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81)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82화(81/125)
“버니, 소언 다 빌었어!”
“그럼 이제 촛불을 끄면 돼!”
“웅……!”
배에 힘을 줘서 훅 바람을 내뿜은 버니가 촛불을 하나하나 끄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촛불을 끄느라고 다섯 번의 바람을 분 버니가 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버니를 내려 준 키리엘이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버니의 얼굴이 기쁨으로 발갛게 물들었다.
“야, 무슨 소원 빌었냐?”
칼바드가 슬쩍 버니의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버니가 입을 열려고 하자, 옆에 있던 앨런이 화들짝 놀라 버니의 입을 냉큼 막으며 소리쳤다.
“안 돼! 소원은 다음 생일까지 말하면 안 되는 게 규칙이야.”
“하아……? 까다롭기는.”
“규칙은 규칙이야.”
눈을 세모꼴로 뜨고 매섭게 쏘아붙이는 앨런의 행동에 칼바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구기면서도 팔짱을 끼며 고개를 휙 돌렸다.
“쳇. 하늘 같은 형님한테 싹수없게 굴기는.”
“누가 형님이야?”
“나지! 내가 너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더 많은데!”
“난 나보다 정신연령 어린애는 취급 안 해.”
고개를 휙 돌린 앨런이 코웃음을 치곤 왁왁 소리치는 칼바드를 뒤로한 채, 버니에게 다가와 뭔가를 내밀었다.
“버니, 이건 선물이야.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샀어. 예전에… 옷 사 준다고 했잖아. 좀 좋은 것 사 주고 싶어서…….”
“뜯어두 대?”
“물론이지!”
버니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앨런이 준 상자의 포장을 호쾌하게 북북 뜯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마치 밤하늘을 담은 듯한 남색 빛의 옷이 들어 있었다.
별이 수놓아진 것처럼 은은한 은빛의 수를 품은 예쁜 드레스였다.
“왕 큰 드레스.”
다만 버니의 사이즈보다는 조금 컸지만.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버니가 입으면 얼굴까지 덮고도 바닥이 질질 끌릴 정도의 사이즈였다.
드레스를 쥔 버니가 손을 높이 번쩍 들어 올려도 도통 끝을 볼 수 없는 드레스에 눈을 깜빡였다.
“나중에 사교계나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 그때 내 드레스를 입어 줬으면 해서.”
“버니 아직 다서 쌀 애긴데.”
보아하니 이건 버니가 조금 더 큰 어른 버니가 되어야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응. 미리 주고 싶었어. 내 드레스를 꼭 처음 입어 줬으면 해서. 마음에 안 들어?”
“오오, 마담 오벨롯의 드레스군요. 알기로 부띠끄 예약이 5년 뒤까지 꽉 차서 구하기 힘드셨을 텐데요. 잘 보관해 두셨다가 나중에 사교계에 데뷔하실 때 입으시면 되겠습니다.”
무표정한 낯의 레본이 박수를 짝짝 치며 버니와 앨런 사이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
앨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뺨을 살짝 붉히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직접 가서 부탁했어요. 동생 생일에 꼭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한… 30번쯤.”
앨런의 말에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엄청나게 대단한 옷……!’
마당 오베롱의 드레스……!
부끄러웠는지 앨런의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자, 버니가 활짝 웃으며 옷을 끌어안았다.
“애런, 고마어!!”
찰칵. 찰칵. 찰칵.
한쪽 무릎을 꿇고 뒤로 후다닥 물러나더니 앨런과 버니의 투샷을 훌륭하게 찍어 낸 그가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드레스를 챙기며 입을 열었다.
“귀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이건 제가 잘 보관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레본.”
키리엘이 낮게 혀를 차며 서늘하게 레본의 이름을 불렀다.
“네.”
“내 것도 뽑아서 가져오도록.”
“네.”
팔짱을 낀 키리엘의 근엄한 목소리에 레본이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시선들을 뒤로한 채 키리엘이 한쪽 무릎을 꿇고 버니와 시선을 맞추더니, 무언가 서류를 내밀었다.
“편지?”
“아니, 초콜릿 공장이란다.”
“…넹? 쪼꼬 공장?”
키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일단 ‘버니의 초콜릿 공장’이라고 지었는데 바꾸고 싶으면 바꿔도 된단다. 네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초콜릿을 만들어 줄 거야.”
버니의 눈이 반짝 빛났다.
버니가 종이를 쥔 채 제자리에서 콩콩 뛰더니, 한껏 상기된 낯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버니 쪼꼬 공장?!”
“그래. 여기서 벌어들이는 돈도 전부 네 계좌로 들어갈 거다.”
“쪼꼬!!”
다른 건 하나도 모르겠고 오로지 초콜릿이라는 단어에 제대로 꽂힌 버니가 제자리에서 토끼처럼 한참을 폴짝폴짝 뛰더니, 이윽고 도도도 달려가 키리엘을 냉큼 끌어안았다.
“아빠 채고!!”
키리엘의 눈이 훅 커졌다.
그는 살짝 굳어진 낯으로 천천히 손을 들어 조심스레 버니의 등을 톡, 톡, 톡 두드렸다.
키리엘의 입가에 아주 흐린 미소가 번졌다.
꺄아아, 소리친 버니가 키리엘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발을 동동 구를 때였다.
우르릉— 콰아앙!
번쩍!
“꺄아아악!!”
멀쩡했던 방의 발코니에 돌연 번개가 내리꽂혔다.
근처에 있던 멜리사가 놀란 듯 비명을 지른 채로 굳었다.
키리엘이 미간을 찡그리곤 아이를 살짝 품에서 떼어 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코니 문을 확 열어젖히자 발코니를 가득 채울 정도로 산처럼 쌓인 장난감과 보석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 위에 덩그러니 놓인 익숙한 선물 상자도 하나 보였다.
키리엘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혀를 찼다.
“제드리안.”
그가 가져갔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훔쳐 간 것은 눈치챘지만 부러 모른 척했다.
그놈은 본래 그런 장난을 치는 놈이었다. 짓궂게 가져가서는 또 시간이 지나면 돌려주는.
애초에 가져가라고 도발한 것이기는 했다. 고쳐서 돌려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설마 이런 식으로 돌려줄 줄이야.
어차피 돌려줄 거라고 생각해서 굳이 빼앗진 않았었는데…….
“아빠? 이거 모에여?”
“쓰레기. 누가 하늘에서 쓰레기를 버린 모양이구나.”
키리엘은 버니에게서 받은 제 선물 하나만 챙긴 뒤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레본, 저거 전부 치워 버려.”
“네.”
가볍게 허리를 굽힌 레본이 물러나기 직전, 버니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 주었다.
“이건 제 선물입니다, 버니 아가씨. 생일 축하드립니다.”
레본이 손에 쥐여 준 리본이 달린 작은 선물 상자를 본 버니의 눈이 훅 커졌다.
“앗, 이건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생일 축하드려요!!”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이건 제 선물입니다. 무사히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탄신일, 축하드립니다.”
“이건 제거예요. 직접 만들었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 이, 이건 내가 너한테 주는 거야!! 따, 딱히 뭐 네가 좋아서 주는 건 아니고 생일 한 번도 챙겨 보지 못한 게 불쌍해서… 아니, 아무튼… 선물이야. 최, 최상급 성력석으로 만든 목걸인데… 어린애가 차고 있으면 병도 안 걸리고 그래서 좋대.”
멜리사와 로덴 하이너, 그리고 제시와 칼바드를 비롯한 이들이 전해 준 선물로 인해 버니의 품이 가득 찼다.
버니는 조용히 시선을 내려 멍한 얼굴로 제 품에 가득 안긴 선물 더미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버니의 생일이란 언제나 루리엘과 함께 둘이 맛있는 초콜릿을 먹는 날이었다.
초콜릿이나 쿠키에 초를 꽂아서 함께 먹었던 때도 있었다.
루리엘과의 생활은 차마 풍족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 했고, 그날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먹고살았다.
버니에게 생일이란 루리엘과 함께하는 행복한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드물게도 맛있는 쪼꼬를 먹을 수 있는 날.
싸구려 쪼꼬가 아니라 엄청나게 달고 맛있고 사르르 녹아내리는 비싼 쪼꼬를 먹는 날.
“…웅.”
그래서 버니는 초콜릿이 좋았다.
가장 행복한 날에 먹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음식이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먹을 수 있는 날이었고, 그날을 생일이라고 했으니 생일은 버니에게 행복한 날이었다.
버니의 입꼬리가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이윽고 활짝 휘어졌다.
“고맙슴다! 버니 왕왕 완전 행복이에여!!”
버니의 얼굴에 꽃피운 사랑스러운 미소에 모두가 멈칫하며 굳었다.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