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92)
〈 292화 〉 재정비 x 2
* * *
ㅡ처억!
통일된 제식 장비를 입은 고블린 보병대가 받들어 창 자세를 취했다. 쭉 세워놓고 보니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을 넘어서 전율. 극한의 감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크흑…!”
드디어 내 군대 제식 장비를 갖추게 되었구나!
저번에 헬슨 남작가에서 뜯어낸 배상금과 물자들이 아주 유용했다. 그것을 이용해서 드디어 만들었다. 군대다운 군대를.
“케륵!”
“케륵!”
“케륵!”
신병을 제외한 고블린 보병대 전원.
초록색 계통의 퀄티드 아머 위에 판금 흉갑을 장착한 상태였다. 그것도 전부 통일된 생김새다. 어깨에는 판금 견갑이 달려 있었고, 전원이 철제 건틀렛을 착용했다.
거기에 허벅지에 가죽을 덧대 방호력을 높인 전투 바지와 좋은 가죽으로 만든 전투화까지!
진짜 완벽한 개인 군장이다!
“쉬어!”
“쉬어, 케륵!”
어디 그뿐인가!
고블린들은 전부 통일된 철제 챙 투구를 쓰고 있었다! 약간 밀짚모자처럼 생긴 투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그냥 갑옷에 투구까지 제대로 갖춘 중보병이 됐단 말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라면 그냥 잘 무장했다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지.
“흐흐흐.”
특수제작한 고블린용 철가면.
고블린들은 코가 길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구를 쓰면 좀 웃긴 모양새가 된다. 긴 코가 툭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이것인데.
“마치 역병의사의 그것 같은 철가면.”
바로 이 철가면이다. 고블린들의 코까지 가려주는 방호구. 코가 길어서 약간 역병의사의 가면같은 느낌이 나지만, 하관이 비어 있다는 점이 또 다르다.
아무튼 이렇게 모든 장비를 착용시킨 상태에서 특수 철가면까지 장착을 시키니.
“그야말로 마왕의 군대로다.”
진짜 특이하고 이색적이고 좆간지나는 보병대가 탄생했다. 저 가면이 정말로 마음에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얘들아! 어떠냐! 제식 장비는!”
그 마음을 담아 물으니.
“아주 마음에 듬다! 뫙님! 특히 이 가면! 가면이 너무 멋짐다! 케르으윽!”
“가면 멋집니다 케륵!”
“케륵케륵! 철가면 만세!”
“전율의 간지!!! 케르르르륵!!!”
내 부하들이 전원 화답해줬다! 고블린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간지가 나는지!
미친 씹간지 나는 병사들!
“오늘부터 그 장비들이 전부 너희들의 것이다! 제대로 관리하도록 해라!”
“케랴아아악! 알씀다! 뫙님! 정말 감사함다!”
아, 진짜 이거 내 군대 관리하는 거 왜 이렇게 즐겁냐? 갑옷만 잘 입혀놔도 이렇게 강해 보일 수가 없다.
“오늘부터는 그 장비를 입고 훈련을 하도록 하겠다! 장비가 좀 무거워지긴 했지만, 너희들은 이 마왕의 마력을 받고 있는 존재다! 힘들게 훈련하면 훈련할수록 너희들은 더 빨리 강해질 것이다! 그 갑옷과 일체화가 되어라! 무적 큘스 마왕군 만세!”
“만세! 케륵!”
“만세! 케륵!”
“만세! 케륵!”
즐겁게 함성을 내지르는 고블린들.
장비가 좀 무거워졌다고 해서 불만을 느끼는 고블린은 없었다. 저 고행이 전부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는 놈들이니까.
“그야말로 마왕의 군대 그 자체이니라. 이렇게 장엄할 수가.”
옆에서 성녀가 감탄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통일되고, 강해 보이는 군대이니라. 이들을 본 적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질 정도로구나. 후후후.”
그래.
바로 그거다.
이 통일성!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 통일된 갑옷을 두른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기선제압이 가능하다. 엄청 강해 보이거든.
물론 고블린뿐만이 아니다.
“네크리. 다크엘프 특전사들 정렬.”
“네!”
다크엘프들 역시 전원 제식 장비를 착용했다. 물론 고블린들과는 다른 디자인이다. 가죽 갑옷이라고 해야 하나. 다크엘프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갑옷이다.
다크엘프들은 고블린들처럼 전열을 이루고 싸우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러니 갑옷의 양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완벽해! 그리고 쥬리아!”
“네…! 마왕님!”
안타깝지만 라미아들의 갑옷은 통일된 느낌이 없었다. 아무래도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시키는 건… 돈이랑 자원이 엄청 깨지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속에 입은 퀄티드 아머만 통일했다.
나머지 갑옷은 자유롭게 입은 상태. 그래도 뭐 간지가 난다는 점은 동일하다. 원래 기사들은 각기 다른 개성적인 갑옷을 입는 게 개념이 아니었던가. 지금 라미아들이 딱 그런 느낌이다.
“정말 멋지군! 최고다!”
아무튼 이것으로 제식 장비 구색은 거의 다 맞췄다. 물론 그 중심은 고블린 보병대이며, 이들은 우리의 상징이 될 것이다.
* * *
나름 평화로운 나날이 흘러갔다.
외부의 위협도 딱히 없는바, 우리는 내정과 군사훈련. 그리고 물자를 비축하는 일에 집중했다.
이런 영주 생활도 하다 보니까 착착 늘기는 해서 이전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사실 다 성녀님빨이긴 하지만.”
진짜 성녀님 없었으면 큰일 났지 싶다. 순수하게 나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결코 영지를 운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일은 성녀에게 맡긴 채, 나는 다른 일에 집중했다.
농지를 습격해오는 몬스터가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바로 군대를 출동시켜서 ‘신병’들을 수확하기도 하고, 그 신병들을 훈련 시키기도 했으며, 성녀의 명성을 듣고 피난을 온 수녀들을 범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랬다.
아주 착실한 시간이었지.
나름 안정이 된 것 같기도 해서, 나는 바네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네사님. 우리 고향 좀 확인해주시겠습니까?”
“그 말은, 옛 던전으로 가서 홉고블린과 리자드맨들을 보고 오라는 것인가?”
“예.”
“하아… 파견 임무인가. 뭐, 알겠다. 명령을 받은 이상 수행해야겠지. 자세한 명령서를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네사님.”
“기사는 명령에 따를 뿐이다.”
원래 어느 정도 안정되면 가서 확인을 하려고 했다. 홉고블린이든 리자드맨이든 다 쓸모있는 병사들이니까.
정글 쪽은 내 최후의 보루다. 그곳에 내 부하들로 이루어진 몬스터 영지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경작지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에 비하면 한없이 작지만, 일단 있긴 있어야 해. 나로서는 녀석들이 자기들 세력을 잘 만들어뒀으면 할 뿐이다.
ㅡ슥슥.
바네사에게 줄 명령서를 작성했다. 일단 그것들 다 체크하고. 다크엘프나 라미아들에 대한 것들도 체크를 좀 해달라고 해야겠어.
일단 근처에 있는 다크엘프와 라미아들은 전부 다 내 휘하로 들였지만 저 정글 깊숙한 곳에는 그런 녀석들이 더욱 많이 도사리고 있다.
둘 다 아주 우수한 병사의 자질을 지닌 종족들이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아예 정벌을 하러 가도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다크엘프와 라미아들을 내 부하로 만드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성을 마쳤다.
“샤란아. 이거 바네사한테 좀 전해줘라.”
“네 마앙님.”
“그리고 이거는 루비한테 전해주고.”
“샤아.”
외부 임무를 나가게 됐으니 보급품도 산정해야한다. 요즘 루비가 고생이 참 많단 말이지. 아무튼. 그럼 슬슬 카르티랑 정기 연락을 하러 가볼까?
저번에 여공작과 이야기를 한 뒤로, 그녀는 가끔씩 얼굴을 비췄다. 카르티랑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 번씩 와서 날 칭찬해 주곤 했다.
근데… 서비스가 없단 말이지.
그게 좀 아쉬웠다.
뭔가 잘해야지 서비스를 해주는 걸까?
괜스레 그것을 기대하는 내가 있었다.
아니, 뭐. 내가 매혹이 된 게 아니라. 그런 것도 계속 봐야 저항력이 늘어나는 거니까… 하, 진짜. 여공작 진짜 존나 따먹고 싶…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바로 그때였다.
“마왕.”
내려가 있던 루미카가 날 불렀다.
“어. 루미카. 무슨 일이야?”
“응, 그게. 성녀가 의논할 일이 있대. 그래서 조금 있다가 올라오겠대. 그 말을 전해달래.”
“의논할 일? 뭔데?”
“글쎄. 제대로 듣진 못했어.”
“뭘까?”
뭐 좀 있다가 온댔으니 그때 이야기하면 될 것이다.
* * *
“…접견 요청이 들어왔느니라.”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성녀님이 말했다.
“대체 누가 접견 요청을 했습니까?”
“이것을 보거라.”
성녀가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사이딘 백작가에서 사자가 방문할 테니, 환대해달라는 편지가 왔느니라.”
“사이딘 백작가라.”
아직 왕국에 있는 귀족들을 다 외운 게 아니긴 하지만, 사이딘 백작가에 대한 것은 저번에 성녀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여기 거기 아닙니까? 정 안될 성싶으면 성녀님이 몸을 의탁하기로 했던.”
“전부 이곳에 오기 전의 일이니라.”
성녀님이 이곳에 오기 전의 이야기다.
중앙에 있던 성녀는 한창 천사들에게 쫓기고 있었으며, 매 순간순간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손을 내밀어주려고 했던 귀족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이딘 백작이었다. 이들은 나름 반천사파의 중심에 선. 쉽게 말해서 세력이 가장 큰 귀족이다. 천사들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 대귀족 권력자.
사이딘 백작이 있었기에 반천사파의 귀족들이 뭉칠 수 있었던 것이고, 중앙에서 천사들과 싸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강한 힘을 지닌 귀족이다.
레아는 도망치는 내내 죽느니 사이딘 백작가에 몸을 의탁하자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 성녀는 여신교의 재건과 부흥. 그리고 군림이라는 목적이 있었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느니라. 백작의 보호를 받게 된다면, 영원히 그 밑에서 일을 해야 했을 테니까.”
“그건 그렇지요.”
“어디 그뿐이겠느냐? 동맹의 구실로 사이딘 백작의 첩으로 들어가서 낮에는 정무를 보고, 밤에는 그의 밤시중을 들어야 했을 것이니라.”
“생각해 보니 분노가 치솟는군요. 감히 내 여자한테?”
“아읏!”
소유욕을 드러내자 성녀님이 허벅지를 오므리면서 얼굴을 붉혔다. 사이딘 이 새끼 안될 놈이다. 감히 내 여자를 NTR 하려고 하다니? 용서 못 한다.
“그, 그렇느니라… 이 성녀의 보지는, 가장 우월한 수컷인 그대만이 취할 수 있는…”
“물론입니다. 성녀님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건 저 뿐이지요.”
아무튼 그 빌어먹을 백작이 지금 성녀님이 여기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자를 보낸 모양인데.
“그래서, 성녀님. 무슨 뜻 같습니까?”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닐 것 같구나? 사이딘 백작은 야망이 큰 귀족이니라. 군림을 목표로 하는 그대와는… 최종 목적을 공유할 확률이 높겠지.”
나는 대왕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귀족인 그 역시 비슷한 야망을 가지고 있겠지. 누구나 왕이 되고 싶어 하니까.
“말하자면 제 경쟁자라는 뜻이로군요. 거기에 성녀님은 누구나가 탐낼만한 꿀단지고.”
“후후후, 그렇느니라.”
불길한 일이로군.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 분명한 대귀족이 이쪽에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사이딘 백작은 반천사파의 중심격인 인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녀가 여기에 있다면? 아무래도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
“교통정리를 하러 온 건가? 성녀님. 좋은 의견 없습니까?”
“의도가 예상되긴 하지만 정확하진 않느니라. 우선 사자와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뭐, 그래야겠지요.”
뭐가 됐든 느낌이 좋지 않은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