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2)
〈 22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x 7
* * *
극한의 긴장감.
부릴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처음 본다.
놈은 이곳의 토착 생물체다.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안전하고. 또 무엇을 보고 덤벼야 하고, 또 무엇을 보고 숨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ㅡ부들부들…!
내 옆구리에 쏙 들어간 부릴이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이었다. 그 눈은 불안으로 물들어 흔들렸고, 매부리코 역시 좌우로 흔들린다.
아니.
그거 왜 흔들리는데?
아무튼.
“…!”
나 역시 수풀 속에 몸을 감춘 채 주변을 경계했다. 지금이라도 튀어야 하나? 아니. 아니다. 부릴이는 도망치는 것보다는 숨으려고 했다. 지금은 부릴이의 판단을 믿는다. 숨는 게 더 나으니 숨으려고 한 것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라는 변수가 있는데… 판단을 돌이키기엔 늦었다. 감내하는 수밖에.
ㅡ사락사락.
ㅡ뽈뽈뽈.
순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ㅡ뽈뽈뽈.
팅커벨이 날아댕기고 있었다.
군대 속어. 손바닥보다 큰 나방을 팅커벨이라고 부른다. 저 앞에서. 그 손바닥보다 더욱 큰 나비가 뽈뽈거리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평범한 나비가 아니었다!
소인!
자그마한 사람!
“…!”
진짜 팅커벨이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여자! 그 여자 등 뒤에 나비 날개가 달려 있었어! 저건 나비가 아니었다! 나비의 날개가 달린 소인, 팅커벨이었던 것이다!
ㅡ뽈뽈뽈.
무언가 옷 같은 것도 입고 있다! 드레스인가?! 오프숄더 드레스! 마치 인형이 입는 것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설마 요정…!
요정인가!
페어리!
“…!”
부릴이는 페어리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 작은 팅커벨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 녀석의 크기는 거의 손바닥만 하다. 체급 자체가 슈퍼스몰이다.
저런 놈과 싸운다면… 주먹질 한방으로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릴이가 두려워한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 설마 마법일까? 요정이라서 마법을 부리는 걸까? 가능성이 있다.
ㅡ뽈뽈뽈.
그렇게 부릴이와 함께 숨을 죽이고 있으니.
곧 페어리가 저만치 날아가 사라졌다.
ㅡ사아악.
흩뿌려진 빛나는 가루만이 페어리가 여기에 있었음을 증명했다. 가루들 역시 곧 사라져버렸지만.
“후우…!”
“케륵!”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바로 부릴이와 함께 숨을 골랐다.
“부, 부릴아. 저게 그렇게 위험한 새끼냐?”
“케륵케륵! 케륵!”
열심히 설명하는 부릴.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았고.
이 기분은, 그래.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바로 내 옆에 해파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파리는 작지만 독이 있다. 몸에 닿는 순간 다칠 수가 있다. 딱 그럴 때 느껴지는 공포심.
“와 근데.”
와 시발.
“페어리라니?”
날개 달린 요정. 작고, 금발이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뭔가 인형처럼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몬스터 아닌가?
어째서 그렇게 인간이랑 닮은 것이지?
따지고 보면 마족인 나도 인간이랑 비슷하긴 한데… 잘 모르겠군.
“근데 쟤는 이름이 뭐냐?”
“케륵케륵.”
여전히 알아먹을 수가 없다.
사실 이름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방금 그 요정 같은 것에도 이름이 있겠지만, 난 아직 중간계 말을 모른다. 그러니 대충 페어리라고 명명을 해두도록 하자.
“그럼 부릴아. 다른 곳으로 가자.”
“케륵!”
부릴이가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페어리가 향했던 곳, 그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솔직히 저쪽으로 가면 위험할 것 같잖아. 저런 페어리 같은 건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흐음.”
근데 저런 페어리 같은 것도 제압해서 지배술을 사용한다면 내 부하로 부릴 수 있을까?
일단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저항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마법을 쓰는 부하가 있다면… 여러모로 편리하겠지. 무엇보다 날아다니는 놈이다. 정찰용 드론 비슷한 것으로 쓰면 크게 편리할 것이 분명하다.
뭐, 지금 생각할 것은 아니다.
던전이라고 해봤자 작은 토굴 하나에 부하라곤 고블린 한 마리가 전부인 내가 뭐 그런 걸 얻을 수 있겠는가. 당장 좋은 걸 얻을 수는 없다. 던전이든 부하든. 천천히 늘려나가는 것이지.
성장이 필요하다.
* * *
결국 괜찮은 돌을 찾을 수가 있었다.
“흐흐흐, 야. 잘 찾았다. 부릴이 이거 돌도 잘 찾네?”
“케르릉!”
“빨리 가자. 이제 이걸로 창이란 걸 만들 테니까. 근데 니 도구도 쓸 줄 아냐? 유인원들은 쓰던데.”
“케륵? 케륵?”
“좀 척하면 척 알아들으라고.”
이 새끼 내 말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건 좀 답답하다. 정상적인 소통이 안 되니 원. 물론 내가 큰 걸 바라고 있는 거다. 어찌 고블린이랑 완벽한 의사소통을 하겠는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고.”
“케륵.”
아무튼 바로 채취한 돌들을 부릴이와 함께 비트 쪽으로 옮겼다.
이제 이걸 가공해서 원시인마냥 창 촉을 만들 것이다. 그렇게 만든 창 촉을 단단하고 긴 나뭇가지에 붙이면 나무창 완성.
창이란 것은 본디 아주 강력한 병기였다. 냉병기 중에선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을 든 원시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대 포유류들이 학살을 당했던가. 그만큼 살인적인 무기다.
그 가공할 병기로 무장을 하고 부릴이를 훈련시킨다면 우리들의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 분명.
그리되면 사냥도 더 수월해질 것이고, 다른 고블린들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압한 고블린에게 다시 지배술을 쓰는 거지. 부릴아. 니 후임 들어오는 거라고.”
“케륵?”
부릴이가 짬킹.
최고선임이다.
고블린들을 줄줄이 지배하고 훈련시켜서 일종의 고블린 군대를 만든다면. 토굴도 더 크게 팔 수 있을 거고. 일과도 좀 더 빡세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던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터다.
거의 뭐 고블린 소대장이 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미래를 그려보니 즐겁기 짝이 없었다. 와, 진짜. 고블린 몇 마리만 더 있으면 걔들한테 열매 채취해오라고 시킬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 창 만들기 시작하자. 일단 나 하는 거 보고 배워.”
“케륵.”
바로 돌을 들어 올리고.
ㅡ투웅!
가져온 다른 돌을 겨냥하고 집어 던진다. 한방으로는 잘되지 않는다. 깨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던져야 한다.
ㅡ투웅!
ㅡ투웅!
ㅡ뽀각!
“요시!”
몇 번 던지다 보니 돌이 훌륭하게 작살이 났다. 이건 부릴이가 좀 어려워할 것 같군. 그래서 나는 아예 돌들을 모조리 다 뿌숴놓았다.
“후우.”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다. 이거 땀까지 나는구만? 아무튼 돌들을 전부 괜찮은 크기로 부숴놓았다. 그리고 다른 큰돌로 그 작아진 돌을 두들겨 적당히 미세조정을 실시했다. 일단 갈기 전에 모양을 대충 잡아 놔야 하니까.
거기까지 하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부릴아. 여기서부터 중요하니까 잘 봐라.”
“케륵케륵.”
내게 집중하는 부릴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돌조각을 잡아 쥐고, 더 단단한 재질의 평평한 돌판 위에 댄 다음.
ㅡ삭삭삭삭.
ㅡ삭삭삭삭.
ㅡ삭삭삭삭.
존나게 갈아준다!
“케륵?”
“어. 그거 수통 있지? 그거 여기 위에다가 살살 부어줘.”
“케륵케륵.”
수통을 잡아든 부릴이가 조심스럽게 물을 부어준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돌을 갈았다. 진짜 노가다도 존나 이런 노가다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ㅡ삭삭삭삭.
ㅡ삭삭삭삭.
ㅡ삭삭삭삭.
“존경합니다. 신석기인들.”
이런 간단한 돌 쪼가리 하나 가는 것에도 진심을 다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생존이고, 투쟁이다. 야생 상태에서 생존은 결코 무료로 뿌려지지 않는다. 노력과 투쟁. 그 두 가지에 몸을 바친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하, 시발 안 되겠다. 부릴아. 니도 한번 갈아봐라.”
“케륵!”
내가 하던 걸 쭉 보고 있던 탓인지 부릴이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곧바로 작은 돌을 잡아 쥔 부릴이가 그것을 어설프게 갈기 시작한다.
ㅡ사아아악.
ㅡ사아아악.
ㅡ사아아악.
“음.”
별로 눈에 차진 않는다. 근데 어쩌겠나. 인간과 고블린의 차이인데. 조금 어설퍼도 시켜놔야지.
그렇게.
나는 부릴이와 함께 구리 안치고 진짜 존나. 존나게 돌을 갈았다. 진짜 존나게 돌을 갈아서 창 촉을 만드는 작업을 수행했다.
“케륵…”
근데 씨발 부릴이 이 새끼 손이 존나 삐꾸여서 상상 이상으로 불만족스러웠다. 그걸 아는지 부릴이도 시무룩해 한다.
“야. 안 되겠다. 부릴아.”
“케륵…”
“이건 내가 할 테니까 너는 그 나뭇가지 알지? 길고 쭉 뻗은 것들로다가 좀 구해와라. 저 앞에서. 그리고 식물 줄기도 좀 채집해오고.”
얘한테는 그냥 재료 조달이나 시키도록 하자.
“멀리 가면 안된다? 요 앞에서만 주워와. 믿는다?”
“케륵!”
이건 자신 있는 일인지 폴짝 뛰어 만세를 취한 부릴이가 저쪽으로 달려 나갔다. 이거 뭐 애한테 심부름 보내는 느낌인데. 바로 앞이기도 하고. 부릴이는 나보다 감각이 뛰어나니 괜찮겠지.
“하여튼 귀여운 새끼라니까.”
바로 돌 가는 작업을 재개한다.
ㅡ사아아악.
ㅡ사악사악.
ㅡ사악사악.
그러던.
어느 순간.
ㅡ케르으으으으으으윽!
들려오는 부릴이의 비명소리.
“서, 설마 씨발!”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도끼를 빼 들며 질주했다! 몇 분 지났지? 채 3분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설마 부릴이가 그동안 사고를 당해서…!
“안돼!!!”
ㅡ파파팟!
그렇게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 곳을 향해 질주했다! 위험? 머리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부릴아! 이 씨발 부릴아!”
“큐우싸아아앗! 규삿! 규삿!”
“뭐, 뭐?!”
요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그쪽으로 몸을 날리고 현장을 바라본 순간!
“규삿! 규삿규삿!”
“큐싸아아악!”
“케르르륵! 케르르르륵!”
어어?!
“어!”
웬 쥐 같은 대가리를 달고 있는 소형 괴물 두 마리가 부릴이를 존나 개뚜드러 패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 너이 씨발놈 새끼들!!!!”
감히 내 부릴이를 다구리쳐!!!!!!!
“다 뒤졌다!!!!!!!”
미칠듯한 분노가 뇌수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나는 바로 땅을 박차 뛰어오르며 놈들을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