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7)
〈 17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x 2
* * *
한참 동안 찾다 보니 나름 괜찮은 곳을 찾을 수가 있었다. 물론 수색하는 도중에도 무척이나 긴장되고 무서웠다. 어디서 맹수 같은 몬스터가 튀어나와서 날 죽일지 몰랐으니까.
나가 봤을 때 이 중간계 오지가 마계보다 위험한 것 같았다. 사실 공작령에서 나가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지만.
ㅡ사악.
ㅡ사악.
아무튼 나는 곧바로 비트굴을 파는 작업에 착수했다.
“씨발.”
근데 또 삽이 없다! 가지고 있는 도구는 손도끼뿐이었다! 사실 삽을 챙기긴 했는데 그건 배낭 속에 있었다. 크기 때문에 품에 넣을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살면서 지금처럼 삽이 절실한 순간이 또 없었다.
손도끼로 땅을 파는 것은, 솔직히 말해 맨손보다는 나았다.
근데 세상에 전쟁을 맨손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남들 다 총 쏘는데 혼자서 손도끼로 전쟁하는 이 기분!
“크아아악…!”
미친 듯이 힘들었다!
하지만 팔 수밖에 없었다. 따로 은신처가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아예 코트를 벗어서 개 두고 힘을 다해 땅을 팠다.
ㅡ쓰윽!
ㅡ싸악!
“후우…!”
그러나, 그러는 것 역시 힘들었다. 지금 나는 혼자다. 나 대신 주변을 경계해줄 존재가 없다. 나 혼자서 땅을 파면서 경계까지 하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다.
존나 불안하다.
ㅡ퍼억!
땅을 파면서, 주변을 살핀다. 이래서야 작업 능률이 바닥이다. 땅파기에만 집중해도 비트를 완성하려면 한세월일 텐데, 경계까지 혼자서 해야 했으니까.
ㅡ푸드덕!
“으하악!”
터져 나오는 비명!
“이 씨발럼!”
중간중간 날짐승들이 튀어나오는 것 역시 적응이 안 됐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이다…! 진짜! 이럴 때 부하 한두 명 정도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지금 마왕이랍시고 딱 스타팅 포인트에서 시작했는데, 진짜 좆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아무튼.
수 시간 동안.
불안에 떨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땅을 파고 있으니.
“다 팠다…!”
마침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적당한 구덩이를 파는 것에 성공했다!
“좋아.”
사실 이것보다 더 파야할 테지만 이제 슬슬 해가 지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 죽는다. 숲의 어둠은 모든 빛을 앗아가니까.
차라리 조금 불편해도 이쯤에서 시마이 치고 안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 불편해도 하루만 참자. 내일 더 파면 된다.
ㅡ파앗!
성공했다는 감상에 젖어 있을 틈이 없다. 나는 즉시 몸을 날려 주변에 있는 기다란 나뭇가지들과 커다란 잎사귀들을 채취했다. 그것들로 비트 구덩이의 지붕을 만든 것으로.
“완성.”
입장은 점프가 개념이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기어서 들어갔다.
ㅡ스멀스멀.
마치 뱀이 된 듯한 기분… 그렇게 좁디 좁은 비트 안에 몸을 다 집어넣고 나니.
“…!”
전율.
전율이… 전신을 감싼다!
“오, 오오…!”
환희가 터져 나올 것 같아 곧바로 입에 주먹을 밀어 넣었다! 감동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금! 지금 나는 내 은신처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 안심이 된다!
마치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온 것 같은 이 기분…!
“그래, 여기가.”
여기가 바로 내 마왕성이다, 이 개새끼들아.
원래 처음엔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보라. 제대로 마왕성을 구축하지 않았는가. 여기서부터 딱 시작해서 발전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오늘 물도 찾고 비트도 파지 않았는가.
하면 돼.
하면 된다.
그것을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밀려드는 불안감을 지운다. 성공의 환희는 잠시였다. 곧 바깥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어둠은 내게 더욱 큰 공포를 선사했으니까.
ㅡ…
마족이라서 인간 시절보다 밤눈이 밝기는 하다.
그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무튼.”
몸에 힘이 다 빠졌다. 바로 수통을 따서 물을 들이켰다. 하아… 이제. 수원지는 찾았고. 은신처도 있고. 내일 해 뜨면 뭐 불쏘시개도 좀 만들어두고. 비트굴 개량도 좀 하자.
“마왕은 개뿔. 시발 거 진짜 내일 안 뒤지면 다행이겠네.”
카르티 보고 싶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드러누워 잘라다가 바로 자세를 잡았다. 좁아터져서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나마 최적의 자세를 취한다. 어차피… 지금 긴장감. 불안감 때문에 바로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마력 수련해야지.”
흑마법서를 보며 흑마법을 수련하고 싶지만 지금 어두워서 못한다. 자연히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부동자세로 취할 수 있는 마력 운용뿐.
마력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감각이 트인다. 체내에서 마력을 움직이며 운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에서 마력을 소모하고. 또 회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력 수련의 기초.
반복하다 보면 마력의 최대치가 늘어날 때가 있다. 카르티가 알려준 것이고, 나도 지금 미약한 효과를 본 상태다.
“후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나의 내부에 집중한다. 비트의 입구는 뚜껑으로 잘 가려놨다… 그래도 언제든지 도망칠 준비를 하도록 한다. 그것을 머릿속에 상기하면서.
나는 마력을 운용했다.
ㅡ…
마력이 체내에서 이곳저곳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움직임에 따라 소모된 마력이, 아주 쥐좆만하기 짝이 없는 미약한 검은 연기가 되어 내 피부에서 스며 나온다.
ㅡ사아아아.
그 연기 때문에 좁디좁은 비트굴에 사악한 마력의 기운이 차오른다. 정말 미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주변에 그런 기운이 있으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명색이 마족이라 이거냐?
그렇게 중간계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 * *
“개졸려.”
불안해서 제대로 자지를 못했다.
갑자기 뭔 커다란 손이 쑤욱 들어와서 내 모가지를 꺾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상상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야밤에 울려 퍼지는 알 수 없는 괴성이 내 정신을 갉아먹는 듯했다. 있다. 이 숲인지 정글인지 잘 모르겠는 이 오지에는 분명 무언가 강한 몬스터가 있다.
그 새끼들 때문에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었다. 영화 공포증에 걸린 기표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진짜 마왕의 눈물이다.
“근데 왜 벌레가 없냐?”
그런데 놀랍게도 간밤 동안 벌레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숲 하면 벌레. 벌레 하면 또 숲이 아니던가. 군대 있을 때도 산에서 훈련하면 벌레들이 존나게 휘몰아쳤는데 말이다. 특히 모기가 존내 많았었다.
하지만 단 한방도 물리지 않았다.
여기 중간계엔 모기가 없나? 그런 것 치곤 탐사하면서 날벌레 같은 것들은 많이 봤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로군. 뭐가 됐든 좋은 일이다. 모기 안 물렸으면 된 거지.
“설마 내가 마족이라 안무는 거냐?”
그럼 개꿀인데.
씨발 마족으로 태어나서 난생처음으로 개꿀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오늘의 일과를 시작해볼까!
ㅡ촤악.
바로 수통의 물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세수를 한 다음 손도끼를 잡아 들었다. 오늘 할 일은 간단하다. 비트를 보수하는 것과… 먹을 것을 찾는 것.
“씨발.”
어제 물 밖에 안 먹었다.
그래서 존나 배고프다.
배고프면 마력 회복을 할 수 없다. 뭐가 됐든 먹어야 한다. 어제 모아둔 과일이 아직 멀쩡하게 남아있긴 하지만, 아직 먹을 수는 없지.
“사냥.”
사냥을 해야 돼.
“몬스터를.”
어제만 해도 움직이면서 소형 몬스터들을 다수 보았다. 온갖 오색찬란한 깃털이나 벼슬을 지닌 새 같은 놈. 강아지만 한 도마뱀 뭐 그런 것들.
뭐가 됐든 일단 사냥을 해보도록 하자. 비트보수는 좀 있다 하기로 하고.
ㅡ저벅저벅.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진했다.
ㅡ타악!
가면서 손도끼로 나무에 표식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게 주변이 참 울창해서 하루 이틀 본 걸로는 결코 길을 외울 수가 없다. 무조건 표시를 만들어야 한다.
ㅡ타악!
ㅡ타악!
구라 안 치고 지금 이런 내 모습을 다큐멘타리로 찍는다면 전 세계를 울릴 것이 분명하다. 이건 내가 거의 100% 보증한다. 아니면 지금 당장 브이로그를 찍어도 좋다. 마왕의 브이로그. 찍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면 100만 구독자는 그냥 좆밥으로 찍겠지.
ㅡ사악.
이런 생각이라도 안 하면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
그렇게 표식을 만들면서 덩굴을 헤쳐 나가고 있을 때였다.
“…케큭.”
케이크? 가, 아니라!
ㅡ파앗!
돌연 들려온 소리에 나는 수풀 쪽으로 몸을 날리고 잽싸게 자세를 낮췄다…!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명백한 생물체의 소리가!
사냥감으로 쓸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사냥당하는 건가?
극한의 이지선다!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오늘 시발 뭐가 됐든 둘 중 하나는 뒤질 것이다!
“…!”
손도끼를 잡아 쥐고, 주변을 감시한다. 지형지물을 읽는다. 즉석에서 도주 계획을 세우고, 승산이 있어 보일 경우 즉시 손도끼를 내려찍기로 결심한다. 그리 생각하면서 마음을 무장시킨다. 이런 걸 해 본 적은 없지만 지금은 해야 한다! 무조건!
와라.
와라…!
ㅡ두근… 두근!
ㅡ두근두근두근!
그리 주변을 살피고 있으니.
“켁… 케그극…”
소리가 더욱 자세하게 들려온다.
다시 귀를 기울였다.
“케크극… 큭…”
마치.
마치 다 죽어가는 듯한 소리.
설마 다친 몬스터일까?
소리가 작다. 아니.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그 몬스터가 작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 저것은 한자리에 정지한 채 혼자서 저렇게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ㅡ꿀꺽.
침이 절로 넘어간다.
확인할까? 가서 뭔지 봐볼까?
위험을 무릅쓰고?
“…그래야 해.”
어차피 똑같다. 여기서 위험을 무릅쓰든 말든. 사냥당해 죽든. 사냥하지 못해 굶어 죽든.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독을 먹고 죽든 다 똑같아. 내겐 쥐뿔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런 존재가 무조건 안정적으로. 조심스럽게 굴어봤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선택을 해야지만 발전을 할 수 있는 법.
그러니 확인하도록 하겠다.
ㅡ스윽.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ㅡ사악.
그렇게 수풀을 헤치고 현장을 조심스럽게 살폈을 때.
“어?”
나는 보게 되었다.
“케르륵… 케륵…”
상처 입은 채 쓰러져 있는 꼬마… 아니?! 씨발 꼬마가 아닌데?! 저기 쓰러져 있는 것은 뭔놈의 시발거 존나 우둘투둘한 초록빛깔의 피부를 지닌 비인간적인 소인이었다!
그것도 다 늙은 영감쟁이의 얼굴을 한 소인!!!
마녀 같은 매부리코!!!!!
“고, 고블린!”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뭔가 그거랑 비슷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