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69)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70화(69/125)
골동품 가게의 가장 구석 맨 밑 칸에 있는 진열장 앞에 쪼그려 앉은 버니가 뭔가를 꺼냈다.
“구슬?”
“투명이 구슬!”
“그러게, 투명한 구슬이네.”
눈을 한 차례 깜빡인 버니가 그것을 품에 든 채 요리조리 살폈다. 구슬에는 가격이 붙어 있었다.
“노엘, 요고 얼마야?”
“응? 음… 1천만 로스… 1천만 로스트?!”
로엘의 눈이 확 커졌다.
어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구슬이었다. 마력이 느껴지지도 않는, 그냥 완전히 평범하게 보이는 구슬이었다.
1천만 로스트가 로엘의 입장에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런 장난감보다도 못한 유리구슬에 줄 금액이 아니라는 상식은 있었다.
버니가 오자고 해서 온 가게였지만, 이렇게 바가지를 씌우는 곳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그렇다기엔 다른 건 멀쩡한 가격인데…….’
왜 하필 이것만 이런 가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로엘이 미간을 좁히곤 주인을 흘겨보았다.
“1천만!”
찾았다! 투명한 골똥이 구슬!
버니가 눈을 반짝였다.
“요거 살래.”
“뭐? 잠깐만. 버니 이건 너무 가격이 비싼데 품질은…….”
버니가 활짝 웃으며 구슬을 높이 치켜들었다. 버니의 그 환한 미소에 말리려던 로엘이 멈칫했다.
그러곤 조용히 로브 안쪽에서 척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를 꺼내 들며 입을 열었다.
“버니, 더 가지고 싶은 건 없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사 줄까?”
원한다면 이 가게도 통째로 사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미소라고, 로엘은 생각했다.
돌아가자마자 사진구라는 위대한 발명품을 최고급으로 구매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로엘의 말에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아니, 버니가 사. 아빠 선물이니까.”
“그래……?”
“웅.”
버니의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구슬이었다.
구슬을 손에 쥔 버니가 카운터로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그 위에 구슬을 올려 두었다.
“요거 주세여.”
“음? 이건…….”
버니가 가져온 구슬을 본 노인이 사뭇 난감한 낯으로 턱을 문지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건 1천만 로스트에 팔기로 되어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내어줄 수가 없었던 탓이다.
“미안해서 어쩌지, 아가. 이건 1천만 로스트라서 아가가 사기에는 조금 어려울 거란다.”
“으응. 이거! 버니 돈! 팔찌 이써여!”
버니가 손을 쭉 내밀었다.
노인은 버니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보곤 끙, 짧은 숨을 뱉었다. 은빛의 팔찌는 신성 은행에서 발부한 팔찌형 계좌가 분명했다.
신성 은행에서 제공하는 결제 성석을 사용하면 원하는 금액이 바로 그의 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라, 통장 안에 돈이 있다면 결제가 가능하겠지만…….
“이걸 여기에 판매 의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비용은 지불할게요. 적당히 구석진 곳에 박아 둬도 좋고, 눈에 잘 띄는 데에 전시해 둬도 좋아요.”
“음… 부인, 이건 평범한 유리구슬처럼 보이는데요…….”
“평범한 유리구슬이에요. 의뢰 대금은 드릴게요. 단,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이건 무조건 1천만 로스트에 팔아야 해요. 팔리지 않는다면 팔리지 않는 대로 좋으니까요. 1천만 로스트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팔아 주세요.”
문득 오래전 찾아왔던 로브를 깊게 눌러쓴 여인을 떠올린 노인이 버니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이걸 구매하겠다고? 아가, 이건 말이지…….”
“요거!!”
버니가 발을 한 차례 탁 구르며 다시 힘주어 말했다.
“요고 아빠 선물 줄 꺼에여.”
단호하게 말하는 아이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노인은 흘러내리는 단안경을 치켜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1천만 로스트를 낸다면 네게 팔겠다.”
“넹!”
버니가 팔찌를 쭉 내밀자, 노인은 카운터 한쪽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결제용 성석을 팔찌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결제가 무사히 됐다는 듯 마석이 초록색으로 한 차례 빛났다.
“선물할 거라면 포장하길 원하니?”
“넹!”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곤 작은 상자에 구슬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은 뒤 천천히 포장을 시작했다.
파스텔 톤의 핑크색 포장지를 쭉 뜯어 꼼꼼하게 포장하고 있는 와중 로엘이 입을 열었다.
“주인장, 이건 마법 아티팩트라도 되는 건가?”
“아니, 맡아 둘 때 듣기로는 평범한 유리구슬이라고 들었지.”
붉은 실크를 쭉 뽑아 상자를 크게 휘감은 리본을 만들며 노인이 대답했다.
“그런데 평범한 유리구슬이 어떻게 1천만 로스트나 할 수 있는 거지?”
“내 가게는 판매 대행도 겸하고 있단다. 골동품을 팔고 싶은데, 마땅한 판매처가 없는 경우엔 대신 판매해 주고 수수료를 받지. 아직도 기억나는구나. 수십 년 전쯤에, 어떤 귀부인이 와서 판매하고 갔거든.”
“이걸 1천만 로스트에 팔라고 했나?”
“그래, 그랬지. 판매액에 대한 수수료 1백만 로스트를 미리 주며 내건 조건은 하나였단다. 1천만 로스트에 판매할 것.”
노인이 카운터 너머로 상체를 쭉 빼며, 버니에게 작게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자, 여기 있단다. 아가야. 유리구슬이니 조심하렴.”
“네에! 감삼미다.”
두 손으로 상자를 조심히 받은 버니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이쿠.”
“버니?”
노인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에 주저앉은 버니는 가방을 벗어 그 안에 상자를 쏙 집어넣고는 다시 가방을 닫았다.
토끼의 배가 네모난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것이 누가 봐도 내 배 속에 뭐 있어요, 하는 느낌이었다.
“안냥히 오세여.”
제 볼일을 다 마친 버니가 더는 관심 없다는 듯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가, 굳이 그 구슬을 사 가는 이유가 있느냐?”
“아빠의 엄마의 소중이래여.”
활짝 웃으며 대답한 버니가 노인에게 손을 붕붕 흔들곤 냉큼 가게를 벗어났다.
밖으로 나오자, 아침에 비해서 한층 왁자지껄해진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바글바글해.’
맛있는 냄새도 나고, 뭔가 줄을 서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버니가 눈을 반짝 빛내며 막 발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버니!”
탁, 어깨가 붙잡혔다.
“노엘.”
“노엘 아니고 로엘. 아무튼 혼자 다니지 마. 길 잃으면 안 되잖아. 그, 그리고 위험한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목덜미를 붉힌 로엘이 작게 중얼거리더니 슬쩍 버니의 손목을 붙잡았다.
로브를 쓴 채 고개 숙인 로엘의 얼굴을 아래쪽에서 바라보던 버니가 로엘의 손에서 제 손목을 쏙 빼 버렸다.
“앗.”
로엘이 조금 당황한 순간 탁, 작은 손이 올라오더니, 그대로 로엘의 손을 제대로 맞잡았다.
로엘의 눈이 갑작스럽게 훅 커졌다.
소년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한 채 버니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살짝 붉어진 뺨으로 아랫입술을 꾹 깨물곤 천천히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가, 가자! 내가 수도 안내해 줄게!”
“웅.”
손을 꼭 잡은 두 아이가 인파 사이로 멀어져 갔다.
그리고 골동품 가게와 그리 멀지 않은 어둑한 골목에 삐딱하게 기대어 앉아 로엘과 버니가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던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야, 내가 긴가민가한데 말이야. 저 파란 머리, 저 꼬마애. 쟤 얼마 전에 현상금 걸린 걔 아닌가……?”
“현상금? 아아… 그, 영생을 살게 해 주는 뭘 소환했다는 걘가? 불사조였나? 어,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닮았는데? 근데 유디아 공작령에 있는 거 아니었어?”
맞은편에서 술을 꿀꺽꿀꺽 마시던 남자가 툭 던진 말에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히죽 웃었다.
“현상금 5억짜리라고.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