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00)
〈 300화 〉 다구리 그마아안 x 3
* * *
며칠뒤.
ㅡ웅성웅성.
백에 달하는 입대 희망자들이 모여들었다. 이거 진짜냐? 정말 터무니없는 광경이었지만, 성녀의 명성과 ‘성전군’이라는 말장난이 기적같이 맞물려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도출되고 말았다.
“백 명이라니.”
연병장에 모인 장정들이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 녀석들 먹이고 월급 줄 거 생각하면 좀 빡셀 것 같군.
“여기서 기다리면 되는 건가?”
“사람 많네.”
“나는 이걸 위해 하던 일도 그만뒀다고.”
아니 그만두면 안 되지.
그래도 저들의 의욕이 만땅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좋다. 저들을 입대시키고 제대로 된 병사로 만들어보도록 하자.
적 소영주들이 연합해서 공격해온다는 것은 확정이다. 그러니 우리도 인간 군대를 부려야만 해.
아무튼.
이곳은 외성 바깥. 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훈련소다. 연병장이랑 지휘소. 그리고 커다란 통합 막사 하나가 있는 곳이지. 막사라기보다는 축사 같은 느낌이다. 근데 딱히 제대로 된 시설은 필요 없다. 어차피 저들은 다 이 동네 사람이니까. 저들은 출퇴근식으로 부릴 것이다. 막사는 그냥 임시 휴식소 같은 느낌이지.
아침에 출근해서 점호하고. 밥 먹고 오전 훈련하고. 다시 밥 먹고 오후 훈련을 한다. 그리고 저녁 먹기 전에 퇴근시키는 것이 주된 일과. 저녁은 안 준다. 제공하는 것은 총 두 끼.
저들은 이제 안나가 관리할 것이다. 훈련도 시키고 지휘도 한다. 그리고 안나는 내 명령에 따라서 저 보병대를 부리겠지.
“생각보다 많이 모였군.”
옆에 선 바네사가 말했다.
“예. 아주 좋습니다.”
“뭐, 내가 훈련을 시키면 좋겠지만, 아직 얼굴을 노출할 수는 없어서 말이지.”
“흐흐흐, 그렇지요. 그래도 안나를 지도하는 건 바네사님께 맡기겠습니다.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일단 안나도 내게 배우긴 했지만 처음 하는 이상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일단은 제식부터 하게 될 테니, 여기서 안나를 쭉 살피고 개선점을 말해주면 됩니다. 그럼 신병들을 환영해주러 가봅시다. 자, 다들! 내려갈 준비 하세요!”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간부들을 불렀고, 그렇게 우리들은 다 같이 연병장으로 나갔다.
“아앗! 성녀님께서 나오셨다!”
“다들 서!”
ㅡ파앗!
훈련 따윈 한 적이 없지만, 장정들은 성녀를 보자마자 잡담을 멈추고 단상을 보았다.
성녀님과 나. 그리고 안나. 리리엘과 네크리까지. 신병들을 환영해주기 위해 미녀들이 모였다.
“성녀님. 가서 한마디 해주시죠.”
“알겠느니라.”
한 걸음 앞으로 나간 성녀님이.
“이 성녀는 감동했느니라!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모여주다니!”
평소와 같이 연설하는 어조로 힘차게 소리쳤다.
“고맙구나! 이제 너희들은 이 성녀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니라! 성전군 만세!”
“만세!”
“만세!”
“우와아아아아아!”
장정들이 바로 호응을 해준다! 역시 성녀님! 인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성녀로서의 카리스마를 지닌 여자가 서큐버스로 변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남자를 홀리는 건 일도 아니다.
ㅡ…
실제로 저기 모여있는 장정들 중 상당수가 성녀에게 성욕을 느끼고 있었다. 뭐 순수한 목적만으로 신앙에 빠지진 않은 모양인데, 어차피 아이돌이란 그런 것이다. 성적인 매력이 인기의 요인인 법이다.
그렇게 성녀가 연설을 이어 나갔고, 이어서 리리엘도 한마디 했다.
“환영한다, 인간들이여.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천사들을 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리리엘님 만세!”
“만세!”
ㅡ짝짝짝!
ㅡ짝짝짝!
ㅡ짝짝짝!
리리엘의 짧은 연설 역시 큰 호응을 받는다. 이렇게 보면 리리엘도 아주 아름다운 천사다. 저 사악한 천사들을 배신한 이상, 이쪽이 진짜 천사라는 거겠지.
리리엘도 매력적인 만큼 여기에 빠져든 사람도 많이 있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안나 영애가 앞으로 나왔다.
“반갑다! 신병들이여! 나는 앞으로 너희들을 지휘할 안나 하민스라고 한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천사들을 무찌르자! 성녀님 만세!”
“만세!”
안나가 저들을 지휘할 것이다. 말고도 안나는 이런저런 연설을 하면서 장정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럼 지금부터 입대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겠다!”
안나의 말에.
ㅡ파앗!
저 건물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녀들이 책상과 의자를 끌고 오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들의 책상 앞으로 긴 줄이 만들어진다.
“안나님. 수녀들 뒤에서 미소 짓고 있으십시오. 감시하면서.”
“알겠습니다.”
“수녀들은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계약서 작성을 도우십시오!”
“네!”
“네!”
그렇게 장정들이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다. 저걸 쓸 시점부터는 신병이다. 나는 간부들과 함께 그 광경을 보았다.
“흐흐흐, 다들 의욕이 넘치는군요.”
“다들 이 성녀에게 푹 빠졌으니까. 충성심이 느껴지는구나.”
“다른 건 안 느껴지십니까?”
“성욕 말이더냐? 뭐, 이 성녀를 숭배하는 아이들이니 그 정도는 귀엽게 봐주도록 하겠느니라.”
“자비로우시군요.”
아무튼 장정들이 수녀들과 상담하면서 입대 계약서를 작성했다. 저걸 작성하면 신병이 된다. 그리고 의무복무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기간을 다 채우면 전역을 할지 연장을 할지 정할 수 있지. 물론 내 선진 병영은 부조리가 없기 때문에 다들 연장하고 싶어 할 것이다.
“아, 그럼 훈련 중에 부상을 입으면 다 보상을 해주고, 월급을 깎지도 않지만, 예를 들어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다친다면…”
“보상금은 없고요. 복무 가능 여부를 판정해서 회복될 때까지 복무 정지 상태로 영내에서 휴식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 기간 동안은 일당을 쳐주지 않으니, 다칠 거면 훈련 중에 다치세요.”
“그렇군요.”
그런 상담이 오간다. 계약서는 아주 세세하게 만들었다. 병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정리된 이런저런 조항으로, 병사들은 훈련과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ㅡ슥슥.
설명을 들은 병사들이 서명한다.
뭐 그런 훈훈한 광경이 이어지는 와중. 막상 계약서를 쓰려고 하니 무서워졌는지 도망치는 녀석들도 가끔 나타났다.
“자, 잠깐. 생각을 더 하고 오겠소.”
“네. 다시 생각하고 와주세요. 성전군은 언제나 입대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싸우다가 죽으면…”
“가족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겁니다.”
죽음이 두렵긴 하겠지.
우리의 주적은 천사들과 천사에 붙은 놈들. 그리고 우리를 적대하는 자들이다. 성전군은 성녀를 위해 싸운다. 여기에 의문이 있다면 병사생활을 할 수가 없지.
나는 간부들과 함께 계약 현장을 쭉 관망했고, 마침내 마지막 사람이 서명을 끝마쳤다.
그렇게 쌓인 계약서가 자그마치 80장.
100명 좀 넘게 왔는데 2할 정도가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엄청나군. 이거면 3개 소대는 나올 터.
안나의 지위가 상당히 높아지겠는걸.
“정말 고맙구나! 그대들의 입대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니라! 자, 그럼! 성전군에 복무하기 앞서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도록 하거라! 내일 아침 해가 뜰 때 다시 이곳으로 오면 된다! 알겠느냐!”
오늘은 문서작업을 해야 하니 돌려보내고, 내일부터 입소식을 시작할 것이다.
“예!”
“예!”
“예!”
분위기에 취한 신병들이 군인처럼 대답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라니까.
* * *
“이야! 다들 완벽했습니다! 이주 잘했어요!”
“자그마치 80명이나 모이다니…! 마왕님! 제가 전부 저들을 지휘하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요. 내일부터 안나님의 능력을 제게 증명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안나는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그나저나. 돈이 많이 들어가겠구나.”
“어쩔 수 없지요. 인간 군대를 부린다는 것은 그런 의미니까. 계속 몬스터들을 납치해오고 있긴 하지만, 역시 대량으로 공수하려면 미개척 지대로 군대를 보내야 합니다.”
“사태가 조금 안정되면 그리 하도록 하자꾸나.”
“그래야지요.”
몬스터 군대의 절대적인 장점이 바로 그것이다. 월급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 아니, 뭐 나중에 필요하다고 하면 줘야지. 근데 당장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간들은 돈을 줘야 굴릴 수 있다.
그것이 인간사회를 관통하는 규칙이다.
* * *
다음날.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자, 자! 다들 줄을 맞춰서 서라!”
“다, 다크엘프…!”
“다크엘프? 오늘부터 나는 네 상관이다! 예의를 갖추도록, 신병!”
내가 훈련시킨 다크엘프 부사관들이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병사들을 통제했다. 물론 그녀들이 욕설을 사용하는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통제를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라고 했을 뿐, 난폭하게 굴지 말라고 했으니까.
“아, 알겠소!”
“알겠소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좋다, 신병! 벌써 하나를 배웠군! 앞으로도 기대하겠다!”
“알겠습니다!”
이 중세인들이 현대식 군조교를 경험해 본적이나 있겠나? 이렇게 몰아치면 자연스럽게 통제가 될 것이다.
“안나님. 다크엘프 부사관들을 좀 붙여줬으니 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들은 조교니 잘 지휘하십시오.”
“네!”
“그럼 입소식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ㅡ처억.
안나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정렬! 지금부터 입소식을 시작하겠다!”
자, 그럼 오늘 입소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봐볼까? 이거 끝나면 보급품도 불출할 것이고, 언어 교육이랑 제식 교육도 할 것이다.
일주일만 지나도 볼만 하겠는걸.
나는 그런 기대감을 품으면서 신병들을 바라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