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24)
〈 124화 〉 던전을 방어하자! x 5
* * *
던전의 입구부터 중간까지는 일직선의 길이다.
거기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애들 내무반이 있는 복도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안방이 있는 복도로 이어진다.
일단 내무반으로 가는 쪽 길은 막아놨다. 흙이랑 샤란이의 나무뿌리 생장마법을 이용해서 벽을 만들어놨지. 따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침입자는 우리가 대기하고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틀 것이다.
그렇게 이쪽으로 오게 되면.
“함정에 걸리게 된다.”
발목 함정을 밟고 한 녀석이 무력화된다.
동시에 내가 함성을 내지르는 것으로, 픽시들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고, 페어리가 가루를 뿌릴 것이다. 임숭이? 알아서 입구에 방화를 하겠지.
그럼 진퇴양난이다.
함정에 기습까지 당한 무리가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사들이라면 몰라도 모험가에 수녀가 섞여 있다. 여기사라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겠지만.
“바네사는 의로운 성격이라고 그랬지.”
레이카가 말하길 남작령의 여기사 바네사는 의로운 성격이라고 했다. 수녀원이랑 인연도 있다는 모양이고, 그런 상황에서 수녀들이랑 함께 왔다가 공격을 당한다? 수녀를 보호하려고 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이미 페어리들이 가루를 뿌린 상태니까.
“모르고 오면 무조건 당하게 되어 있어.”
우리들에 대한 정보가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작전은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아직 우리에 대해서 몰라. 그럼 이긴다.
“전군 위치로.”
“케륵.”
ㅡ우르르.
그렇게 내 병사들이 전투 진형을 형성했다. 고블린들이 팔랑크스를 만들고 그 뒤에 픽시들이 선다. 자그마한 페어리들은 던전 복도의 천장 쪽에 미리 뚫어놓은 구멍 속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던전에 들어왔다.
* * *
모퉁이에 등을 딱 붙이고, 도청을 실시한다. 터질 듯 뛰려고 하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키면서 청각에 힘을 집중시켰다.
ㅡ타악.
지금.
여섯 명의 인간들이 던전 앞에 서서 대화를 하는 중이다.
“와아. 신기하네요. 나무뿌리가 동굴을 내부를 감싸고 있어요. 몬스터들이 만든 동굴일까요?”
가느다란 여성의 목소리.
수녀인가?
“흐음… 글쎄요. 이런 건 저도 처음 봅니다. 이런 형태라니… 몬스터들이 이런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모험가로 추정되는 남자가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자연적으로 생겼다는 뜻인가?”
“예. 아마 그럴 겁니다. 몬스터들이 파둔 굴이 좀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나무뿌리가 벽면을 타고 내려온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몬스터들이 파둔 굴이라. 무슨 몬스터지?”
여자의 목소리는 제법 고압적이었다. 여기사 바네사의 목소리일까? 확실히. 목소리만 들어도 강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우락부락한 근육녀는 아니겠지.
아무튼 이들은 지금 던전의 형태를 보고 의문을 품고 있는 상태였다. 나무뿌리가 천장이랑 벽면을 덮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특이하게 보이긴 할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형태.
“크기를 보면 고블린은 아닌 것 같고… 홉고블린? 사티로스? 그런 몬스터로 추정됩니다.”
완전히 틀렸군.
“문제없겠군. 확인해보도록 하지.”
“아, 그런데 바네사님.”
“왜 그러지?”
“던전 주변에 흔적이 없습니다. 홉고블린이나 사티로스면 그 흔적이 있을 텐데… 조금 깨끗하군요. 잡초도 자라있고.”
흔적은 이미 다 치웠고, 위장을 하기 위해 샤란이에게 부탁해서 잡초를 자라나게 한 상황이었다.
완전히 속아 넘어갔군.
“똑바로 말해라. 빈 동굴이라는 소리인가.”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버려졌을지도 모릅니다.”
“잘 됐군. 비었다면 수고가 줄겠어.”
들어오려고 마음을 먹은 것인가!
됐다!
“동굴 속에 거점을 만든 몬스터들은 사냥감의 뼈를 모은다고 들었다. 버려진 동굴이라도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그럼.”
“아, 아아!”
“으음?”
“바네사님. 바, 방금 하신 말씀은…!”
“…”
“레이카에 대한 말이었나요…?”
수녀가 불안하다는 듯 바네사에게 물었다. 뼈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바네사는 레이카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흑.”
“그러니 확인을 해봐야겠지요.”
바네사가 조금 다정해진 목소리로 수녀를 다독였다. 아무래도 수녀의 마음이 좀 약한가 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레이카가 죽었을 리 없잖아요.”
바네사에 이어 다른 수녀 역시 마음 약한 동료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냥 평소처럼 몰래 가출한 것 뿐일 테니까. 레이카야 원래 불량하잖아요? 다시 돌아올 거예요.”
“그, 그치만 같이 간 모험가들과 실종되었다고 했는 걸요!”
“그건…”
다독여줘도 여전히 불안한 모양.
“…”
보니까 참 좋은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난 저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해야 한다.
“일단 조용히 합시다. 탐사가 먼저니. 그럼 들어가지.”
그런 감상은 마음속 저편으로 치워버린다. 오직 생존과 성장만을 생각한다. 남을 생각해줄 필요 따윈 없다.
“아, 예. 알겠습니다.”
모험가가 대답했고.
그렇게 모두가 내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웰 컴 투 살인던전.
“바네사님. 여기 혹시 산적들의 소굴인 건…”
“바보 같은 소리. 이런 곳에 산적이 있을 리가 없다. 주변에 약탈할 마을이라도 있나? 상인들도 이쪽으로 다니진 않지.”
“그건.”
“차라리 밀수꾼들의 임시거점이라는 편이 설득력이 있겠군.”
“밀수꾼이라… 물론 바네사님의 상대가 되진 않겠죠.”
“당연한 소리를. 움직여라.”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걸음 소리가 가까워진다.
이제 슬슬 페어리 트랩에 닿았을 거다. 그리고 임숭이도 움직일 타이밍인데, 알아서 잘하겠지. 난 임숭이를 믿는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내 자리로 돌아갔다.
“…”
모퉁이를 돌아서 들어오는 순간 시작해야 한다.
한 놈이 함정에 걸린 순간.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그것만을 생각한다.
“…!”
“…!”
고블린들이 긴장했고, 픽시들이 입을 막았다. 나는 조용히 명령했다. 윈드커터를 장전하라고.
ㅡ사아아.
픽시들이 언제라도 쏠 수 있도록 윈드커터를 장전한다. 장난끼 많았던 픽시들의 얼굴이 진지해졌고, 곧 분노가 떠오른다. 인간이 가까워지자 분노를 느낀 것이다.
“모,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어쩌죠…?”
“바네사님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안심하세요.”
수녀들의 목소리.
ㅡ저벅저벅.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소리.
“바네사님. 길이 꺾여 있습니다.”
“문제라도 있나?”
“아니. 없습니다. 그럼 제가 앞장설 테니 따라오십시오.”
“알겠다.”
ㅡ저벅.
앞장서는 모험가.
ㅡ저벅저벅.
그리고 그를 따라오는 걸음걸이들.
ㅡ화악.
동시에, 내 시야에 모험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램프를 들고 있다. 당연히 내가 있는 곳까지는 빛이 닿지 않는다. 이미 다 실험을 해 봐서 알고 있다.
“흐음… 길을 틀어서 그런지 어둡군요.”
길이 꺾인 시점부터, 바깥에서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더 어두워지니까.
“조심해라.”
바네사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ㅡ툭.
“어?”
모험가가.
ㅡ화아아아악!
“어어어어어어억!!!”
함정을 밟고 넘어졌다!
“무슨 일”
“픽시부대!!! 사격 실시이이이이!!!!”
“뭣!”
놈이 넘어짐과 동시에 사격명령을 발동한다! 몰아쳐야 한다! 놈들이 당황했을 때 몰아쳐야만 해!
“훈련 받은 대로 쏘기만 하면 된다! 1열부터 사격 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저 인간 놈들에게 우리들의 폭력을 퍼부어주도록 해라!!!
ㅡ부웅!
2열과 3열의 픽시들이 낮게 날아올랐고.
“죽어어어엇!”
“죽어버려!”
“인간 놈들 다 죽어!”
“케르으으으으으윽!!!”
ㅡ쐐애애액!
ㅡ쐐애애애애액!
픽시들이 윈드커터를 쏘아냈다. 모험가가 함정에 걸림과 동시에 실시된 일이다. 그렇게 1열부터 차례대로 날아간 윈드커터의 선이.
ㅡ퍼헉!
ㅡ퍼허어억!
서 있던 모험가들의 몸통에 박혀 들어간다.
“커헉!”
“크하아악!”
모험가들이 입고 다니는 천 갑옷으로는 막을 수 없다. 맞은 녀석들이 쓰러졌다. 발목 함정을 밟고 주저앉은 녀석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이미 행동 불가니까.
“꺄아아악! 대체 무슨 일이죠! 아, 아니! 치료를! 치료를 해줘야!”
“크흑…!”
삼단사격의 위력은 엄청나다. 뒤쪽에 있던 수녀 중 한 명 역시 몸통 쪽에 윈드커터를 맞고 쓰러졌다.
서 있는 것은.
“대체 무슨 일이냐!”
“바네사님!”
바네사와, 그녀가 보호했던 수녀까지 해서 단둘 뿐이었다. 바네사는 윈드커터가 날아오자 잽싸게 칼을 휘둘러 쳐내, 수녀 한 명을 보호했다. 그게 끝이었지만.
“…!”
성공했다.
전부 성공했다.
이미 내가 사격명령을 외침과 동시에 임숭이가 불을 질렀을 것이고, 페어리들이 복도에 최면가루를 뿌렸을 거다.
우리의 승리다.
“고블린 팔랑크스 부대! 진격하라! 픽시들! 두 번째 사격 실시!”
ㅡ척척척.
고블린을 전진시키고 픽시들에게 다시금 사격을 명령한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적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 이때 몰아쳐야 이길 수 있어!
“무슨! 저 진형은 대체! 고블린들이…!”
그리고 진격하는 고블린을 본 바네사가 경악해 소리쳤다.
“아이린 수녀! 내 뒤에 숨어라!”
“바네사님! 라이자가! 라이자가 쓰러졌어요!”
“숨으라고 하지 않았나!”
ㅡ쐐애애액!
다시 윈드커터가 날아갔고.
“이런!”
ㅡ촤하아악!
바네사가 검을 휘둘러 윈드커터를 쳐냈다. 물론 전부 쳐낼 수는 없었고.
“흐윽?!”
한발이 아이린 수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싫어… 싫어! 꺄아아악!”
“아이린 수녀!”
바로 등을 돌려 도망을 치는 수녀. 쓰러진 모험가도. 동료 수녀도 버린 채 도망쳤다. 물론 입구는 이미 불타고 있을 것이다. 페어리의 최면가루 역시 흩날리고 있을 거고.
“바네사님…! 살려주세요! 크흑!”
“바네사님!”
“카하아악…!”
쓰러진 모험가들이 살려달라고 부르짖고, 라이자 수녀가 신음소리를 낸다.
남은 것은 여기사인 바네사뿐.
ㅡ척척척.
시시각각 전진하는 고블린들과.
“픽시들. 세 번째 사격 준비.”
증오를 드러내며 마법을 장전하는 픽시들.
“크흑…!”
바네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렇게 보니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다.
흑색의 윤기 있는 긴 생머리. 앞머리는 일자로 깔끔하게 잘린 상태다. 적안이랑 참 잘 어울리는 머리칼이다. 레이카도 아름다운 여자지만 바네사 역시 그 미모가 아주 뛰어났다.
옷에 가려졌지만 몸매도 뛰어난 것 같았고.
복장은. 마치 가죽 코트 같은 옷 위에 철제 흉갑과 견갑. 그리고 건틀릿과 그리브를 끼고 있는 상태다. 무장은 검 한 자루 뿐. 어째서일까. 급박한 상황인데 그런 정보가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역시 난 음마가 맞나보다.
“일단 후퇴한다!”
빠르게 판단한 바네사가 검을 버리고 쓰러진 라이자 수녀를 업었다. 모험가들을 버릴 생각인가.
물론.
“콜록! 콜록…! 바, 바네사님!”
탈출할 수는 없지.
“입구에 불이 났어요! 콜록!”
“뭐랏?!”
도망치던 바네사의 앞에 아이린 수녀가 나타났다.
“임숭이가 일을 잘해놓았군.”
“인간 놈들 다 죽여야 해!”
“샤아!”
“케르으으윽!”
세리뉴와 샤란이. 그리고 고블린들이 소리친다. 이 녀석들 역시 승리를 직감한 것이다.
그것을 느끼며.
“인간이여! 도망을 치려 하는가!”
나는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