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5)
〈 35화 〉 던전의 주인이 되다! x 5
* * *
극한의 공포가 나의 전신을 옥죄었다.
“빨리 도망쳐야 해…!”
저 드라이어드는 단순히 야한 여성이 아니었다! 내 예상대로 미친 포식자였다! 고블린들을 저렇게 찢어발기다니 무슨 곰이냐!
저딴 거에 처맞으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크윽!”
다리의 힘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땅을 기면서 포복을 실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한다. 여기서 죽을 순 없으니까.
움직여라, 나의 다리야…!
내 육체는 어쩜 이리도 연약하단 말인가! 공포에 잡아먹혀서 다리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몸이라니! 나 자신이 한심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크하아악…!”
오직 도주만을.
도주만을 생각한다.
결국 잡혀 죽게 되더라도, 나는 1초라도 더. 1초라도 더 살아남을 것이다. 끊임없이 발버둥 쳐서 1cm라도 더 멀리 가서 죽을 거란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친 듯이 포복을 하고 있을 때였다.
ㅡ…
순간 나는.
내가 죽은 줄 알았다.
“어?”
주변이 너무 고요했던 탓이다.
ㅡ…
땅을 기면서 귀를 기울인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흔한 풀벌레 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공간.
대체 무슨 일이냐?
분명 저쪽에서는 드라이어드가 고블린들을 미친 듯이 찢어발기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살을 찢는 소리도, 고블린들이 비명이 터트리는 소리도 무엇하나 들리지 않는다.
마치 내가 청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놀랍게도 내가 기는 소리는 다 들린다.
“…”
ㅡ꿀꺽.
침을 삼킨다.
이거 설마… 돌아보면. 이미 내 바로 뒤에서 드라이어드가 기다리고 있는. 그런 패턴이 아닐까? 미치겠네, 이 씨벌. 하지만 난 마음을 굳혔다.
천천히.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
나는 보게 되었다.
“샤아… 샤아… 샤아…”
주저앉아 있는 드라이어드의 모습을.
난폭하게 날뛰었던 드라이어드가, 바닥에 W자로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색색거리고 있었다. 대체… 뭐지? 조금 천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성기로 바닥에 도장을 찍고 있는 상태였다.
“무슨 짓을?”
영역표시를 하는 것?
아니면 승리의 의식?
주변에는. 그냥 세 봐도 일곱 마리의 고블린들이 존나 개씨발찢어진 채 내장과 피를 흩뿌리면서 널브러져 있었다. 무슨 백설 연쇄살인마와 일곱 마리의 난쟁이 피해자들이냐? 당연히 살아남은 놈은 없었다. 있어도 굴로 들어가거나 도망쳤겠지.
고블린들의 살에 새겨진 선명한 손톱자국이 아주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드라이어드는 그 한복판에 앉아 있는 상태.
“…!”
알겠다!
저건!
저건 지친 거다!
“샤아… 샤아…”
드라이어드는 완전히 지쳐 땀을 분수처럼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옳거니!
그런 것이로군!
저 작은 체구로 폭발적인 힘을 사용한 탓에 반동이 온 것이 분명하다! 정말이지 난폭하고 파워풀한 할퀴기였다! 나를 쫓아 달려온 것도 모자라서 그런 큰 기술을 일곱 번이나 난사하고, 덩굴 조종 마법까지 사용한 탓에 완전히 지쳐버린 것이다!
저질 체력까지는 아니지만… 힘에 비해 체력이 약하니! 가만히 서서 유혹을 해서 먹이를 방심시키는 종류의 사냥법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
ㅡ파앗!
그리 생각하자 내 심장과 육체를 압박하던 모든 종류의 공포가 씻은 듯이 녹아내리면서 다리가 가벼워졌다.
“라스트 맨 스탠딩.”
그리하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서 힘이 넘쳐난다!
그럼 이제 존나게 도망을 쳐보도록 하자!
“샤아… 샤아…”
드라이어드는 내가 일어난 것도 모르는지 그저 색색대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겠지. 무엇보다 대박이다. 야생에서 상위 포식자가 저런 상태로 주저앉아 있다면, 금방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쫓길 일은 없을 터다.
그렇게.
몸을 돌리려는 순간.
ㅡ츠팟.
나의 뇌수를 관통하면서 피어오르는 깨달음.
“몬스터지배술.”
이 스킬은.
당하는 몬스터의 상태가 영 안 좋거나… 완전히 지쳤을 때. 잘 먹히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 지친 드라이어드에게.
지배술이 먹히는 것이 아닐까?
“…”
ㅡ꿀꺽.
지배술이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저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섹시하고 헐벗은 여성이,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인가? 그런 상상이 피어오른다. 아니. 지랄이고 나는 그런 이상한 쓸모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저 놀라운 전투력. 그 전투력이 나의 것이 되는 것일까?
나 김큘스는 마왕이자 지휘관이다.
아주 냉정하게 판단하고.
언제나 실용성을 생각해야 한다.
“위험하다.”
드라이어드는 나보다 강하다.
지쳤다고는 해도 지배술이 먹힐지 말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나보다 강한 몬스터가 지쳐서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볼 일이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위험하지만.
과감하게 행동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휘관의 길!
“난 실험을 해야겠어.”
절호의 기회다.
어차피 놈은 지쳐있고, 나는 도망칠 수 있다. 그리고 놈의 달리기 속도가 나보다 느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마 함정일까 싶지만, 그 부분은 내 실력을 커버하도록 하겠다.
ㅡ스윽.
판단을 마친 나는 드라이어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샤아… 샤아… 샤아…”
그녀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뻘뻘 흐르고 있었고, 숨소리 역시 거칠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 모습.
ㅡ스윽.
그렇게 바로 그녀의 뒤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드라이어드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내가 온 것을 모른다는 듯한 반응. 야생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물들은 자신의 뒤를 잡히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니까.
완전히 지쳐있다.
아니… 그런데 등이 무슨?
이렇게 새하얗고 부드러워 보일 수가 있나…?
무엇보다 이 가느다란 목선이…
ㅡ홱!
바로 머리를 한번 털고 지배술을 전개한다.
“몬스터지배술.”
“샤아…?”
나를 살짝 돌아보는 드라이어드, 아주 잽싸게! 그녀의 어깨 쪽에 손가락을 찔러 지배술을 주입했다!
ㅡ스르륵.
검은 오브가 드라이어드의 체내로 들어간다. 드라이어드는. 그저 지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ㅡ파앗!
동시에 백스텝을 시전해 몸을 뒤로 빼낸다.
“후우…!”
성공일까? 아니면 실패? 뭐가 됐든 실패했다면 도망치면 된다! 지배술을 전개하는 것까진 완벽하게 성공했으니까.
ㅡ두근두근!
ㅡ두근두근!
터질듯한 심장.
그리고.
“샤, 샤아아…? 샤아?”
드라이어드가 무언가를 느꼈다는 듯.
ㅡ움찔!
“샤, 샤앗?!”
몸을 크게 움찔거린다!
ㅡ폴짝!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점프하듯 일어나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샤, 샤아? 샤아? 샤아아?”
마치 몸 상태와 상처를 확인하는 듯한 동작인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리 몸을 확인한 녀석이 천천히 날 쳐다보았다.
“샤, 샤아아…? 샤아?”
그러면서 뭔가 손짓을 하는데… 이건 먹힌 거냐? 아니면 실패한 것? 실험을 해보기 위해 일단 명령을 해보았다.
“드, 드라이어드? 앉아. 앉아라.”
“샤아아아?”
못 알아듣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드라이어드. 그럼 씨발 실패지! 부릴이 임숭이도 앉으란 말은 다 알아들었다!
ㅡ파앗!
바로 몸을 돌려서 도주한다!
“샤아?! 샤, 샤아아아아!”
뒤에서 날 부르는 듯한 목소리! 돌아보니까 따라오진 않고 그냥 당황한 얼굴로 나를 향해 팔을 뻗고 있을 뿐이었다!
“이 씨발 먹힌 거 맞니! 누나 저 갈게요! 따라오지 마세요!”
일단은 도주다!
나는 미련 없이 땅을 박차며 질주했다!
예쁜 드라이어드 눈나 안녕!
다시는 보지 말자!
* * *
결국 그날은 도망만 치느라 먹이를 구해오지 못했다.
“후우…! 얘들아 미안! 먹을 거 못 구해왔다!”
“케륵…”
“끄르륵…”
그것 때문에 존나 슬프게도 내 부하들이 하루종일 쫄쫄 굶어버리고 말았다. 좁아터진 비트 속에 갇혀서 나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완전히 굶어버렸단 말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뭐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끄륵끄륵.”
결국 임숭이가 구해온 풍뎅이와 채집한 열매들로 식사를 때웠다. 그날 나는 내가 풍뎅이를 먹고도 살 수 있음을 깨달았다.
드라이어드 이 씨발년.
* * *
다음날.
어제 봤던 고블린 굴에 가보니 과연. 시체들이 싹 다 치워져 있었다. 남은 것은 몇 가지 잔혹한 파편들 뿐이다.
“하긴.”
이런 야생에서 시체가 남아날 리가 없기는 하지.
물론 고블린들이 사용하던 굴 역시 좆도 없었다. 들어가 보니 존나 좁아터져서 못 써먹을 지경이었고. 뭐 있는 것도 없었다.
“아쉽게됐구만.”
당연히 드라이어드는 없었다.
어떻게 됐을까? 정신을 차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을까? 마족 지배술에는 회복 효과가 있다. 건강 되찾았으면 돌아갔겠지. 제발 멀리 돌아갔기를 빈다.
“다른 곳으로 가자. 부릴아.”
“케륵.”
그렇게 나는 부릴이만 딱 데리고 아는 길만 도는 형식으로 움직이면서 사냥을 실시했다. 역시 부릴이가 있으니 사냥이 되기는 한다. 일찍 일어나서 다른 부하들을 비트 안에 숨겨두고, 사냥을 나선다. 점심이 되기 전까지 먹을거리와 물을 구해와서 다 같이 먹은 뒤에 던전 공사를 실시했다.
그런 목가적인 나날의 연속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했고, 그리고 먹을 입이 늘어나는 것도 곤란했기에 사냥을 하면서 부하를 늘리지도 않았다.
그런 식으로 안정적인 나날이 흘러가고 있던 어느 날.
“케륵? 케, 케륵?! 케르르르르륵!”
“뭐라고?”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으니, 돌연 부릴이가 잡고 있던 나무찍개를 집어 던지고는 내 옷가지를 잡고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케르르르륵! 케륵! 케륵케륵!”
“끄르르르륵!”
“규삿삿!”
동시에 임숭이와 규일이 패거리들도 염병을 떨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들어가. 어서. 나 지원할 준비 하고.”
나는 놈들을 던전 안으로 들여보내고 그 입구 앞에 서서 창을 잡고 전방을 겨누었다.
“어떤 새끼냐!”
어떤 새끼가 내 던전에 침입을 하려 하느냐!
내 부하들을 죽이려면 먼저 나부터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케륵! 케르르륵!”
겁에 질린 채 손가락질을 해대는 부릴이!
그곳을 바라보니.
ㅡ빼꼼.
저 앞에 있던 수풀 속에서 아이고 씨발 드라이어드의 머리가 빼꼼하고 나왔다!!!!
“허억! 드라이어드!”
“샤아!”
나를 본 드라이어드가 활짝 웃었다!
미친 지랄노무 새끼가 먹이 찾아서 좋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