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73)
〈 173화 〉 오크가 이사한 이유…! x 4
* * *
“이거 뱀 흔적 같은데.”
그리 말하자.
“뱀이라… 크지 않나?”
“마앙님. 뱀치곤 너무 커여.”
그녀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확실히 뱀치곤 많이 크니까. 다들 이렇게 큰 뱀은 본 적이 없는 모양이다. 근데 이만한 뱀 봤으면 여기에 못 서 있지 싶다.
“좀 크긴 한데, 이거 아무리 봐도 뱀 흔적 맞어.”
흔적 위로 올라가서 차렷자세를 취해 보았다.
“흠.”
그러니까 뱀의 너비라고 해야 하나? 아니. 지름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흔적의 지름은 내 허벅지 두 개를 합친 거랑 비슷한 크기였다.
보통 뱀은 길고 가늘지만 이건 좀 통통하다.
진짜 아마존 밀림에 사는 아나콘다 같은 뱀인 듯하다. 나는 그리 생각했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려봤다.
이 정도 크기의 뱀이라면.
“잡아다 몸보신해도 괜찮겠는데?”
“샤아?”
만일 이 커다란 뱀이 오크를 이사시킨 범인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오크들이야 뭐 전략 전술이랄 게 없으니 큰 뱀 나타난 거 보고 취익취익 거리면서 개털린 거겠지만 우린 아니다.
몬스터들은 전략전술 앞에 무력하다.
“그 말은 사냥을 하자는 건가?”
“이왕 왔으니 한 번 사냥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가느니 이색적인 전투 경험이라도 쌓고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군. 맞는 말이다.”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님. 괜찮을 거 같지 않습니까?”
“아, 네…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크기의 뱀 종류 몬스터라면 가치가 있을 테니까…”
“그렇긴 하겠지요. 아. 그런데 혹시 아는 뱀 몬스터가 있습니까?”
“마, 말씀해드릴게요…”
내 물음에 루비가 우물쭈물하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대충 뭐 자이언트 스네이크라는 몬스터가 있기는 하단다. 근데 그건 이 흔적보단 작은 뱀이라는 모양. 그리고 이거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큰 뱀 몬스터가 있는데, 이름은 대충 서펜트라고 명명하도록 하자.
아무튼 그 서펜트는 이 흔적보다 존나 더 크다고 한다. 말 그대로 강력한 상위급의 몬스터라서 몹시 희귀하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루비는 이 어중간하게 큰 뱀형 몬스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렇군요. 뭐, 미개척 지대니까. 미지의 몬스터가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죠.”
“네… 그,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내륙 쪽에는 몬스터가 그리 많지도 않고, 정체가 거의 다 규명이 되었다고 한다.
근데 이런 미개척 지대 쪽은 정보가 거의 없는 모양.
“아무튼 부릴아. 이번엔 뱀 사냥이다. 이 흔적을 따라서 가 보자고.”
“캐륵케륵. 이 정도 뱀 고기면 식구들 다 먹을 수 있슴다.”
“흐흐흐, 그래. 훈제해서 가져가도 좋겠지.”
커다란 뱀고기의 맛을 생각하니 절로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샤란이도 비슷한 것을 떠올렸는지 방실방실 웃으면서 말했다.
“샤란이두 뱀고기 먹을래여.”
“많이 먹자. 많이.”
먹고 싶다면 먹여 줘야지!
그렇게 우리들은 뱀의 흔적을 추적했다.
* * *
근데.
“뱀… 이거 좀 많은 것 같지?”
가다 보니까 알게 된 건데.
뭐라고 해야 하지.
뱀의 흔적이 제법 많았다.
“보통 뱀이 무리를 이루고 다니나?”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뱀은 개인적이라서…”
“그렇지?”
루비의 말이 맞다. 짝짓기철이라면 몰라. 뱀이 무리를 이루고 다니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근데 이곳에는 그 커다란 뱀의 흔적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적게 잡아도 4마리 이상.
“케륵. 뫙님. 이거 뱀 많아서 오크들 튄 거 아님까?”
“이거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커다란 뱀이 무리를 이룰 것이라곤 생각 자체를 못 했다. 그래. 오크들도 마냥 호구는 아닐 테니까. 괜히 튀진 않았겠지.
“오판을 했군. 뱀은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다. 그럼 구태여 싸워줄 이유가 없지. 당장 후퇴하자!”
“케륵케륵! 알씀다!”
바로 후퇴를 실시했다.
“뱀 많으면 후퇴해야지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야영을 해야 할 것 같군. 속도를 조금 높여서 오크 부족이 있던 곳까지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만.”
바네사의 조언은 적절했다. 곧 어두워질 테니까. 거기로 가면 따로 준비할 게 없으니 편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죠. 전군! 행군 속도를 높이겠다! 나를 따르라!”
“케륵!”
바로 행군 속도를 높였고.
그렇게 우리들은 깜깜해질 때가 되어서야 오크네 집 쪽에 도착했다. 준비할 건 딱히 없다. 바로 불을 좀 피우고 불침번을 정한 다음 어제 만들어놨던 임시 텐트를 손봤다.
그낭 좀 더 잘 묶어주고 날아간 잎사귀 등을 다시 채취해 지붕을 보강만 하면 된다.
“어. 움직일 때 전우조 지키고. 무기는 반드시 들고 움직여라.”
“케륵!”
“끄륵!”
10분이면 끝날 것이다.
나는 잠시 모닥불 앞에 앉아서 좀 쉬었다. 그러고 있으니 루비가 입을 열었다.
“뭐였을까요… 무리를 지은 뱀이라니.”
“아아, 확실히 궁금하군.”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훗, 나는 열등한 것에겐 딱히 관심이 없다.”
이야기에 끼고 싶어졌는지 리리엘이 그런 말을 했다. 뭐라고 입을 더 열 것 같아서 바네사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리고 행해지는 응징. 바네사가 리리엘의 귀를 잡아당겼다.
“쓸데없는 말은 삼가라, 리리엘! 열등열등 지겹지도 않나!”
“앗! 어째서 나만…!”
천사는 갈궈야 제맛.
아무튼.
곧 부하들이 텐트 보강을 마쳤다.
그럼 이제 들어가서 눈을 붙일까 하는데.
ㅡ사라라락.
돌연.
ㅡ사라라라라락!
저쪽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소리쳤다.
“뱀! 뱀 쫓아왔다! 얘들아! 하던 거 다 던지고! 이쪽으로 와서 원형진 구축 실시!”
“케랴아아아악! 원형진 구축 실시!”
“다들 제게 붙으십시오! 임프랑 픽시들도!”
“끄르륵!”
ㅡ파파팟.
과연 내 마왕군의 숙련도가 엿보이는 동작. 순식간에 내 주변에 고블린 원형진이 만들어졌다.
“부릴아. 간격 조금만 벌리자. 너무 빡빡하게 할 필욘 없어.”
“케륵! 간격 벌린다! 실시!”
“케르르륵!”
여차하면 바네사와 내가 나설 틈이다.
“설마 뱀이 쫓아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군.”
“샤아. 뱀고기 먹을 수 있다에여?”
“이거 그렇게 될 거 같은데.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말고! 정면을 주시해라! 그리고 전방을 향해 함성 일회 실시!”
ㅡ케랴아아아아아아악!
일단 기선제압을 할 목적으로 함성을 시킨 순간.
“캬아아!”
“캬아아아아아!”
와 시발.
어떤 새끼들이 맥주를 이렇게 맛깔나게 처먹어, 가 아니라! 이건 몬스터의 함성소리다!
“씨발! 뭐 진짜 있다! 저런 소리는 첨 들어보는데!”
이건 또 무슨 함성소리냐!
이게 뱀이 내는 소리라고?!
“무, 무서워! 무슨 소리야!”
“끄르르르륵!”
처음 듣는 소리에 픽시들과 임프들이 겁을 먹었다.
“케륵…!”
고블린들 역시 긴장한 상태.
이럴 땐 아주 크게 소리를 쳐 줘야 한다!
“대비해라! 픽시들! 지정해준 방향만 똑바로 보고! 임프들! 언제든지 척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앙에 모닥불이 있어서 주변 시야는 밝혀졌지만 그 너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둠은 어쩔 수 없지!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함성을 내지르면서 가볍게 마족 브레스를 쏴 사기를 드높였다.
“리리엘! 루비! 명령하면 바로 흑마법을 사출하십시오!”
“네, 네엣…!”
“그, 그렇게 하겠다!”
그럼 준비는 완료!
“나와라! 뱀새끼들이여!”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들은 전투의 프로. 그리고 진형까지 이룬 상태다. 커다란 뱀? 와라. 창으로 존나게 찔러준 다음 구워줄 테니!
“나와서 이 큘스의 마왕군을 상대해보란 말이다!!!”
그런 식으로 도발을 하면서 소리친 순간.
ㅡ사라라락!
아까의 그 소리가 들리면서.
“어?”
저 어둠 속에서 웬 여자들이 나타났다.
“여자?”
여자라고?
여자라는 걸 자각한 순간 인큐버스인 내 감각이 폭발했다. 그리고 내 감각은 아주 신속하게 저 앞에 있는 여성들을 스캔했다.
내가 여성을 스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2초가 걸리지 않는다.
ㅡ…
좆침반이 반응한다.
나타난 여성들은 제법 아름다웠다. 샤란이나 루미카. 그리고 세리뉴처럼 요정 종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머리칼은 붉은색 계통이고, 젖가슴은 커다랬다. 내 성욕을 자극한다. 범할 가치가 있는 체형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의복을 입고 있었다.
의복이라고 해봤자 브래지어와 뼈로 된 장신구가 전부긴 한데, 옷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들이 지성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브래지어는… 뭐냐? 비늘? 마치 찰갑처럼 파충류의 비늘 같은 것을 엮어서 만든 브라였다.
그 아래로 보이는 복부는 탄력적이다. 거기에 넓은 골반… 기대가 되는군. 상체를 다 봤으니 하체를 봐볼까?
“어?”
그리고 나는 아주 기묘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체가…?”
뱀?
뱀이라고?
“뱀인간…!”
“저, 저건 대체…!”
“세상에! 열등종과 열등종이 합쳐진 초열등종이다! 경악 그 자체로군! 역시 이 땅은 너무 미개하고 열악한 곳이다!”
“샤아!”
내 여자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케랴아아아악!”
“끄르르륵!”
“저게 뭐야아아아!”
다른 부하들 역시 소리친다.
“미친.”
상체는 예쁘고 가슴이 큰 여자였지만 하체는 뱀이다.
라미아.
라미아라고 하던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뱀인 괴물. 지금 저게 라미아란 말인가?
“그런데.”
다행히도.
“보지랑 엉덩이는 있네.”
하반신이 완전히 뱀인 건 아니다. 보니까 보지 위치 좀 아래까지는 정상적인 인간의 다리다. 하지만 그쪽부터 결계가 나뉜다. 그 아래로는 허벅지가 붙어있는 뱀의 형상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풍만한 엉덩이가 다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뱀의 형상을 한 부분에는… 비늘이 달려 있었다.
명실상부 라미아다.
근데 하반신에는 뭐를 안 두르는 건가? 젖은 가렸으면서 두툼하고 폭신폭신해 보이는 보짓살은 전부 노출 중이다.
“네놈! 이런 상황에서 그런 걸 신경 쓰는 건가! 여인의 몸에 집중하지 말고 전투에 집중해라!”
“뭐 어떻습니까! 태생이 그런데! 그리고 이미 다 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만큼은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엉덩이 아래는 뱀인 여자다! 솔직히 좆침반이 반응하긴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일단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 제압하고 생각하자!
싸워서 이긴다면 범하든 잡아먹든 다 할 수 있으니까!
“캬아아아아아아!”
라미아가 포효했다. 근데 무장까지 하고 있군. 한 손엔 목제 방패. 그리고 다른 손에는 창을 들고 있다. 무기까지 다루다니 정말 곤란하다!
ㅡ사라라라라락!
하지만 라미아들은 섣불리 공격을 해오지 않았다. 우리의 고블린 창병으로 이루어진 원형진을 보고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뱀의 하반신을 사라라락 놀리면서 우리 주변을 돌고 있을 뿐이다.
“캬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
벌린 입안에서 송곳니와 뱀 같은 혀가 보인다. 저건 저것대로 좋은… 이 아니라! 미모엔 홀리지 않아!
“맞다! 픽시야! 한번 요정어로 말 좀 걸어봐!”
“어? 요정어로!”
“그래!”
“그, 아, 안녕! 뱀 친구야! 좋은 아침이야!”
덜덜 떨던 픽시가 그런 말을 한 순간.
ㅡ멈칫.
라미아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
뼈 투구를 쓴 라미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녀석이 대장인가? 가슴이 제일 큰 걸 보면 대장인가 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