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1)
〈 21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x 6
* * *
잠깐동안 기쁨을 표출한 뒤에 즉시 리자드의 시체를 손질했다.
썩기 쉬운 내장은 빠르게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 이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타리 볼 때마다 나오더라.
ㅡ쯔윽.
머리를 친 다음에 바로 손도끼로 배를 가른다. 물론 날이 뭉툭해져 있어서 잘 되지는 않는다. 마치 톱질을 하는 것처럼 썰면서 베어야 했다.
“흠… 좋아.”
내장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것도 다큐멘타리에서 본 것이다. 배를 가르면서 내장을 건드리면 피나 뭐 소화 중인 것들이 터져 나와서 살을 오염시킬 수가 있다.
물론 처음 하는 거라서 존나 어려웠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목숨 걸고 한다고 생각하니 성과는 있었다.
“내장 제거 성공.”
“케륵…”
“음?”
보니까 부릴이가 내장을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뭐, 이 새끼도 몬스터니까. 생내장을 먹는 것이겠지.
“먹어라!”
“케륵!”
명령을 내린 즉시 부릴이가 내장을 집어 들고는 아그작아그작 씹어먹기 시작한다. 칠칠치 못하게 입에 살점과 핏물을 죄다 질질 묻히면서 처먹고 있다. 마치 아이가 이유식을 질질 흘리면서 먹는 걸 보는 듯한 이 기분. 정말이지 귀엽기 짝이 없는데, 아무래도 내 눈이 이상해진 모양이었다.
“야. 먹으면서 가자.”
“쿠르릉.”
바로 손질한 리자드를 들쳐메고 움직였다… 고기. 씨발 드디어 고기를 먹겠구만. 상상하니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린다. 나도 고블린이랑 다를 게 없구나.
아무튼 가서 부릴이랑 같이 구워 먹도록 하자! 같이 먹으면 맛있을 거다!
* * *
“불 피울 준비 시작.”
지금부턴 시간과의 싸움이다. 비트 쪽으로 돌아온 즉시 불쏘시개로 쓸만한 것들을 채취했다. 나뭇가지나 말라비틀어진 식물 줄기 같은 것들.
“부릴아. 니는 이 앞에서 돌 주워라. 내 주먹만 한 것들로.”
“케륵케륵.”
명령을 내리자 부릴이는 내 시야가 닿는 곳에서 열심히 돌을 모으기 시작했다. 저 새끼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 아까 나무 타서 열매 딴 것부터 리자드 사냥한 것까지 전부 다 그냥 너무 귀엽다.
이 새끼 너무 만능이야.
진짜 부하라기보다는 내 영혼의 파트너였다.
가만 있어 봐. 마왕하면 사천왕. 사천왕하면 또 마왕이 아닌가? 내가 나중에 존나 대성해서 진짜배기 마왕이 된다면, 좋다. 부릴이에게 사천왕 자리 하나 내어주도록 하겠다.
뭐 고블천왕 부랄왕자 이런 좆간지나는 전율의 닉네임을 지어주면 녀석도 크게 기뻐하겠지.
“아아, 생태계여.”
아무튼 이게 바로 생태계다.
이런 작고 하찮아 보이는 한낱 고블린 나부랭이. 일개 개애송이 좆밥 고블린 한 마리조차 이 오지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결코 허투루 볼 것이 아니다. 현지 짬밥을 먹으며 살아온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경이로워.”
“케륵케륵.”
바로 부릴이가 모아온 돌들과 내가 모은 불쏘시개들을 이용해서 간단한 모닥불을 만들었다.
이제 꼬치 만들고 불 피워서 구우면 끝이다.
ㅡ콸콸.
수통에 담아둔 물로 손을 한번 씻어준 다음, 바로 리자드의 가죽과 살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흐챠아아앗!”
ㅡ부욱!
그대로 잡아당겨 가죽과 살을 분리했다. 바로 핑크빛 속살이 드러난다. 이게 되기는 하네. 생각보다 가죽이 잘 벗겨지긴 한다. 좀 빡빡하긴 해도. 그렇게 가죽을 벗기는 작업에 착수한다.
“케륵…”
부릴이는 그것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물론 지금 당장 줄 수는 없고, ㅡ촤악! 나는 바로 내 마족 손톱을 이용해서 살들을 발라냈다. 명색이 마족인지라 내 손톱은 살짝 뾰족하고 단단한 감이 있었으니까. 고기 찢는 것에는 제법 쓸모가 있었다.
“마족 굿.”
그리 고기를 발라서 챙겨뒀던 나뭇가지에 꽂았다.
“씨발.”
살이 빡빡해서 잘 안 들어가는구만. 하나부터 열까지 노가다가 아닌 것이 없다.
그래도.
하다 보니 다 성공했다. 버린 살이 제법 많았지만 리자드 살 꼬치를 전부 완성할 수 있었다.
“후우.”
“케륵.”
그럼 구워볼까.
“야. 부릴아. 잘 봐라. 지금부터, 씨발. 형이 불 피우는 거 보여줄 테니까.”
“케륵?”
불.
원래 불을 피우는 것은 어렵다. 현대인들이야 뭐 라이터나 토치 하나만 있으면 쉽게 쉽게 피우지만, 본디 야생 상태에서 불을 피운다는 것은 구라 안치고 진짜 생노가다 중에 생노가다였다.
뭐 시발 자연인들처럼 재료들 구해다가 손으로 염병할 존나게 돌리고 비비고 돌리고 비벼싸 개지랄을 하면서 발광을 해야 겨우겨우 피어오르는 게 바로 불씨인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그것을 해야 하나?
생각하니 심히 좆같지만.
아니다.
“흐, 흐흐흐. 그래.”
나는.
나 김큘스는.
인간이 아니라 마족이다.
그것도 흑마법의 기초를 익힌 마족.
그렇기에 당연히… 그럴 노가다를 할 필요는.
없다!
“봐라! 부릴이!”
“케륵?”
즉시 만들어둔 모닥불을 응시한다.
그리고.
ㅡ고오오.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인간에게는 없는. 그런 비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에너지원. 마족으로 태어났기에 얻을 수 있었던 힘! 그것에 집중을 하면서 익혀뒀던 흑마법의 술식을 떠올린다!
“크오오…!”
그러고 있으니 가슴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듯했다! 그렇게 불타오르던 기운이, 천천히. 내 식도를 타고 올라왔고.
그것이 임계점에 달한 순간!
ㅡ파앗!
타이밍에 맞춰 자세를 잡은 뒤에!
“푸후우우우우우우!”
숨을 토해낸다!
ㅡ화르르르르르륵!
그러자 입에서 마치 불쑈를 하는 것처럼 보랏빛의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전율! 이것이 바로 카르티에게 배운 기초 흑마법, 마족브레스였다!
“마족브레스, 훠우!”
브레스는 약 2초 동안 지속되었고, 아주 훌륭하게 모닥불을 강타했다. 결과, 모닥불에서 보랏빛 불꽃이 솟아올랐다.
ㅡ화르륵!
“붙었다!”
불이 붙은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한 2초 동안 보랏빛으로 타오르던 불꽃이 정상적인 색을 되찾는다. 마력이 다 날아간 탓이다. 마계의 불꽃이 정상적인 불꽃으로 돌아왔다…!
“진짜 마족 존나 좋네!”
내가 이 마족놈들의 비인간성을 좋아하게 될 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다. 입에서 불 뿜기라니? 이거 완전 괴물이지 않은가. 근데 그 괴물같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마족브레스엔 아주 요긴한 효과가 하나 붙어있는데, 그것은 바로 양치가 된다는 점이었다.
“존나 개굿.”
근데 시발 이거 한번 했다고 마력 오링났네. 뭐, 괜찮다. 이거 먹고 자고 일어나면 회복될 테니까.
“케르르륵…!”
“음?”
근데 부릴이는 제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부들부들…!
그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너 설마.”
“케르르륵…!”
“`전율`한 거냐? 이 나의 `위대함`에?”
“케륵케륵!”
강조를 하면서 말하자 부릴이가 뭐라뭐라 소리를 쳤다. 역시! 형만 한 아우 없는 법이다! 놀랐구나! 부릴이!
“흐흐흐! 새끼. 야. 이게 바로 이 형의 능력이다. 알겠냐?”
“케륵케륵! 케르르륵! 크륵!”
바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부릴이가 흥분한 기색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진짜 머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굽자.”
바로 꼬치들을 불가에 가져다 댔다. 솔직히 말해서 고기를 이렇게 모닥불 피워서 굽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건 다큐멘타리나 1박2일에서 본 것이 전부다… 아 씨발. 1박2일 하니까 고향 생각 나네.
마계 말고 지구.
“케륵케륵.”
“야 시발. 기다려 임마. 넌 새꺄 처먹어도 형이 먼저 처먹어야지 뭘 보채고 있어.”
“케르릉…”
“어 장난이야. 좀 있다 같이 먹자.”
ㅡ타닥, 타탁.
해가 저물어간다.
고기 익는 냄새가 좋았다.
* * *
“어?”
푹 자고 일어나니 몸에 몹시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즉시 정자세를 취한 채 체내의 마력을 운용하며 그 변화를 확인해보았다.
“늘었다…!”
마력 최대치가 아주 찔끔 늘어나 있었다!
원래 한 8 정도였으면 9 정도로 올라있었다!
“씨발!”
이건 그거다!
몬스터 지배술도 성공했고, 부릴이한테 마력 주입도 잘 해줬으며, 마족브레스 쓴답시고 또 마력을 제대로 운용했다가 잘 먹고 잘 명상하고 잘 잔 탓에 마력 최대치가 늘어난 거다!
마력은 쓰면 쓸수록 그 감각이 트이니까…!
“요시!”
실로 고무적인 성과에 기상하자마자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물론 좆도 아닌 변화였지만 초반에 이런 것은 굉장히 소중했다. 그리고 이런 게 모여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대로 밥 잘 먹고 마력 잘 쓰면서 쭉 지낸다면 머지않아 마족 1인분이 가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크으… 야! 너 임마 부릴이! 형보다 늦게 일어나기 있기냐?”
“케, 케륵?”
바로 꾸짖어주자 내 옆에서 콧물 방울을 만들며 꿀잠을 자고 있던 부릴이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졸린 지 눈을 끔뻑이면서.
“귀여워서 봐줬다. 빨리 나가자. 오늘 일과 시작해야지.”
“케륵케륵.”
비트 바깥으로 나가니 부릴이가 따라 나온다.
“오늘 일과는 뭘까? 맞춰봐.”
“게르륵, 킁. 쿨크극?”
“아니 임마. 내가 알아듣게 말을 하라고.”
“케르륵? 케렉케렉?”
“아 시발 말을 말자.”
오늘 할 일과는 바로.
“오늘은 창 만들 거다.”
바로 창 만들기였다. 어제 생각했다. 우리들은 리자드와 전투를 했고, 승리를 한 것이다. 그래. 바로 전투다. 전투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나는 날 위협할만한 습격자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못 봤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무기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나뭇가지랑 돌 같은 것들 좀 모으러 가자.”
“캐륵캐륵.”
원시인들이나 쓸법한 나무 돌창. 그것을 만들 생각이다. 좋은 나뭇가지야 뭐 천지삐까리에 널려 있으니 쓸만한 돌만 찾으면 만사 오케이다.
돌을 깨뜨리고 쪼개서 작게 만든 다음 존내 갈아서 창 촉처럼 만들면 끝. 그것을 나뭇가지에 장착하면 창 완성이다.
끈은 식물 줄기를 잘게 쪼개고 뭐 하면 쉽게 얻을 수 있고.
“고고! 출발이다!”
“케륵!”
무기를 만들어두면 마음의 안정을 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재료 찾아서 창 만들기라니. 무슨 원시인도 아니고. 뭐 알아서 찾고 만들고 하고 있으니 이거 완전 마왕이 아니라 마행보관이었다.
“행보관 좋고.”
그렇게 부릴이와 함께 돌을 채집하러 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케, 케륵?!”
돌연 멈춰 선 부릴이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자세를 낮춘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날 보았다!
피, 피하라는 신호!
ㅡ파앗!
즉시 부릴이를 옆구리에 끼고 근처 수풀로 들어가 몸을 낮췄다!
뭐가!
대체 뭐가 나타난 것이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