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25)
〈 125화 〉 던전을 방어하자! x 6
* * *
“누구냐고 물었다!”
분노한 바네사가 날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사나운 기색으로 따지면 레이카보다 더한 것 같군. 그럼에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저 여자를 차지하고 싶다.
마족으로서의 내 본능이 사로잡을 수 있는 아름다운 암컷을 앞에 두고 폭발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이겨야 한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고, 나는 생각한바 그대로를 입 밖으로 내었다.
“이 던전의 주인, 마왕이다.”
“뭐라고…!”
순간 바네사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녀의 눈은 내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시꺼먼 머리칼에 괴물 같은 세로동공. 거기에 악마 같은 뿔이 솟아오른 존재.
일부러 복장도 평상복이 아니라 마계에서 입고 왔던 의복을 입은 상태였다. 비주얼만 봐도 충격쇼크. 뭐라고 말을 잇기 어렵겠지.
현재 바네사는 무기를 버리고, 쓰러진 라이자 수녀를 업고 있는 상태였다.
라이자 수녀는 몸통에 윈드커터를 맞은 상태다.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을 텐데, 왜 쓰러져 있는지는 모르겠다.
뭐가 됐든 대처를 하지 못했다면 내게 좋은 일. 전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호재다. 이걸 이용해야 한다. 말로 도발을 해서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다음 기습을 실시할 거다.
무기가 없어도 까다로운 상대니까.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
저 아름다운 여기사를 내 것으로 만들면 마왕성의 전력이 한층 강화된다.
“인간이여. 내 앞에서 도망을 치려고 하는가.”
“큿…!”
“명예롭지 못한 존재로군. 너는.”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크크크, 크게 소리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겠지. 좋다. 살려주마. 수녀를 내려놓고 나가라. 저 던전의 바깥으로.”
“수녀를…?”
잠시 의문을 표한 바네사가.
“그런 거군!”
날 노려보며 소리쳤다.
“레이카 수녀도 네 녀석이 살해한 것인가!”
본능적인 깨달음. 레이카가 내게 잡혀 죽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그 풍부한 상상력을 조금 고쳐주기로 했다.
“아니. 레이카 수녀는 살아있다.”
“뭐랏!”
“난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하거든.”
“이, 이 비열한 새끼가! 그녀를 내놓아라!”
“크크크, 그럴 순 없지.”
ㅡ처억.
손을 들어 올린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수녀들을 넘기고 떠나라. 그렇다면 살려주겠다.”
“수녀들을 능욕할 생각인가! 결코 그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할 수 없다라? 어째서 그리 생각하지?”
“그건…!”
“뒤를 봐라.”
“뭣!”
바네사의 뒤.
“으, 으으으… 으아읏…”
잠깐 도망쳤다가 던전 입구에 불이 난 것을 보고 돌아온 아이린 수녀. 그녀는 현재 페어리 가루에 취한 것인지 헤롱거리며 비틀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솔직히 수녀한테 저렇게 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신성력으로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지. 전투적인 경험이 없는 탓에 패닉상태에 빠진 상태인 것 같았으니, 대처를 못 할 수도 있다.
“독!”
“그래. 독이다. 조금만 있으면 수녀들을 포함하여, 너마저도 독에 취하게 되겠지.”
“비겁한 짓을…!”
그게 내 방식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비겁해질 수밖에 없지. 사실 비겁함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비겁해지기 위한 용기. 살아남기 위해 비겁해질 수 있는 용기.
내겐 그런 용기가 있다.
따라서 난 용기의 마왕 김큘스.
“그러니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수녀들을 버리고 비겁하게 도망쳐라. 그리하면 목숨을 살릴 수 있을 테니.”
“결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ㅡ꽈악.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소리치는 그녀. 바네사에게도 페어리의 최면가루가 통할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도망을 칠지. 아니면 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수녀들을 구조하고 싸워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 것이겠지.
“크크크, 그런가. 뭐 좋다. 여기사여. 바네사라고 했나?”
“그 더러운 입으로 날 부르지 마라!”
완고하군.
“가만히 있어도 좋다. 넌 결국 쓰러지게 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수녀들과 함께 내 손아귀에 넣어주지.”
“그런 비열한 방식으로 여자들을 범해 온 것이로군!”
그 순간.
ㅡ털썩.
뒤에서 헤롱대던 아이린 수녀가 쓰러졌고.
“용서하지 않는다!”
ㅡ파앗!
업고 있던 라이자 수녀를 내려놓은 바네사가 번개처럼 몸을 굴려 떨어져 있던 자신의 검을 잡았다.
그리고!
“하아아압!”
땅을 박차 내 쪽으로 달려온다! 고블린 팔랑크스 쪽으로 돌진을 해 온 것이다. 어쩔 생각이지?
“케르으으윽!”
고블린들이 창을 조금 더 높게 들어 올림과 동시에.
ㅡ콰앙!
“케릅!”
바네사가 전열의 방패병! 방패병이 들고 있는 방패를 짓밟고 점프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칼을 겨눈 채 날아온다! 그런가! 날 노려서 어떻게든 틈을 만들거나 인질로 삼겠다고 판단한 것인가!
지금으로선 그 방법 말고 없겠지.
하지만 예상한 바다.
“루미카.”
“응.”
침착하게 루미카를 부르자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루미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을 했고.
ㅡ찌이이익!
ㅡ찌익.
그녀의 손에서 살인적인 물줄기가 연속적으로 쏘아졌다. 날아오는 바네사를 향해서.
“아닛!”
바네사로선 갑자기 얼굴에 화살이 날아오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과연 여기사답게 날아오는 물줄기들을 칼로 쳐냈으나.
ㅡ촤학!
체공 상태에서 전부 베어낼 수는 없었고, 한발이 그녀의 복부를 강타했다! 동시에!
“샤란아! 마족브레스으으으으!”
ㅡ화르르륵!
화염을 뿜으며 샤란이를 부른다!
“샤아아아아!”
뿜어져 나간 화염이 바네사의 시야를 가린다. 동시에 대기하고 있던 샤란이가 잡고 있던 긴 창을 내질렀다!
ㅡ쿠웅!
“크학…!”
훌륭하게 박혀 들어간 창. 샤란이의 순간 근력은 아주 강력하다. 그 힘이 담긴 창격이 옆구리 쪽에 들어가자, 날아오던 바네사가 던전 벽면에 부딪혔다.
ㅡ콰앙!
“가자!”
“샤아!”
그와 동시에 샤란이와 함께 몸을 날려 바네사를 붙잡았다!
“놔라!”
“잡아! 어떻게든 잡는 거다!”
“샤아아!”
마치 이대일 레슬링을 하듯 샤란이와 나는 힘을 합쳐서 바네사를 붙잡았다! 바네사는 발버둥을 치려고 했으나, 어정쩡한 자세에서 동시에 달라붙은 우리를 바로 떨쳐내진 못했고.
“부릴아아아! 창 버리고 돌도끼로 존나 패! 다구리! 다구리 쳐!”
“뫙님! 알씀다! 케르으으윽!”
“케르으으윽!”
내가 명령을 내리는 것을 허락했다.
“허억!”
당황한 목소리.
“케랴아아악!”
그리고 분노에 찬 고블린들의 함성.
ㅡ파파팟!
창을 버리고 달려온 고블린들이, 나와 샤란이의 몸을 피해 바네사를 존나게 다구리쳤다!
ㅡ쾅!
ㅡ쾅!
ㅡ쿠웅!
“때리! 때리! 때리라! 존나 구타해애애앳!”
“케라아악!”
“케륵!”
“크하아아아악!”
사정없이 떨어지는 전신 돌도끼 난타 찜질 서비스!
“어떡해! 어쩌면 좋아!
“인간이 파고들었어!”
“지금 마법 쓰면 애들 다 맞아!”
그리고 뒤쪽에서 들려오는 당황한 픽시들의 목소리.
“루미카! 픽시들 데리고 뒤쪽으로 가줘! 그리고 입구에 붙은 불! 끌 수 있다고 했지!”
“응! 끌 수 있어!”
“그럼 가서 꺼줘!”
“알았어!”
루미카가 내 명령에 대답한다. 그럼 문제 될 것은 없다. 이제 바네사만 완전히 잡으면 우리의 승리다!
ㅡ퍼억!
ㅡ퍼억!
ㅡ퍼악!
“크하아아아아악!”
잡힌 채로 존나 다구리를 맞으며 비명을 지르는 바네사. 아무리 고블린이라고 해도 돌도끼로 후려치면 아프다.
“샤아아!”
“잡아!”
샤란이는 바네사의 목을 졸랐고, 나는 그녀의 몸을 단단하게 붙들었다.
지금.
“이 개자식들 감히! 크흑!”
고블린들에게 존나 처맞고 있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없다. 애초에 갑옷을 입은 상태니 잘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금 바네사는 마나를 운용하는 중이다.
마나로 신체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니 마나가 다 소모될 때까진 때려도 크게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때린다면 그녀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마력 주입!”
그 마나를 전부 벗겨내 주마!
ㅡ지잉!
손가락 끝에 마력을 모은다. 마력이 구체의 형상으로 모인 그 즉시 바네사의 이마를 찔렀다!
ㅡ콕.
ㅡ파치치칙!
“무슨… 크, 크하아아아악?!”
전류가 튀었다.
ㅡ파치치치칙!
피부를 감싼 마나가, 내 마력 주입의 구슬을 밀어내려고 하면서 초자연적인 전류를 터트렸다. 일종의 반발력이다. 내 마력을 거부하는 반발력. 하지만, 언제까지고 거부할 수는 없다.
ㅡ파치칙.
빠르게 소모된다. 내 마력도. 그리고 바네사의 마나도. 말하자면 마나 번(Mana Burn)이다! 내 마력을 이용해 바네사의 마나를 소모시키는 기술!
“마나가…! 대체 무슨 짓을! 꺄아아아아악!”
마나가 벗겨져 나가자, 그녀의 드셌던 비명이 가녀린 것으로 변환되었다.
그렇게.
ㅡ…!
바네사의 모든 마나가 소모되었고.
내 마력이 그녀의 신체를 파고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아악!”
마력이 주입됨과 동시에 바네사가 격한 비명을 터트렸다. 레이카도 그랬었지. 내 마력에 고통을 느낀다.
“마나가 전부 소모되었군.”
초인적인 힘이 전부 소모되고, 무기를 잃어버렸다. 이제 바네사는 더 이상 여기사가 아니다. 격투기를 좀 잘하는 여자에 불과하다.
“샤란아. 목 놔주고. 이제 갑옷을 벗겨라!”
“샤아!”
“케륵!”
내 명령에 돌도끼 찜질을 중단한 고블린들이 바네사의 갑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만둬! 놔라! 이 개자식들이! 크학!”
ㅡ쿠웅!
ㅡ콰앙!
발길질을 하면서 고블린들을 차내고 있지만, 마나가 다 소모된 탓에 초인적인 위력은 없다. 고블린 몇 마리가 날아가긴 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
“가만히 있어!”
나 역시 바네사를 놔주고 갑옷을 벗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꺄앗!”
이젠 그냥 여자일 뿐이다. 내 힘을 당해낼 수는 없다. 바네사의 갑옷이 무력하게 벗겨졌다.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것도 내 나와바리 안에서 기습을 당했다면 이렇게 당하는 것이 당연하지.
ㅡ꽈악.
그렇게 바네사의 장비를 하나하나 벗긴다. 견갑을 벗기고, 흉갑을 벗기고, 그리브를 벗기고 건틀렛을 벗긴다.
“느, 능욕을…! 능욕을 할 생각이냐!”
가죽 코트까지 벗기려고 하니 바네사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소리쳤다. 맞는 말이긴 한데, 맨날 이런단 말이지.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옷을 벗기고 범할 생각인가…!”
이 자리에서 범할 생각은 아닌데.
아무튼.
ㅡ화악.
가죽 코트를 벗긴 순간이었다.
“으응?”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탄력적이고 여성적이고 육감적인 섹시한 몸매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었다.
근데.
“비키니 아머?”
바네사는 속에 속옷 대신 금속으로 된 브라와 팬티를 차고 있었다. 아니. 갑옷 안에 비키니 아머를 또 입었다고?
“크흑…!”
눈을 감은 바네사가 그런 소리를 냈다.
“아, 아니. 지금 신경 쓸 건 아니지. 얘들아! 전장 정리해라! 살아있는 놈들은 전부 꽁꽁 묶어버려!”
“케륵!”
“규삿삿!”
“인간 놈들!”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그것도 별다른 피해 없이. 내 명령에 부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앙님…! 이겼어여! 또!”
“그래. 우리가 또 이겼다.”
“마앙님 최고에여!”
“흐흐흐, 샤란이도 최고다.”
샤란이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전장을 바라본다.
남성 모험가들은 다 죽어 있었다. 맞은 곳이 좋지 않았는지 과다출혈로 죽어버린 것이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배에 구멍이 뚫리면 죽는 존재니까.
픽시들의 윈드커터 세례를 받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윽… 으윽…”
“흣…”
하지만 아름다운 금발의 수녀들은 살아 있었다. 신성력을 지닌 탓에 버티고 있던 거였다. 전부 살릴 수 있겠지.
그리고.
“바네사.”
여기사를 포획했다.
“우리의 승리다!!!”
즉시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 * *
인구가 많아서 정리는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불도 끄고. 환기도 시키고. 뭐 전리품도 정리하고.
다친 수녀들은 응급처치를 하고 정신을 차리게 한 뒤에 스스로 신성력을 사용하게 해 상처를 치료하게 했다. 그것으로 신성력을 전부 소모한 수녀들은 일반 여자가 되었다.
바로 묶어두고 안방에 가두도록 했다.
레이카랑 대면시키는 건 나중에 하도록 하자.
그리고.
“바네사.”
그녀는 비키니 아머만 입혀둔 채 감옥에 묶어 놨다. 뭐가 됐든 이 여자가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온갖 정보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그럼 샤란아. 루미카. 세리뉴. 바네사 좀 심문할 테니까 주변 좀 잘 경계하고 할 일들 하고 있어 줘.”
“네 마앙님.”
“알았어.”
“난 승리 파티 준비할게!”
“흐흐흐, 그래라.”
그렇게 명령 전달을 마치고 바네사를 가둔 감옥에 들어가니.
“큿! 죽여라!”
날 본 바네사가 대뜸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