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64)
〈 264화 〉 이 성은 이제 제 것입니다 x 2
* * *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적당한 회의실이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고 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행정 업무. 가장 중요한 것이 이 행정업무입니다. 운영 능력이 있어야 성을 유지할 수가 있지요. 안타깝지만 이 임무는 수녀들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뭐, 뭐라고!”
레이카가 입을 떡 벌렸다.
“놀라지 마십시오. 수녀님들 아니면 누가 합니까? 읽고 쓸 줄 알고. 행정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습니까.”
“크으… 그건! 야! 그래도 우리 숫자가 몇이냐!”
“걱정마십시오. 잡무 처리할 인원은 붙여줄 테니. 앞으로 메이드장을 따라다니면서 이곳 업무에 대한 걸 인계받으면 됩니다.”
“하아… 그래. 일단은 해볼게.”
“어려운 점 있으면 제게 말해주고요.”
그런 식으로 업무를 배분했다. 근데 시발거 회의를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인데, 행정 관련해서 매뉴얼 같은 게 단 하나도 없다는 모양이었다.
“시발.”
무슨 업무 양식이랑 매뉴얼 같은 게 진짜로 없다고 한다.
실화냐?
“바네사님. 진짜로 없답니까?”
“전부 머리 속에 있다고 하는군.”
“이런 씨발!”
일!
행정일!
그것에 대한 정보는 오직 실무자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했다! 이렇게 끔찍할 수가! 하긴 뭐 매뉴얼에 대한 것은 현대에서도 잘 안 지켜진다는데 당연한 일이겠지!
이거 진짜 내가 업무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하는 거냐?
“루비님.”
“아, 네.”
“여기 종이랑 팬 많지 않습니까?”
“네… 서, 설마?”
불안하다는 듯이 날 보는 루비.
정답이다.
“앞으로 수녀들이랑 메이드장 따라다니면서 업무 관련 내용 싹 다 필기해서 정리해주십시오.”
“네, 네엣?! 제, 제 원래 업무는 어쩌고요! 말도 안 돼요!”
소심한 마법사는 행보관으로 구른 탓에 자기주장이 강해지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지금 그걸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루비뿐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해 주십시오. 루비님이 그걸 해야 제가 매뉴얼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너무해요!”
“좀만 참으십시오. 어차피 인간 시절보다 체력도 좋지 않습니까.”
“섹스도 많이 안해주시면서…”
“해드릴게요! 힘들면 말하세요! 에너지 보충시켜줄 테니까!”
“…그럼 열심히 할게요.”
뭐가 됐든 다들 섹스만 해주면 고분고분해진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
아무튼 회의를 하면서 업무를 배분하고,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계속 논의 했다. 내 병사들은 전부 교대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간부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굴러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에 시발 마왕이 성을 점령했는데 세상을 불태울 야욕을 폭발시키진 못할망정 매뉴얼이랑 양식을 만들 걱정을 하고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뭐 그런 식으로 인간 출신 간부진들을 굴리는 걸로 결정한 뒤에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행정 일 관련해서 조금 도움을 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할 일이 너무 많을 것 같구나.”
“예. 그렇습니다. 성녀님은 이쪽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지금부터.”
“알고 있느니라. 남작령 인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성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더냐?”
“바로 그겁니다.”
“일단 논의한 대로 천사들과 픽시들을 이용할 생각이니라.”
성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의 계획은 이러하다. 조만간 중대 발표를 한다고 소식을 퍼트려 인간들을 광장에 모은 뒤에, 그곳에서 성녀의 정체를 드러내고, 중앙에 있는 천사들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들인지 규탄한다.
물론 인간들은 천사들이 사악한 존재라는 걸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바로 리리엘과 음란한 애널천사들이 나서는 것이다.
“리리엘님. 거기서 리리엘님이 대천당을 존나 까주시면 됩니다.”
“알겠다. 나만 믿어라. 대천당이 얼마나 사악한 존재들인지 제대로 까발려주도록 하겠다.”
중앙에 자리 잡은 천사들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이다. 인간계를 집어삼킬 계획을 지니고 있으며, 성녀를 탄압하고 살해하려고 한 것도 모자라, 수많은 수녀들까지 죽였다.
리리엘은 그런 사악한 천사집단에 환멸을 느껴 성녀를 돕기로 한 의로운 천사가 될 것이다. 대충 그런 말을 하면 인간들도 믿겠지.
“그리고 세리뉴. 너희들도 약간 천사 같은 존재를 연기해야 돼.”
“응!”
거기에 비쥬얼적으로 아주 귀여운 픽시들까지 합세해서 우리가 힘을 합쳐 천사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픽시들은 귀엽다. 딱 봐도 요정처럼 생겼다. 얘네들이 깔끔한 옷을 입고 나와 성녀에게 찬동한다면 자연스럽게 여론이 기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성녀가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분명 모든 인간들이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후후후. 내게 맡기거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쯤은 간단하니.”
성녀가 자신감 있게 웃었다.
“흐흐흐, 믿습니다. 그래도 한 교단의 성녀출신이니, 당연히 그만한 카리스마가 있지요.”
“이 어미만 믿거라.”
“네!”
카리스마 대빵이다.
“하아… 뭔가 좀 그렇네요. 우리 교단의 성녀님이 저런 분이셨다니.”
“아이린. 그대도 여신국에서 생활했다면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니라.”
“그런가요?”
뭐 그런 식으로 회의를 끝마쳤다.
“그럼 업무 투입실시!!”
“크으…”
“하아…”
다들 진짜 피곤해 보인다.
근데 나도 그래.
* * *
“꺄르르륵!”
“나 잡아봐라!”
“꺄하하하핫!”
들려오는 픽시들의 웃음소리.
“케르르륵!”
“끄르륵!”
그리고 신나게 복도를 뛰어댕기는 고블린들과 임프들. 이 성은 던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쉽게 말해 별천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실이 모두의 탐색욕을 자극했다.
“흐흐흐, 이 녀석들.”
옷장속에 들어가 숨은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문 뒤에 숨어서 즐거워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방도 존나 많아서 숨바꼭질도 성행 중.
“귀엽긴 해.”
나는 뭐 성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좆빠지고 있지만, 이런 병사들은 그런 걸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저 즐겁게 놀 뿐이다.
큰 전투에서 승리한 보상이다. 일과조랑 휴식조가 교대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노는 중. 뭐 성의 구조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으니까.
노는 애들은 잡일 하러 간 상태다.
“네. 세금 징수를 하기 위해선 남작님의 직인이 찍힌 공문서를 각 마을로 배달을 한 뒤에, 정해진만큼 납부를…”
“그 정해진 만큼이 얼마지?”
“그건 수확량이나 생산량의 일정 부분을…”
“하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업무가 죄다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어서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지경이다. 뭐 정확하게 딱 문서로 정리된 게 하나도 없냐.
“하아… 하아… 마왕님. 일단 오늘치 정리분이에요.”
“잘했습니다.”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력한 루비가 내게 문서를 내밀었다. 그것을 쭉 읽었다.
성의 유지보수는 도시에 있는 건축길드에 의뢰를 넣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 대금을 지불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거야 뭐 당연한 일이고. 소등시간과 점등시간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뭐 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청소는 매일매일 해야 하고. 식당 운영 역시 길드에 대금을 지불하고 식자재를 사 온 뒤에 역시나 길드에서 조리사를 고용해 취사를 한다고 한다. 이건 이미 장기 계약이 되어 있다. 파기절차에 대해서 알아봐야겠군.
“앞으론 취사병이 필요하겠어.”
뿐만이 아니라 취사 관련으로 식자재를 사오거나, 품질을 볼 줄 아는 취사반장도 필요하다. 근데 이건 누구한테 맡겨야 하냐?
시발 필요한 사람 존나 많다.
인재 영입이 절실하다. 어디 능력 좋고 예쁜 처녀들 없을까? 있네. 저기 수녀원에. 조만간 레이카를 시켜서 수녀들을 초대할 생각이다. 모조리 범한 뒤에 내 신하로 만들어 행정일을 시켜야겠다.
원래는 수녀들로 의무중대를 만들려고 했다. 근데 그럴 수가 없게 됐어. 수녀들이 가야 할 곳은 의무중대가 아니라 본부중대였다.
막대한 행정일을 처리하려면 수녀들이 필수다.
“아오. 이거 최대한 빨리 영지민들을 사로잡아야지.”
현재 성녀와 천사. 그리고 수녀들이 인간들을 설득하기 위한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빨리 그걸 해서 성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지만 성을 제대로 운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마왕성의 식구들만으로는 남작령을 운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인간계이기 때문에.
“성녀님! 어떻습니까! 연설은!”
“아아…! 걱정 말거라! 이제 곧 시작할 수 있을 테니!”
이게 진짜 제일 기쁜 소식이지!
“드디어…! 믿습니다! 잘해주십시오!”
“이 어미만 믿거라!”
“네!”
성녀만 믿는다!
“후후후, 많이 기뻐 보이는구나.”
“그럼요. 성녀님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면 인력난이 좀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야 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중이지만, 성녀님이 나서게 된다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물론이니라. 분명 그리될 것이니라. 아. 그리고. 인력난이 좀 심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 성녀가 여기에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간다면 각지에 있는 수녀들이 전부 모여들 것이니라. 그녀들을 사용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거라.”
“수녀들!”
전국 각지에 있는 반천사파의 수녀들이 이쪽으로 몰려든다면 앞으로 인력 걱정은 없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성이랑 영지 운영하는 게 진짜 장난 아니긴 하다. 던전 운영하면서 전쟁하는 거랑 차원이 다르다. 빠르게 익숙해지지 않으면 무너질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을 빠르게 마스터해야만 한다.
“크하!”
그렇게 나는 성을 장악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면서 성녀의 연설을 기다렸다.
* * *
ㅡ웅성웅성.
광장에 사람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처형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소란인가 싶지만, 며칠 전부터 남작의 하인들이 중대 발표가 있다고 떠들어댄 탓에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이곳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글쎄?”
“아. 그보다. 저번에 밤에 남작성에서 소란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긴 한가 봐. 내 친구가 남작성에서 일하는데, 퇴근을 못 하고 있어.”
“미쳤군.”
부산스럽게 떠들어대는 영지민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가 불온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미개척 지대에는 무언가 괴물 같은 존재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잡기 위해 출격한 병사들 중 대다수가 돌아오지 못했고, 돌아온 자들도 공포에 질린 채 헛소리를 할 뿐이었다.
저번에 천사가 강림했을 때는 드디어 살았구나 싶었지만, 소문에 의하면 천사들이 귀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중대 발표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쩐지 불안해… 남작령에 큰일이 난 게 아닐까?”
“징집령이 떨어질지도 몰라.”
그러던 도중.
ㅡ뿌우우우우우우우!
저쪽에서 큰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작이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떠들던 영지민들이 말을 멈추고 영주가 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광장에 설치된 단상 위에 선 존재는.
“어?”
“어어?”
“저, 저분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말 그대로 광채를 내뿜고 있는 듯한 천상의 미모를 지닌 금발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으로 마치 호위를 하는 것처럼, 성스럽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따라붙었다.
“처, 천사님?”
“천상의 사자…”
“아아, 여신이시여…”
딱히 배운 것이 없는 영지민들조차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이곳에 강림했다고.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경건함과 신앙심을 느끼면서, 영지민들은 단상 위에 선 여성에게 집중했다.
“여의 이름은 세실리아. 여신교의 성녀이니라.”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단상 위에 선 존재는 여신교의 성녀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