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88)
〈 288화 〉 영지전 x 8
* * *
“아, 알겠습니다… 성녀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전부 영주님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협상은 우리 쪽이 원하는 대로 진행이 되었다. 애초에 남작령의 사신이 말빨로 중앙의 성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엄한 표정으로 혼내듯이 말하는 걸 보고 있으니 나까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인데 명분도 전부 우리의 것이다. 헬슨 남작은 선전포고조차 없이 선공을 건 주제에 대패했다.
할 말은 하나도 없다.
그런 식으로 협상을 마치고 사신을 보냈다.
“흐흐흐, 성녀님. 아주 완벽한 협상이었습니다. 사신이 쩔쩔매더군요.”
“명분이 이쪽에 있지 않느냐. 게다가 저들에겐 이제 군사가 없으니, 협상이랄 것도 없느니라.”
“와.”
이 술술 나오는 말을 보라.
역시 성녀님은 정치적인 능력이 탁월하다.
“물론 저쪽에서 다시 재협상을 요구해올 확률이 높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라. 어차피 처음엔 크게 부르는 것이 상식 아니겠느냐. 이런 식으로 잡아먹으면 될 것이니라.”
오오!
“역시 배울 게 참 많습니다! 감탄이 나오는군요!”
“후후후, 잘 배우거라.”
“그래도 성녀님. 자비 따윈 없는 듯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성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방적인 협상을 하고 있는 성녀는 평소 내게 애교를 부리면서 섹스를 요구하는 귀여운 서큐버스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무서운 상급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을 묻자 성녀가 인자하게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
“이 내가 성녀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비를 보여줄 수가 없느니라. 귀족 사회에서 적대적인 영주에게 자비롭게 군다는 것은 쉽게 말해 자신이 먹잇감이라는 것을 알리는 행위일 뿐이니.”
“예. 그건 이해가 됩니다.”
당연한 말이다.
군주가 우습게 보여선 안 된다. 쉽게 인정을 베푸는 순간 호구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자비심이라는 것은 이쪽이 우세하지만 상황에 따라 손해를 볼 여지가 있을 때 상황을 좋게 끝낼 때 사용하는 것이 좋느니라. 뭐, 이것도 이 성녀가 중앙에서 갈고닦은 경험이니라. 그대는 마왕으로서 활동할 몸이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참관하여 배우도록 하거라.”
“반드시 그럴 겁니다. 역시 성녀님은 정말 유능하고 귀여우신 것 같습니다.”
바로 귀를 만져주니.
“아잉, 부끄럽느니라.”
성녀가 바로 날 끌어안고 애교를 부려왔다. 그와 동시에 숨겨왔던 뿔과 날개. 그리고 꼬리가 드러났다.
참.
내 품에 있을 때는 이런 여자인데 말이야.
“성녀라는 껍데기를 벗어 던지면… 하아, 이 나는 그저 창녀일 뿐이니라. 어서. 이 창녀의 걸레 같은 보지에 찌걱찌걱 음란한 칭찬을 해줬으면 좋겠구나…”
“네, 네. 성녀님 잘하셨습니다.”
당연히 포상을 해줘야지.
“꺄앙!”
이런 여자의 능력을 이용하는 대가가 이 여자의 몸을 가지고 놀면서 즐기는 거라니.
진짜 개꿀도 이런 개꿀이 없다.
* * *
그날 이후로는 우리 마왕성 병력들의 전투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군장을 개편하고, 이곳저곳 기술자 길드에 의뢰를 넣어 제식 장비 제작 계약을 맺었다.
어차피 헬슨 남작령에서 배상금을 지불할 것이다. 이 틈에 군사력에 돈을 투자해두는 편이 낫다.
거기에 신병들도 다수 들어온 상태지. 당장 투자를 해야 한다.
“앞으로오, 갓! 케륵!”
고블린 훈련교관이 소리치자.
“하나! 케륵! 둘! 케륵!”
“케륵케륵!”
신병들이 어설프게 움직이면서 제식을 실시했다.
“다시! 움직임! 그게 뭐냐! 케르르륵! 박살이 나고 싶나!”
“케륵! 케르르륵!”
녀석. 일을 아주 잘하는군?
저기서 윽박을 질러대고 있는 훈련교관은 부릴이가 추천한 녀석이었다. 고블린들 사이에서 후임들을 잘 잡는다는 평가를 얻고 있으며, 훈련에 아주 성실하게 임할뿐더러 전투 경험도 많은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니 훈련도 잘 시킬 거라고 부릴이가 장담했고, 내가 보기에도 아주 잘하는 것 같았다.
“케륵. 어떻슴까? 뫙님?”
“부릴이 니가 아주 보는 눈이 있구나! 쟤 아주 재능이 있는데!”
“케루루룽! 뫙님! 제가 누굼까! 뫙님한테서 용병술을 배운 대위 김부릴 아님까! 이 정도 인선은 좆밥임다, 케룽!”
“흐흐흐! 새끼! 곧 소령으로 진급시켜야겠어!”
“소령…! 케룽!”
이거 제식 장비를 다 맞추고 나면 계급장도 부여할 생각이다. 뭐, 내 친위대원들 음란 지정복은 그 이후에 만들도록 하자.
“열심히 하겠슴다! 뫙님!”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 부릴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해라.”
“케룽케룽, 피로 따위 마력 버프 받으면 그대로 날아감다. 아, 뫙님. 근데 부탁드릴 게 있슴다.”
“뭐? 부탁? 이 시발아, 그런 거 있으면 그냥 다 말해 임마. 이 형은 어? 부릴이 말 다 들어준다고.”
“케륵케륵! 알고 있슴다, 뫙님.”
부릴이가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부릴이는 내 동생 맞다.
“뫙님. 저 인간들 글자 배우고 싶슴다.”
뭐, 뭐라고?!
“부릴이 니가 글자를?!”
“케룽. 인간들은 책이란 것에 지식을 저장해두지 않슴까?”
“어, 어! 그렇지!”
이렇게 놀라운 일이 있을 수가!
부릴이가 공부를 하려고 하다니!
“인간세계에 들어온 이상, 우리들은 인간에 대해서 더 잘 알 필요가 있슴다, 케룽. 그러니 글자 배워야 하지 않겠슴까? 인간들의 지식을 흡수하고 약점을 알아내서 정복해야 함다. 케륵.”
그리 말하는 부릴이의 눈에는 아주 강한 힘이 서려 있었다.
“그래…!”
부릴이도 아주 크게 성장한 것이다! 부릴이는 정글 개망나니 원숭이 따위가 아니다! 진취적인 지휘관이자 탐구욕이 있는 학자다!
“물론이지! 부릴아! 네가 글자를 배울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주마!”
“케룽! 감사함다! 뫙님!”
“내가 더 고맙지, 이 새끼야! 이 자식이 공부에 발을 들이겠다니!”
“케륵, 어차피 장군으로 진급할 거 아님까. 더 똑똑해져야 함다.”
능청스럽게 지가 장군으로 내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부릴이가 정말로 귀여웠다.
“흐흐흐, 새끼. 뭐. 장군 되려면 똑똑해야지. 맞는 말이다!”
뭐가 됐든 오늘부터 부릴이가 글자를 최대한 잘 배울 수 있도록 교사를 붙여줘야겠군.
“아.”
새삼 부릴이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내 허리까지 오는 키를 지닌 연약한 고블린이었지만, 나와 함께 성장해 오면서… 부릴이는 이제 인간 청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키도 커지고 근육도 붙었다.
누가 보면 오크인 줄 알겠어.
“정말 늠름하구나… 크흑!”
진짜 눈물이 흘러나온다. 솔직히 임숭이랑 규일이는 아직 장군감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임숭이랑 규일이는 유쾌한 행보관이나 주임원사 스타일이지, 장군이랑은 안 어울려.
근데 부릴이는 진짜 장군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부릴이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진짜 든든할 것이다. 그런 미래를 그리고 있으니 정말로 행복했다.
* * *
그리고 며칠 뒤.
“큘스오빠! 큘스오빠! 큘스오빠아아아앗!”
신이 난 카르티가 방방 뛰면서 날 불렀다. 그래봤자 이블아이가 촐싹이고 있는 것이지만, 내게는 카르티가 직접 뛰는 것처럼 보였다.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이 될 정도.
“드디어! 하사품이 내려왔어! 이거 통과시킨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크으, 진짜 고생 많았다! 고마워, 카르티! 어머니께도 고맙다고 전해줘!”
“무슨 소리야! 조금 있다가 통신할 건데! 직접 고맙다고 말해!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거야!”
아. 이런. 직접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
이거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도네 쏴줬으면 정중하게 인사해야지. 그게 바로 도리라는 거다.
“흐흐흐, 그럼 그럴게. 아무튼 카르티? 하사품은?”
“지금 오고 있어! 곧 도착할 거야! 저기, 창밖이라도 보면서 기다려 줘!”
그래서 창밖을 보니.
“어?”
뭔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눈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시야를 확대해서 집중을 하니.
“어어?”
뭐, 뭐지?
뭔가 살더미처럼 생긴 궤짝 같은 게… 아니. 궤짝이 맞나? 지금 딱 보고 느낀 바에 의하면, 저것은 마치 궤짝처럼 생긴… 그런 악몽 같은 생명체처럼 보였다.
살 위에 뭔가 갑각 같은 것이 드문드문 박혀 있었고, 작은 촉수나 눈깔 같은 것들도 무질서하게 박혀 있는 상태였다.
근데 그것뿐만이 아니야.
ㅡ파닥파닥.
놈한테는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놈은 그 날개를 퍼덕이면서 스스로 이쪽으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저거야, 큘스오빠! 우리 궤짝씨가 왔어!”
“궤, 궤짝씨라니… 뭐 살아있는 수송용 상자 같은 거냐? 카르티?”
“응! 정답이야!”
ㅡ구워어어!
그렇게 궤짝씨가 도착했다.
저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좀 보소… 이게 마족 감성이라는 거냐? 진짜 마족놈들 너무하네. 상종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뿜뿜 든다. 물론 저건 껍질에 불과하다. 하사품은 저 안에 들어있을 터.
“창문이 작네! 큘스오빠! 옥상으로 가자!”
“그래…”
아무튼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와.”
올라가니 무슨 헬리콥터가 주차된 것마냥 궤짝씨가 예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다가간 순간.
ㅡ쩌억!
“으학!”
녀석이 뭔 미믹마냥 아가리를 쩌억 벌렸다!
“자, 큘스오빠! 안에 있는 것들이 다 하사품이야! 전부 확인해줘!”
“그, 그래!”
아무튼 궤짝씨의 안에는 뭔가 여러 가지 잡다한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어어?!
“이건!”
크로스 가드에 보라색 보석이 박힌 검도 여러 개 있었고, 무슨 장신구들도 있었으며, 수정구도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뭔가 기묘한 장식품 같은 것들도 들어 있었는데…!
이거 마력의 기운이 느껴진다!
“카르티! 빨리! 이거 하사품 설명 좀 해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응! 알았어! 다 설명해줄게! 대부분은 카르티가 직접 고른 거니까!”
자신만만한 어투!
확신했다!
이건 전쟁에 도움이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