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192)
〈 192화 〉 다크엘프 녀석들 x 2
* * *
우리들은 경계를 강화하고 전투훈련과 군수품 정비를 하는 한편, 식량 역시 비축했다.
이거 경작지를 아직 제대로 만들지 않은 상태라서 참 다행이었다. 그런 게 있는데 공격을 당했다면 위험했을 테니까.
경작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놈들이 조금 더 늦게 나타났다면 터무니없이 당할 뻔했지 않은가.
아무튼 전화위복이다.
다크엘프들을 박살 내고 그들의 세력을 흡수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 경작지는 물론이고 다른 것들까지 전부 강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아하니 다크엘프들은 인간이랑 비슷한 종족이었다. 그렇다면 써먹을 수 있는 범위가 더 크지. 본격적으로 철기시대를 열 수도 있을 터.
그렇게 나흘 동안 정찰대를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으니.
ㅡ사라라락.
정찰대가 귀환했다!
“오! 쥬리아! 세리뉴! 왔구나!”
환희의 외침!
“부상자는!”
“없어!”
“없습니다.”
“존나 다행!”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크게 걱정을 했는데, 돌아온 픽시들과 라미아들은 좀 많이 피곤해 보이고 더러워졌을지언정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와! 진짜 수고했습니다, 쥬리아님! 그리고 세리뉴도 수고했다! 모두들 나흘 동안 고생 많았어! 일단 들어가서 씻고 쉬자!”
바로 길을 터주고 정찰대를 안으로 들였다. 병사들은 바로 쉬게 하겠지만 각 소대장들은 씻고나서 보고를 해야 할 것이다.
“아, 진짜 너무 피곤했어!”
“다크엘프들 많아!”
“카하아. 마을. 있었다.”
픽시와 라미아들이 던전으로 들어오면서 내게 한마디씩 던졌다.
“전부 들을 테니까. 우선은 씻고 쉬자. 다들 고생 많았다.”
어차피 쥬리아랑 세리뉴한테 들으면 된다. 고개를 끄덕여주며 병사들에게 칭찬을 해줬고, 마지막으로 간부들에게 말했다.
“쥬리아님. 그리고 세리뉴, 씻고 나면 뭐 정리할 것만 간단하게 정리한 다음에 내 업무실로 와.”
“아! 뭐야! 나도 쉬고 싶은데!”
“끝나면 쉬게 해줄 테니까. 우선 씻고 와라.”
“어쩔 수 없네!”
세리뉴는 불만을 표시했지만, 쥬리아는 얌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럼 씻고 와서 보고하겠습니다.”
“네. 쥬리아님.”
말이 끝난 즉시 두 간부가 바로 지하 쪽으로 향했다. 이것이 바로 간부의 설움이다. 병사들 다 쉬는데 남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미안하니 다음에 보상을 좀 해주도록 하자.
“다들! 모일 준비 해라! 정찰대 돌아왔다! 같이 이야기 좀 듣자!”
그리 전파를 한 다음 자리를 정리했다. 일단 둘의 태도를 봤을 때 큰일이 난 것 같지는 않다. 좆된 상황이었으면 시작부터 세리뉴가 큰일 났다고 노래를 불렀을 테니까.
* * *
“그럼 세리뉴부터 보고 시작해.”
“응!”
바로 고개를 끄덕인 세리뉴가 자랑하듯이 말했다.
“일단 부상자는 하나도 없어. 전부 다 우리 픽시들이 철저하게 정찰을 한 탓이야. 은밀하게 비행해서 위험요소? 이렇게 말하는 거 맞지? 그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라미아들의 속도를 이용해서 재빠르게 기동? 했어. 안 들키도록.”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정말 깜찍하구나.
“그런 걸 기도비닉을 유지한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 기도비닉! 잘 유지했다구!”
“잘했다!”
왜 사상자가 없었는지는 잘 알겠다. 픽시들은 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내가 알려준 대로 철저하게 정찰을 한 것이겠지.
“그리구, 다크엘프들 마을도 발견했어. 근데 몰래 보니까 아직 완성된 게 아냐. 아예 마을을 만들고 있던데?”
“만들고 있다고?”
바로 쥬리아를 보았다.
“네. 그 말대로입니다. 다크엘프들이 마을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지역에서 이쪽으로 온 녀석들이겠지요. 이곳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흐음.”
자꾸만 위에서 뭐가 내려온단 말이지.
“위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그렇다고밖에는.”
“쥬리아님. 더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쥬리아가 보다 자세한 보고를 시행했다. 간단히 말해서 다크엘프들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곳곳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력확장이라. 녀석들도 나와 똑같은가. 쥬리아님. 원래도 그랬습니까?”
“당연히 원래도 그랬습니다. 다크엘프든 라미아든. 서도 더 큰 세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워왔으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 내려오리라고는…”
저번에 쥬리아한테 듣기로, 이쪽 땅은 인간들 영역이랑 겹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이쪽으로 잘 안 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이렇게 내려온다는 건… 역시 그런 건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야심많은 다크엘프가 라미아들을 완전히 처치하기 위해 세력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것일 수도 있지.
“마저 이야기해 주십시오.”
“네.”
“나도 말할래!”
그런 식으로 보고를 들었다.
픽시들의 은밀함을 이용해서 건축 중인 마을을 살펴보니, 뭐 막 그렇게 전투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모양이다. 다른 큰 도시에서 이사를 온 것 같은 분위기.
“보통 다크엘프 마을은 커다란 건물 두 채를 중심으로 해서 운영이 됩니다.”
“무슨 건물이지요?”
“남성과 여성이 살아가는 건물이에요. 성별을 구분해서 건물을 쓰고 있죠.”
“그런 겁니까?”
그럼 남녀 기숙사를 따로 운영한다는 소리로군.
“네. 그리고 마을의 지도자는 보통 여성이 맡습니다. 모계사회, 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들이 알기로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미혼 여성 다크엘프가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흐음.”
조금 특이하군.
나이가 가장 많은 노처녀 다크엘프가 지도자 역할을 맡는다니.
“왜 남자가 아닌 겁니까?”
“네?”
“아, 질문을 잘못했군요.”
라미아들은 여성만 있는 종족이니 모계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무조건 여성만 지도자가 되는 겁니까? 남성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들어본 바가 없는지라…”
그럼 노처녀가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거다.
이거 여성의 권력이 더 강한 종족인 것 같은데.
설마?
“아, 덧붙여서 체형은? 여성 다크엘프들이 남성보다 더 덩치가 큽니까?”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어린 게 아니라면 체형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랬군.”
포로 잡힌 남성 다크엘프 전사들. 다들 체형이 제법 호리호리했다. 여자 같은 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인가?
“뭐, 문화는 대충 알겠군요.”
그럼 다음은 규모다.
“규모는 어떻습니까?”
“일단 열심히 파악해보긴 했는데, 대략 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와. 두 개 소대급이네.”
다른 큰 도시에서 확장을 위해 50명이나 내려왔다니. 이건 아주 큰 수치다. 숫자만 보면 확실히 쫄리긴 하는데.
“쥬리아님. 그리고 세리뉴. 정찰 결과 우리가 공격하면 이길 가능성은?”
그 말에 쥬리아가 뱀처럼 웃었다.
“적은 지금 공격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마을을 건축하고 있는 이때가 적기겠지요.”
“맞아! 우리가 먼저 가서 공격하면 대처를 못 할 거야! 마을 짓느라고 정신 팔려있는 상태였으니까!”
세리뉴도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한 저녁쯤에 일 마치고 쉬려고 할 때! 그때 딱 공격하면 힘들어서 반격도 못 할걸!”
“와. 세리뉴. 머리 좋은데?”
“이 정도는 기본이야!”
역시 전쟁광이라니까.
아무튼.
정찰을 보낸 두 여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확실하겠지.
“좋다! 먼저 기습을 하자! 저번처럼 다크엘프들이 쳐들어오면 곤란해! 놈들이 우리에 대해서 모르는 지금! 먼저 공격해서 선수를 치는 거다! 알겠나! 큘스 마왕군 간부들이여!”
힘차게 선언하자.
“케르으으윽!”
“끄르륵!”
“와아아아아아!”
회의실에 있던 간부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친위대원들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고.
“그럼 전쟁준비를 시작하자!”
본격적인 전쟁이 될 것이다.
* * *
회의가 끝난 뒤.
레이카는 큘스를 불렀다.
“야. 잠깐. 나 좀 봐.”
“예? 아니. 레이카님. 지금 제게 밀회를 신청한 겁니까? 보자. 오늘 근무표가…”
“그거 아니니까. 잠깐 오라고.”
“네. 알겠습니다.”
평소처럼 능글맞게 웃으면서 따라오는 큘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해진다. 평소에는 이런 녀석인데… 중요할 때는 진짜 마족 같단 말이지.
그런 점이 좋은지 싫은지, 레이카는 알 수가 없었다.
ㅡ저벅저벅.
그렇게 큘스를 끌고 던전 바깥으로 나온다. 뒤에서 야외플레이가 좋을 것 같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하고.
어느 정도 입구에서 떨어졌을 때, 레이카는 큘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다크엘프들을 치겠다 이거지.”
“네. 기습으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거기 있는 여성 다크엘프들을 모조리 포로로 삼을 계획이지요, 흐흐흐.”
“쯧.”
내 앞에서 저딴 소리를 하는 건가? 레이카는 그리 생각했다. 여성 포로를 늘리니 뭐니 할 때마다 속이 거북해졌으니까.
이게 자기를 더 봐주길 원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발현이라는 걸 인정하긴 싫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녀석은 그것으로 힘을 키우니까.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은 지워버리고, 레이카는 다시 말했다.
“이건 그냥 내가 수녀 출신이라서 하는 말인데.”
“말씀하십시오.”
“대화로 해결할 순 없냐? 구태여 죄 없는 다크엘프 마을을 몰살시키고 포로를 잡겠다니. 사악한 짓이라고 생각 안 해?”
“레이카님… 하는 말은 알고 있습니다.”
속편한 평화주의자, 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물론 다크엘프 전사 몇이 정찰을 나왔다고 해서, 그 마을 사람들 전체가 죄인인 건 아니지요. 침략하는 제가 나쁜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근데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다크엘프들과는 이 나와바리. 아니. 서식지를 공유할 수가 없거든요. 언젠가 반드시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기습하는 게 최선입니다.”
“…”
“선악을 떠나서 제겐 던전의 일원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항상 말하지 않습니까.”
항상 이 소리다.
중요한 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식구들이라는 소리.
하지만 이 말에는 여전히도 반박할 수가 없다.
“이해합니다. 레이카님은 수녀 출신이니까요. 선한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도 레이카님. 지금 안 움직이면 모두가 위험해져요. 그러니까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악마의 속삭임.
차라리 다른 곳에서 다른 일로 만났다면 좋았을 거라고, 레이카는 생각했다.
“아니, 뭐. 힘 안 빌려준대? 그냥 수녀라서 해본 소리지. 싸울 때 되면 얘기나 해라.”
“역시 레이카님 입니다. 아, 그런데 목이 좀 마른데.”
“뭐?”
그 순간, 큘스가 잽싸게 돌진해오더니 두르고 있던 브래지어를 잡아당겼다.
“야, 야! 잠깐! 기다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