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
〈 2화 〉 마계 x 1
* * *
죽었다 깨어나니 별세계였다.
별세계의 이름은 마계라고 한다.
내가 뭐 뒤져서 지옥에 왔나? 그런 생각을 했지만 착각이 아니고 진짜였다. 마계는 지옥 같은 곳이다. 이름부터가 마계이지 않은가. 지구랑은 완전히 다른 이 마계에, 나는 환생했다.
“와.”
진짜 하도 터무니없는 일이라서 아직까지도 잘 믿기지가 않는다. 다 아는데 여전히도 놀랍다.
날개 달린 괴물들과 몬스터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니? 악마니 마족이니 무슨 영화같은 이야기다. 거기에 내가 환생을 했다는 사실 역시 존나게 신기했다.
마계는 여러 가지 사악한 종족들이 살아가는 끔찍한 세상이다.
넓은 세계는 거의 보랏빛 내지는 붉은빛, 검은빛이었으며, 각 마족들은 저들끼리 세력을 이룬 채 자신들의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투쟁한다.
“지구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
듣자 하니 저 차원 장벽 너머에는 인간들이나 다른 종족들이 살아가는 중간계라는 곳도 있고, 또 무슨 천사 비슷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대천당이라는 곳도 있다는 모양인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는 것은 마계와 대천당이 서로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
애초에 나는 이쪽 말을 깨우친 지도 채 1년이 안 됐기 때문에 태어난 지 9년 정도가 됐음에도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벙어리인 탓에 어디 가지도 못했고 말이다.
내 세계는 이 거대한 요새의 내부로 한정되어 있다.
아무튼 나는 이곳에서.
여공작 케라시스라는 마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것도 알에서 태어났지.”
무슨 박혁거세처럼.
ㅡ…
“나는 아직도 내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게 참 놀라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창문에 걸터앉아 하늘을 보았다.
태양 대신 떠 있는 것은 무슨 사악해 보이는 거대한 빅눈깔이었고, 하늘은 보랏빛이었다. 보랏빛 하늘에는 비둘기 대신 가고일들이 날아댕기고 있는 중이다.
그 아래로 보이는 것은 삐죽삐죽한 느낌의 도시 전경.
“난 시발 뭐냐.”
마족으로 환생하긴 했지만 아는 게 거의 없다.
이게 문제다. 환생을 한 탓에 기억 초기화가 되지 않아서 마계어를 습득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모국어를 배우는 거랑 한국인이었던 사람이 마계어를 배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병신.”
그래서 난 지금 이 거대한 요새 안에서 병신 취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것도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벙어리 병신으로.
“그것도 존나 병신.”
그나마 작년쯤에 드디어 회화가 가능하게 됐지만… 너무 늦었다. 이제 난 9살이다. 9살이나 되었는데, 마족들이 필수로 익혀야 할 상식이나 지식들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진짜 필사적으로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생면부지의 마계어를 익히면서 세월을 보냈으나, 결국 또래에 비해서 심각하게 뒤처지게 된 것이다.
“시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저 좆같을 뿐이다. 왜 하필 환생을 했나? 기억이라도 없었으면 그냥 평범한 마족으로 살아갔을 텐데.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환생을 했는데 기억이 있단 말인가. 영혼이라는 게 진짜로 존재했고, 사람의 의식은 그 영혼과 하나인 것인가?
고민만이 깊어진다.
마족은 10살이 되면 성인 취급이다.
그리고 난 9살이고.
모르긴 몰라도 이 사악하고 잔혹한 세상에서 어린아이라는 딱지마저 사라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전장에 끌려가서 소모품으로 사용되겠지.”
아는 건 거의 없지만 그런 것은 알고 있었다.
아이가 보호받는 것도 결국 병력으로 써먹기 위함이다. 나 같은 놈은 말단 병사가 되어 대천당의 천사들과 싸울 것이 분명하다.
“운동이나 하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운동뿐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마족인 탓에 이미 몇 년 전에 인간 성인과 비슷한 몸이 되었다. 근데 그렇게 강하지가 않아.
나는 약하다.
마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법 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사악한 에너지.
근데 내게는 그것이 거의 없다.
마력이 존나 쥐꼬리만 하다.
심지어 나는 이 마력을 키우는 방법을 모른다. 애초에 언어가 안 되는데 그걸 어떻게 배우겠나? 그래서 난 약해빠졌다. 신체 능력이야 뭐 그냥저냥 한 사람 수준이지만 마력은 그 미만이다… 진짜 좆됐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군.
“아 진짜.”
바로 운동을 실시한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육체를 단련해도 마족에겐 마력이 장땡이란 말이다… 내가 어떻게 될지 진짜 모르겠다.
“후우! 후우 이 씨발!!”
내게 딸린 작은 방 안에서 근력운동에 집중한다. 숨이 가빠진다. 깊어지는 고민. 그것들을 머릿속 저 너머로 치워버리면서, 근력운동의 고통을 감내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크하아악!”
그렇게 운동을 마쳤다.
배어 나온 땀으로 전신이 축축하다.
“후우… 거울아. 거울아.”
바로 거울 앞에 가서 섰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피부가 새하얗고, 귀가 좀 길고 뿔이 나 있다는 것을 뺀다면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그런 마족이었다.
입 벌리면 인간보다 더 긴 송곳니가 보이긴 하는데, 이건 뭐 뱀파이어도 아니고. 눈도 심지어 세로 동공이다. 머리색도 시꺼멓고.
“미친 마족새끼.”
그래도 몸과 얼굴은 괜찮은 수준이로군.
“마음에 들어.”
그리 거울에 주먹질을 하려다가 말고 씻기 위해 방에 딸린 작은 샤워실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ㅡ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실시했다.
“예? 누구십니까?”
대체 무슨 일이냐? 내 방에 누가 찾아왔다고? 내 기억상 이렇게 날 찾아온 사람은 여지껏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새 내부의 메이드들 조차 날 무시한 탓에 눈칫밥을 먹었단 말이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ㅡ끼익.
곧 내가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동시에.
ㅡ화악.
상쾌한 향기가 방안에 몰아치는 듯했다.
들어온 것은.
“큘스 벨라크루. 맞나?”
180cm에 근접한 나보다 키가 조금 더 큰. 시꺼먼 단발의 여성이었다. 마족답게 요사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는데, 지금 중요한 것은 방문자의 미모가 아니었다.
“예, 예. 큘스 벨라크루. 맞습니다.”
뿔이.
뿔이 좀 크다.
나는 이 요새 안에서 내 또래들과 같이 자라왔다. 그래서 하나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있는데, 바로 저 뿔.
마족의 뿔은 클수록 좋다.
강하다는 뜻이다.
방문자의 뿔은 내가 주변에서 봐왔던 그 어떤 마족들의 뿔보다도 컸다. 진짜 황소만 한 뿔이 달려 있다… 이건 딱 봐도 지위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누구십니까?”
바로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어깨를 조금 위쪽으로 올리며 손을 모아 비굴한 모습을 연출하며 정중하게 물었다. 아이들을 단체로 가르치던 마계 교사보다도 강해 보인다.
마계에서는 힘 쎈 놈이 짱이다.
“…”
방문자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동생? 어머니 여공작님의 호출이다. 준비해서 이곳으로 가도록.”
그리 말하면서 내게 통행증 비슷한 것과 지도를 건네줬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들을 아주 정중하게 받아 들었다.
근데 동생이라고?
설마 누나였나?
아. 그렇겠네. 지금 이 지역의 마족들은 대부분이 다 어머니 여공작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일단 같은 혈족이 맞기는 한데… 날 동생 취급해주는 게 좀 이상한데.
하지만 내가 뭔가 물어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저렇게 뿔이 큰 마족에게 먼저 말을 걸 만큼 내 깡다구는 크지 않다.
“그럼 이만.”
가만히 있으니 용무가 끝났다는 듯, 바로 돌아가는 방문자. 이름도 못 들었는데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ㅡ…
혼자 남게 된 나.
“어.”
아니.
근데 이게 시발 무슨 일이여?
여공작?
“어머니 여공작이 날 불렀다고?”
엄마가 날 호출한 상황이다.
* * *
여공작 케라시스 나인첼 벨라크루.
나를 낳은 여성 마족의 이름이다.
엄마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이 커다란 마계 공작령의 주인인 여공작 케라시스. 그녀의 얼굴을 본 것은 딱 두 번인가 그럴 것이다.
여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칠흑 같은 흑발과, 그에 걸맞는 커다란 뿔을 지닌… 육감적인 몸매의 여성. 마족 여성답게 정말 요사스럽기 그지없는 아름다움을 소유한 존재였지.
암흑의 여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박힌 그 미모가 잊혀지질 않는다. 아마도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그녀의 자식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는 본능.
“…”
마계에 얼마 없는 공작 중에 하나다. 듣기로는 정말 강하고. 잔혹하고. 엄청난. 그런 존재라고 했다. 뭐 능력이 좋으니 마계에 이따만한 나와바리를 지니고 있는 거겠지.
그런 그녀의 힘은 알에서 나온다.
내가 알기로 어머니 여공작은 서큐버스와 바포메트의 혼혈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혼의 몸으로 배우자 없이 혼자서 알을 낳는다고 하는데, 공작령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존재들은 그 알에서 태어났으며, 여공작의 부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얼굴을 거의 못 봤지.”
어머니 여공작은 알을 상당히 많이 낳는다. 근데 그 알에도 등급이 존재한다. 낮은 등급이면 뭐 바로 부화장으로 직행. 같은 혈족 출신인 브리더들이 부화시키고 적절한 곳으로 보내 교육시키거나 해서 공작령의 구성원으로 써먹는다.
하지만 등급이 높은 알이라면 어머니 여공작이 직접 관리한다. 알에 직접 마력을 불어넣거나 해서 조심스럽게 키우는 모양이다. 그렇게 키워진 알에서는 강한 마족이 태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흠.”
일단 태어날 때 한번 봤다.
당시의 기억은 불분명하지만 어둠 속에서 몸부림치다 보니 빛이 나타났고, 저기 어디 앞에 앉아있는. 악마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이게 첫 번째일 것이고.
두 번째는 몇 년쯤 전에 내 또래들이랑 존나 단체로 모인 곳에서 봤다. 무슨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하듯이 수많은 마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와서 뭔가 이야기를 했는데 당시에는 내가 마계어를 깨우치지 못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내용을 모른다.
그게 끝이었다.
어머니 여공작을 본 것은.
그런데 지금 그런 사람이 날 부른 것이다.
“진짜 이유가 없는데?”
대체 왜 불렀을까?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알을 낳고, 그 자식들을 도구처럼 부리는 여공작에게 있어서 자식이라는 것은 그다지 소중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등급이 낮은 알에서 나온 자식들은 평생 얼굴 보는 일 없이 살게 될 정도라고 하니까.
“왜 부른 거냐?”
추리를 해보자.
부를 이유는… 거의 없다. 근데 난 태어날 때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다. 그렇다는 것은.
“난 나름 높은 등급의 알이었나?”
근데 씨발 왜 이렇게 폐급이지?
왜 마력이 좆도 없지?
이해할 수가 없네.
“시발.”
아무튼 나는 손에 들린 지도와 통행증을 보았다.
“엄마가 부르면 가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