니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아빠의 엄마, 응가 찾으라구 해써?!’
버니 응가 사러 가?
그전에 아빠 응가 선물 좋아할까?
버니가 퍽 심각한 낯으로 고민했다.
이곳에 가셔서 아주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걸 찾으시면 돼요. 겉보기에는 엄청 평범한 구슬인데, 가격이 1천만 로스트인 걸 찾으면 돼요!
“1천만 로스투.”
그게 얼마지?
버니는 양손을 들어 올려 꼬물꼬물 손가락을 하나씩 접다가, 손가락이 부족해지자 발가락까지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1천만 로스트로는 커스텀 되지 않은 일반적인 개인용 짐마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1천만이라는 숫자를 세기에는 손가락도 발가락도 부족했다.
움.
“아무튼 100보다 큰 숫짜!”
아빠가 말하길, 팔찌에는 100보다 훨씬 큰돈이 있다고 했으니까, 살 수 있을 것이다.
버니는 기죽지 않고 당당했다.
* * *
딸랑—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버릇처럼 인사를 건넨 골동품 가게의 주인은 한참이나 고개를 내려야 볼 수 있는 로브를 입은 어린 고객을 보곤 멈칫했다.
도통 이곳에 찾아올 고객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긴 골동품 가게인데 뭔가 찾는 물건이라도 있니?”
헐렁하게 내려온 단안경을 손등으로 가볍게 치켜올린 노인이 묻자, 로브를 쓴 아이의 뒤쪽에서 쏘옥 작은 머리통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여! 저는 네 사… 아니, 다섯 쌀 버니임미다!”
작은 머리통을 꾸벅 숙이곤 두 팔을 파닥거리며 인사를 건넨 물빛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여자아이의 인사에 노인의 얼굴이 휘둥그레졌다.
질 좋은 옷감에 잘 정돈된 머리카락, 깨끗한 손톱이나 해맑은 얼굴을 보아하니 어디 귀족가나 돈 많은 상인의 자제라도 되는 모양이었다.
채 빠지지 않은 젖살과 오동통한 뺨을 본 아이의 해맑은 얼굴에 노인의 얼굴이 금세 흐뭇해졌다.
“그래, 나는 이 골동품 가게의 주인 롤랑이란다.”
‘응가 가게 주인……?!’
인사를 건네는 노인을 보며 작게 입을 벌린 버니가 조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뭘 사러 왔니? 찾는 게 있다면 말해 주면 되고 아니면 직접 가게를 둘러보면 된단다.”
“아빠 선물여!”
“아빠 선물? 기특하기도 하지. 그래, 한번 둘러보렴.”
흐뭇하게 웃은 노인이 기꺼이 가게를 가리켰다.
“쉽게 깨지는 위험한 물건도 있으니 조심해서 다니렴.”
“네엥.”
버니가 몸을 휙 돌려 타박타박 가게를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로브를 푹 뒤집어쓴 소년이 쫄래쫄래 쫓아다닌다. 그 퍽 평화로운 광경에 노인의 만면엔 웃음이 가득했다.
티 없이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에겐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버니, 뭘 찾는 거야?”
‘남자애였군.’
목소리를 듣고서야 로브를 쓴 소년이 남자아이라는 걸 깨달은 노인이 피식 웃었다.
졸졸졸 쫓아다니는 것을 보아하니 여자아이에게 마음이 있음이 분명했다.
커서 결혼을 하자는 말이라도 하려나? 적적한 하루에 꽤 즐거운 만남이었다.
“움, 응가 구슬?”
“응가… 구슬이 뭐야?”
“으음, 투명한 골똥인데 엄청 평범하대. 근데 100보다 비싸.”
버니가 내뱉은 말을 듣고 있던 노인이 인자한 낯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통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으음… 그렇구나.”
함께 따라온 아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로엘은 버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설핏 웃었다.
저보다 훨씬 작은 키를 가졌으면서 뽀작뽀작 걸어서 뭔가를 들었다가 유심히 살피고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손길이 사랑스럽다.
뭐가 그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건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한참이나 유심히 살피는 모습을 보며, 로엘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정말 마족인가?’
마족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진짜 마족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날 이후로 도서관에 박혀서 마족에 대해 아무리 알아봐도 붉은 눈도, 검은 머리카락도 가지지 않은 마족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려진바, 마족은 대단히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결코 다른 종족과 어울리지 않는 고고한 집단.
수가 많진 않았지만, 마족 전부가 여러 나라의 경계선 끝에 있는 오염된 어둠의 숲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지하에 만들어진 세계에 산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곳을 그들은 ‘마계’라고 부른다고.
마계까지 간 것은 성마 전쟁 때의 성기사단 정도가 전부였다.
마족들은 호전적이고 성정 자체가 사나우며, 살육에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은 그들을 꺼렸다.
‘마왕은 이미 죽었다고 들었지만…….’
하지만 로엘이 알게 된 버니는 아주 평범했다.
마족에 관해서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실제로 마족인지도 아직 의심스러웠다.
마족처럼 보이지도 않고, 호전적이거나 성정이 사납게 느껴지지도 않았으니까.
피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사람을 공격하지도 않았다. 다소 엉뚱한 면이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온순했다는 말이다.
아니, 사실 온순한 걸 넘어서 귀여웠다.
그뿐이랴. 최근에는 무려 불사조를 소환했다고 하지 않나!
신수 중에서도 가장 큰 영험하고 위대한 신수, 불사조를 말이다.
죽어 가는 사람도 살렸다고 들었다. 그러니 사실 마족이라는 의심을 하는 것조차도 망설여졌다.
그때였다. 버니가 어딘가에 우뚝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