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4)
〈 14화 〉 강림의식 x 2
* * *
존나 기이한 분위기였다. 기괴하다. 그런 감상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존내 무서웠다. 하지만 공간 안에 가득 차 있는 마력 때문일까.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물 흐르듯 몸을 맡겼다.
ㅡ사악.
ㅡ사악.
나체가 된 나.
어둠 속에서 나타난 손아귀들. 그 손아귀에는 시꺼먼 물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는데, 그 손아귀들이 내 몸을 터치했다. 무슨 바디페인팅을 해주는 것처럼.
내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둡다. 기억이 불분명하다. 그렇게 어둠 속을 걸었고, 끊임없이 손들이 나와서 내 몸에 물감을 묻혔다.
곧 나는 완전히 시꺼먼 존재가 되었다.
주변이 암흑이었기에 마치 내가 그 암흑에 동화가 된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되니 어딘가 안심이 되는 내가 있었다.
그런데.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이 공간에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몽롱해진 시야 속에… 다른 마족들이 나처럼 걷고 있는 것이 얼핏 보이는 듯했다. 강림 의식에 참가하는 다른 마족들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특이해 보이지는 않는다. 내 동지들… 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다들 각각 다른 곳으로 사출될 테니까. 사실상 만날 일도 거의 없다.
ㅡ투욱.
얼마나 지났을까.
내 몸을 터치하던 손아귀들이 사라졌고.
저 앞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크윽!”
갑자기 뿜어져 나온 빛을 등진 그것… 그것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강렬한 빛 때문에 시꺼먼 실루엣만이 보일 뿐이다. 빛 한점 없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결국 입구를 찾았는데, 그 찬란한 입구 앞에 누가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놈은 멋들어진 지팡이를 들고 있는 마족이었다.
ㅡ…
그것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흑마법을 시전했다. 어느샌가 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 기억났다. 분명 마신에게 기도를 올린다고 했었지.
지금 이것은 그 비슷한 것일까?
무슨 의식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비현실적인 감각이 내 몸을 지배했을 뿐이다.
의식이 끊어지는 듯하다.
시야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 * *
“후우!”
비현실적인 세례 의식이 끝났다.
씨발거 다른 마족들은 이 강림제를 축제마냥 즐기고 있는데 나는 뭔 그런 기괴한 세례나 처 받고 자빠졌다!
마신의 세례? 축복?
좆도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 뭔지도 모르겠다. 어느샌가 바디페인팅도 다 사라졌고, 세례 의식이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쯤 마족들이 들어와서 날 잡아끌더니 이 방으로 가져왔다.
“…”
2평 정도 되는 크기의 작고 깔끔한 방.
이제 강림 의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여기서 대기를 하면 된다고 한다. 있는 건 침대와 서랍장뿐이다. 무슨 고시원 같다.
“그래도 옷은 다 있구만.”
세례받을 때 나체상태라서 내 옷이 다 어디 갔나 했는데, 옷은 방안에 다 잘 있었다.
코트 안에 집어 넣어놨던 각종 도구와 책들도 멀쩡하다. 이것들 다 사라졌으면 진짜 구라 안치고 지랄염병 떨면서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렸을 거다.
안심이 된다.
ㅡ…
무언가 붕 뜬 듯한 기분이다.
이제 진짜 혼자다.
카르티도 없다.
혼자서 중간계에 내려가야만 한다.
진짜 마족으로서의 기초만 알고 있는 내가, 그 아래로 가서 생존을 해야 한단 말이다. 몬스터? 그런 새끼들 지배하면서 살아야 된다는데… 언제 해본 적이 있어야지. 불안해 죽겠다. 지금 이 순간이 마계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헛으로 쓸 수는 없다.”
일단 공부나 해야지.
침대에 누워서 자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태. 즉시 기초 흑마법서를 꺼내 들고 페이지를 펼친 순간.
ㅡ화아아아아아.
이변이 일어났다.
순간.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어.”
방안에 암흑이 스며들었다. 귀신! 설마 귀신인가! 난 마족이지만 귀신이 있다면 무서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을 본 순간!
ㅡ츠팟!
맹수의 그것 같은!
샛노란 안광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머, 미안해라. 엄마가 놀라게 했구나?”
낯이 익은 목소리… 엄마?
“어?”
여공작 케라시스.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에 그녀가 강림했다. 암흑뿐인 공간에 그녀가 서 있었다. 가슴을 뒤흔들 정도의 미모.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역시나 그에 걸맞는 육감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방안에 여공작의 향기가 가득했다. 절로 눈이 감길 정도로 매혹적인 향기가… 그리고.
ㅡ화악.
그 향기가 더욱 진해진다.
“옳지. 진정하렴? 놀랄 필요 없으니까.”
동시에 얼굴에 무언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닿았다… 이건. 그래. 젖가슴이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젖가슴의 살이. 내 얼굴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
여공작 케라시스가 날 끌어안고 있었다.
“네. 마마랍니다?”
나는 그녀의 가슴골에 코를 박고 있었고.
ㅡ찌릿찌릿.
무언가 찌릿한 감각이, 몸의 중앙선을 꿰뚫으면서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몸이 뜨거워진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느껴지는 향기가 내 전신을 감싼다. 머릿속에서 우윳빛 섬광이 빠르게 점멸한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공작의 키는 나랑 비슷했다. 이대로… 이 가슴 속에서 조금 더…
“아니 잠깐!”
ㅡ화악!
바로 여공작을 밀쳐내고 그 품에서 빠져나왔다!
이런 미친! 갑자기 나타나다니! 이런 끔찍한 여자 따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미친 싸이코패쓰 같은 년!
“어머나… 엄마를 거부하는 걸까?”
그러자 여공작이 굉장히 슬프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오른손으로 자신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매정하구나, 큘스. 엄마는 슬퍼.”
“아니! 그런! 엄마가 할소리에요?! 거부당한 건 난데! 슬퍼도 내가 슬프죠!”
왜 자기가 슬퍼하는 거냐!
지금 솎아내기를 당한 것은 나인데!
“아들. 오해야. 마마는 큘스를 거부한 적이 없어. 지금도 보렴? 이렇게 찾아왔잖니? 버린 자식을 이렇게 찾아오는 엄마는 없단다.”
그게 기묘한 점이다.
왜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척을 하는 거지? 다른 도움은 아무것도 안 주면서 이렇게 신경 쓰는 척 말한 해준다.
“아무튼 왜 찾아오신 겁니까! 가세요! 저 공부해야 되니까!”
“공부?”
“가기 전에 최대한 공부해야 된단 말이에요! 방해하지 말고 어서 가세요!”
“후후후, 기특하기도 하지. 학구열이 제법 있는 편이네? 큘스는.”
기쁘다는 듯 웃는 여공작.
“그런데 어째서 벙어리 신세가…”
“그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가슴 찢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오신 겁니까? 혹시 마지막으로 이 불쌍한 아들에게 정당한 도움을 주시려고 온 겁니까?”
“큘스. 큘스도 이제 다 컸으니 너무 마마를 의지하면 안 돼. 어른이잖니?”
“무슨 의지를 해요! 그냥 도움 좀 달라는 거지! 그만 좀 놀리세요!”
“놀리다니?”
“지금 자기 자식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주제에 와서 이렇게 희롱만 하시잖아요! 어떻게 저한테 이런 심한 짓을…!”
그 말에 여공작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무표정.
“음?”
갑자기 표정을 바꾸니 조금 무서워졌다. 아니. 진짜로 무서웠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여공작이… 그 무표정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중이다.
거대한.
실로 거대한 무언가가 내 앞에 있는 듯했다.
“호, 호달달.”
몸이 떨려온다.
“큘스.”
“예, 예?”
“정말로 무지하구나.”
“예?”
“어차피 똑같아.”
ㅡ하아.
한숨을 쉬는 여공작.
그제서야 그녀의 표정이 돌아온다… 그런데 무엇이 똑같다는 것이지?
“큘스가, 거의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강림 의식에 참가하게 된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마치 아이를 가르치고 어르는 듯한 목소리.
“어차피 의식이 아니더라도 마계엔 수많은 전장들이 있단다. 지금도 큘스의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전장에서 죽어가고 있어. 천사들의 손에. 다른 마족들의 손에. 아니면 마수들의 손에. 정말 슬픈 일이지.”
아.
“큘스가 특별히 불행한 것이 아니야. 마계에서 태어났다면. 마족이라면. 언제나 투쟁하는 것이 당연해. 약하다면 도태되고. 강하다면 살아남는 것이 바로 마족이지.”
조곤조곤한 어조.
ㅡ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다가온 여공작이,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고.
ㅡ스윽스윽.
천천히 쓰다듬어준다.
“큘스가 능력이 더 있어서 강림 의식에 선정되지 않았다고 해도 똑같아. 마마는 큘스를 전장으로 보냈을 거야. 그것이 큘스의 쓸모일 테니까.”
“…”
내 머리를 쓰다듬어줌에 따라 눈앞에서 여공작의 터질듯한 젖가슴이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인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시선을 빼앗긴다. 몸을 제대로 가리지 않는 의복을 입은 탓에 자칫 잘못했다간 그 부분이 보일 것만 같았다.
“자식이라고 해도 특별히 보살펴주거나 하지 않아. 언제나 안락하게 살 수는 없어, 큘스. 어른이 되었다면. 그에 걸맞는 일을 해야만 해.”
지금 나는.
여공작에게 혼나고 있었다.
“큘스는… 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지. 그래서 아직도 그런 현실을 몰라.”
이렇게 혼나고 있으니 여공작이 진짜로 내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그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너무 아이 같아서…”
“됐습니다. 자식 취급은 그쯤 하시죠.”
ㅡ타악.
바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을 떨쳐냈다.
“큘스?”
“제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저는 자식도 뭣도 아닌 것 같던데요.”
“으, 으응?”
“종족부터가 다르잖아요. 닮은 점도 없고.”
이런 건 내 엄마가 아냐…!
“큘스. 어디서 그런 소리를? 엄마한테 상처 되는 말이야. 그런 건. 하면 안 되는 말인데.”
ㅡ화악!
순간 뻗어져 온 그녀의 손이 내 양쪽 얼굴을 붙잡았다! 피할 틈이 없을 정도로 신속한 동작! 나는 완전히 잡혀버렸다!
“감히 이 엄마의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내는 존재가 있을 수도 없고… 이상하네… 정말로. 이 엄마의 자식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충성심이 느껴지지 않아. 이렇게 엇나가는 아이는 처음인데…”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 아이고 엄마! 잘못했어요! 제가 실언을!!!”
무서워진 나는 바로 엄마에게 빌었다!
“으, 으응?”
“좀 봐주세요! 제발! 화나서 그랬단 말이에요! 진심이 아니었어요!”
“어… 응.”
당황한 여공작!
ㅡ스윽.
내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이 풀린다!
바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후우… 죄송해요, 엄마. 마음이 답답해서…”
“…”
그러면서 살짝 눈치를 보았는데.
“…”
여공작은 조금 놀랐다는 듯한 얼굴로, 자기 가슴에 오른쪽 손을 얹은 채 날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전 이만 공부나 해보도록 할게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엄마.”
“큘스.”
“예?”
“마마랑 약속했지? 성과를 내겠다고.”
“어… 예. 했지요.”
“성과를 낸다면… 몰래 빼내 줄 테니까. 열심히 하렴?”
ㅡ스윽.
그 말을 남긴 여공작이 몸을 돌렸다. 잠깐. 지금은 뭔가… 계속 이야기했을 때랑 느낌이 좀 달랐는데.
“그래도 큘스는 마마의 아들이니까.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려고 왔던 거야.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사과하고 싶은데, 받아주겠니?”
“그, 당연히 받아줘야지요.”
“후후후, 그래. 고마워. 그럼 큘스. 마마한테 가까이 와보렴?”
“네?”
시키는 대로 가까이 가니.
ㅡ쪼옥.
여공작이 내 이마에 입을 맞춰줬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여공작은 사라져 있었다.
연기처럼.
빈방에 나 혼자만이 남아있었다.
“…진짜 종잡을 수가 없네.”
이마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왜 시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냐? 무엇보다… 아직도 그녀의 향기가 방안에 남아있었다. 몸이 뜨겁다. 부끄럽게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다른 쪽으로 피가 몰리고 있다. 아주 격렬하게.
“…책이나 보자.”
바로 흑마법서를 펼쳤다.
* * *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마수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림 의식이! 시작됩니다!”
ㅡ와아아아아아!
ㅡ와아아!
ㅡ오오오오오오오!
마치 콜로세움에 들어온 검투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비슷하겠지. 자기가 막시무스가 아닌 이상에야 누구나 나처럼 두려워할 것이었다.
ㅡ와아아아아아!
ㅡ와아아!
ㅡ오오오오오오오!
열렬한 함성. 그리고 그 시선들이 이쪽에 꽂혀 든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각 가문에서 차출된, 떨거지 마족들과 함께 서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우울했다.
그에 반에 저기서 함성을 지르고 있는 마족들은 얼마나 즐거워 보이는가. 와. 근데 진짜 뒤죽박죽이었다. 온갖 종족 출신의 마족들이 관객석에 빙 둘러 앉아있는데,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그럼!! 대마왕님의 후손! 오즈발카 공작님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뿔 달린 마족이 부유석 위에 설치된 단상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뭐라뭐라 연설을 시작하는데, 좆도 관심 없었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냥 긴장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각만이 느껴질 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우리 마족의 아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중간계로 떠납니다!!! 보시지요! 마신님들의 축복이 아이들에게 함께하길!!!”
이, 이제 클라이막스냐?!
벌써 클라이막스라고, 이 씨발!
ㅡ파앗!
순간 쏘아진 암흑의 섬광들이 내가 서있는 곳을 감쌌다! 그리고! ㅡ촤아아아악! 같이 서 있던 다른 마족들이 그 섬광에 빨려 들어간다!
시작된 것이다!
중간계로의 사출이!!!
ㅡ쑤우우우욱!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어!
“…!”
그래! 하는 거다! 갈 때 가더라도 반드시 이 말만큼은 남길 거라고 다짐했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이 감정을!!!
“이 씨발!!!! 이 씹같은 마족!!!!!!!!!”
터트린다!!!!
“개새끼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ㅡ쑤우우우우욱!
“우워어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아아아오오오오오오옷!!!!!!!”
빨려들어가는감가아아아아아아아악!!!!!!!!!!!!!!!!!!!!!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