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21)
〈 321화 〉 여군주 베라 x 11
* * *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뒤에 바로 하루를 준비했다.
혼인동맹은 거절. 양자로 들어가는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
여군주는 현재 마왕성 저층에 있는 손님용 방에서 호위 여기사들과 함께 묵고 있는 상태다. 상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 군단에겐 미안하지만 여군주가 돌아갈 때까지는 좀 참아줘라.
아무튼.
바로 씻고 옷을 입은 다음에 간부들을 소집했다.
“성녀님. 시간 끌 거 없이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여군주의 양자로 들어갈 것이고, 성녀님은 그에 따른 동맹 협상을 해주세요.”
“알겠느니라. 그 부분은 내게 맡기거라.”
진짜 결혼 안 한다니까 안심해서 아주 그냥 의욕이 넘쳐흐르는 상태다. 어젯밤에도 골반이 부서지도록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댔는데, 참.
이런 여자들을 두고 결혼할 수는 없지.
“정말 믿음직스럽군요. 아무튼 나머지는 그냥 어제 했던 것처럼 분위기만 잡고 있으면 됩니다. 그럼 레이카. 여군주에게 홀에서 다시 회담을 할 테니 올라와달라고 말을 전해주십시오.”
“그래.”
“우리는 먼저 홀에 가서 준비합시다.”
자 그럼.
새로운 엄마를 맞이하러 가보실까.
* * *
얼마 후.
여군주가 홀로 올라왔다. 붉은색 긴 머리칼… 그 머리칼로 얼굴의 반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몸매를 드러내는 제복과 치렁치렁한 코트까지.
저 여자가 오늘부터 내 새엄마?
괜찮은 것 같아.
아무튼 새엄마인 베라님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셨는데,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이 되어서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리 보고 있으니 눈을 마주쳤다.
“훗.”
그러자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웃은 새엄마가 윙크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거 남편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인가?
뭐가 됐든 혼인은 할 수 없어.
“좋은 아침이니라.”
“실로 상쾌한 아침입니다, 성녀시여.”
서로 부드럽게 인사를 나눈 뒤에 자리에 앉는다. 그와 동시에 성녀님이 바로 문서를 꺼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느니라. 어제 했던 제안. 그 대답을 들려주겠느니라.”
“호오, 이렇게 빨리 결정하실 줄은. 역시 결단력이 있으시군요. 그렇다면 이제… 저 앞에 있는 장군이. 이 나의 남편이 될지. 아니면 아들이 될지. 그것이 정해지겠군요.”
“그렇느니라. 큘스? 와서 앉거라.”
“예. 성녀님.”
바로 새엄마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그래, 장군. 내게 무슨 대답을 들려줄 생각이지? 나와 혼인할 텐가, 아니면 양자로 들어오겠나.”
“오늘부터 여군주님을 제 어머니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아.”
순간 여군주의 얼굴에 살짝 실망하는 듯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여자 나랑 혼인하고 싶었나 보지.
사실 처음 만났을 때 귀공자라고 칭한 것도 그렇고. 여군주는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상태였다. 젊고 능력있는 데다가 성녀와 긴밀한 끈을 가지고 있는 나와 혼인할 생각이었겠지.
물론 여군주의 표정은 바로 관리되었다.
“후후후.”
바로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부터 장성한 아들이 생겼군. 알겠다. 큘스 너를 내 양자로 삼도록 하겠다. 오늘부터 큘스 너는 내 아들이다. 알겠나?”
“예. 어머니.”
“이런 아들이 생기다니 기쁘기 그지없군.”
“저도 베라님처럼 위대하신 분을 어머니로 모시게 되어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안 그래도 새엄마는 내게 호감을 품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 호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답하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호오, 그런가.”
과연 그 예의 바른 모습이 잘 먹혔는지 새엄마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동시에 나는 인큐버스의 감각을 펼쳐서 새엄마의 대략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해 보았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기뻐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살짝 흥분한 상태인가?
양자를 상대로 성욕을 느끼다니.
처녀 주제에 제법이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제법 높은 자리에 있는 여성들의 처녀를 제법 많이 취해왔다.
그녀들은 그런 높은 자리에서 당당하게. 책임감 있게 활동하면서도 처녀인 탓에 제대로 욕구를 풀지 못하게 된바, 상당히 농밀한 성욕을 지니고 있다.
여군주 역시 마찬가지다.
“신성한 성녀님을 주군이자 스승님으로서 모신 것도 모자라 여군주님까지 어머니로 모시게 되다니. 아무래도 저는 큰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후, 후후후… 참. 예의가 바르기도 하지.”
매혹적으로 웃은 새엄마가 어른 여성인 척을 하면서 날 칭찬했다. 물론. 아무리 당당하고 강력한 여자라고 한들 처녀인 이상 나를 당해낼 수는 없다.
물론 닳고 닳은 걸레년이라고 하도 마찬가지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인큐버스의 먹잇감일 뿐.
태생을 탓해라. 인큐버스라는 늑대에게 있어서 여자는 결국 토끼에 불과한 존재.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라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
“큘스. 양자라고는 하나, 오늘부터 여군주는 네 어머니이니라. 그런 만큼 여신께 봉사하듯이 그녀의 힘이 되어주거라.”
“알겠습니다! 성녀님!”
그런 이완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동맹 문서를 작성했다.
“군사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이라. 조건이 아주 좋구나?”
“아들이 성녀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 어머니로서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한결 여유로워진 새엄마가 성녀님에게 농담을 했다.
“후후후, 벌써 어머니가 다 되었느냐.”
분위기 참 좋군.
이무튼 동맹 문서는 아주 괜찮았다. 일단 오늘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여군주는 ‘성녀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자기 아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대신에 우리들은 여군주의 벽이 되어주면 된다. 물론 새엄마의 목적은 성녀세력을 이용해 혼란이 종식된 뒤 권력을 휘어잡는 것이지만.
그것 내가 자지로 어떻게든 할 것이다.
“일단 우리 아들에게 대패한 세 남작. 그들을 압박할 생각입니다. 아예 백작에게서 그들을 빼 오는 것도 가능하겠고. 그곳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새엄마가 그리 말하면서 나를 보았다.
“어머니께서 그들을 취한다고 하셔도 딱히 위협은 없을 겁니다. 헬슨 남작은 힘이 다 빠진 상태고. 이곳에는 제가 버티고 있으니까요.”
그리 답하자.
“아아, 실로 그렇다.”
새엄마가 아주 기분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내가 말 한대로 지금 새엄마가 날 공격했던 변방의 세 남작령을 장악하다고 해도 크게 탈이 없다. 오히려 그걸 기점으로 사이딘 백작 밑에 붙어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다른 귀족들을 빼 올 수도 있겠지.
자연히 백작의 세력은 약해지고, 이쪽은 강해진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다 보면 큰 위협을 느낀 백작이 천사 쪽에서 힘을 빼고 이쪽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좀 위험하긴 하다.
백작이 샌드백 신세에서 빠져나온다면 천사와 엘프들이 이득을 보게 된다. 지금 우리들은 그러한 세력구도 속에서 카드를 한 장씩 내밀며 수를 쓰는 것이다.
“호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새엄마가 나를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맹조약을 맺었다.
* * *
“어우! 한 건 했다!”
성녀님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한바 아주 괜찮은 조건으로 동맹을 맺을 수 있었다. 물론 조건이 후해진 것은 내가 새엄마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가 좀 클 것이다.
“하아. 그래도 마치 아들을 빼앗긴 것 같아 기분이 좋지가 않느니라.”
“결혼한 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이걸로 한결 편해질 것 같습니다.”
여군주라는 든든한 빽이 생긴 상태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우리 세력을 늘리는 일을 하면 되겠지.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병력을 불릴 것이다.
“일단 네크리. 저녁 연회를 준비 좀 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이미 대략적인 준비는 해놓은 상태라서. 요리만 하면 끝날 거에요.”
“그렇군요.”
진짜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초청한 연회를 열게 되었군. 뭐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했다는 게 중요하겠지.
“그럼 연회를 즐겨 봅시다.”
* * *
저녁.
연회가 시작되었다. 물론 애초에 여긴 변방 남작성이다. 여군주의 눈에는 차지 않겠지. 그렇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다크엘프는 처음 봤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들어도 되겠습니까?”
“네. 그쪽 이야기도 들려주신다면.”
연회에 참석한 것은 몬스터 군단을 제외한 마왕성 간부진과 여군주. 그리고 그녀의 호위 여기사들 뿐이다.
여기사들은 내 다크엘프들에게 큰 흥미를 보였고, 지금은 끼리끼리 어울려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겠지.
뭐 그리 식사를 하고 있으니.
ㅡ…
새엄마가 내게 신호를 보내왔다.
지금 둘이서 이야기하자는 신호다. 이런 건 또 바로 알 수 있단 말이지.
바로 새엄마가 발코니 쪽으로 향했고, 나는 접시를 내려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참. 새엄마라니.
적응 안 되는 칭호다. 여군주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할 지경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어머니라고 부르겠지.
ㅡ저벅저벅.
그렇게 발코니로 가서 그녀 옆에 섰다.
“부르셨습니까, 어머니.”
“훗. 그 어머니라는 칭호가 참 낯간지럽군.”
“그렇습니까. 하지만 한번 어머니는 영원한 어머니인 법이지요. 저도 조금 낯간지럽습니다만… 아들인 만큼 편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그리 솔직하게 말하자 새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큘스라고 했나.”
“예.”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혼인이든 양자든. 전부 동맹의 증거일 뿐이다.”
이걸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한다고? 근데 뭐 귀족끼리 그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데 그와는 별개로 내 장성한 아들에 대해서 흥미가 좀 생기는군.”
“흥미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아, 일단은 왜 혼인을 거절했는지 물어도 되겠나?”
“그게 말이지요… 숨겨도 되겠습니까?”
“말해라. 어머니로서 하는 말이다. 설마 첫날부터 어머니의 말을 거스를 생각은 아니겠지. 이 엄마는 큘스가 그런 발칙한 아들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후후후.”
여군주는 그리 농담조로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자.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해야 침대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