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82)
〈 282화 〉 영지전 x 2
* * *
이웃 영주가 영지전을 걸 거라고 상정을 했으니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놈들보다 병력의 수가 딸리는 것은 팩트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행동해서 열세를 뒤집을 수밖에 없지.
“성녀님. 지금부터 성녀님은 뭐 영주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지를 잘 관리해주십시오.”
“알겠느니라… 하아. 떨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우울해지는구나.”
“어쩌겠습니다. 제가 장군인데.”
일단 나는 마왕이고 성녀는 내 부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영지를 더 잘 다스릴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아니라 성녀다.
그러니 성녀를 영주대리로 앉혀두고 나는 장군으로서 출병해야 한다. 이래서야 마왕이 아니라 마장군이로구만? 어쩐지 소고기를 좋아할 것 같은 네이밍이다.
아무튼 군사를 이끌고 국경지대로 가서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갔다 와서 귀여워해드릴 테니까요.”
“아아…”
귀를 만져주면서 이야기하자, 몽롱한 눈이 된 성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 손을 잡았다.
성녀의 충성도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수준.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럼 가자.”
성녀와 인사를 마친 뒤에 내 병사들을 이끌고 출병했다. 시간은 밤. 낮 동안 행군 준비를 전부 마친 상태다. 몬스터 군단인 만큼 밤에 움직이는 게 최고지.
백전불패.
이렇게 바깥에서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지만, 우리는 항상 그래왔다. 첫 싸움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이겨가면서 경험을 쌓아왔지.
이번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그래.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세계정복 가능성이.
* * *
당연하지만 현대인 출신인 내가 수도 없이 많은 전쟁을 수행해온 잔혹한 중세 영주들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치트키가 필요하다.
ㅡ부우웅.
그것도 맵핵이라는 치트키가.
“마왕신공 픽시비행.”
국경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저쪽 영주랑도 같은 국가 소속이니 국경이라고 하긴 좀 뭐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지의 경계선이라는 말을 줄이면 영경이 되는데, 이게 좀 입에 안 달라붙는단 말이지.
그냥 국경이라고 하자.
아무튼 국경에 도착한 나는 픽시들을 이용해 비행을 실시했다. 그것도 아주 품위 있게. 픽시들에게 밧줄이 달린 의자를 들게하여 공중에서 지상을 바라보며 지형을 관측했다.
“마왕아! 너무 무거워!”
“역시 4명으로 끄는 건 좀 그런가. 됐다. 다 봤다. 슬슬 내려가자.”
“응!”
내 명령에 픽시들이 날 천천히 내려줬다.
“후우. 이것이 바로 마왕의 힘.”
“어땠나? 지형은.”
“뭐 딱 좋긴 하네요. 산맥을 기준으로 영지를 양분했다는 게 마음에 듭니다.”
이곳은 피켈 남작령의 최북단이다.
위로 올라가면 헬슨 남작령이 나오지. 그 경계는 산맥으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상공에서 보니까 대충 길로 쓸만한 곳이 두 개 정도 나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물론 다른 곳도 더 봐야겠지만, 일단 바네사의 의견으로는 병력을 움직일시 이쪽 길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고 했으니까.
“보자. 확실히 행군로로 쓸만한 길이 두 개 정도 있는데. 바네사님은 녀석들이 이쪽 길을 사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거죠?”
“뭐, 그렇다. 영지전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헬슨 남작은 이 길을 자주 사용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도 쓸 확률이 높다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지?”
“예. 뭐.”
쭉 지형을 읽어보니 어떻게 싸워야 할지 대충 감이 잡힌다.
산맥의 사이로 뚫려 있는 길. 이곳을 공략해야 한다. 수백의 병력이 움직이는 이상 필연적으로 보급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마차가 정비되지 않은 산을 탈 수는 없으니까. 이런 길을 사용할 확률이 높겠지.
적들이 들어올 길목을 알고 있으며, 그 길목의 양옆은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길을 통과하면 평야가 나온다.
이 정보를 활용해야 해.
평야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놈들을 이길 수 없어. 반드시 이 길목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 길목에 함정을 설치하고. 양옆에 있는 산맥에 병력을 배치할 겁니다. 그리고 길 앞에 있는 이 평야 지대에도 또 함정을 다수 설치해놔야겠죠.”
기초적인 계획은 이렇다.
놈들이 길을 통과할 때 전력을 쏟아붓는 것.
“그렇군. 그런데 여기서 적들을 섬멸하지 못한다면 침입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부터 남작성까진 전부 평야 지대이니 매복도 습격도 불가능하다. 뚫릴 수밖에 없겠지.”
“합당한 의견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끼리의 전투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군대에는 다양한 종족이 있지요.”
내 무적 큘스군에는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특수 병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픽시와 타락천사. 거기에 드라이어드는 물론이고 코볼트. 라미아까지 있지.
“규일아.”
“규삿! 코볼트 명령대기중임니다!”
“간만에 땅 좀 파고 싶지?”
“땅 못 파서 좀이 쑤셨슴니다! 규삿!”
“지시하는 대로 땅을 파라!”
“큐쌰아아아앗!!!”
규일이 임마 이거 던전에서 굴팔 때는 맨날 힘들다고 징징거렸는데, 성에 오고 난 뒤로 딱히 공사다운 공사를 안 하다 보니까 오히려 땅을 파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상태였다.
“규사아아앗!”
“큐싸아아아아앗!”
간만에 땅을 팔 수 있게 된 코볼트들이 드높게 포효했다. 땅을 파는 것은 코볼트들의 본능이다. 훈련된 인간보다 더 빠르게 땅을 팔 수 있지.
“샤란아. 샤란이도 할 일이 있어.”
“샤아! 샤란이두 힘 쓴다에여!”
“흐흐흐, 그래.”
샤란이의 힘 역시 있으며, 루미카도 있다. 루미카가 있다면 보급용 식수는 걱정이 없지.
“일단 여기부터 공사를 실시해야겠구만. 부릴아. 너희도 공사 좀 도와라.”
“케륵! 알씀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머릿속으로 전술을 그렸다. 가진 병력을 활용한다면 적군을 분쇄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병력의 숫자가 수백?
그중 1할만 잃어도 대패나 다름없다. 우리 군대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렇게 전술을 떠올리면서 함정을 배치하고 작전을 짰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승리 수단을 강구하라.
* * *
“큘스오빠. 헬슨 남작의 군대가 출병 준비를 하고 있어. 아마 조만간 행군을 시작할 것 같아.”
“조만간이라.”
“미안해. 더 자세한 정보는 알아낼 수가 없었어.”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괜찮아. 그런 식으로 계속 감시만 해줘. 놈들이 어느 길로 들어올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니까.”
“응!”
그동안 국경지대를 쭉 돌면서 녀석들이 침투할만한 경로에 죄다 준비를 해놨다. 함정을 설치하고, 진지 역시 설치했다. 그리고 모의훈련 역시 몇 번이고 실행했지.
내 병사들은 전부 베테랑들이다.
그 정도 훈련은 다 따라올 수 있다.
“흠… 근데 이렇게 방어전만 하는 건 좀 그런데.”
생각해보니 적들은 우릴 먼저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쪽은 방어만 해야 한다. 그걸 생각하니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분노가 느껴진다.
앞으로는 선공을 걸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경험이 없다. 몬스터 부족을 토벌한 적은 있어도 적 영주를 친 경험은 없지.
좋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쪽 훈련도 좀 해보도록 하자. 상대방의 영지를 직접 공격하는 훈련도 해둬야 한다.
근데 정면 돌파는 좀 무리일 테고… 역시 특수전이 필요할까?
“아.”
내 다크엘프 특전사들.
이 부대를 이용해서 적 영지에 사보타주, 즉 테러를 하는 건 또 어떨까? 날쎄고 강한 다크엘프들이 야밤을 틈타 시설에 잠입해 마굿간에 불을 지르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이 임박했을 때 그런 테러를 당한다면 전투력을 날려 먹을 수도 있지.
이거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뭐 당장 쓸 일은 없지만, 이런 건 떠오를 때마다 기록을 해둬야한다.
“큘스오빠? 무슨 생각해?”
“어. 아니. 그냥 전술 생각.”
“역시! 큘스오빠는 대단한 장군이야! 장군의 자질이 있어!”
“흐흐흐, 니도 여기서 지내봐라. 다 이렇게 된다.”
“응응! 어머니 여공작님께서도 몹시 자랑스러워하고 계셔! 다음에 또 이야기하고 싶어 해!”
“그럼 해야지.”
그렇게 카르티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큘스오빠. 헬슨 남작을 격퇴한 이후의 계획은 있어?”
“사실 그게 제일 문제란 말이지.”
이기는 그림까진 그려 놨다. 내 전술과 각 병종의 사기적인 특성을 이용한다면 이길 수 있다. 그만한 잠재력과 승산이 우리에겐 있으니까.
근데 헬슨 남작의 병력을 다 분쇄하고 난다면?
승리는 승리인데, 내 병력을 거기까지 끌고 가서 성을 점령한다거나 하기엔 아직 우리의 기량이 많이 모자란다.
지금으로선 두 개의 영지를 동시에 다스린다는 게 참 어렵거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쩌면 좋을까 고민 중이야. 점령하는 것도 어렵겠고. 막상 점령한다고 해도 통치하는 게 문제인데.”
그리 고민 상담을 하니.
“큘스오빠. 그러면.”
“음?”
“협상을 해.”
카르티가 그런 말을 했다.
“협상이라고?”
“배상금을 뜯어내는 거야. 아마 헬슨 남작도 출전을 하게 될 텐데, 사로잡아서 몸값을 요구해. 영지 운영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 마찬가지로 세력을 키우려면 또 많은 돈이 필요하고.”
“돈만 요구한다라.”
확실히 그러면 편하긴 하겠는데.
“근데 그러면 또 뒤통수가 가렵단 말이지.”
적을 살려둔다면 언제고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 아니면 빈 영지를 다른 귀족들이 먹어 치우는 광경도 상상이 가는데… 만일 그런 어부지리를 취한 놈이 있다면 내 배가 많이 아플 것은 물론이고, 헬슨 남작의 영지를 집어삼키고 성장한 그 새끼가 또 위협이 될 것이다.
“진짜 마왕도 할 일이 많구만.”
“원래 그래, 큘스오빠. 그 모든 것들을 다 계산하고 생각해야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어.”
아무튼 지금은 전투에나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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