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10)
〈 310화 〉 다구리 그마아안 x 13
* * *
“쓰읍.”
저 앞에 진형을 치고 있는 오간브리트 남작의 군대. 그것을 보고 있으니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ㅡ처억.
지금 우리는 저놈들과 대치 중이다.
계획이 조금 틀어지고 말았다. 원래는 몰래 추격하면서, 안나가 도착하면 앞뒤로 압박하여 기습적인 포위를 하려고 했다.
근데 저쪽에서 우리를 발견해 버렸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현재 대치 중이었다. 놈들은 우릴 발견하자마자 빠르게 전투 준비를 마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로 움직이는 일 없이 쭉 신경전을 하고 있었다.
“크으.”
저렇게 준비된 군대와 대치를 하고 있으니 진짜 상상 이상으로 긴장이 된다. 우리는 숨은 상태가 아니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 평원에 우리가 만들어 둔 함정 따위는 없다.
진짜 순수하게 힘싸움을 해서 적을 박살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회전이 주는 압박감이란 말인가.
그래도 나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안나가 보병대를 이끌고 이쪽으로 오는 중이다. 그녀가 오기만 한다면 이 지루하고 긴장되는 대치도 끝이다.
하지만 그녀가 오기 전에 저쪽에서 공격을 해온다면… 어쩔 수 없이 충돌하겠지. 그럼 필연적으로 손실이 생긴다.
“마앙님. 저쪽 기병들 어떻게 해여?”
그때 샤란이가 자기 입술을 꾹꾹 누르면서 물었다.
“일단은 냅둬야 돼. 지금 픽시들 보냈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되거든. 쟤들이 석궁 막 쏴서.”
언뜻 보기엔 저쪽 병력이 더 많다. 거기에 기병들이도 있는 상태고. 이 상황에서 픽시를 보냈다간 픽시들이 벌집이 될 것이다.
저쪽엔 석궁수들이 있다. 대놓고 날아가는 픽시를 맞추는 것쯤은 할 수 있겠지.
그러니 픽시를 보내는 건 적 기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딱 그때 보내야 한다.
“샤아.”
샤란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마왕.”
바네사가 날 불렀다.
“네. 바네사님.”
“이대로 쭉 대치만 할 생각인가?”
“일단은요.”
안나가 올 때까지 기다릴 거다.
“차라리 지금 타락천사들을 출격시키는 것도 좋지 않겠나? 안나가 오기 전에 적 병력을 줄여 놓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천사들이 날아오르면 석궁으로도 대항할 수 없을 테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바네사의 말대로 지금 당장 흑염포로 폭격을 실시해서 적 보병진형을 박살 내 볼까? 확실히 혼란이 일어나겠지.
전우가 터져나가는데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아니야. 무조건 안나가 와야 된다. 뭐가 됐든 만전의 상황에서 싸움을 걸어야 이쪽의 피해가 줄어든다.
“지금은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저쪽이 먼저 움직이면 이쪽도 대응하는 걸로 가지요.”
“흠… 그런가.”
“폭격은 안나가 오면 시작하겠습니다. 이쪽이 완벽해졌을 때 한 번에 몰아칠 생각이거든요.”
“알겠다.”
그렇게 우리들은 지루한 대치를 이어 나갔다. 우리도 그렇고 저쪽도 그렇고. 둘 다 긴장한 채 그저 경계만을 실시한다.
* * *
그러던 중, 드디어 안나가 도착했다. 저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극한의 반가움이 느껴진 그 순간!
ㅡ파파팟!
“아닛?!”
쭉 대치 중이었던 오간브리트 남작의 기병대가 움직였다!
방향은 안나쪽!
“저 미친놈들이!”
오간브리트 남작은 깨달은 것이다! 저쪽에서 나타난 병사들이 우리 측의 원군이라는 것을! 그래서 포위당하기 전에 먼저 기병을 보내 분쇄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저 새끼 판단력이 아주 빨라!
“하지만 이쪽엔 픽시들이 있지!”
굉장히 훌륭한 판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쪽엔 기병킬러 픽시들이 있다. 만약 우리에게 픽시가 없었다면 너희들의 승리였겠지.
안타깝지만 너희들의 패배다.
적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사기적인 일이란 말인가! 우리에게 픽시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저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
나는 즉시 세리뉴를 불렀다!
“세리뉴!”
“응!”
“저쪽 놈들 부대 피해서 쭉 돌아! 그렇게 기병들 추적해서 모조리 조져버려라!”
“응! 화살 피하라는 뜻이지! 알겠어!”
ㅡ파앗!
세리뉴가 자기 부대 쪽으로 돌아갔고 즉시 날아올랐다.
ㅡ부웅!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플라잉 젖가슴들을 보는 것은 언제봐도 즐겁다. 아무튼. 고속으로 날아간 픽시들이 적 보병대를 우회해 반원을 그리면서 적 기병대를 향해 돌진했고.
ㅡ푸슛!
ㅡ파샥!
ㅡ쐐액!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 말들에게 윈드커터를 갈겨댔다.
ㅡ히히힣!
ㅡ쿠웅!
그리하여 힘차게 질주하던 말들이 고꾸라진다. 달리던 도중에 맨살에 칼침을 맞은 것이다. 그 상태로 달릴 수 있는 말은 없다.
ㅡ으아아아아악!
그 위에 타고 있던 기수들 역시 굴러떨어진다. 기병은 말 그대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다. 그런 고급전사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구나!
“좋았어!”
순식간에 적 기병 소대를 전멸시켰다!
“리리엘! 날아올라라!”
“알겠다! 천사들! 비행 실시!”
“네!”
“네!”
ㅡ펄럭!
리리엘과 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날아오른다. 좋다. 지금부터 전쟁 시작이다. 보아하니 안나 역시 보병방진을 만든 상태였다. 역시 눈치가 빠르다. 이대로 포위하면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겠지.
ㅡ쐐애애액!
ㅡ퍼엉!
평소와 같이 타락천사들의 흑염포가 메테오처럼 떨어진다. 뭐 신화적인 위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적 보병 진형 한가운데에 떨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ㅡ콰아아아앙!
폭발과 동시에 남작군의 병사들이 동요한다. 그러나 흑염포는 한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연속으로. 계속해서 떨어진다!
ㅡ콰앙!
ㅡ퍼어어엉!
“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그리하여 병사들이 패닉에 빠졌다. 적 지휘부는 어떻게든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떨어지는 불덩이를 피하겠다는 본능이 먼저다.
보병 방진이 와해 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부릴아! 진격! 진격해라!”
“케랴아아아악! 방패를 앞세워라! 진격 실시!”
“케륵! 케륵! 케륵!”
“케르으으으윽!”
나의 자랑스러운 고블린 팔랑크스가 전진한다!
“네크리! 방패 제대로 들고! 머리 보호하면서 고블린들 따라가세요!”
“알겠습니다!”
화살 대비는 충분히 했지만 어디 눈먼 화살에 맞으면 그게 바로 날벼락이다. 내 부대는 적들의 공격에 주의하면서 빠르게 전진했다.
“마왕님. 저희들은.”
“라미아들은 잠깐 대기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명령할 테니, 그때 옆구리를 치러 가주시면 됩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전장을 살펴본다.
“좋아!”
안나 역시 보병진형을 전진시키고 있었다. 그것으로 우리들은 오간브리트 남작의 군대를 앞뒤로 압박하는 형태가 되었다. 거기에, 오간브리트 남작의 병사들은 혼란에 빠진 채 진형에서 이탈하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중이다.
붕괴된 진형과 우리 진형이 충돌하는 순간,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날 것이다!
“가라! 가라아아앗!”
그런 식으로 전진을 거듭하니.
ㅡ쿠웅!
안나쪽 보병대가 적들과 먼저 충돌했다!
ㅡ와아아아아아아!
ㅡ오오오오오!
ㅡ크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것을 확인한 뒤에 고블린 팔랑크스를 돌진시켰다.
“케랴아아아아악!”
한꺼번에 뛰쳐나간 고블린들이 와해된 적 진형과 충돌한 순간.
ㅡ푸훅!
일방적인 학살이 펼쳐졌다.
“케륵! 케르으으윽!”
“케랴아아아악!”
“아아아악!”
오간브리트 남작의 군대는 일방적으로 도륙당했다. 힘과 숫자에서 밀리니 당연한 일이다. 놈들은 앞뒤로 압박을 받으면서, 겁에 질린 채 좌우로 도망친다.
“쥬리아님! 왼쪽으로 가서 탈주병들을 처치하고 적 진형의 옆구리를 압박하십시오! 네크리! 오른쪽으로 가서 탈주병 처치하고 옆구리 압박!”
“네!”
“네!”
ㅡ파앗!
고블린들 뒤에서 대기 중이던 두 부대가 좌우로 찢어진다. 그렇게 튀어 나간 나의 그녀들이 아주 훌륭하게 명령을 수행했다.
라미아들은 창과 검으로 탈주병들을 아작냈고, 다크엘프들 역시 빠른 기동력을 살려 도망치는 병사들의 목을 따버렸다.
ㅡ푸훅!
ㅡ푸욱!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진형은 복구할 수 없다. 내 고블린 팔랑크스는 말 그대로 도륙 전문가들이다. 끝없이 압박하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당해낼 도리가 있겠는가? 적 병사들은 아예 뒤로 도망을 치고 싶었겠지만, 뒤에는 안나의 보병대가 있다.
“압승이로다!”
최초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번 전투 역시 우리들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회전을 벌이겠다고 긴장을 했던 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쉬운 전투였다.
* * *
“안나님! 훌륭합니다! 제 의도대로 정확히 움직여 주셨군요!”
“당연한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그 상황에서는 포위하는 게 제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럼요! 역시 군사적인 소질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칭찬에 안나가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이번 전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조금 틀어진 부분이 있지만 모든 것이 내 의도대로 움직였다. 짜놓은 판이 문제없이 굴러간 것이다.
“하아. 첫 전투인데 승리라니. 솔직히 조금 불안했지만, 제 보병대원들이 아주 잘 움직였습니다. 훈련받은대로요.”
“그러기 위한 훈련이지요. 어떻게. 사망자는 있습니까?”
“아뇨. 팔과 다리를 다친 부상병들은 조금 있지만, 죽은 자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적병들이 다들 패닉상태에 빠진 것도 있어서… 쉬웠지요.”
“그거 다행입니다.”
부상자는 치료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마왕님.”
“네. 안나님.”
“제 병사들이 조금 동요하고 있습니다.”
“동요 말입니까?”
고개를 들어 안나 부대의 임시막사를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 부대와 구분한 채 쉬게 하는 중이었는데, 다들 편하게 앉아있지 동요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종족 군대를 보고 크게 놀란 모양입니다. 특히 라미아들을 보고 많이 놀란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건 그렇겠지.
나라도 뱀 여자들이 우리편을 도와줬으면 미치고 팔짝 뛰었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