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62)
〈 262화 〉 남작령 따먹기 x 17
* * *
“크하하하! 리리엘! 맛 좀 보여줘라!”
“알겠다!”
ㅡ파앗!
자세를 낮추고 고블린들 뒤에 숨은 천사들이 흑염포 캐스팅을 시전했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천사들도 전투의 흥분에 집어삼켜진 상태다.
“하아압!”
“저 방벽을 파괴할 힘을…!”
저번엔 픽시들의 협공에 무력하게 당했지만, 이제 사냥하는 쪽이 되었다. 승리의 기쁨. 도취감. 그 모든 감각이 한데 어우러져 그녀들의 손에 담겼고.
“발사!!!”
발사 명령이 떨어진 순간.
ㅡ지이잉!
ㅡ지이잉!
타락천사들의 흑염포가 곡사로 쏘아진다.
ㅡ콰아아아아앙!!!
임프들이 척탄병이었다면, 천사들은 박격포병이라고 할 수 있다. 흑염포가 바리케이트와 충돌하자마자 큰 폭발이 일어난다. 바리케이트는 개박살이 났고 뒤에 있던 병사 역시 사망했다.
“역시! 정말 강력합니다! 천사들의 힘이 이 정도라니!”
“하, 하하하! 이제야 깨달은 것인가! 그러니 내게 어서 중대장 직책을!”
“알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도록 하지요!”
천사들이 강하다는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화력만큼은 압도적이다. 물론 보니까 캐스팅 시간이 좀 길고, 에너지 소모도 큰데다가 사거리 역시 그렇게까지 긴 것 같지는 않지만, 파괴력만으로 따지자면 기병돌격 이상이다.
라미아들이 전력을 다해 돌격하여 창을 처박는다고 해도 성벽을 박살 낼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천사들은 그게 가능하다.
“단거리 파괴력은 그 무엇보다도 압도적.”
앞으로 천사들은 화력 중심으로 육성하도록 해야겠다. 척탄병들보타 화력이 강하니, 어떤 식으로든 써먹을 수가 있다.
“리리엘. 흑염포의 사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까?”
“힘을 더 키운다면. 구체적으로 네 마력을 더 받아들여야 한다.”
“역시.”
정답은 애널섹스였군.
“자, 아무튼! 보라! 남작군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들의 화력으로 충분히 박살을 낼 수가 있노라!”
“케르으으으윽!”
“끄르으으윽!”
계속 올라가면서 승전만을 거듭했다.
남작군 병사들은 열심히 바리케이트를 만들면서 후퇴하며 저항을 했지만, 여기 있는 병사들만으로 성을 지킬 수 있을 리 없다.
ㅡ화르륵!
ㅡ퍼엉!
전부 임프들의 화염탄과 천사들의 흑염포 앞에 무력하게 박살이 나며 후퇴만을 거듭할 뿐.
아무튼 그리 올라가고 있으니.
“흠… 건물이 제법 넓구만.”
홀이니 식당이니 하는 공간들도 찾을 수 있었다.
내성은 나름 큰 건물이다.
당연히 이런 시설들이 있겠다.
내 병사들이 지낼 내무반은 물론이고 모일 수 있는 홀.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거기에 대욕탕과 화장실까지. 신기하게도 고층까지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장치가 있는 모양인지,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를 돌리자 물이 나왔다.
“대단하군요.”
“훗, 신기한가? 그것이 바로 인간들의 문명이다. 이렇게 높은 건물에서도 쉽게 물을 사용할 수 있지.”
화장실을 보고 감탄하고 있으니 바네사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일종의 국뽕인가?
아니 뭐 나도 현대 출신이라 그닥 놀랍진 않다. 그냥 남작성에 이러한 수도시설이 있다는 게 더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 이런 게 있는 겁니까?”
“무언가 복잡한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그것이 지하의 물을 끌어오고 있지. 참고로 하수도의 물이 아니다. 깨끗하게 정화된 물이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
물을 정화하는 시설도 있는 건가.
하긴 뭐 마법이 있는 세상이다. 이 정도 기술력쯤은 있겠지. 근데 이런 현대적인 시설이라니… 참. 앞으로는 좀 편하겠는걸.
솔직히 말에 동굴이나 다름없는 던전 안보다 환경이 좋다. 특히 먼지도 더 적고.
“좋습니다. 이런 시설을 차지한다면 분명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세금도 우리가 걷을 텐데… 흐흐흐. 잘 써먹어 보도록 하죠.”
뭐 그리 우리들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남작은 최상층에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비밀통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다가 항복할 생각이겠지.”
“항복이라.”
“귀족끼리의 전쟁에서 상대방 측이 항복을 한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흐흐흐, 바네사님. 저는 귀족이 아니라 마왕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당연히 이쪽의 관습을 따라야 한다.
정확히는 따라주는 척이라도 해야지. 내가 마왕이랍시고 무법자마냥 인간들의 관습을 죄다 무시하고 다닌다면, 반천사파의 인간들을 결집시킬 수가 없다.
인간처럼 사고해야 한다.
이제부터 내 활동무대는 여기 인간 세상이다. 인간들의 관습에 맞춰줄 필요가 있지.
“그건 네게 생각이 있겠지.”
“물론 있습니다. 인간들 관습을 따라야지요. 당장 반천사파의 인간들과 동맹을 해야 하는데, 관습을 무시했다간 인망을 잃게 됩니다.”
“오, 오오… 거기까지 생각을 했나? 역시.”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다 안다.
아무튼 나는 남작을 생포한 뒤에 대충 감옥에 유폐해두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는 계속 감옥에서 살아야 하겠지.
그러고 있으니.
“뫙님. 여기 시설 쩔지 않슴까? 지금 느낀 건데, 여기 뭔가 대단함다.”
부릴이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던전의 흙벽이랑은 완전히 다름다. 케룩.”
“그렇지?”
부릴이 말고도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회복하자 정신이 좀 든 것인지 다른 부하들 역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평생을 정글에서 살아온 몬스터들로서는 이 인공적인 성채가 참 신기하게 보일 것이다.
“인간들은 이런 곳에서 사는 거다.”
“너무 신기함다! 케륵!”
“케륵…!”
순수하게 감탄하는 고블린들.
“응! 맞아! 그리구 뭔가 방도 엄청 많아!”
“숨을 곳 천지야!”
“인간들 다 몰아내고 숨바꼭질하자!”
“야호!”
픽시들은 그냥 신난 상태.
“규삿삿.”
“마왕님. 여긴 흙 팔 곳이 없슴니다?”
“밖에 있잖아.”
“규사아아아앗!”
“흐흐흐, 야 임숭아. 몸은. 잘 쉬었냐?”
“끄르륵! 끄떡없따! 척탄 더 할쑤 있씁니다!”
“좋아!”
그럼 다시 진격해볼까!
“자! 다들 잘 쉬었지! 그럼 다시 위로 올라가자!”
“케르으으윽!”
가자!
* * *
그렇게 몇 번의 전투를 더 거치고 나서 남작의 업무실이 있는 최상층에 도달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이 닫혀있군. 리리엘. 가서 집주인 좀 호출해 주십시오.”
“알겠다. 흑염포 장전!”
ㅡ화르륵!
이제는 능숙하게 캐스팅을 하는 타락천사들. 곧 그녀들이 흑염포를 완성했고, 그걸 이용해 노크를 했다.
ㅡ콰아아앙!
흙먼지가 피어났다.
박살난 문과 함께 보인 것은.
“왔다…!”
“저놈들입니다!”
“저 군대가!”
드문드문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단단히 무장한 병사들. 그들 중앙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저 사람이 바로 남작이로군.
“바네사님?”
“저 녀석이다.”
곧 남작이 소리쳤다.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감히 뭐 하는 녀석들이길래 이런 밤중에 비겁하게 습격을 하는가! 네놈에겐 명예도 없나!”
대답할 가치는 없다.
“나는 피켈 남작! 귀족으로서 네놈과 협상을 하고 싶다! 대표자는 나와라!”
말 따위는 무시한다. 협상이고 나발이고 포획을 할 것이다. 보자. 퇴로는 없나? 딱 보니 도망칠 곳이 없다. 이곳에서 최후의 수성을 하며 협상을 할 생각이 분명하다.
“흠.”
기습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잠깐 물러난 뒤에 저들이 굶주려 약해지길 기다리면 된다. 구태여 싸울 필요 없이 승리하게 되는 셈이다.
근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단 말이지. 나는 최대한 빨리 이곳을 장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싸워야 한다.
“임숭아! 놈들이 굶주림을 호소하고 있다!”
“끄르르륵! 짱전!”
ㅡ화르륵!
임프들이 바로 화염탄을 캐스팅한 순간.
“저, 저! 불덩어리가 날아올 징조입니다!”
병사가 소리쳤다.
몇 번 보니까 안거겠지.
“그럴 줄 알았다! 전군 돌격!”
그리고 남작이 돌격명령을 내렸다.
돌격이라고?
하긴 뭐, 이런 상황에서 바리케이트 뒤에 숨어 있다가 타죽느니 돌격하는 게 낫긴 하겠지. 하지만 그래봤자 우리에겐 천사들이 있다. 좋지 않은 판단인데… 뭐, 애초에 그런 걸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방금 협상은 결렬됐다.
싸우게 됐다면 전력을 다해 싸울 뿐.
ㅡ와아아아아아!
ㅡ와아아아아!
무장한 병사들이 돌진해온다.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리리엘!”
“보고 있다!”
이미 천사들도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완성된 흑염포가 남작군의 사이로 쏘아졌고.
ㅡ콰아아아아앙!
적당히 터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으하아아아악!”
“카학!”
성문조차 박살 내는 흑염포의 맛을 봐라. 폭발에 휘말린 병사들이 날아가더니 박살이 나며 쓰러졌다.
이제 저들은 싸울 수 없다.
“보병대 전진!”
“케르으으윽!”
그리고 나의 보병대가 전진한다.
“으하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엇!”
“케륵! 죽어라아앗!”
방패병이 진입하면서 쓰러진 병사들을 쳤고, 일직선의 복도에서 더 넓은 방으로 진입하게 된바, 내 부하들이 좌우로 펼쳐지듯 들어가면서 남작의 업무실을 장악했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이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비교적 후방에 있던 탓에 다치지 않은 남작이 경악했다.
“괴물! 괴물들인가!”
녀석을 주시한다. 어차피 남작군은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살아남은 남작군이 비명을 지르면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지만, 전부 방패병에게 막혔고, 뒤에 있는 창병에게 찔려 살해당할 뿐이었다.
“바네사. 남작을 주시해주세요.”
“말하지 않아도 그러고 있다.”
“샤아. 마앙님. 저도 있어여.”
“그래.”
남작은 실력자다.
피해 없이 제압하려면 이쪽의 고수를 투입해야 하지. 뭐 그렇게. 내 부하들이 남작의 병사들을 모조리 쓰러뜨렸다.
애초에 상대가 안 돼.
사기 차이도 크고,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그에 반해 녀석들은 절망 속에서 후퇴했을 뿐이니까.
“아, 아아…”
남작은 싸우지도 않았다.
그냥 경악하고 있을 뿐.
그럼 슬슬 이야기를 나눠볼까?
“반갑다. 피켈 남작.”
호위를 받으며 방패병의 뒤로 가 말을 하자.
“그대는… 누구요.”
망연자실한 얼굴로 남작이 대답했다.
“글쎄.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오늘부터 이 남작령을 내가 가질까 하는데. 앞으로 도움을 좀 줘야겠어.”
“뭐, 뭐?”
“뭔가 이상한가?”
“그런 개소리를… 날 죽인다고 해서 남작령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시오. 영지의 소유권을 뭘로 보는 거요?”
“아아, 물론 다 알고 있다네. 피켈 영주.”
“알고 있다니 그게 무슨…”
나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 대기하고 계신 성녀님? 이쪽으로.”
“알겠느니라.”
“뭣?!”
성녀라는 말에 피켈 남작이 경악했고.
ㅡ저벅저벅.
성녀가 내 옆으로 와서 섰다.
“어, 어어…!”
남작이 성녀를 보면서 삿대질을 한다.
“한심한 꼴이로구나. 피켈 남작.”
“네, 네년은…!”
“잘도 날 죽이려고 했지.”
“이런 제기랄! 이 마녀년! 지옥의 군대를 불러왔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남작이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는다.
“조용히 하거라. 목소리만 들어도 죽이고 싶으니.”
“허억…!”
“아니. 성녀님. 너무 무서운 거 아닙니까?”
“이 나는 저들에게 쫓기던 몸이니라.”
그것이 마음에 크게 남았는지 성녀는 아주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누나에게 이런 일면이 있었다니.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구만.
“피켈 남작. 앞으로 이 남작령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니라. 정확히는 성녀인 이 내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지”
“하! 마녀년이 잘도 나불대는군! 이 땅은 이미 천사들의 축복을 받아들였다! 네년이 마녀라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어! 아무도 네 말을 믿지 않을 거다!”
남작놈이 기세등등하게 소리쳤으나.
“흐흐흐, 천사라. 리리엘?”
“내가 나설 차례인가.”
천사는 이쪽에도 있거든?
“아닛?! 그대들은!”
리리엘이 나서자 그녀의 양옆으로 아리엘과 루지엘이 따라붙었다. 그녀들을 본 남작이 다시금 경악했다.
“아리엘님과 루지엘님이 아니오오옷?!”
둘 다 이곳 출신이었으니까.
남작군에 붙은 지원군 출신이다.
“전사한 것이 아니었나?! 이게 대체 무슨?! 그리고 천사들이 성녀의 편이라고?!”
ㅡ털썩.
돌연 남작이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중얼거렸다.
“천사가 성녀의 편?! 마녀는?! 천사들이 어째서 이런 짓을?! 설마 함정인가? 나는 함정에 빠진 것인가? 대체 어디부터 함정이었던 것이지? 아아! 아아아아아!”
남작이 절규했다… 근데 이건 솔직히 정신 나갈만 하지.
인정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