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95)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96화(95/125)
손이 부러질 것 같은 엄청난 압박에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샬로네는 급히 손을 빼냈다.
버니는 히히 웃으며 뭐가 그렇게 기쁜지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얘 내가 누군지 아는 거 아니야……? 아니면 여우같이 내가 한 짓을 똑같이 되돌려주는 건가?’
‘버니, 악수는 처음이야…….’
버니가 코 밑을 슥슥 문지르며 뿌듯한 낯으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샬로네를 보았다.
“멍청한 줄 알았는데 악수는 할 줄 아네, 꼬맹이.”
“엄청 잘하는데? 악수하는 법을 알려 준 적도 없는데.”
악수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을 해 대는 칼바드와 앨런을 보며 샬로네는 얼얼한 제 손을 매만졌다.
훗.
“버니, 천재니까.”
“맞아, 우리 버니 천재지.”
앨런이 버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니 뭐야, 이 집안! 저 사악한 마족 녀석이……!’
뿌듯함을 가득 담은 표정을 한 채 으쓱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버니를 본 샬로네가 울컥한 기분을 억누르며 고개를 휙 돌렸다.
‘정체를 낱낱이 밝혀 주겠어.’
‘버니, 호뭉이랑 좀 친해졌을지도.’
동상이몽이었다.
* * *
샬로네.
그녀는 미치광이 마녀에게서부터 탄생한 호문쿨루스, 인조인간이었다.
작은 오두막에서 그녀의 손길이 자아내는 대로 탄생한 하나의 만들어진 생명체.
온갖 것들을 욱여넣은 작은 돌멩이를 심장 삼아서 움직이고 있는 하나의 인형.
샬로네가 탄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마녀의 호화롭고도 평화로운 출세를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샬로네가 해야 할 것은 일단 이 집안의 금지옥엽인 하나뿐인 딸이자 손녀가 되는 것이었다.
간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쉬운 일이란다, 샬로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있어. 그 콧대 높은 공작가의 유일무이한 공녀로서 필요한 거, 가지고 싶은 거, 사랑, 애정, 전부를 가진 채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겠지.”
“음? 나? 나 말이니? 아하하하! 그래, 그래. 이렇게 궁금해해야지. 인간답고 좋구나. 나는 네 옆에서 널 만든 어미로서 평생 돈 걱정 없이 평온하게 사는 게 목표란다.”
“자, 내 말만 따르렴. 어차피 유디아 공작가에 있는 그 여자애는 마족이란다.”
샬로네는 몇 번이고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을 깜빡이며 정면을 응시한다.
“마족인만큼 그 애는 아주아주 음침하고……”
음침……?
“이이잉, 왜 안 되지?”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며 밀가루 봉지를 거의 쥐어뜯던 아이의 눈앞에서 밀가루가 펑! 하고 터지며 주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헉, 안 대!!”
털썩.
온몸이 뽀얀 밀가루 범벅이 된 아이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독하게 고립되어 살아온 터라 사랑 따윈 모르고 자라서 인간의 감정 역시 전혀 모르고…….”
뿌연 밀가루 연기 사이로 보이는 풍경에 샬로네는 재차 눈을 깜빡였다.
“아이고, 제가 뜯어 드리겠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버니, 이제 8살. 아가 아니라 혼자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시무룩한 낯으로 입술을 툭 내민 버니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슬쩍 입을 열었다.
“미안.”
추우욱.
어깨가 늘어진 버니를 바라보던 요리사, 한때 수습 요리사였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공작가의 정식 요리사가 된 루카가 펄쩍 뛰며 냉큼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입이 방정이지. 이것 좀 치우면 뭐가 어때서!
“괜찮습니다, 제가 다 치우죠~! 자자, 여기 제가 새로 뜯어 드렸으니까 이걸로 쪼꼬 쿠키 구워 볼까요?”
시무룩한 버니의 앞에서 딸랑이도 아니고 절구 방망이 같은 것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할 줄 아는 건 상대를 노려보거나 차가운 말을 하며 사람을 밀어 내는 법밖에 모르는 아이일 거란다. 내어 주는 법 따윈 모르는 악마.”
늘 웃음기 섞인 당당한 낯으로 읊조렸던 마녀의 목소리와 그 풍경이 지금 현실과 서서히 겹쳐진다.
“아냐. 오늘 8살 버니,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오오, 뱅글뱅글 감자도 고구마 꿀 절임도 감자 버터 뽁뽁이나 빵 쏙쏙 한입에 베어 물자도 아니고요?”
“웅. 오늘은 핏자야.”
버니가 아주 근엄한 낯으로 선언했다.
버니의 말에 눈을 크게 뜬 루카가 일단 두 손으로 박수를 짝짝짝 쳤다.
“오늘은 이름이 직관적이지 않네요.”
“직… 버니 지갑은 없써…….”
“아뇨, 직관적…, 그러니까 이름이 직접적이지 않다고요. 왜, 뱅글뱅글 감자는 요렇게 뱅글뱅글 잘라서 튀기니까 뱅글뱅글했고, 감자 버터 뽁뽁이는 알감자랑 버터를 넣고 볶고, 빵 쏙쏙 한입에 베어 물자는 빵에 야채랑 고기를 쏙쏙 넣어서 한입에 베어 물 수 있는 거였는데요.”
“웅, 이건 핏자야.”
루카의 길디긴 설명을 대충 흘려 넘긴 버니가 콧김을 훅 내뿜었다.
기억 속 루리엘은 아주아주 요리 솜씨가 좋았다. 그래서 맨날 맛없는 야채들로 맛있는 음식들을 해 주었는데, 이건 버니가 아주 드물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무려 고급 식재료이자 버니가 왕왕 좋아하는 치즈가 들어갔으니까!
‘절대 치즈 먹구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버니, 귀한 음식 선물해 주는 걸로 호뭉이한테 빚지게 하려는 사악한 계획.
“기다려 봐, 호뭉… 아니 샤로롱. 버니가 맛난 거 만들어 줄게.”
샤로롱 아니라니까 들어 먹지를 않네.
“뭐부터 도와드릴까요?”
“움… 손!”
팔을 걷어붙인 버니가 양손을 쭉 높이 들었다. 그러자 루카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버니를 달랑 들어 수도가 나오는 곳까지 옮겨 주었다.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모르는 불쌍한 아이. 그게 바로 그 아이란다.”
샬로네는 한 차례 눈을 깜빡이곤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하나도 맞는 게 없잖아.’
저게 대체 어디가 사랑을 원하면서 사랑을 할 줄도,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는 불쌍한 아이라는 거야.
음침함은커녕 온몸에서 사랑받은 티가 줄줄 흐르다 못해 바닥에까지 흘러넘칠 지경이 아닌가.
‘저게 진짜 그 끔찍한 마족이라고?’
징그럽고 무섭고 더러운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족.
그래.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죽인… 그 끔찍한 마족의 자식이라는 말인가?
‘저게 진짜 미래의 마왕이라고?’
미래의 마왕이 인간의 손에 달랑달랑 들려선 뽀득뽀득 소리가 날 때까지 꼼꼼하게 손을 씻고, 앙증맞은 어린이용 계단에 올라가 작은 손으로 꼬물거리며 밀가루를 치대고 있는데.
진짜 저게?
아니, 심지어 치대는 것도 아니었다.
치대는 건 옆에 서 있는 인간이고, 버니는 아주 작은 양의 밀가루를 조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으음……. 파스스, 파스스.”
제 것이 잘 뭉쳐지지 않아 버니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으려니 루카가 옆에서 고개를 불쑥 들이밀었다.
“물이랑 밀가루만 넣으면 될까요? 아가씨.”
“아니, 소금이랑 그리구 음 미끄덩한 거!”
“아, 기름인가요? 이거?”
“웅. 쪼금.”
“네.”
루카는 옆에서 착착착 둥근 반죽을 만드는데, 버니의 것은 영 뭉쳐지지도 않고 말랑말랑해지지도 않았다.
버니가 다시 밀가루를 양손에 쥐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버니, 레시피는 완벽한데 동글동글이가 안 돼.’
샬로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을 좀 더 넣고 제대로 팍팍 치대야지, 저게 뭐 하는 거야?’
악수할 때 보니까 손힘이 엄청 강하던데, 그런 주제에 밀가루를 주먹을 꽉 쥐었다가 놓는 것만 반복한다.
저런데 퍽이나 잘 뭉치겠다.
‘저 자리에 있는 게 쟤가 아니라 나였으면…….’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대체 저 ‘핏자’라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탁, 탁, 탁.
“흐잉…….”
답답함에 발을 연신 구르던 샬로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해사하게 웃으며 버니에게 다가갔다.
“와아, 버니.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내가 도와줘도 될까?”
“웅? 우음… 아직 아가인 어린이는 힘든 일인데.”
버니의 해맑고도 진지한 말에 샬로네가 멈칫했다. 지금 누가 누구보고 어린아이라고 하는 건지 믿기질 않았다.
“버니보다는 내가 더 나이가 많지 않을까? 도와줄게.”
“…샤로롱 버니 도와줘?”
“…으응.”
샬로네의 떨떠름함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모를 버니가 눈을 반짝 빛냈다.
‘호뭉이가 버니 도와주는 거 그링이 나이트?’
버니, 벌써 주인공 해롱해롱하게 했어?
흐흥.
밀가루가 범벅인 손으로 코 밑을 스윽 훔친 버니가 코 밑에 밀가루를 묻히곤 히죽 웃더니, 어린이용 계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엣헴. 그렇게 버니가 좋다면, 도와줘도 좋아.”
울컥.
무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에 샬로네는 깨질 뻔한 완벽한 미소를 입가에 그린 채 말없이 방긋 웃었다.
‘버니, 너무 사악한 천재라 곤란해.’
무려 8살이라는 거대한 어른이 되며 왕왕 커진 버니는 주인공도 함락시킬 수 있는 무적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