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cle of the Villainous Baby RAW novel - chapter (97)
악당 아기님이 예언을 함 98화(97/125)
“이름이 핏자라고?”
“넹. 루리가 예전에 알려 준 왕 맛있는 거. 샤로롱이랑 같이 만들었어여.”
“샤로롱은 또 뭐니?”
“샬로네라고 했는데 발음이 조금 어려운 건지 발음을 잘 못하더라고요.”
은근한 샬로네의 말에 버니가 샬로네를 보더니 검지를 쭉 펴곤 좌우로 츳. 츳. 츳. 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아, 아닌뎅?! 완전 애칭이야.”
티 나게 눈동자가 흔들린 버니가 후다닥 말하더니 상자를 활짝 열었다.
재빨리 말을 돌리려는 듯이.
“아빠, 이거 핏자……!”
…가 아니라 버니 거 찰흙 덩어리 됐어?!
버니의 눈이 가자미처럼 쭉 찢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동안 열심히 흔들어 댄 탓에 이미 핏자의 동그란 형태는 사라지고, 무슨 샐러드라도 버무려 놓은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
버니가 눈을 깜빡였다.
‘저럴 줄 알았지.’
샬로네는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제 상자를 열며 슬쩍 입을 열었다.
“그러게 그렇게 뛰어가니까 그렇지. 내가 천천히 가라고 했었잖아.”
그랬었나?
버니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시선을 내려 샬로네의 상자를 바라본 버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샬로네는 아주 조심해서 들고 온 터라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포장된 상태 그대로였다는 말이다.
“……!”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히 뿌듯해지고 콧대가 높아지는 느낌에 샬로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당연히 버니는 실망하고 우울하고 슬퍼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자신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하거나 어쩌면 짜증 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그러나 고개를 든 순간, 샬로네는 눈을 크게 뜬 채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샤로롱 거 완전 멀쩡! 아빠, 이게 핏자에여!”
그도 그럴 것이 꺼려진다는 표정은커녕, 도리어 이거라도 멀쩡해서 다행이라는 듯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샬로네의 핏자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버니 건…….”
흠.
슬쩍 시선을 옮긴 버니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제 엉망이 된 그로테스크한 핏자가 아닌 무언가를 내려다보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핏자 괴물이 왔다가 갔나 봐여.”
“핏자 괴물?”
“넹.”
버니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발을 동동 구르곤 말을 덧붙였다. 킥킥 웃는 버니의 얼굴에는 한 점의 질투도 부러움도 보이질 않았다.
화악.
그것을 깨달은 샬로네의 얼굴이 도리어 붉어졌다.
주먹을 꽉 쥔 샬로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만 멍청해진 기분이었다.
힐긋, 고개를 숙인 샬로네를 본 키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 핏자라는 건 어떻게 먹는 거니? 버니.”
“우음, 손으로 쭉쭉 찢거나 칼로 슥슥 잘라서 요렇게 먹어여!”
와앙, 입을 벌려 먹는 시늉을 해 보인 버니가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키리엘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곤 손가락을 까딱했다.
“버니 건 지금 손으로 먹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 샬로네 걸 나이프로 잘라서 먼저 먹어 보자꾸나.”
“네엥~!”
키리엘의 뒤에 있던 레본이 대신 피자를 잘라 주더니 한 조각을 슬쩍 가져가 입에 넣으며 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아가씨, 이 레봉도 하나 주실 수 있겠습니까.”
“웅. 근데 먹고 있잖아, 레본.”
“큭. 벌써 어른이 되셔서는 이렇게 레봉도 해 주지 않으시고 아픈 말씀도 하시게 되셨군요.”
무표정한 낯으로 고저 없는 목소리를 낸 레본이 핏자 한 조각을 한입에 집어넣고는 버니의 손에도 한 조각, 샬로네의 손에도 한 조각을 공평하게 올려 주더니 조용히 사진구를 꺼냈다.
찰칵. 찰칵. 찰칵.
“아, 식사는 편하게 하십시오. 두 분 다.”
“웅.”
버니가 입을 벌려 와앙, 핏자를 베어 물었다. 여전히 무슨 감정을 느끼고는 있나 싶게 무표정한 얼굴의 레본이 한 손을 입으로 가린 채 버니의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며 각도까지 바꿔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이봐.”
“네, 공자님.”
레본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진구를 안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묵묵하게 대답했다.
“네 주인이 대체 누구지?”
아이들의 손에만 하나씩 쥐여 주고 제 입에 쏙 넣더니 사진 삼매경에 빠진 레본을 보며 키리엘이 서늘하게 묻자, 레본이 퍽 당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죠.”
레본의 대답에 키리엘의 입가가 크게 꿈틀거렸다.
차마 아이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지 못한 키리엘이 마뜩잖은 낯으로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당장 나가.”
“예.”
탁—
덤덤하게 대답한 레본이 미련이라곤 한 톨도 없다는 것처럼 깔끔하게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버니, 음…….”
벌컥.
키리엘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다시 문이 체통 없이 벌컥 열렸다.
“아, 음료수는 필요 없으십니까? 버니 아가씨, 샬로네 아가씨.”
“…….”
“버니, 어른의 잔에 어른의 음료 먹어여.”
어른의 잔에 어른의 음료?
훗. 코웃음을 치는 버니의 당당한 표정을 본 샬로네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천방지축처럼 보여도 교양은 있다는 건가?’
자신만 어린애처럼 주스를 먹을 순 없다. 애초에 이미 마녀에게서 귀족의 소양에 관한 것들은 전부 배운 참이었다. 웬만한 귀부인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샬로네는 손에 쥔 피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홍차로…….”
“네, 알겠습니다.”
레본이 탁, 문을 닫고 나갔다.
“…….”
키리엘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은 채였다.
키리엘의 입매가 꿈틀 움직였지만, 그는 간신히 짜증을 억눌렀다.
입맛에 맞는지 열심히 피자를 먹는 버니를 보며 그도 한 조각을 가져와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치즈와 구운 야채, 그리고 새콤한 토마토 소스의 맛에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븐에 구운 듯 바삭바삭한 도우까지, 지금껏 생전 먹어 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이었다.
버니가 가끔 신기한 음식을 만들어 종종 가져다줄 때마다 생각했지만, 정말 쉬이 생각할 수 없는 음식들이었다.
“맛있어여?”
“왕왕 맛있구나.”
“왕왕!”
버니가 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샤로롱은 어때?”
“아, 응. 맛있어. 되게…….”
입을 가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뜬 샬로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애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확실히 음식은 맛있었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달칵, 문이 열리고 레본이 들어왔다.
“자, 샬로네 아가씨. 홍차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벌써부터 어른스러우시군요, 아가씨께선.”
무표정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훌륭한 자세로 홍차를 내준 레본이 버니의 앞에 투명한 유리잔을 내려 두었다.
‘사실 홍차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뭐가 맛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홍차였다. 향이 나는 찝찌름한 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저 애한테 뒤처질 순 없지.’
샬로네가 생각하며 찻잔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쪼르르륵.
버니의 투명한 유리잔에 어두운 보랏빛의 액체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른의 유리잔에 담은, 설탕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달콤함이 덜한 어른의 포도 주스입니다.”
레본의 말에 버니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으로 —유리잔을 들기 전에 키리엘이 한 차례 손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잔을 들곤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포도 주스를 맛본 버니가 “크응…….”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움. 맛있다. 감삼미당.”
“예.”
레본이 익숙하게 꿇었던 한쪽 다리를 펴고 뒤로 물러나더니 키리엘의 와인 잔에도 와인을 따라 주었다.
버니가 힐긋 그것을 보더니 무언가 뿌듯한 낯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뭐야……? 저게 어른의 음료라고?’
맛없는 홍차를 마시던 샬로네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저게 왜 어른의 음료야?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생각하던 샬로네가 표정을 살짝 굳혔다.
‘아니, 무슨 소리야. 난 더 어른 같은 면모를 보여서…….’
레본이 다가와 빈 유리잔을 홍차 잔 옆에 내려놓았다.
“한 잔 드릴까요? 아가씨.”
나직한 질문에 샬로네의 눈이 훅 커졌다. 한참의 망설임 끝에 샬로네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왁자지껄한
—버니에게만—
간식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