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06)
〈 306화 〉 다구리 그마아안 x 9
* * *
ㅡ푸욱!
ㅡ퍼헉!
“케랴아아아아아악!”
선봉대원들이 쓰러지고 있다.
지금까지 행군을 한 탓에 지쳐있는 상태였고 장비의 차이도 심하다. 선봉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꺄아아아아악!”
거기에 환상인지 망상인지. 반투명한 보랏빛의 악령 같은 것이 튀어나와 전장을 휘젓기도 한다. 선봉은 빠르게 무너졌고, 대열은 붕괴되었다.
그 순간.
ㅡ삐이이이익!
하늘이 밝아졌다. 병사들은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와중에도 하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워.”
젊은 병사가 그리 말했고.
“불길한… 별.”
늙은 병사가 그리 말했다.
ㅡ삐이이익!
물론 그러한 감상은, 천사들의 흑염탄이 떨어짐과 동시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ㅡ콰아아아아앙!
ㅡ퍼어어어어어어엉!
큰 폭발이 발생함과 동시에 병사들이 터져나간다. 밀집 진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후방의 혼란을 넘겨두고 빠르게 재정비를 해 대열을 만든 것이었는데, 그것이 독이 되었다.
“아아.”
고참 부사관인 바릭. 그는 전쟁에 익숙한 남자였지만 지금만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바릭님! 바릭니이이임!”
“크하아아악!”
상상도 못 한 상황이다.
이런 일이 어디에 있는가?
ㅡ콰앙!
이러는 와중에도 천사들이 사악한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릭은 직감했다. 여기서 죽는다는 것을… 아니. 아니다. 이곳에서 죽을 순 없다.
“…!”
바릭의 사고가 빠르게 돌아간다.
“저, 저놈들!”
천사들이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하자 괴물 보병대가 진군을 멈췄다! 아마도 폭격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멈춘 것이 분명하다!
녀석들이 진군을 멈췄다면 어떻게든…!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어! 전군! 후퇴! 후퇴하라아아!”
어차피 진형을 유지해봤자 천사들의 폭격에 박살이 날 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적 중보병대가 진군을 멈춘 지금 도망쳐야 한다. 원래 등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지만, 딱히 화살이 날아온 적도 없고 길이 좁은 탓에 적 기병이 들이닥칠 일도 없을 테니까.
도망친다면 살 가능성이 있다.
ㅡ파앗!
그렇게 바릭과 병사들이 창을 내던진 채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런데 어느 정도 달려간 직후, 그들은 굉장히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어, 어어어어어?!”
바릭이 소리쳤으나.
“으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크하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에 묻혔다.
그것은 굉장히 음산한 광경이었다. 병사들은 적군들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시, 식물들이 미쳤다!”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대상은 무슨 거대한 식물들이었다! 길의 양옆에서 솟아난 괴물 같은 식물들이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
ㅡ쩌억!
큰 아가리를 벌린 거대 파리지옥이 병사를 집어삼켰고, 저 위에 있는 이상한 거대 꽃들은 아가리를 벌린 채 뭔가를 쏘아대고 있었다.
ㅡ푸슉!
“크하아아아악!”
그리하여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궤멸적 피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엌!”
괴식물의 아가리에 삼켜진 병사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몸을 흔들었으나, 식물의 치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다들 이리 와!”
다른 병사들이 그를 돕기 위해 칼을 찔러 넣으며 분투했지만, 쉽게 전우를 구출할 수는 없었다. 칼도 잘 안 들어가고, 실수로 삼켜진 전우를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했다.
그리고 늦어지는 그 사이에.
ㅡ푸슈슛!
ㅡ퓨슛!
마치 화살 같은 무언가가 계속해서 날아와 몸에 박힌다.
“크학!”
“어억…!”
천 갑옷을 뚫고 들어간 씨앗이 병사들의 몸에 박혀 들어간다. 그나마 철제 갑옷을 입은 이들은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은 전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패닉에 빠진 바릭은 그저 도망쳤다.
“고작해야 식물 따위가 병사들을…!”
식물에게 삼켜지는 병사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갑옷을 때리는 씨앗조차도 모조리 무시하면서 시체를 타 넘고 뛰었다.
그래도 전장에서 굴러먹은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바릭은 제법 능숙하게 도망쳤다.
그렇게 후방까지 다다른 순간.
“아?”
바릭은 절망했다.
“캬하아아아아악!”
“죽어! 인간 놈들 전부 죽어버려!”
하반신이 뱀처럼 되어 있는 지옥의 중장갑 기사들과, 날개 달린 악마들이 도주병들을 도륙하고 있었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옥의 문이 열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악몽 같은 군대가 갑자기 나타났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 하하… 이 사악한 천사 놈들.”
바릭은 그리 생각했고.
ㅡ쐐애애애액!
자신을 향해 돌진 해오는 뱀기사의 기병창을 응시하면서 눈을 감았다.
* * *
“전멸, 전멸이다!”
극도의 흥분과 함께 나는 소리쳤다!
전술이 완벽하게 먹혀들어갔다. 모든 것이 내가 배치해둔 대로 움직였고, 타락천사들이 흑염포를 쏜 시점부터 승기가 잡혔다.
“식물병기들 저거 장난 아니야!”
완전히 와해된 남작군의 병사들. 그들이 도망치고 있는 바로 그때, 나의 플랜트 타워들이 일어났다.
ㅡ뿌드득!
파리지옥은 그 강력한 치악력으로 병사 하나를 잡아 문 채 꽉 붙들어 고통을 줬다. 일단 이빨 비슷한 게 있어서 그게 박혀 들어가 출혈도 일으키는 것 같았는데, 진짜로 존나 아파 보였다.
그렇게 병사 하나가 잡히자 다른 녀석들이 공포에 빠졌고, 이어서 조금 더 위쪽에 심어져 있던 볼트 플랜트가 고개를 돌리면서 씨앗을 갈겨댔다.
ㅡ푸슛!
고속으로 날아간 씨앗이 병사들의 몸체에 박혀 들어간다. 철 갑옷에는 무용지물이었지만, 이들은 대부분이 천 갑옷을 입은 상태였다. 화살을 맞은 기분이겠지.
“아주 좋아…! 상당히 쓸만해!”
혼란 상태에 빠진 병사들은 파리지옥들의 손쉬운 먹잇감이었고, 볼트 플랜트의 과녁이었다. 내 병사들이 해야 할 일을 식물들이 대신해줬다.
저것들은 전장에 투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병기들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보도록 하자.
아무튼.
이번 역시 대승이었다. 적병들 중 살아남은 녀석은 얼마 있지도 않았다. 전부 전의를 상실한 채 절규하고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
정면에는 고블린 중장보병. 하늘에는 타락천사. 양옆에는 플랜트 타워들과, 후방에는 라미아 및 픽시들까지 있다. 거기에 이쪽엔 다크엘프 특전사들도 대기를 하고 있는 상태지.
우리에게 기습당한 시점에서 이길 수가 없다.
“고블린 진격. 다크엘프들 투입. 패잔병들을 처치하고 전장을 정리하라!”
“알겠습니다!”
ㅡ스릉!
칼을 뽑아 든 네크리가 전장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다크엘프들! 돌격!”
“하아아압!”
“이야아아아앗!”
그대로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는 다크엘프들. 이것으로 남작군은 한 놈도 빠짐없이 죽을 것이다. 그것으로 내 부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숨겨질 것이며, 이들이 증발한 이유도 묻히겠지.
생존자를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우리 군대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않을수록 유리해지니까.
“흐흐흐, 다음 전장에서는 만드라고라를 사용해봐야겠어.”
이거 대자연의 힘이 참 발군이라니까.
* * *
그렇게 전투가 끝나 뒤.
우리는 아주 빠르게 전장을 정리하고 재정비 및 휴식을 취한 뒤에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나를 공격하는 소영주의 수는 총 셋이다.
이중 마일러 남작의 군대는 격파했다. 근데 마일러 남작 본인은 오지도 않았고, 그냥 기사와 군대를 보냈을 뿐이라서 좀 아쉽다. 물론 기사를 죽이고 좋은 갑옷과 장비를 획득한 것은 좋은 일이지.
이건 쥬리아에게 하사하기로 했다.
아무튼. 내 다음 상대는 멜러자 남작이다. 놈의 군대 역시 내 영지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녀석이 쓸 길은 대충 조사가 된 상태다. 그러니 먼저 그 산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자! 이번엔 이쪽에 진을 칠 것이다!”
전장에 도착한 뒤, 나는 바로 진을 칠 것을 명령했다. 카르티의 보고에 의하면 멜러자 남작의 군대가 곧 도착한다는 모양이다.
일단 플랜트 타워를 다시 생산하고 키울 여유가 없으니 이번엔 그냥 항상 하던 대로 작전을 짰다. 언제나처럼 적들을 외길로 들어오게 한 뒤에 기습하는 전법.
“케륵! 진지를 만들어라! 너희들은 함정을 판다!”
“케르륵! 알겠습니다! 부릴님!”
“함정 빨리 만들어라! 케략!”
고블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ㅡ부웅!
픽시들 역시 바쁘게 정찰한다.
그런 식으로 전투준비를 마치고 대기를 실시했다.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멜러자 남작의 군대는 이쪽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녀석들이 이 산 근처에 야영지를 만들었다.
“하루 쉬고 올 생각인가?”
뭐, 상관없다.
이쪽으로 끌어들이면 될 뿐이니까.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을 때.
나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마왕아! 남작군 병사들이 산을 탈 준비를 하고 있어!”
“뭐?”
멜러자 남작이 정찰병을 운용한 것이다.
픽시들의 보고에 따르면 소수의 병력들이 각각 조를 만들어서 이 산을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좋지 않군. 우리의 매복을 알아차린다면 적들의 전술이 변경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평원에서 회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지.”
“그건 위험한데.”
“확실히 위험하지.”
“안 들킬 확률은?”
“없다. 길목 근처에 다수의 병력이 숨어있는 상태지. 그리고 정찰병들은 길 근처를 반드시 수색할 것이다.”
“죽여야겠군요.”
“정찰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쪽에 매복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사용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
뭐 거기까진 괜찮다.
어차피 지도가 있어서 어디로 들어올지는 대충 예상이 되니까. 게다가 기동력도 우리 쪽이 더 좋으니, 놈들이 길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따라가면 될 뿐이다.
“뭐, 별 수 있겠습니까? 안 들키면 좋은 거고. 들키면 그냥 죽이는 쪽으로 갑시다. 근데 하나 죽이면 다 죽여야 되니까… 부릴아!”
“네! 뫙님!”
“지금부터 소수의 인간 정찰대가 이쪽으로 올 거다. 봐서 안 들킬 것 같으면 숨어있고. 들켰으면 그냥 싹 다 추적해서 죽여버려라.”
“케륵! 인간 놈들이 정찰대까지 쓰는 검까! 그 미개한 놈들이 마이컸슴다!”
“흐흐흐, 그러게 말이다.”
정찰병을 쓰는 놈들을 보는 건 또 처음인가.
아무튼.
위험하긴 하지만 할만하다.
과연 우리의 매복을 알아챈 멜러자 남작의 군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