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6)
〈 26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x 11
* * *
페어리의 마법에 취한 고블린을 추격한다.
일단은 쫓아가야 한다. 페어리의 마법이 언제쯤 풀리는지 알아내야 했으니까. 방금 걸로 보건대 페어리는 진짜 존나 위협적인 맹수다. 획득할 수 있는 정보는 미리미리 획득해두는 편이 좋다.
마침 모든 고블린들이 죄다 마법에 걸린 탓에 놈을 도와줄 동료가 없기도 했으니까. 추격하기엔 딱 좋은 상태다.
ㅡ흐느적흐느적.
취한 고블린의 걸음걸이.
그것이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법도 풀리는 것이다. 지속시간이 엄청나게 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ㅡ멈칫.
“게겍…”
슬슬 정신이 드는 것인지, 고블린이 멈춰 섰다. 나는 즉시 부릴이에게 지시했다!
“부릴아! 창 내려놓고 덮쳐!”
“케륵!”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부릴이가 나무창을 내려놓고 맹수처럼 튀어 나간다! 비인간적인 아리랑치기! 취객을 뒤에서 습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케랴아아악!”
“케륵?!”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녀석이 사납게 돌진하는 부릴이에게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몸통 박치기를 가한 부릴이가 주저 없이 공격을 실시했다.
“케라락! 케라락!”
“케륵케륵!!”
동족 뭐 그딴 건 없다. 인간도 인간들끼리 죽이는 마당에 고블린이라고 대수인가. 그리고 방금 놈들끼리 전쟁하는 것을 본 상태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지배술을 걸어야 하니까!
“부릴아! 곽 붙잡아!”
“케륵케륵!”
뒤에서 놈을 덮친 부릴이가 무슨 매미마냥 놈을 꽉 붙잡았다.
“케류우우우우!”
잡힌 고블린이 악을 쓰며 몸을 비틀었지만 통하지 않는다! 바로 손을 뻗어서 녀석의 모가지를 틀어잡았다!
ㅡ꽈악!
“큐릅…!”
“지배술 전개!”
바로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심장에서 비롯된 마력이 내 오른손 쪽으로 모인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흑마법의 주문과 술식을 떠올리며 마력을 운용한다.
그러자.
ㅡ지잉.
검지 손가락 끝에서 구슬만 한 크기의 검은 에너지 오브가 생성되었다. 이제 이것을 주입한다면 지배술이 전개된다!
“지건!”
바로 놈의 이마를 찔러주자.
“켑…!”
오브가 그대로 피부를 투과하며 놈의 이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쿠릅?!”
고블린이 격렬하게 발작하기 시작했다.
“부릴아! 나와!”
“케륵!”
부릴이가 바로 자리를 피한다.
“크릅! 크르릅!”
고블린은 여전히도 발작을 하고 있었다. 이번 거는 반응이 좀 격렬한데? 속에서 뭔가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부릴이와 함께 주변을 경계하면서 놈을 응시했다.
그리고.
“케랴아아아악!”
벌떡 일어난 녀석이 우리를 향해 돌진해왔다!
“에라이 씨발! 실패냐! 부릴아! 죽여!”
“케르으으윽!”
역시 성공률이 100%는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죽이는 수밖에 없다! 부릴이가 놈과 격돌했고, 나는 바로 품에서 손도끼를 꺼냈다.
고블린을 상대로 창 하나를 소모할 순 없지!
“캐륵! 케륵!”
“쿠르릉!”
민달팽이마냥 서로 들러붙어 있는 부릴이와 고블린. 둘 다 수컷이라서 보기 좀 그렇다. 아니. 한 마리가 암컷이었어도 보기 좆같았을 거다. 그렇게 아주 정확하게 조준을 실시하고.
고블린의 옆구리를 내리찍는다!
ㅡ퍼억!
“쿼어어어억!”
옆구리를 처맞은 고블린이 세상이 망했다는 듯이 절규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부릴이 나와!”
“케륵!”
“죽어라!”
부릴이가 나온 즉시 고블린에게 손도끼 찜질 세례를 퍼부었다. 퍼억, 퍼억, 퍼억. 몹시 잔혹한 공격이다. 잘 죽지 않는 녀석을. 그것도 몸부림치는 녀석을 단번에 끝장내는 것은 몹시 어려웠으니까.
“후우…!”
그래도 한다.
고블린은 본능적으로 머리와 목을 보호했다. 생존을 갈망하는 마음. 그것이 독이었다. 어쩔 수 없이 몸통을 때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죽으라고!”
“끄르륵…!”
ㅡ퍼억!
ㅡ퍼억!
ㅡ퍼억!
손도끼 살인사건.
정글 도끼 만행.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고블린을 겨우 죽일 수 있었다.
“하. 끝났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존나 힘들다.
죽여야 해서 죽였지만, 부릴이와 비슷하게 생긴 놈을 이렇게 잔혹하게 죽였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케륵케륵!”
근데 부릴이는 기뻐 보인다. 기뻐 보이는 것을 넘어서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었다.
“부릴아? 너 저거 내장 먹고 싶어서 그러냐?”
“케륵케륵!”
방방 뛰는 부릴이.
하긴 뭐 얘가 동족 포식의 개념을 알겠는가.
“어. 꺼내줄 테니까. 잠깐 기다려.”
“케륵!”
“내장만 먹고 나머지 챙겨서 돌아가자.”
오늘의 일과는 이걸로 끝이었다.
* * *
다음날.
“정찰을 할 필요가 있겠어.”
“케륵?”
정찰의 필요성.
그것을 느꼈다.
근처에서 고블린 패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페어리 역시 두 번이나 목격했다. 주변에 고블린 부락이 있거나 페어리의 나와바리가 있다는 뜻이다.
아주 위험해.
최악의 경우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형정보를 획득해둘 필요가 있었다.
“오늘 일과는 정찰이다. 가자, 부릴아. 창 챙겨.”
“케륵.”
그동안 정찰을 너무 소홀히 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정찰을 해보도록 하자. 운이 좋다면 오히려 괜찮은 주거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릴아. 요즘 살만하냐?”
“케륵케륵. 케르릉, 켁.”
“뭐래는겨.”
알아들을 수가 없네.
ㅡ처억.
아무튼 창을 겨눈 채 주변을 살피며 전진을 실시했다. 오늘은 조금 멀리. 안 가봤던 곳까지 가볼 생각이다. 부릴이가 귀소본능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길을 헷갈려 해도 집 가는 길은 알아서 잘 찾더라.
내가 시발 명색이 마족인데 부릴이보다 모자란 점이 참 많았다.
“오 시발. 열매 발견.”
“케륵.”
그리 부릴이와 함께 열매도 따고, 먹고 하면서 즐겁게 움직였다… 근데 여기 상위 포식자가 진짜 없는 건가?
당장 조선시대 때만 해도 동네 뒷산에 호랭이들이 넘쳐났는데 말이다. 이런 오지에 그런 게 없을 리가 없는데… 설마 페어리를 두려워하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며 몇 시간을 이동했을까.
ㅡ사륵.
“케륵?”
수풀과 덩굴을 헤치면서 나아가고 있으니.
“어?”
갑자기 웬 텅 빈 지대가 나왔다.
커다란 나무들로 빙 둘러싸인, 그런 작은 초원. 마치 초원 주변에 나무로 된 울타리가 쳐진 것만 같았다.
“이런 지형이라고?”
왜 여기만 이렇게 초원이지?
딱히 다른 식물들은 보이지 않고 그냥 정돈된 것처럼 깔끔하게 자란 잡초랑 예쁜 꽃들만이 피어있는 곳이다. 어쩌면 작은 정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었다.
ㅡ쨍쨍.
그리고 그 초원에는 햇빛이 아주 잘 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돗자리 깔고 누워서 쉬고 싶을 정도로 안락해 보이는 비주얼. 부릴이랑 같이 누워서 한잠 때리면 딱일 것 같다.
그런데.
그 정원의 한가운데.
가장 햇빛이 잘 드는 곳에.
“…!”
늘씬 장신의 미녀가, 아니.
헐벗은 육감적인 여자가… 마치 일광욕을 하는 것처럼 혼자 햇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ㅡ…
아름다운 여자였다.
연둣빛 머리칼은 윤기 있고, 찰랑인다. 얼굴은 무슨 숲속의 공주님 같았는데… 몸매는 정말 육감적이다.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커다란 골반. 보고 있으니 절로 침이 넘어갈 지경이다.
거기에 복장이 아주 특이했다.
무슨 잎사귀와 덩굴들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가리는 곳이 거의 없어 그냥 헐벗고 있는 상태다… 대체. 대체 누굴까.
왜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이런 곳에서 홀로 헐벗은 채 일광욕을 하고 있는 거지? 이곳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오지다. 저래서야 몬스터들에게 잡아먹어달라고 광고를 하는… 아니.
아니지.
아니다.
“저게 인간일 리가 없다.”
정상적인 여자가.
이런 곳에서 헐벗은 채 놀고 있을 리가 없다…! 괴물! 괴물이다! 페어리랑 비슷한 종류의 괴물이 분명하다!
ㅡ쫘아악…!
그런 생각이 들자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부랄 잔주름마저 쫙 펴졌다가 다시 강하게 오그라들 정도의 긴장감!
ㅡ도망쳐야 한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저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발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케, 케륵…! 케륵케륵!”
옆에서 부릴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놈이 내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점프를 하고 있었다. 당장 부릴이를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ㅡ츠팟.
“…!”
순간.
아름답기 짝이 없는.
저 헐벗은 여자와 눈을 마주쳐버렸다.
그 연둣빛 눈동자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ㅡ갸웃.
곧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경계심 따윈 없이, 마치 날 관찰하려고 하는 듯한 태도.
그리고.
ㅡ씨익.
고개를 갸웃한 여자가, 배시시 웃는다.
“…”
눈꼬리가 휘어지는 미소. 빠져들 것만 같은 미소였다. 저 미소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케르릉! 케륵! 케르르릉!”
부릴이의 목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안 되는데. 저기로 가면 안 되는데. 부릴이랑 함께 튀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ㅡ살랑살랑.
내가 다가가고 있으니 여자가 내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이리 오라고. 어서 와서 내게 안기라고. 그렇게 날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ㅡ훌렁.
돌연 여자가 잎사귀로 된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어버린다. 아니, 정확히는 속옷의 형태를 이루고 있던 잎사귀들이 스스로 풀어졌다. 그리하여 완전히 나체가 된 여자가 웃으면서 양팔을 뻗어온다.
“케르르륵!”
“아앗!”
순간 느껴지는 고통!
“어?!”
부릴이가 내 팔뚝을 깨물고 있었다!
“부, 부릴아!”
“케륵케륵! 케르르륵!”
ㅡ부들부들…!
부릴이는 거의 울면서 몸을 떨고 있었다…! 겁을 먹은 것이다! 저 여자를 보고!
“이, 이런!”
여자는.
여전히도 웃는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다시 그 시선이 마주친다.
“샤아아, 샤아아…”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낸 여인이, 양손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짚은 채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막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ㅡ출렁출렁.
나 보라는 듯이 시선을 맞춰오며, 그 풍만한 젖가슴을 흔들어댄다. 속이 꽉 찬 여인의 가슴이,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며 가슴팍과 충돌해 찰싹거리는 소리를 낸다.
ㅡ찰싹!
ㅡ출렁출렁.
ㅡ찰싹.
계속해서 흔들리는 젖가슴… 밀물과 썰물…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예쁘게 갈라진 여성기의 틈이… 참 푹신푹신해 보이는… 아냐! 안돼! 가면 죽는다! 가까이 가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저, 저건 괴물이다! 부릴아!!!”
“케르으으윽!!”
“튀어어어어어어어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즉시 부릴이를 옆구리에 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다!
“…!”
눈앞에 그 여자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떨쳐버린다! 가까이 가면 죽는다! 저건 괴물이란 말이다!
“고맙다 부릴아!!!”
“케륵!”
이 새끼가 날 살렸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