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295)
〈 295화 〉 정치란 게 뭐냐 x 3
* * *
“아무래도 전향자들인 만큼 확인이 필요하니 말이오. 백작님을 뵙게 하기 전에, 이 켈스론 자작이 직접 확인을 해볼 생각이오. 물론 이것도 백작님과 이야기를 마친 부분이고.”
이쯤 되니 가소로움 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자작은 아주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욕정이 내 눈에는 훤히 보인다.
뭐, 천사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름답고 섹시하긴 하다. 출렁이는 젖가슴은 남자를 미치게하며, 탄탄한 엉덩이와 골반 역시 성적인 충동을 끓어오르게 한다. 얼굴 역시 엄청난 미녀다. 그런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섹시한 여성들이 그렇게나 색기를 뿜어대고 있는데 당연히 미치겠지.
천사들이 파시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건 속마음이고. 겉으로 보이는 천사들은 말 그대로 색기가 넘쳐흐르는 탐스러운 암컷들이다.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컷. 암컷에게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지.
그래. 권력을 추구하는 이유가 다 무엇이겠는가? 부귀영화. 그리고 여자 때문이다. 귀족들이 ‘천사’들을 탐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권력자인 만큼 그런 암컷을 보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몽골의 전사들도 유럽을 침공하고 나서 금발의 여인들을 전리품으로 취했다고 한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여자를 약탈하는 것에 푹 빠졌지. 이렇듯 수컷들이 암컷을 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본능의 발현이었다.
“아무튼 천사들은 어디에 있소? 당장 그 전향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소만. 이런 일은 빨리하면 빨리할수록 이득이오.”
“구체적으로 어떤 심문을 할 생각이지?”
살짝 떠보기 위해 그리 물으니.
“너와 할 이야기는 없다. 야만기사. 나는 지금 네 주인과 이야기하는 중이다.”
“흐흐흐, 그런가. 성녀님. 이 자가 천사들을 심문할 때 제가 옆에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지금 이게 무슨!”
“자, 진정들 하거라.”
성녀님의 말에 바로 입을 닫았다.
“자작. 전향한 천사들을 심문하겠다고 했느냐?”
“물론이오.”
“구체적으로 어떤 심문을 할 생각이지?”
“뭐,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믿을 수 있는지. 또한 천사들은 전력은 어떤지. 그런 심문이오.”
“그것은 이미 다 끝마친 상태이니라. 구태여 할 필요는 없겠지. 관련 자료를 보내주겠느니라.”
“아니… 그렇지 않소.”
켈스론의 충동이 더욱 강해진다.
“직접 봐야 하는 법이오.”
“굳이 그럴 필요가?”
“백작님의 명령이오! 천사를 숨기지 마시오, 성녀!”
“후후후, 알겠느니라. 뭐. 그래도 천사들이 당장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니니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당장 하고 싶은데…”
“당장 없는 천사를 어찌 불러오겠느냐? 얌전히 기다리거라.”
“…알겠소.”
대충 그런 느낌으로 켈스론 자작과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낸 뒤에 그를 다시 돌려보냈다.
* * *
“정말 노골적으로 굴더구나?”
“흐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놈이 돌아간 즉시 분석 타임.
“백작이라는 뒷배와 지금의 상황을 믿고, 자기들보다 세력이 약한 존재들에게 뜻을 강요하는 것. 이런 강경 수단을 사용하다니. 아무래도 백작이 많이 급한가 보구나.”
원래 뒷배 있는 놈이 제일 잘 깝치는 법이다. 그리고 쫄리는 녀석일 수록 더욱 깝치지.
“자작 자체는 별 볼일이 없지만, 그가 품고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분명 위협적인 존재이니라.”
“그러게 말입니다. 말하는 걸 보고 있으니 죽여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니라.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죽음을 구실로 침공을 해오지 않겠느냐?”
“역시 그걸 믿는 것이로군요.”
말하자면 자기 목숨을 내놓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 큰소리 뻥뻥 치면서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고 강짜를 놓는 것.
“저러니 백작에게 신임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 자기 목숨을 무기처럼 사용하다니. 그만한 용기는 있는 것 같더구나.”
“그렇지요. 아가리는 뭐 불쾌하게 잘 털었지만 전사적인 기질이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런 드러눕기식 전법으로 하위 귀족들을 많이 무릎 꿇렸을 것이다.
“어찌 됐든 백작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우리를 무릎 꿇리는 것도 모자라 흡수. 그리고 자기 아들이랑 성녀님을 결혼시킬 생각이지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구나. 그대가 아닌 남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협상할 수 없다면?
싸워야지.
“자작을 죽이는 건 어떻습니까? 적당히 숨길 수 있을 텐데.”
“저만한 녀석이 여기까지 오면서 안전장치를 해두지 않았을 리가 없느니라. 아마도 각 마을. 도시. 영지를 지나칠 때마다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정기적으로 서신을 보냈을 터.”
그렇긴 하겠지.
“갑자기 죽는다면 범인은 이곳밖에 없을 것이고, 만일 그게 아니라고 하더래도… 자작이 귀환하지 않는다면 침공 명분은 충분하지 않겠느냐? 명분 따위, 전쟁에서 이긴 다음에 만들어버리면 그만이니라.”
“역시 귀족 놈들.”
귀족의 세계에서 이런 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일단 함부로 죽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로군요.”
“백작과 척을 질 것이 아니라면, 자작을 죽이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것이니라.”
“근데 뭐 협상도 불가능해 보이는데. 그러면 척을 져야지요.”
이야기를 쭉 해보니 대충 견적이 잡힌다.
백작과 협상은 불가능하다.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올 것이다.
이대로 휘둘릴 수는 없지.
“자작을 죽이고 백작을 쳐야 합니다.”
“괜찮겠느냐?”
성녀님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예. 나름 계산이 되었거든요.”
지금 구도는 천사 vs 대귀족.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천사 vs 대귀족 vs 성녀. 이런 삼파전 구도로 만들 생각이다. 이렇게 삼파전 구도로 만들면 백작도 쉽게 우리를 공격할 수 없을 터다.
강대한 적을 눈앞에 둔 와중에도 정치질은 중요한 법. 인간은 결코 하나로 뭉칠 수 없다.
여기서 백작에게 할 말이 있지.
“쫄?”
백작은 쫄려도 천사와의 전쟁에서 발을 뺄 수가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쪽에도 기회는 있어.
“백작놈은 지금 천사들과 싸우고 있는 만큼 이쪽으로 군대를 보내기가 힘들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허세였죠.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며 강짜를 놓고.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작살나기 싫으면 알아서 들어오라고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바로 성녀에게 내 판단을 들려줬다.
“그런 신호를 보내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실제로 침략하면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이런 협박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가만히 있는다면 좆밥이라는 인상을 보여줄 뿐이니까. 그런 인상을 한번이라도 보여주게 된다면 끝이다. 밥이 되고 만다.
어차피 백작은 천사들과 싸워야 한다. 이건 결코 거스를 수 없다. 자존심이든 뭐든. 천사와의 전투에서 발을 빼면 백작은 결국 권력을 잃게 된다.
천사와의 전쟁은 결국 권력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패배는 곧 몰락인 만큼, 백작은 이 전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이런 상황에서 변방을 치기 위해 병력을 뺀다? 그 틈 때문에 천사들이 우세해진다면? 돌이킬 수 없다. 백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천사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 여기선 우리가 좀 깝쳐도 될 겁니다. 지들이 뭐 어쩌겠습니까? 꼬우면 군대 끌고 오라고 하십시오. 그럼 천사들한테 뒤통수 맞는 건 지들일 텐데.”
이래서 삼파전이 무서운 거다.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지.
“흐음… 낙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구나. 허세에는 허세로 맞서겠다는 게냐?”
“거의 그렇지요. 여기선 본때를 보여준 뒤에 이후 백작의 판단을 보고 어떻게 처신할지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작을 죽이고 시간이 지나면 백작이 뭔가 싸인을 보내올 것이다. 우리가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이쪽을 배려하겠지.
근데 그래도 아니다?
그럼 투쟁 말고는 답이 없다.
“알겠느니라. 위험하긴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약한 이상 별다른 방도가 없으니.”
“최대한 열심히 해야지요.”
성녀가 웃었다.
“그럼 자작을 제거하도록 하자꾸나. 사실 아까부터 그가 이 성녀에게 욕정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정말 살의가 끓어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느니라.”
“흐흐흐, 동감입니다.”
“저열한 수컷 따위가 감히 이 성녀에게 욕정을 품다니… 정말 불쾌하구나.”
그 전에 중앙의 귀족들이 천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죽이기 전에 천사들을 한번 만나게 해주도록 하자.
그걸로 귀족들이 천사 개인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 중앙의 다른 귀족들이 이 아름다운 천사들에게 맥을 못 추린다면? 그러한 성향을 이용할 수 있을 터다.
* * *
이야기가 끝난 뒤.
“리리엘! 리리엘! 빨리 오세요!”
바로 리리엘을 불렀다.
“앗! 무슨 일인가!”
ㅡ출렁출렁.
다급하게 부른 탓인지 리리엘이 뛰어왔다. 그 탓에 커다란 젖가슴이 출렁인다. 역시. 천사인 만큼 참 아름답단 말이지.
욕정이 끓어오른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명령이 있습니다. 내일쯤 인간 귀족이랑 좀 만나 주십시오.”
“으음? 인간 귀족을? 대체 무슨 일이지?”
리리엘이 불쾌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인간과 이야기하는 것은 몹시 불쾌한 일이다. 나는 타락 천사들의 중대장으로서, 그 일에 대한 대가를…”
“흐흐흐, 알겠습니다. 당연히 대가를 드려야지요.”
“그렇다면야.”
그래봤자 애널섹스다.
“일단 인간 귀족들이 천사 개인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알고 싶은데, 마침 그 귀족이 천사들을 심문하고 싶다지 뭡니까?”
“뭐라고?! 열등한 인간 놈들 주제에 천사를 심문하겠다니!”
발작적인 분노.
“그러니까요. 아무튼 뭐,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내일 부탁할게요.”
“불쾌하지만 알겠다. 대신… 그 일을 해준 만큼.”
ㅡ꽈악.
바로 리리엘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
“난폭한 짓을 해주면 되겠습니까?”
“앗…”
내 말에 리리엘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자작에게 편지를 보내볼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