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73)
〈 273화 〉 바깥에서의 첫 전투 x 1
* * *
“캬! 완벽합니다! 완벽해!”
ㅡ짝짝짝!
내가 박수를 치자 회의실에 모인 핵심 간부들이 나를 따라서 박수를 쳤다.
“이거면 모든 의혹이 해결된 셈이지요! 성녀님 최고입니다!”
“그래도 속이는 것 같아서 뭔가 찜찜해요.”
아이린이 조금 찔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린님. 이건 속이는 게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남작군이 먼저 우릴 공격한 셈이니까요. 그런 사정이 있으니 이 정도 왜곡은 딱히 거짓말이 아닙니다.”
“또 또 개소리 한다. 야. 뭐가 됐든 거짓말로 속인 건 맞아. 그건 인정해야 돼.”
“예. 인정하겠습니다. 왜곡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 일을 행한 것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이런 걸로 부끄러움을 느끼면 뭘 하고 살겠는가? 나는 내 식구들을 책임지는 왕이다. 왕인 내가 고작 이따위 일로 얼굴을 붉힐 수는 없지.
“그러니 성녀님께 칭송을.”
그래도 다들 좀 찜찜하기는 해도 후련한 얼굴이었다. 성녀 덕분에 일이 아주 잘 풀리게 되었으니까.
“후후후, 그리 큰일도 아니니라.”
“큰일 맞아요, 맞아. 성녀님 최고입니다. 제 엄마 하세요.”
“오오! 드디어 인정을 해주는 게냐!”
“뭐?! 야!”
레이카가 뭐라고 외친 그때, 리리엘이 소리쳤다.
“기다려라! 여기엔 내 공로도 있다!”
“그럼 당연히 있지요! 리리엘 중대장!”
“크으…! 알긴 아는군!”
리리엘 역시 잘 해줬다. 지금 리리엘과 다른 천사들은 전부 성녀 못지 않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원래 전향자들은 좋게 봐주는 것이 사람들 심리인 법이니까. 그리고 그 전향자가 이쪽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면 금상첨화다.
“그럼 다음 안건인데, 이걸로 민심도 좀 잡혔으니 슬슬 이종족 동맹에 대한 이야기도 논의를 좀 해보도록 하지요.”
“저희 이야기죠?”
네크리가 대답했다.
“네. 다크엘프들과 동맹…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일단 대략적으로 구상해둔 것이 있는데, 들어보세요.”
나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다크엘프들은 이번 천사 소동을 보고 정글에서 정찰을 나왔다는 설정입니다. 그렇게 우리와 마주치게 되고, 이야기를 잘해서 어떻게 동맹을 하게 되는 느낌이지요. 천사를 상대하기 위해 손이 더 필요한 만큼, 병력의 증가는 환영할 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게 다크엘프를 시작으로 다크엘프들이 부리는 몬스터 노예병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대할 것이다.
그리되면 무장한 고블린이나 임프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잘 풀릴지는 모르겠어요.”
루비가 의견을 냈다.
“대체로 사람들은 몬스터들에 거부감을 느끼니까요… 그리고 몬스터 군단이 나타났다는 소문도 조금 있어서… 다크엘프들이 몬스터 노예병을 끌고 온다면 반대로 다크엘프들이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요.”
지당한 지적이다.
“좋은 지적입니다. 루비님. 당연히 그것도 염두에 둔 상태입니다.”
소문이 퍼져있긴 했다.
물론 남작의 병사들이 전멸해서 생생한 증언을 얻을 수는 없지만, 대충 몬스터 군대에 대한 뜬구름 잡는 소문 자체는 있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몬스터 노예병들이 나타난다면 소문이 구체화 되겠지.
“여기서는 다크엘프 국가에 대한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크엘프 국가라고?”
다들 의문을 표한다.
“다크엘프들이라고 해서 하나가 아닙니다. 인간들이 땅따먹기를 하는 것처럼요. 몬스터 군단에 대한 것은 적대적인 다크엘프 국가라고 프레임을 씌우면 됩니다.”
“흐음… 이해는 되지만, 잘 먹힐지는 모르겠군.”
바네사가 의문을 표했지만.
“걱정 말거라. 여기에 이 성녀가 있지 않느냐.”
성녀가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면서 그리 말했다.
“인간들은 한번 믿게 된 존재를 쉽게 거스를 수가 없느니라. 사실에 거짓을 섞어 이치에 맞게 설명만 해준다면,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그들로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니라.”
“바로 그겁니다, 성녀님.”
한번 속기 시작한 사람은 끝까지 속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거짓의 열기는 전염되기 마련이지.
“후후후, 어서 진행되면 좋겠네요. 그런 식으로 인간들이 이종족에 익숙해진다면, 저희도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쥬리아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말했다.
“예. 쥬리아님.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서 이 인간들의 도시를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어서 탐험하고 싶어요.”
대놓고 활동할 수 있어야지.
우리는 바로 다크엘프 동맹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했다.
* * *
도시에 소문이 퍼졌다.
요즘은 이런일 투성이다. 매일같이 새롭고 자극적인 소문이 퍼지고 있고, 성녀가 광장에서 그에 대한 진실을 발표해준다.
그러한 현상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광하고 즐거워하는 중이다. 자극적은 사건과 새로운 소식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소문이 진짜일까?”
피켈 남작령에서 제일 가는 술집. 호펜의 요람은 항상 그러한 이야기들로 들끓었다.
“글쎄… 아직은 소문이라서 말이지.”
“진실이라면 곧 성녀님께서 이야기해주실 거다.”
“그야 그렇겠지만.”
성녀님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압도적이다. 이미 남작령의 모두가 성녀님에게 푹 빠져있는 중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성녀님의 연설에는 무조건 참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일을 마치고 듣는 연설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다크엘프라. 진짜 엘프도 본 적이 없는 다크엘프라니.”
돌고 있는 소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남작령에 다크엘프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미개척 지대 어딘가에서 살고 있던 다크엘프들이.
다크엘프들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저기 어딘가에 엘프 왕국이 있고, 그곳에 사는 엘프들은 굉장한 미남과 미녀들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엘프도 본 적이 없는 마당에 다크엘프들에 대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소문에 따르면 엘프들이 죽여주게 이쁘다던데.”
“마치 성녀님이나 천사들처럼 말인가?”
“그분들의 미의 한계를 넘어선 거고. 엘프들은 그 아랫급으로 예쁘겠지.”
“그럼 다크엘프들도 아름다울까?”
“아마도?”
미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성녀와 천사의 미모는 정말 엄청난 수준이었다. 단순히 그 미모에 반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기, 내가 이런 말을 들었는데 말이야.”
“무슨 말인가?”
“다크엘프들이 찾아온 이유가 천사 때문이라는군.”
“뭐라고? 자세히 설명해보게.”
이야기는 이러했다.
저번에 천사들과 남작군이 미개척 지대로 진군했다가 아주 큰 불상사가 일어났다.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그 여파가 크긴 해서 미개척 지대 깊숙한 곳에 살고 있던 다크엘프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그렇다고 들었네. 미개척 지대 쪽에서 마주쳐서 의사소통을 하다가 어떻게 방문을 했다는데.”
“그거 신빙성이 있군.”
아예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면 몰라도 소문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확실히 그런 소동이 일어났다면 누구라도 알아보러 올 만하다.
“근데 다크엘프들은 어떤 종족이지?”
“글쎄. 사악한 종족이라면 성녀님께서 그들을 규탄하시겠지.”
“그야 그렇군.”
모든 판단은 성녀님에게 맡기면 될 뿐이다. 뭐가 됐든 못 배운 무지렁이들보단, 그 똑똑하고 아름다운 성녀님께서 다 해주실 테니까.
ㅡ짠.
술집의 손님들은 성녀를 칭송하면서 건배를 했다. 진짜 다크엘프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뭐가 됐든 이종족을 진짜로 보게 된다면 참 재밌을 것이다.
* * *
“흐하하하하하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크엘프들을 남작령의 인간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크엘프들은 숲에서 소란을 일으킨 천사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성녀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동맹을 맺게 되었다는 일화.
ㅡ우오오오오오오오!
그 일화에 인간들이 열광했다.
실제로 관심도 많았다. 다들 단상 위에 선 다크엘프들을 보면서 아주 신기해하며 눈을 빛냈으니까. 뭐 여자만 있는 종족이라는 오해를 산 것 같기도 하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인간은 없었다.
그리고 성녀가 다크엘프 문화를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광장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그 시간을 즐거워했다.
“즐길 거리가 없어서 그런가? 다들 반응이 아주 좋아.”
새로운 곳.
새로운 이야기.
그런 것이다. 딱히 즐길 거리가 없는 이곳에서, 그런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야기를 성녀님께서 직접 해주시니 반응이 더욱 좋을 수밖에 없는 거고.
아무튼.
그 문화 소개 시간에 다크엘프들이 몬스터를 노예로 부린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것 역시 아주 신기해했다. 고블린이나 임프들을 길들여서 사냥을 하는데 사용하거나 농사를 짓는데 쓴다는 말을 듣고 다들 열광했지.
당장 나만 해도 옛날에 어떤 동남아 국가에서 원숭이를 이용해 코코넛을 딴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신기해했더랬지.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듣는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뭐 그렇게, 다음에 다크엘프들이 가축으로 삼은 고블린들과 임프들을 보여주겠다고 속편을 예고하는 것으로 더욱 기대감이 끓어올랐다.
“마왕님! 이제 부대원들 이끌고 탐험하러 가도 될까요?”
“흐흐흐, 네크리님. 그렇게 좋습니까?”
“네! 이곳은 무척이나 신비하고 거대한걸요! 그리고 인간들도 우리를 적대하지 않은 것 같았고! 어서 가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흐음… 일단 정리할 거 정리하고. 다음주 쯤에? 수녀들이랑 같이 나갈 수 있도록 일정을 짜겠습니다.”
“감사해요, 마왕님!”
잡혀 왔을 때까지만 해도 우울해 보이던 다크엘프들이었지만, 이젠 섹스도 즐기고 인간 세상도 즐기고 있었다.
뭐 그러고 있을 때였다.
ㅡ파닥파닥!
웬 파닥거리는 소리가.
“아! 카르티!”
바로 창문을 열고 이블아이를 들여보냈다!
“카르티! 무슨 일이야!”
“아! 큘스오빠! 보고할 게 하나 생긴 것 같아서!”
“뭔데?”
급한 일인가?
“남작령 쪽으로 피신해오는 여신교 수녀들 일행이 있어! 소규모 부대를 이끄는 영애의 호위를 받으며 피신하는 중이야!”
수녀 일행과 소규모 부대를 이끄는 귀족 영애라고?
“받아줄 준비를 해야겠구만!”
“근데 그걸 추격하는 기병대가 있어!”
기병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