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world demon king's survival story RAW novel - Chapter (366)
〈 366화 〉 원정 마무리 x 2
* * *
대체 시체로 무슨 신성모독적인 짓을 하려고… 내가 뭐 무자비한 정복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마족들의 감성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얘들은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 나에 비해서 너무나 뒤틀려 있어.
사실 인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런 거고. 마족 기준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이지만, 이곳은 마계가 아니라 중간계다.
중간계에서 나고 자란 내 부하들 중 다수는 마계식 감성에 큰 혐오감을 느낀다.
나는 왕으로서 그런 내 부하들의 심성까지 전부 다 포용해야 한다. 허튼짓을 하다가 마음을 잃는다면 죽도 밥도 안돼. 왕이란 건 혼자 해 먹는 것이 아니다. 부하들 마계 감성에 혐오감을 느낀다면 최대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
“빨리 말 좀 해봐, 카르티.”
“응!”
기묘한 주제였지만, 카르티는 내가 관심을 보이자마자 발랄한 어조로 대답했다.
“일단 큘스오빠. 이번에 크게 강해졌지?”
“흐흐흐, 어. 느껴지냐?”
“사실 그것 덕분에 위치를 딸 수 있었던 거나 다름 없으니까. 슬슬 큘스오빠도 마계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힘’을 지니게 된 거야.”
“이제 인정을 받어?”
“다른 쪽 인정이라면 진작 받았지. 하지만 개인적인 힘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어. 그래도 이제 이 정도라면 충분히 인정할만해!”
카르티가 말할 정도라면 내가 실제로 강한 마족이 되었다는 거겠지. 근데 이게 효율이 좀 나쁘긴 하다. 내가 인큐버스로서 성녀와 여군주. 그리고 여왕을 범하고 난 뒤에야 이만큼 성장한 거니까.
물론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긴 했지만.
“그거 고맙구만. 그래서. 이제 내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가?”
“거의 그래. 그동안 마계에서도 이런저런 준비를 했고. 큘스오빠도 이만큼 성장했으니까. 슬슬 시도할 때가 된 거야.”
“그러니까 그게 뭔데?”
“다크엘프들의 시체들.”
나는 잠깐 긴장했다.
“그걸 이용해서 마계와의 작은 게이트를 열어볼 거야.”
“게이트를?”
“응! 시체를 태우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거야. 말하자면 연료를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지.”
시체를 불에 태운다고?
“방법은 간단해. 시체를 태우고, 그 연기를 모아서 술식을 전개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전쟁에서 발생한 시체인 만큼 수도 많고 사기도 깃들어 있을 테니까. 충분히 시도할만해.”
나는 턱을 쓸었다,
“아… 그러니까 카르티? 화장을 하자는 거냐? 다크엘프 전사들의 시체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사실 큰 차이는 없어.”
아니 뭐.
솔직히 좀 아즈텍스러운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아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단순히 화장을 해주는 거라면 명분상으로도 보이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체들 사지를 토막 내서 육망성 살인사건을 재현함과 동시에 기이한 주문을 외우고 사악한 의식을 치르는 것도 아니니까.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
“그럼 해야지.”
결론을 내렸다.
마계와는 언젠가 손절을 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당장은 얻을 게 더 많다. 그러니 실행하도록 하자. 딱히 잔혹한 의식도 아니고. 시체를 태워 그 힘을 이용하는 것 정도라면 민심도 문제없다.
“방법을 알려줘.”
“응!”
카르티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 * *
“자, 자! 부릴아! 여기 잘 지키고! 아무도 못 오게 통제 잘해라!”
“케륵! 알씀다, 뫙님!”
“이것만 끝내면 마력 수여식 제대로 해줄게!”
“케륵케륵. 이제 저도 근육빵빵해지는 검까?”
이미 부릴이의 몸은 근육질이다.
“흐흐흐, 인간만큼 커지는 거 아니냐?”
“거 완전 오크아님까. 뫙님. 케륵케륵.”
“왜. 오크처럼 되고 싶어?”
“솔직히 태생적인 피지컬은 부럽슴다. 뭐, 제가 오크로 태어났었다면 지금 더 강하지 않았겠슴까?”
“그랬음 니랑 내가 만났겠냐? 숨 다 넘어가는 오크 봤으면 숨통부터 끊었겠다.”
“케륵! 뫙님 너무함다!”
“흐흐흐, 지랄은.”
“케륵케륵.”
부릴이랑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매립지로 이동했다.
ㅡ저벅저벅.
도착했다.
이곳은 이번 전투에서 발생한 다크엘프 전사들의 시체를 매립한 곳이다. 나는 이 시체를 우리식대로 화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도 우리 군대와 맞서 싸운 전사들이니, 들짐승이나 몬스터 및 벌레들이 뜯어먹게 둘 수는 없다는 논리에서였다.
다크엘프들은 조금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내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님이 몇 마디 보태면서 도와주기도 했고.
“끄륵. 시체 냄새. 진동함다.”
“그러게 말이다. 아무튼 임숭아. 잘 부탁할게.”
“끄르르륵! 맡겨만 주십쑈!”
“좋아. 야! 규일아! 애들 시켜서 시체 좀 꺼내자!”
“규삿삿. 알겟슴니다!”
ㅡ퍼억!
바로 코볼트들이 땅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속도는 최상. 아주 거침이 없다. 엘리트 노가다꾼들이 땅을 파기 시작하니 금방 시체가 드러났다.
“규삿? 마왕님. 시체들이 생각보다 멀쩡함니다.”
“내 마력의 영향인가…”
카르티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이러면 써먹기 더 쉬워진다고.
“연습 좀 해볼까.”
ㅡ쑤욱.
나는 촉수를 소환해서 시체들을 들어 올려, 적당한 곳에 정렬시켰다.
“규삿! 마왕님! 극한의 노가다임니다! 저희 공병대 들어오심니까!”
“뭘 공병대야 임마. 흐흐흐. 이게 뚜드라 맞을라고.”
깜짝 놀란 규일이가 눈을 빛내면서 내게 농담을 해왔다.
“마왕님! 저도 배우고 싶슴니다!”
“이거 가르칠 수 있나?”
인큐버스 종특이라 안될 것 같은데.
“만약 되면 알려주마.”
“규사아아아앗!”
“기뻐해도 일러 임마.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아무튼.
그런 식으로 매장된 시체들을 싹 다 꺼내버렸다. 뭐, 너희들도 전사로서 자신의 시체가 벌레떼한테 뜯어먹히는 것보단 깔끔하게 화장되는 편이 나을 거다.
“그럼 시작해보자. 임숭아. 예우를 다해 태워줘라.”
“끄르르르륵! 전군! 발싸!”
“끄륵끄륵!”
모여든 임프들이 일제히 화염탄을 던지자.
ㅡ화르르륵!
시체에 불이 붙으면서 고기 타는 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그곳에 나의 불꽃을 더했다.
“마족 브레스!!!”
ㅡ화르르르륵!
초창기부터 주력기였던 마족 브레스는, 이제 더욱 강력하고 살인적인 스킬이 되었다.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화염이 퍼져나가 시체를 뒤덮는다.
“규삿! 마왕님! 너무 쎕니다!”
“끄르르륵! 임프 최종형때!”
“내가 왜 임프야 임마! 다시 간다! 마족 브레스!”
ㅡ화르르르륵!
시체가 태워짐에 따라 연기가 뿜어진다.
“좋아.”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카르티가 알려준 대로 술식을 전개했다. 양손을 좌우로 뻗고, 체내의 마력을 조종해서 순서에 맞게 방출한다.
ㅡ고오오.
발밑에서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두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내 힘이 연기를 뒤덮는다. 뒤덮어 검은 구체로 화한다.
ㅡ꽈아아악…!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공중에 떠 있는 검은 구체에게 흡수된다. 나는 커지려고 하는 구체를 계속 압축했다.
“크흑…!”
모든 시체가 잿더미가 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계속.
집중상태를 유지해 악의 구체를 만들어낸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이만큼이나 성장한 나다. 힘들긴 해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푸하!”
그렇게 시체가 모조리 잿더미가 되었을 때 구체가 완성되었다. 아무리 봐도 사악하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구체… 저걸 만들겠다고 마력도 8할 정도 소모했고 전신이 식은땀으로 흥건하다. 체력적으로도 지친 기분은 오랜만인걸. 하지만 묘하게 상쾌하다.
“규삿…! 저건!”
“끄르르륵! 엄청난 기운!”
구체를 본 부하들이 감탄한다.
ㅡ스윽.
나는 그 구체를 가리키면서 손가락으로 허공에 사악한 주문을 그렸다. 그에 따라 구체에 술식이 새겨진다.
“카르티.”
“응!”
지켜보고 있던 카르티의 이블아이들이 우수수 날아올라 구체의 주변을 감쌌고, 그렇게.
ㅡ파치치치칙!
카르티의 도움으로 마침내 흑마법을 전개시키니.
ㅡ촤하아아아아악!
구체에서 사악한 힘이 번개처럼 솟구쳐 오르면서 하늘의 구름을 꿰뚫는다! 동시에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공기가 무거워진다!
“규사아앗…!”
“끄륵…!”
고양감.
사악한 기운이 퍼져 나온다. 흥분한 내 부하들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함성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구체가 폭발한 순간!
ㅡ지이이잉!
허공에 자그마한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서, 성공이야, 큘스오빠!”
“성공한 거냐…!”
막상 성공하고 보니 압도적인 흥분감이 나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그래! 내가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근데 게이트가 좀 많이 작다?”
“어쩔 수 없어. 지금은 이게 한계야. 그래도 성공했다는 게 중요해! 지금 성공했다면, 나중엔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카르티가 환호하며 소리친다.
“모두가 기뻐하고 있어! 어머니 여공작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거야!”
어머니가.
“큘스오빠가 드디어 중간계와 이어진 게이트를 만드는 것에 성공한 거니까! 드디어, 드디어! 여기까지 성공했어! 우리 벨라크루 혈족이 중간계를 지배할 날도 머지않은 거야!”
미안하지만 이 땅을 지배하는 것은 나다.
카르티.
“그래. 좋은 일이다. 그래서 카르티. 게이트 연 기념으로 뭐 없나?”
“당연히 있지! 큘스 오빠! 상자!”
“어.”
저번에 여공작이 내게 준 선물. 그 궤짝씨 안에 들어 있던 작은 상자. 그것을 꺼냈다.
“지금이라면 열 수 있을 거야.”
“좋아! 연다!”
그 상자를 연 순간.
ㅡ촤하아아아악!
상자 안에서 모종의 힘이 뿜어져 나와 게이트 안쪽으로 뻗어졌다!
과연 선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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