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9)
〈 29화 〉 마왕 큘스, 강림하다! x 14
* * *
“끄르륵!”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임프의 명령 수행 실험을 시행했다.
“흐음… 이 새끼 뭐 그래도 나름 괜찮네.”
실험결과 이 임프 새끼는 아무리 봐도 부릴이보다 지능이 낮은 것 같았다. 고블린보다 머리가 나쁘다. 이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간단한 명령은 수행할 수 있는데 뭘 시켜도 금방 까먹는다. 어디 가서 뭐 하라고 하면 하다 말고 멍 때리다가 돌아오는 수준.
계속 훈련을 시키면 좀 낫겠지만 지금으로선 뭐 딱히 제대로 시킬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되는 상태다. 부릴이의 보조? 이것도 지능이 낮아서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어째 불은 피울 수 있는 것 같네.”
ㅡ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오른다.
“끄르륵.”
이건 임프가 피운 불이었다.
녀석에겐 마계의 불덩이를 던지는 능력이 있다. 손아귀에서 보랏빛 불꽃을 피어오르게 하고, 그것을 던지는 흑마법.
근데 발사체 속도가 워낙에 느려서 뭘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렇게 모닥불을 피우는 거 말고는 딱히 쓸모가… 뭐 던지고 냅다 도망쳐버리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는 있겠지.
“케륵케륵.”
“끄르륵.”
계속해서 임프에 대한 고찰을 해본다.
놈은 거의 최하위 포식자다. 열매나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신체 스펙은 코볼트 미만이지만, 불덩이를 던지는 능력이 있다. 그것도 대충 하루 2회 정도.
화염능력은 나름 쓸만하긴 하다. 이 새끼가 대신 불피워주면 내 마력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이건 좋다.
그럼 이 새끼를 어떻게 써야 하냐.
“원딜.”
한 마리로는 턱도 없지만 아예 한 열 마리 정도 모아서 제대로 훈련을 시킨다면. 훈련을 시켜서 내 구령에 따라 동시에 불덩이를 던지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제법 괜찮을 것 같았다.
느려도 화망만 구축된다면 유효한 타격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분명 괜찮을 거다. 예를 들어 어디 뭐 좁은 곳에서는 엄청 잘 먹힐 것 같고 말이다. 마계의 불꽃은 아주 잘 들러붙는 성질이 있으니 맞추기만 하면 좋다.
“좋아.”
앞으로 임프를 잔뜩 지배해야겠구만. 훈련시킨 고블린을 전위에 세우고 뒤에서 임프들에게 불덩이를 던지게 하면 아주 좋을 것이다.
“케륵케륵! 케륵!”
“끄, 끄르륵…”
아무튼 부릴이 요 새끼는 뭐가 그리도 눈에 안 차는 것인지 임프를 볼 때마다 꾸짖어대고 있었다. 임프는 아예 쭈구리가 되가지고 몸을 움츠리고 있었고.
보고 있으니 흐뭇하다.
“아, 맞다. 임프야. 이름 지어줄게.”
“끄륵?”
“니 이름은 임숭이다.”
이 새끼 약간 시도 때도 없이 방방 뛰어대는 게 원숭이 그 자체였다. 앞으로는 임숭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끄, 끄륵?”
“부릴아. 들었지? 앞으로 이 새끼 이름은 임숭이야. 임숭이. 씨발 임숭이 새끼라고 불러.”
“케륵케륵.”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부릴이.
“어이구 우리 부릴이 똑똑하다. 아무튼 부릴아. 앞으로 임숭이 교육 잘 시켜야 된다?”
“케륵!”
ㅡ팡팡!
부릴이가 맡겨달라는 듯이 자신의 가슴팍을 두들긴다!
진짜 이렇게 유능할 수가 없다. 행보관이 일 잘하는 병사들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이러할까? 진짜 이뻐서 떡이라도 챙겨주고 싶은데 떡은 커녕 쌀도 없네.
“그럼 일과 시작하자! 오늘도 정찰 고고!”
“케륵!”
“끄륵?”
부릴이가 힘차게 대답했고, 임숭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케륵! 케를릉!”
“끄, 끄륵?! 끄륵!”
바로 들어가는 응징…!
“그래! 복명복창 똑바로 해라! 임숭아!”
“끄륵!”
* * *
ㅡ들썩들썩.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흐흐흐.”
당연히 어깨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지금 꼬붕을 두 마리나 끌고 다니고 있는 상태니까. 절로 힘이 샘솟는다.
“케륵케륵.”
“끄륵.”
부릴이는 옆에서 잘 걷고 있는 중이고 임숭이 역시 그 뒤를 졸졸졸 따라온다. 진짜 살맛 나는구만. 조금만 더 분발해서 분대 수준의 부하를 모아보도록 하자.
“날씨 좋고.”
“케륵.”
뭐 오늘의 정찰은 제법 평범했다. 드라이어드를 만났던 곳이랑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갔으니까. 진짜 그 여자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마주치면 안 돼.”
“케륵?”
그리 걷고 있는 그때.
“끄르륵!”
“음?”
“끄륵끄륵!”
갑자기 임숭이가 방방 뛰면서 어딘가를 가리켰다. 갑자기 뭐냐? 부릴이는 가만히 있는데?
“케륵? 케르륵?”
부릴이가 또 아니꼽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면서 주먹을 치켜들었다.
“끄륵! 끄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숭이 이 새끼 반응이 격하다. 이 새끼 뭐 발견한 건가? 나는 임숭이를 때리려는 부릴이를 말리면서 말했다.
“부릴아. 잠깐만. 임숭이가 뭐 발견한 것 같은데?”
“케륵?”
“임숭아. 뭐 찾은 거냐? 가서 보자.”
“끄륵끄륵!”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임숭이가 거침없이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것을 쭉 따라가니 내 눈에도 보이는 것들이 나타났다.
ㅡ폴짝!
ㅡ폴짝!
무슨 임숭이 팔뚝만 한 크기의 메뚜기 비슷한 곤충 무리들이 수풀 속을 뛰놀고 있었다.
“끄르륵!”
그것을 기쁜 듯이 사로잡는 임숭이.
“곤충들?”
아 저것들 보고 먹고 싶어서 그랬던 건가? 임숭이는 세상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방방 뛰면서 침을 질질 흘려댔다.
“흐흐흐, 이야. 우리 임숭이가 벌레 잘 찾네.”
“끄륵끄륵!”
“어. 먹어먹어. 찾았으면 먹어야지.”
“끄륵!”
ㅡ와앙!
바로 입을 크게 벌린 임숭이가 메뚜기의 대가리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고놈 거 참 야무지게도 처먹네. 맛있냐?
“많이 먹어라. 우리 중에 벌레 먹는 놈 너 말고 없다.”
부릴이는 열매랑 내장. 그리고 내가 구워준 고기 잘 먹는다. 벌레 먹는 모습은 딱히 못 봤네. 여기서 이 새끼 잠깐 밥 먹이고 다시 이동하면 되겠지.
“케륵…”
근데 부릴이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인다.
아예 팔짱을 낀 채 게걸스럽게 벌레를 씹어먹어 대는 임숭이를 응시하는 중이다. 설마 그건가? 나 냅두고 지 혼자만 처먹고 있다고 기분이 안 좋은 것?
역시!
부릴이가 참 똑똑하다니까!
“부릴아. 괜찮아. 우린 다른 거 먹으면 되니까.”
“케륵케륵.”
저런 바보 같은 놈 말고 제대로 된 후임을 만들어줘야 할 텐데 말이다… 일단 고블린. 한번 실패했다. 몬스터 지배술은 성공률 100%가 아냐. 약간 복불복인 성격이 있다.
몇 마리 더 잡아서 시험해보고 싶은데 말이지.
“그륵그륵.”
“다 먹었냐? 그럼 가자.”
“끄륵!”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구만.
바로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이게 또 찾으려고 하니까 뭐가 잘 안 보인단 말이지. 대체 이 오지의 면적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근처에 사람 사는 곳이 있을까? 궁금한 것투성이지만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정찰이 중요하지.
“케륵.”
“음?”
그때 부릴이가 우리를 멈춰 세웠다.
“임숭이 조용히 하고. 자세 낮춰.”
“끄륵.”
“부릴아. 어디야.”
“케르릉.”
앞을 가리키는 부릴이.
우리는 바로 자세를 낮춘 채 전진했다. 이건 부릴이가 뭘 찾았다는 신호였으니까. 반응을 보면 딱히 위험한 것은 아니다.
ㅡ사박사박.
전진하고, 수풀을 헤친다.
“규삿. 규사사삿.”
“규르르르릉, 규삿.”
“큐큐큐샷.”
그리고 들려오는 코볼트들의 울음소리.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보니까 코볼트 세 마리가 무슨 열매랑 뭐 뿌리채소. 그리고 무슨 제 몸통만 한 버섯이랑 식물 무더기랑 곤충 시체 같은 것들을 한 아름 끌어안은 채 단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
“…”
우리는 전부 입을 닫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냐? 저건?
지금 코볼트 무리들이… 먹을 식량들 구해가지고 옮기고 있는 건가? 근데 옮겨? 어디로?
설마.
뭐 자기들 코볼트 굴로 가져가는 건가?
그 안에서 쌓아두고 먹으려고?
“규규규삿.”
그렇게 코볼트들이 지나갔다.
“무슨 개미도 아니고. 얘들아. 저놈들 미행하자.”
“케륵!”
“끄르릉.”
이건 봐둘 필요가 있다. 코볼트들의 굴이라니. 흥미가 샘솟는다. 그리고 식량을 저장한다라? 어쩌면 안에 있는 걸 몽땅 다 빼앗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바로 코볼트들을 미행했다. 놈들은 우리의 미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놈들은 우리들에게 자기들의 집을 소개해줬다.
“규삿규삿.”
“규삿삿.”
높이 약 1미터 크기의 굴 안으로 들어가는 코볼트들.
“와. 쟤들 저기서 사나 보다.”
“케륵.”
안에 몇 마리가 있는 거지? 저 굴은 자기들이 직접 파서 만들었나? 뭐가 됐든.
굴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저 동굴… 부릴아.”
“케륵?”
“저거 빼앗으면 좋을 것 같지 않냐?”
저 코볼트 굴.
딱 봐도 우리의 좁아터진 비트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안에 몇 마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싸워서 이길만한 수준이라면. 아예 이쪽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비트가 좋긴 하지만 그래봤자 구덩이 수준이다. 내 부하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비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조금 더 큰 거처가 필요하다.
“던전.”
나만의 던전이 있어야만 해.
그리고 저 코볼트 굴은 그 던전에 부합해 보인다.
“빼앗는다.”
놈들을 때려죽이고 지배해서 저 굴을 빼앗는다. 그러한 충동이 나의 뇌수를 사로잡았다. 빠른 판단. 좋다. 저걸 빼앗자. 저걸 빼앗아서 우리 집으로 삼자.
“얘들아. 저거 집 빼앗자.”
“케륵…!”
부릴이가 내 말을 알아듣고 전의를 불태웠다.
“근데 아직 정보가 없어.”
안에 코볼트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모른다면, 알아내야지.
“여기서 대기한다.”
정찰. 관측. 그리고 암살. 머릿속에서 계획이 딱딱딱 세워진다. 우선 여기서 대기 빨면서 동향을 살펴보며 코볼트들의 생활 패턴을 익힌다.
그리고 무리에서 좀 떨어진 녀석들이 나타난다면… 그대로 덮쳐서 제압. 지배술을 걸거나 죽인다.
그렇게 전력을 깎아 먹고, 놈들의 그 불안정한 상태를 이용해서 최대한 숫자를 알아낸다.
조금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와 부릴이. 그리고 임숭이까지 해서 다 함께 같이 살아남으려면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만 할 테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