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80)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81화(80/125)
“으잉?!”
그는 손잡이가 고장 나 덜렁거리는 문을 한 손으로 가볍게 열고 버니의 방으로 들어갔다.
버니는 마곰이를 끌어안은 채 문 앞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입을 떡 벌린 채로.
“아빠, 왕 힘세여.”
“그래, 힘세.”
버니의 앞으로 걸어간 키리엘이 그 앞에 툭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서, 왜 갑자기 아빠 눈에 안 띄겠다는 건데?”
“…버니 아가 아니니까여.”
“아가 아니어도 내가 아빠 해 주기로 했잖아. 아니면 새 아빠 찾았어?”
“움…….”
생각해 보면 로엘의 아빠도 꽤 멋지게 생겼었지.
새 아빠를 찾는다면 후보군으로 고려해 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콩!
“앗!”
이마에 닿은 살짝 따끔한 감각에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키리엘을 보았다.
키리엘이 물끄러미 버니를 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다른 아빠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뜨끔!
버니가 어깨를 크게 떨더니 입술을 툭 내밀곤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키리엘은 물끄러미 버니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정말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니……?”
나른한, 그래서 차분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버니가 꼴깍 침을 삼켰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그런 난감한 기색에도 키리엘은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
“…아빠가 버니 시러하면 눈물 나여.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버니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루리 얘기를 해도 되나?’
루리는 아무한테도 자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루리 말은 옳다.
그래, 항상 옳았다.
“앞으로 아빠한텐 숨기는 일 없는 거야.”
하지만, 루리.
버니가 거짓말을 하면, 버니한테는 거짓말하는 친구밖에 안 생기는걸.
거짓말 안 하는 친구가 가지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버니의 시선이 어쩔 줄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본 키리엘이 버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버니,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그러니까, 루리가 버니는 아빠 눈에 안 뗘야 한대여.”
키리엘이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눈을 질끈 감은 버니가 입을 열었다.
“…널 예전에 키워 줬던 그 사람 말이니?”
“네에…….”
키리엘이 놀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이미 곁에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루리가, 아빠는 마족이가 많이 시르대여. 그래서여, 그래서… 버니가 눈에 안 띠면 좋대여. 아빠 기찮게 안 하구여. 그래서여…….”
그래서…….
아이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키리엘은 말없이 아이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다가, 버니를 달랑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앗!”
“그래서 눈에 안 띄려고 했어? 아빠 귀찮게 안 하려고? 내 생각 해서……?”
“네엥… 아빠한테 미워하면 시러여…….”
버니의 귀엽고도 안타까운 고백에 키리엘은 말없이 웃으며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더니, 그대로 버니를 안은 채 방을 나섰다.
“안 미워해. 안 싫어하고.”
“…정말여? 버니가 나중에 나뿐 마족이가 대면 어떡해여?”
“그땐 아빠가 버니를 붙잡아서 엉덩이를 때려 주고 이건 잘못됐다고 해 줘야지. 하지 말라고 말이야.”
“…으잉. 엉덩이는 아푼데.”
“나쁜 마족이 안 되면 되잖니.”
키리엘의 말에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히히, 작게 웃은 버니가 키리엘의 목을 두 팔로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버니 안 시러여?”
“응.”
“새 아가가 와도 버니 안 시러해여?”
“새 아가?”
결혼이라도 할 때를 말하는 건가?
무슨 생각의 흐름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키리엘이 의아한 낯을 하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소리는 하지도 말렴. 그보다 네 오빠들이 널 기다리고 있단다.”
“버니여?”
“응.”
“왜여?”
“왜냐면…….”
가볍게 웃은 키리엘이 굳게 닫힌 문을 활짝 열었다.
펑! 펑! 퍼엉!
“생일 축하해, 버니!!”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목소리에 키리엘의 품에 안긴 버니의 눈이 그야말로 동그래졌다.
“…오늘 버니 생일 아닌뎅?”
얼떨떨한 낯을 하고 있던 버니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뒤쪽에는 [버니, 생일 축하해!!]라고 적힌 천이 걸려 있었고, 방 안 가득 먹을 것이 가득했다.
7단 초콜릿 케이크에 초콜릿 분수, 초콜릿으로 된 달콤한 디저트들, 그리고 각종 과일과 엄청나게 커다란 고기가 윤기가 좔좔 흐르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저번 생일 축하는 너무 엉망이었어! 너한테 초콜릿을 받아먹은 것 말고는 없잖아!”
“그래. 새로 생일 축하해 준다고 했잖니.”
“뭐, 나…나는 그냥 네 생일이라길래 참석한 것뿐이지만.”
앨런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키리엘이 버니를 조심스럽게 방에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칼바드가 슬쩍 한마디를 덧붙이자 뒤쪽에 있던 레본과 로덴, 그리고 제시와 멜리사까지 냉큼 축하를 전했다.
버니의 동글동글하고 앙증맞은 눈이 한껏 커졌다.
“애런, 나 시러진 줄 아라써.”
“응? 내가 왜! 전혀. 싫을 리가 없잖아!”
“애런, 아침부터 버니 꾸링내 나는 신발처럼 피해써.”
버니의 불만스러운 어조에 앨런이 흠칫 놀라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양손을 쭉 내밀어 손사래를 치면서 급히 입을 열었다.
“아냐, 그건 깜짝 파티를 준비하느라 그런 거야! 버니한테 들키면 깜짝 파티가 아니니까! 절대로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앨런이 버니의 곁으로 다가와 열심히 제 의견을 피력하며 변명을 덧붙였다.
타박타박 걸어간 버니가 7단짜리 거대한 초콜릿 케이크를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버니, 생일 파티 처음야.”
“엥. 생일 파티도 해 본 적 없어?”
어느새 슬쩍 다가온 칼바드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버니가 화려한 식탁과 제 근처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웅. 버니, 아가 때 돈이 업써서 생일에는 루리랑 버니가 먹구 시픈 쪼꼬 나눠 머거써.”
버니의 말에 키리엘을 비롯해 축하를 해 주러 온 사람들의 눈이 훅 커졌다.
이제야 그때 버니가 왜 뜬금없이 초콜릿을 나눠 주고 축하해 달라고 했었는지 그 이유를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니까 파티는 처음! 엄청나게 머쪄여!”
티 없이 맑게 웃은 버니가 테이블 위를 바라보던 몸을 빙글 돌려 두 팔을 활짝 벌리곤 냉큼 허리를 불쑥 숙였다.
“고마씁미다!!”
머리를 숙인 버니의 모습에 앨런이 울먹거리는 눈으로 버니를 바라봤다.
로덴과 제시도 조용히 고개를 돌리거나 입을 가렸다. 한창 모두가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였다.
찰칵. 찰칵. 찰칵.
방 안을 울리는 셔터음에 키리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키리엘이 조용히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부관인 레본이 그만큼이나 무표정한 낯으로 사진구의 셔터를 열심히 누르다가 눈이 마주치자 조용히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버니, 그거 알아?”
“그거?”
“생일인 사람이 케이크에 촛불을 끄기 전에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끄면 소원이 이뤄진대!”
앨런이 버니의 손을 붙잡아 식탁 앞까지 이끌며 말했다.
두 아이를 따라온 키리엘이 버니를 달랑 들어 올려 7단 케이크의 위쪽에 버니를 올려 주자, 버니의 얼굴이 확 펴졌다.
“소원 빌고 촛불 꺼 보렴.”
키리엘의 말에 버니가 눈을 반짝였다.
‘소원……!’
버니의 소원은 여태까지 하나밖에 없었다.
무사히 훌륭한 어른이 되어서 왕 큰 대마왕이 되는 거!!
눈을 감은 버니가 소원을 빌려다 멈칫했다.
그러고는 눈을 떠 사방을 둘러싼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이윽고 버니는 두 손을 꼬옥 모아 잡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소원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