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7)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7화(7/125)
* * *
“우와아!”
버니가 입을 떡 벌렸다.
버니가 다른 아이들과 줄지어 도착한 곳은 공작가 부지 내에 있는 작은 신전이었다.
공작가 내에 소환 의식이 있을 때만 열리는 터라, 모두가 이 저택 내의 작은 신전을 ‘축복의 방’이라고 불렀다.
정확히는 신전처럼 생긴 그 내부에 있는 거대한 홀이 축복의 방이었지만 말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홀과 중앙에 있는 작은 테이블,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듯 원형으로 놓인 수많은 의자는 축복의 방을 마치 재판소처럼 보이게 했다.
버니는 맨 뒤에서 쪼르르 걸으며 주변을 연신 둘러봤다.
중앙 테이블 위에는 기이할 정도로 투명한 유리구슬이 있었는데 구슬이 너무 투명해서 버니는 그것이 마치 물방울 같다고 생각했다.
“아가씨와 도련님들께선 이쪽에 서 계시다가 이름이 불리면 나가셔서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여러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서 도우미로 따라온 제시의 말에 버니의 눈이 반짝였다.
루리엘이 준 비밀 수첩의 내용을 재차 떠올린 버니의 몸이 들썩들썩 움직였다.
엄청나게 멋지고 끝내주는 거!
그런 거라면 버니가 아는 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
‘버니 짱 센 드래곤 뽑나 봐!’
루리엘의 말은 항상 옳았으니까, 이번에도 분명히 대단한 것을 뽑을 게 분명했다.
입에서 불꽃 빔 콰과광!
드래곤 등에 타서 하늘 높이 날기!
‘흐흥, 버니 뒤에 아빠 후보 줄 서.’
상상 속에 흠뻑 빠져 있던 버니는 으쓱한 낯으로 슬쩍 코 밑을 쓱 문질러 훑었다.
‘세상에, 이런 대단한 능력을 갖춘 아이라니! 부디 내가 네 아빠가 되게 해 주겠니?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사랑으로 키워 주마. 그러니 부디 날 아빠라고 불러 주겠니?’
‘훗. 내 아이가 되려면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지. 네게 최고급 초콜릿으로 된 성을 주마. 어떠냐, 내 아이가 되는 건.’
‘흥. 저 비루먹게 생긴 토끼 녀석이 드래곤의 주인이라고?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해 봐야 믿을 수 없다! 뭐? 심지어 대마왕이 될 후…….’
몽글몽글 뻗어져 나온 상상 구름 속에서 열심히 다양한 아빠 후보들이 저를 가지겠다며 다투는 상상을 한참이나 펼치던 버니가 순간 멈칫하며 입을 꾹 막았다.
‘대마왕 비밀!’
번뜩 현실로 돌아와 고개를 휘휘 저은 버니는 다시 입꼬리를 비실비실 올려 히죽 웃으며 상상의 나래 속에 풍덩 빠져들었다.
‘저 비루먹게 생긴 토끼 녀석이 드래곤의 주인이라고?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해 봐야 믿을 수 없다! 뭐? 심지어 대마법사가 될 거라는 포부까지 가졌다고? 증거라도 보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없다!’
‘훗, 요기 증거 이써여.’
상상 속 버니가 긴 벤치에 털썩 앉아 짧은 다리를 어설프게 꼰 채 한 손으로 코끼리 모양 컵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쪼르륵 빨아 마시며 다른 손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흔들자, 뒤쪽에서 새까만 드래곤 한 마리가 ‘크와앙!’ 하고 울었다.
‘세상에, 진짜였을 줄이야. 이렇게 훌륭한 아이는 처음이다. 나와 가족이 되어 주겠나? 아가.’
버니, 인기 만점.
인간 어른은 귀여운데 귀찮지도 않은 기특한 아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버니는 무려 혼자서도 잘하고, 귀찮지도 않으며, 귀여운데 심지어 짱 센 드래곤의 주인(예정)이자 왕 큰 대마왕(예정)!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기특해서 좋아할 요소밖에 보이질 않았다.
‘드래곤!’
날아서 구름 위에 놀러 가야지!
“루드브리드 유디아 공작 각하와 클라인 유디아 제1 성기사 단장, 살라메 유디아 성녀님, 키리엘 유디아 공자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버니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니가 고개를 드는 것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절도 있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는 게 보였다.
그제야 원형으로 둘러싸인 의자에도 수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는 걸 깨달은 버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버니와 함께 온 주변 아이들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헉, 버니두!’
파드득, 그제야 제 할 일을 깨달은 버니가 눈치껏 고개를 앞으로 푹 숙였다.
물론 이번엔 버둥거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양팔을 뒤로 쭉 뻗어 뺀……, 한마디로 말하자면 비상하기 직전의 새와 같은 자세로.
버니를 따라 마곰이의 허리가 또다시 반으로 접히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말이다.
“큽.”
어딘가에서 작게 들린 웃음소리에 버니가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들었다. 물론 허리는 여전히 숙인 채 고개만 빼꼼히 든 상태였다.
순간 상석에 있던 사람들과 버니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버니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눈이 마주쳤음을 깨닫곤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가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어깨를 들썩거리는 모습에, 가운데 있던 어마무시하게 험악한 노인이 남자를 매섭게 노려봤다.
“다들 일어나 앉도록 해라.”
노인의 말에 모두가 숙였던 허리를 펴고 자리에 앉았다.
눈치껏 버니도 숙였던 허리를 벌떡 세우곤 바닥에 철퍼덕, 호쾌하게 주저앉았다.
“크헙…….”
어딘가에서 또 코를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니는 주저앉은 채 작게 쥔 주먹으로 너무 숙인 탓에 빠듯하게 당겨 오는 허리나 콩콩 두드리고 있었다.
묘하게 주변이 조용했지만, 마찬가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짧은 팔로 허리를 통통 치는 것이 조금 더 급했기 때문이다.
“버니 아가씨.”
그래서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는 것을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넹?”
로덴 하이너였다.
“바닥이 많이 차갑습니다. 다리가 아프시면 의자를 가지고 오라고 할 테니 일단 일어나시겠습니까?”
버니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돌아봤다. 함께 온 아이들은 아무도 바닥에 앉아 있지 않았다.
그제야 앉으라고 한 말이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버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버니는 펑 터지기 직전의 얼굴로 폴짝 뛰어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모두가 버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니한테 시선 집중……!’
제게 쏟아지는 시선이 당혹스러웠던 버니가 슬쩍 몸을 돌려 자기 대신 마곰이를 앞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마곰이는 용기를 주는 곰돌이니까.
두어 번 몸을 흔들자 마곰이의 축 늘어진 팔다리가 달랑달랑 흔들렸다.
그러잖아도 적막했던 거대한 홀이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층 더 조용해졌다. 버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제야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크흠!”
루드브리드 유디아 공작도 어딘가 당혹스러운 낯으로 헛기침을 크게 했다.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시작하도록 해라.”
루드브리드 유디아 공작의 말에, 상석에 앉아 있던 살라메 유디아가 걸어 나와 투명한 유리구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손에서 쏟아져 나와 구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얀빛!’
버니 죽어! 버니 가루 돼!
펄쩍 뛴 버니가 재빨리 근처에 있는 커다란 기둥 뒤에 숨었다.
“…버니 아가씨?”
아니, 정확히는 기둥인 줄 알았던 로덴 하이너의 다리였다.
기실, 로뎅의 뒤에 숨어도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헉, 로뎅도 하얀색!’
큰 행사인 터라 로덴 하이너도 정복(正服)을 입고 참석했기에, 그의 차림도 새하얀 제복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어디 아프신지요.”
“버니 주…….”
“주……?”
어라, 안 아프네.
가루도 안 됐어.
“아기님, 약한 마족에게 강한 신성력이 닿으면 잿가루가 되어 몸이 부서져 내리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하지만, 버니 멀쩡!
그 말은…….
‘버니 사실 이미 왕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