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7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72화(71/125)
히죽 웃은 제드리안이 클라인의 코앞까지 다가가 그대로 뱅글 돌아 허공에 박쥐처럼 매달렸다.
“나는 피곤하니까 저 정도는 네가 뚫어. 가진 게 힘밖에 없잖아~~ 응?”
“이 새끼는 어째 입을 쳐 열 때마다 곱게 열지를 않는군. 쯧, 진짜 이래서 협업이니 뭐니 하기 싫었는데. 네놈이 그 자리에서 떨어지는 언젠가, 네 목은 내가 벤다.”
“에엥, 완전 무리. 당신 실력으로?? 아하하하하!! 오랜만에 들은 재밌는 농담이었어. 마왕을 쓰러뜨린 공자라면 모를까, 반편이 같은 단장의 그 반쪽짜리 검술 수준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사나운 낯으로 그를 노려보던 클라인이 등에 있던 대검을 손에 쥐곤 제드리안을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
쿠구구구—!
거대한 검이 공기를 가르며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아하하하!! 봐! 맞추지도 못하면서! 아무튼 이런 좁은 데서 그러면 위험하잖아, 응?”
“재수 없는 마탑 새끼들.”
“아하하하!! 이제 알았어? 그리고 나 그 말 되게 좋아해. 미친 사이코패스! 재수 없는 마법사! 쓰레기! 하지만 실력은 최고, 외모는 완벽. 누구도 감히 내게 대놓고 반기를 들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리지!”
히죽 웃은 제드리안이 그렇게 말하며 타오르는 듯한 주황색 눈동자로 클라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왜? 나는 강하고 내게 덤비는 놈들은 약하니까.”
샐쭉하게 휘어진 제드리안의 눈에서 순간 생기가 사라지며 광기가 더해졌다. 동공이 풀린 그 눈을 바라보던 클라인이 혀를 차며 그대로 검을 균열에 박아 넣었다.
콰드득!
쩌적, 쩌적—
쨍그랑!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동굴의 벽에 구멍이 뚫렸다. 그들의 눈이 훅 커졌다.
* * *
“이게 정말 불사조를 소환한 그 5억짜리라고?”
뒷덜미가 잡힌 채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는 버니가 입을 떡 벌렸다.
‘역시 흐겸룡 노리는 나쁜 놈들!’
버니, 오늘은 마곰이도 안 데리고 나왔는데!
마곰이가 있으면 마구잡이로 휘둘러서 공격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불가능했다.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얼마나 억세게 잡혀 있는지 도통 벗어날 수가 없었다.
“뭐 하는 거냐! 당장 그 손 놔라!! 감히, 감히 누구 앞에서……! 그 애가 누군 줄 알고!!”
으음.
역시 물 빵야빵야 마법을 사용해야 할까? 물 빵야빵야 마법을 열심히 쓰면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까?
“얘는 또 뭐래? 근데 아까도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 붉은 눈…… 혹시 너 마족 새끼냐?”
낄낄 웃으며 남자가 물었다.
“누구를 감히 그런 더러운 것과 비교해!!”
한참이나 고민하던 버니가 막 손가락으로 총 쏘는 자세를 잡았을 때였다.
문득 들려온 로엘의 사나운 말에 버니가 멈칫했다.
‘로엘도 마족이 싫어했어.’
높게 손을 들었던 버니가 슬쩍 손을 내렸다.
마법을 쓰면 마족이라는 걸 들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로엘이 싫어할까? 어쩌면 로엘이 아빠한테 버니가 마족이라는 걸 얘기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인간 모습이라 좋아하는 건가?’
인간의 모습이 아니게 되면 싫어할까?
어쩐지 조금 기분이 안 좋아진 버니가 시무룩한 낯으로 머리를 굴렸다. 물 빵야빵야가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만 한다.
그렇다면……!
“버, 버니… 불싸조 업는대여……?”
사실 버니에겐 불사조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거야.
“뭐래. 네 얼굴 불사조랑 같이 대문짝만하게 실렸어. 현상금 5억이라고.”
푸시식.
‘버니, 거짓말 실패했어…….’
코앞에서 비웃음을 당한 버니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오, 오억…….”
“엄청나지? 네 몸뚱어리 하나에 그만큼의 돈이 걸린 거야.”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남자가 킬킬 웃으며 말했다.
사실 버니로선 5억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꾸링내나…….”
남자에게서는 무척 냄새가 났다.
“하? 무슨 개소리야?”
버니의 말에 남자가 대번에 얼굴을 구기며 인상을 썼다. 잔뜩 열이 받은 표정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몬생기구 꾸링내 나. 수염 몬생겨써.”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아아, 귀하게 자란 귀족 아가씨께서는 이런 냄새도 못 견디겠다 이건가? 어쩌냐, 못생긴 꼬맹아. 팔려 갈 때까진 질리게 맡게 될 텐데 어쩌냐??”
“그 애, 놓으라고 했지!!”
로엘이 허리춤에 달고 있던 작은 검을 뽑아 달려들며 소리쳤다.
“지랄, 쪼끄마한 게 뭘 들고 설치는 거야?”
퍽!
“아악!”
로엘의 몸이 허공을 날더니 바닥을 나뒹굴었다.
버니를 잡지 않은 다른 남자가 로엘의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그대로 들어 올렸다.
피식, 웃은 남자가 가소롭지도 않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궂은일이나 용병 일을 해 온 신체 건강한 남자를 아홉 살짜리 소년이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엘은 심지어 아직 황족의 힘도 제대로 계승하지 않은 황태자였으니까 말이다.
“근데 금발? 뭔가 황족이랑 특징이 비슷하네.”
“지랄, 황제한테 자식은 병약한 황태자 하나뿐이잖아. 오늘내일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게다가 저거 봐, 빨간 눈이잖아. 마족 새끼랑 연관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긴……. 혹시 이 새끼 숨어 사는 마족 아니야? 뒤로 귀족들한테 팔면 돈 좀 되겠는데. 실험체로 사용되는 마족도 꽤 된다고 들었는데. 특히 마탑에서 유용하게 쓴다고.”
낄낄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이 내뱉는 더러운 말에 버니의 표정이 굳었다.
악의.
악의.
악의.
이 인간들에게서는 새까만 악의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불쾌하고 찐득하다. 포근포근하지 않고 차갑고 딱딱하다.
“일단 아지트로 가자고.”
두 사람은 버니와 로엘을 커다란 보따리에 대충 던져 집어넣었다.
“으잉! 깜까매!!”
“버니! 괜찮아?!”
“개, 갠차는데 쫍아…….”
“윽… 미, 미안해. 저기 그게, 비켜 주고 싶은데 발을 디딜 곳이 없어서.”
두 사람이 한 번에 커다란 천 보따리에 던져진 터라 서로 끌어안게 되어 버렸다.
버니가 꼼지락거렸다.
천 보따리 안이 워낙 제한적인 터라, 어쩔 수 없이 딱 달라붙어 자신을 거의 끌어안은 버니를 힐긋 보는 로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닿는 것이 무척 낯설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특유의 분내가 코끝을 스친다. 오동통한 뺨이 서로 부딪치고, 그때마다 버니가 그의 품에서 꼬물거렸다.
‘…이대로 끌려가면 어떡하지?’
몰래 빠져나온 거라서 발견하고 추적하고 찾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유디아 공작가의 직계가 한 명도 없었다.
추적할 수 있는 신수를 가진 루드브리드 공작도 지금은 출타 중이었다. 고대 엘프의 유적을 보러 간댔으니 언제쯤 돌아올지 확신할 수도 없다.
‘이러다가 죽으면 어떡하지? 버니도, 나도…….’
괜히 자신이 버니에게 함께 가자고 해서. 버니랑 둘이 있고 싶어서 호위까지 떼 내고 온 탓에…….
로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가며 몸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아바마마께서 빨리 발견해 주실까?’
여기서 황태자라고 밝히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저들은 그를 마족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혹시 모를 일에 관한, 만약에 대한 걱정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로엘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톡.
뺨에 닿아 오는 미지근한 온기에 로엘의 몸이 파드득 떨렸다.
로엘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버니……?”
“갠차나.”
버니의 분홍색 눈동자가 로엘의 붉은 눈동자를 직시한다. 평소와 똑같이 해사하게 반짝이는 눈동자였으나, 순진함이나 해맑음이 보이지 않는 묘한 눈빛이었다.
“노엘, 버니가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