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70)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71화(70/125)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건넨 말에 술병을 기울이던 사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유디아 공작가 사람을 건드리는 건 좀.”
“쯧, 또 답답한 소리 한다. 어차피 바로 타국에다 가져다 팔 건데 뭐가 어때서? 돈만 받고 우리도 바로 다른 나라로 튀면 되잖아. 저 돈이면 어딜 가든 떵떵거리면서 평생 살 수 있을 거라고.”
“…거기 손댔다가 멀쩡하게 끝난 놈을 못 봤는데.”
“쯔즛. 남자 새끼가 불알 달고 태어나서 소심하게 굴지 마라. 언제까지 평생 끽해야 몇만 로스트, 몇십만 로스트 하는 거 해결하면서 살래?”
“…….”
“어차피 이거 성공만 하면 의뢰한 놈들이 도망칠 루트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했으니까 우리한테 피해는 없을 거라고. 너 싫으면 다른 새끼랑 팀 먹고.”
끌끌, 혀를 차더니 이내 으름장을 놓는 사내의 말에 술에 취해 콧잔등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남자가 한참 만에 굳은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반?”
“몇 명 도움이 더 필요하긴 할 테니까 그거 빼고 반반. 뭐, 다른 놈들한테 좀 돈 떼 주더라도 우리 몫으로 2억씩은 가져갈 수 있을 거야.”
험악한 낯의 사내가 맞은편 사내가 마시던 술병을 빼앗아 제 목구멍에 콸콸 쏟아 넣더니, 이내 아랫입술을 핥으며 히죽 웃었다.
“도와줄 놈들한테 연락하고 길드에 미리 연락 넣어 놔.”
그가 몸을 바로 세우더니 남자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큰 거 하나 잡았다고.”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낄낄 비열하게 웃으며 성큼 골목을 나섰다.
두 사람은 느긋한 걸음으로 아이들의 뒤를 쫓았다.
* * *
“와아… 이게 뭐람.”
새까맣고 시커먼 계단이 한참이나 아래로 쭉쭉 이어져 있었다. 아래에는 긴 시간 고이고 고인 마기가 침전되어 공기가 무척이나 탁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중간쯤 내려가서는 결국 걸음을 멈춰야 했다.
셋 다 신성력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광범위한 정화에 특화된 능력이 아닌 터라 짙어지는 마기를 계속 정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아버지, 살라메 녀석 데리고 와야겠는데요?”
“으하하하! 도대체 얼마나 탁기가 쌓인 거야? 여기에 엘프들이 있었다고? 정상은 아닐 것 같은데……. 허얼! 공자, 공자. 이거 봐. 나 마기에 침식되고 있어.”
여전히 허공에 둥둥 뜬 제드리안이 키리엘의 앞을 가로막은 채 울상을 지으며 제 손을 쭉 내밀었다.
탄생과 동시에 거대한 마력을 몸에 품고 태어났다는 마탑의 주인, 제드리안의 손끝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마력도 어느 정도 마기를 차단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마탑주의 마력조차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리엘은 무심한 낯으로 귀찮다는 듯 남자를 옆으로 밀어냈다.
“살라메는 이쪽에 없다. 다른 데 간 거 뻔히 알면서 약한 소리 하지 마라. 정 안 되겠으면 신수라도 꺼내든가.”
“아, 이 좁은 통로에서 그 커다란 놈을 어떻게 꺼냅니까.”
인상을 찡그린 클라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왔던 길을 돌아보니, 이미 그들이 들어왔던 계단의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나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래로는 여전히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뿐이었다.
출구라고 생각되는 건 조금도 보이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너무 지루해! 안 그래? 언제까지 여길 계속 내려가야 하는 건지……. 고대 엘프들이 그렇게 머리가 좋다던데, 이게 농락당하는 게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
“수정은 계속 안쪽을 가리키고 있다.”
루드브리드가 안쪽 주머니에서 여전히 기괴한 소리를 흘리고 있는 수정을 꺼내며 말했다.
희미한 빛은 여전히 아래로,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 러! 니! 까! 그게 진짜 고대 엘프의 거라는 증거가 있냐는 거잖아!! 이 아래 불쾌해! 짜증 나! 끈적끈적해!”
“애새끼처럼 굴 거면 꺼지고 못 버티겠으면 물러나라.”
서늘하게 대꾸한 키리엘이 그를 무시하며 계속 걸어 내려갔다.
키리엘이 앞서 걷고 있던 제드리안의 부하들과 성기사 평단원들도 마저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어어, 공자. 앞으로 나서시게? 왜, 왜? 괜찮아? 앞도 잘 안 보일 텐데 그렇게 앞에서 걸으면…….”
허공을 폴짝폴짝 뛰어 키리엘의 앞을 막아선 제드리안이 히죽 웃었다.
“아아. 맞다~! 어차피 공자는 마족에게 저주받아서, 이런 어두운 곳도 마족의 기운도 별거 아니겠구나? 그럼 우리 공자가 맨 앞에 서는 게 맞지. 응응.”
제드리안이 키리엘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말했다.
웃는 얼굴은 천진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해맑은데,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의 속을 제대로 긁는다.
어려서 만났을 때도 제드리안은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제멋대로고, 여전히 하고 싶은 대로 내뱉고 싶은 말을 내뱉으며 살아간다.
머리통 하나는 더 작은 남자가 깐족거리는 것을 바라보던 키리엘이 또다시 앞을 가로막은 제드리안을 말없이 스쳐 지났다.
상대해 주면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하는 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아이, 너무해. 공자~~ 날 무시하고 가는 거야?”
키리엘은 묵묵하게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얼마나 더 아래로 내려갔을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도착한 곳은 거대한 문 앞이었다.
새까만 흑색의 문이었다. 온갖 마법진과 수식어가 가득 적힌, 단단하게 방비된 문.
“우와아, X됐다.”
제드리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둥둥 떠올라 성인 남자 세 사람의 키를 합친 것만큼이나 거대한 문을 이리저리 살피던 제드리안이 툭, 아래로 떨어지듯 내려와 한층 더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루드브리드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가슴 안주머니에 손을 쑥 밀어 넣어 수정을 꺼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제드리안의 손에 있던 수정이 하늘을 날아 문 어딘가에 쿡 박혔다.
우우우웅—
동시에 큰 진동이 울리며 새까만 문 위로 샛노란 빛을 내는 수많은 글자들과 문양들이 떠올랐다.
“공자, 이건 무리야. 봐! 완전 고대 엘프어랑 고대어로 가득한데? 봉인 풀려면 시간 꽤 걸릴 것 같아. 아하하하, 내가 아무리 고대 엘프를 보고 싶어 했대도 이건 좀~ 싫어!”
입술을 툭 내민 제드리안이 허공을 뱅글뱅글 돌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며 불평불만을 토하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불만에 키리엘이 미간을 좁혔다.
“다른 건 몰라도 고대 엘프어는 좀? 내가 아는 것도 없고… 문헌도 거의 다 사라져서 지금부터 연구를 시작해도 빨라도 수십 년, 늦으면 수백 년은 걸릴 것 같은데?”
쪼그려 앉은 제드리안이 문 근처 사방에 적힌 비석들에 새겨진 글씨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근데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다. 고대 엘프!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봉인진을 만들었지. 어디까지 이어졌으려나.”
제드리안은 문에 손을 올려 천천히 마력을 흘려 보냈다.
마법진이 감싸고 있는 범위라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어디 꼼수를 쓸 곳이 없나 싶어서.
“더 탐색하지 않을 거면 돌아가지.”
무심하게 닫힌 문을 바라보던 키리엘이 몸을 휙 돌렸다.
묘하게 불안했던 탓이다.
애초에 지금 직계들이 하나같이 전부 밖에 나와 있는 터라 집안 내부도 걱정이 되고.
물론, 레본을 비롯해서 그들의 부관이 전부 공작저에 남아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는 하지만, 버니는 늘 그의 예상을 깨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엥? 공자, 진짜 이렇게 그냥 가려고?”
“어차피 할 생각도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한 건 너잖아?”
평소와 달리 늘어지지 않는 말투에 제드리안이 눈을 깜빡이곤 히죽 웃었다.
“아하하하!! 뭐야 뭐야~ 혹시! 꿀단지라도 숨겨 뒀어? 아니면 드디어 내게도 형수가 생기는 거야? 너무하다, 너무해. 하아아… 친구한테도 늘 외면당하는 서글픈 삶이야.”
“친구 같은 소리.”
키리엘이 매정하게 코웃음을 쳤다. 제드리안은 한참 만에 문에서 손을 떼곤 히죽 웃었다.
“있잖아, 있잖아! 여기 정식으로는 못 들어가도 꼼수 좀 써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아하하하!! 누가 뚫어 놨나, 아니면 긴 세월에 마모가 됐나. 재밌게 됐어.”
“무슨 소리냐?”
루드브리드의 질문에 제드리안이 폴짝 뛰어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둥둥 날아서 어딘가로 향하더니 돌연 그들과 조금 떨어진 허공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움직임을 뚝 멈췄다.
“여기!”
제드리안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벽 한쪽에 작은 균열 같은 것이 보였다.
“여기. 찔러 보면 재밌는 거 나올 것 같지 않아? 성기사단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